까만 어둠이 내린 원효대교 아래 주차장. 밤처럼 까만 승용차 안에 두 사람이 타고 있다. 그 은밀하고 습한 분위기에 벌레들의 울음소리도 숨을 죽인다.

"언니 딸기 좋아하시잖아요... 제가 딸기 사왔어요..."

어디서도 들을 수 없었던 지은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

거기에 대답하는 윤하의 코웃음 소리가 거칠다.

"딸기? 미친년... 내가 언제 딸기 좋아한다디?"

윤하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딸기 하나를 집어 우걱우걱 씹어 먹는다.

그 오무라진 입술이 딸기를 쪽 감싸는 모습에 지은은 가슴이 쿵쾅거리고 얼굴이 연탄처럼 달아올랐다.

처음 만난 날, 터프하게 딸기를 던져주던 그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뭘 그렇게 쳐다봐?"

윤하의 부리부리한 눈빛에 지은은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다.

"어...언니 너무 멋있..어서요..."

"풉...미친년..."

지은은 윤하의 욕설 섞인 말투가 미치도록 좋았다.

사실 둘은 매우 친밀하고 은밀한 사이. 세간에는 둘의 사이가 좋지 않다고도

알려지지만, 그간 진실을 잘 지켜온 윤하였다.

"지은이 입술도 딸기처럼 빨갛구나."

"네...네?"

"사실 나 딸기 무척 좋아해..."

윤하의 얼굴이 점점 지은에게 다가왔다.

지은은 자신도 모르게 고사리같은 손으로 치마 아랫단을 꼭 쥐며 눈을 질끈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