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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소금싸막 14

딥딥-검은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2.19 16:03:57
조회 373 추천 0 댓글 0


48초부터 판정승



4월 9일, 모스크바.



아침 8시쯤 일어났.

더 자려고 했는데 리리가 깨웠음.

오늘부터는 다시 혼자가 된다.

전날까지만 해도 표현 못할 아쉬움과 두려움에 마음이 울적했는데, 막상 때가 되니 담담했다.

해 뜨기 전이 가장 어두운 듯.



보답.

숙소도 식사도.. 신세진게 너무 무겁게 느껴졌다.

얼마간이라도 보답한다고 전날 편지와 현금을 넣긴 했지만 그래도 마음이 불편했다.

편지라고 해도 글 몇자밖에 되지 않는다.

현금도 정확하게 계산한 것도 아니고 ;;

무엇보다 돈 몇푼으로, 글 몇줄로 신세진 것을 때운다는게 너무 비겁해보였다.

고민하다가 영양제와 깔깔이를 주기로 했다.

챙겨왔던 것 중에 히알루론산이 있었는데, 리리도 무릎이 아프다고 했으니 괜찮을 듯?

그리고 챙겨갔던 깔깔이.

내가 추위를 많이 타는편도 아니고 한국보다는 러시아에서 더 많이 쓰겠지.



사실 이렇게 주긴 했지만 깔깔이는 아직까지도 가끔 후회한다.

나름 특별한 의미가 있던 물건이었음.

현역으로 복무하면서 잘 적응하지 못했던 난 전역할때까지 제대로 어울리지 못했다.

동기와도 선임과도 후임과도 필요 이상으로 얘기한 적이 거의 없었음.

관심병사는 아니었지만 탈영과 자살도 생각했었다.

안좋게 겹친 것들과 내 공포증, 갖가지 상황이 얽혀서 끝내 제대로 풀지 못했다.

이건 자세하게 설명하기도 좀 그렇고, 설명할 것도 없고.

아무튼 그런 와중에도 진지하게 마음을 텄던 후임이 2명 있었다.

그리고 전역하며 그 중 한명과 깔깔이를 바꿨다.

지금에서야 후임이고 동기고 선임이고 아무하고도 연락하지 않는 내겐 유일하게 남은 추억거리.

그런 깔깔이였다.

혹시나, 혹시라도 이 글 보고있다면..

보고싶다 시원스쿨.

아직도 등짝에 jsw 쓰여있음 ㅋㅋㅋ



그랬던 깔깔이였다.

아깝지 않았냐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냥 그때는 그렇게 하고 싶었다.

아쉽기도 했지만 마음은 편했다.

리리도 좋아하는 듯 보였고, 더 해줄수 있는 것도 없고.

진짜 좋아했는지는 본인만이 알겠지 뭐.

하여간 븅신같은 짓은 혼자 다 하고다님..

여튼 그렇게 짐을 꾸리고 출발했다.

식사는 건너뛰고 바로 리리를 바래다주었음.

그리고 다시 혼자가 되었다.

가기 전, 리리가 데이터를 충전해줬다.

까먹고 안쓸뻔했네.



리리가 가고난 뒤, 멍하니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새삼 나 없이도 멀쩡하구나 느껴지는 풍경.

바쁘게 돌아가는 사람들을 보다 일어났다.

목적지는 숙소.

전날, 공항 근처로 알아보다 굉장히 싼 곳을 발견했다.

5박에 1350루블. 당시 환율로 약 24000원정도.

하룻밤에 약 4800원이었다. 믿겨짐?

pc방도 40분 기준으로 5000원이면 3시간 20분인데..

느낌에 외곽으로 보였지만 뭐 가고싶은 곳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진도 깔끔해보이는데다 설명에 공항도 근처라고 했다.

당연히 바로 예약했음.

호스텔 경험이 많이 없던지라 꼼꼼하게 확인해보지를 않았었다.

대강의 위치는 Perovo District 라는 곳.

가는 길에 아르바트 거리도 다시 들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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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는 비둘기도 추워서 잘 안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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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너무 맑았기 때문에 지도는 쓰지 않기로 했다.

뭐라도 먹어야지 생각했는데 마침 블라디보스톡에서 받았던 빵이 남아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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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마냥 갖고다니던 빵.

세어보니 받은지 11일째였다.

곰팡이도 피어있었음.

그런데 마침 파란색 곰팡이였다.

파란 곰팡이하면 페니실린.

형광색이나 빨간색이면 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학책으로 친숙해진 파란색이라 괜찮아보였다.

그래도 직접 먹기는 좀 그렇고..

피어오른 부분은 비둘기에게 던지고 멀쩡한 부분을 뜯어 먹었다.

그 와중에도 빵조각으로 새들이 다투고 있었다.

큰 새 vs 비둘기들 vs 작은 새들.

작은 새 판정승.



다 먹고나서 걸었다.

앞만 보고 걸었다. 이 길이 맞을 것 같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런데 걷다보니 문득 위화감이 들었다.

이 길이 아닌 것 같은...

멈춰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반대로 가고 있었다.

덕분에 처음 가보는 길로도 가 보는거지 뭐.

머릿속으로 확실하게 길을 더듬어본 뒤, 다시 출발했다.

목적지는 일단 아르바트.

도착하면 조금 둘러보고 숙소로 이동하자.

정확한 호스텔 위치는 몰라도, 근처 지하철역은 알고 있다.

일단 어디든 지하철만 타게되면 노선도로 경로는 짤 수 있음.



아르바트로 초입부에 도착.

돈 아낀다고 고민하다가 핫도그하고 요플레를 사 먹었다.

햄버거보다는 핫도그가 좋음.

빵식도 햄버거보다는 핫도그가 좋았다.

아무튼.

리리를 바래다 준 지하철역 근처는 해가 쨍했었는데 아르바트 초입부는 흐린 날씨였다.

그 때문인지 버스킹도 없었고 노점상도 더러 문을 닫은 상태.

마지막일지 모르니 활기찬 모습을 보고 싶었던 터라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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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보니 쉑쉑버거도 있었다.

이때가 한창 한국에 1호점 낸다고 인기몰이 할 때였음.

돌아보다가 슬슬 지하철역을 찾아보기로 했다.

* 특강 *

지도 없이 지하철역을 찾는 법.


1. 나올때까지 둘러본다.

가장 단순한 방법.


2. 근처 표지판이나 사람들의 흐름을 본다

표지판의 그림을 보거나 사람들을 보면 대강 알 수 있다.

장난같지만 우르르 몰려가거나 몰려나오는 지점이 있음.


3. 느낌.

가슴을 따라 걷는다.


꽤 돌아다니며 123번 모두 해보았다.

그런데 지하철역이 근처에 없는건지, 찾을수가 없었음.

번화가 근처라면 한군데쯤은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보이지가 않았다.

꽤 돌아다니다가 처음 리리와 같이 간 곳으로 발을 옮겼다.

그 감자식당 있는 백화점.



백화점을 찾아가는 길.

언급했었는지 모르겠는데

카드를 잃어버렸던 5일부터 몇번 간간히 건넜던 강이 있었다.

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정말 큰 강.

그 위에 걸쳐진 커다란 육교를 건너는 중이었다.

갑자기 피로가 훅 몰려왔다.

그간 라면같은 것들만 먹어서 그런건지,

제대로 잠들지 못한게 쌓인건지,

그것도 아니면 아침에 너무 일찍 일어난건지..

감기기운인지 머리도 지끈거리는데 속도 울렁거렸다.

스스로 약해졌구나 생각이 들 정도.

걷기는 걷는데 생각없이 발만 움직이고 있었다.

일단 백화점에 도착하면 좀 쉬었다 가자.



어떻게 도착한 백화점 근처.

육교에서 내려가는 길에 헤메서 그런지 상태가 점점 안좋아졌다.

돌바닥이나 벤치가 아니라 좀 편안한 곳에서 쉬고 싶었다.

어차피 이렇게 된거, 차라리 식당으로 가 식사도 하고 쉬자고 결정.

리리와 같이 왔던 그 층으로 다시 향했다.

감자는 별로 당기지 않았다.

에스컬레이터 타고 올라가며 뭘 먹지 고민했는데,

막상 도착하니 그럴 필요도 없었다.

몸이 피곤하니까 발이 알아서 익숙한 냄새를 따라갔다.

익숙한 냄새. 그 중국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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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고기볶음과 치킨, 볶음밥을 먹었다.

포츈 쿠키를 같이 줬는데 아이언맨3 만다린이 생각났음.

포춘 쿠키는 사실 미국에서 만들어졌다

불라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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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먹고 조금 앉아있다가 다시 출발했다.

이곳은 숙소를 찾아가던 중에 찍은 사진.

역 이름은 잘 모르겠다.

그런데 굉장히 낯선, 그러면서도 익숙한 풍경에 찍은 듯.

낯설다고 한 건 중간중간 기둥이 서 있고,

선로 앞에 칸막이가 없던 것.

이국적이었다.

그리고 또 익숙하다고 한건 영화에서 자주 본 분위기였기 때문.

매트릭스에서 네오가 갇혔던,

또 미믹에서 괴물이 나와 조사하러 가던 지하철 같았기 때문.

안쪽으로 새카만 선로를 볼 수 있는 게 꼭 공포영화같은 분위기를 만들었다.

회백빛 승강장과 컴컴한 통로. 알수없는 외국 글자.

여기에 새벽 3시쯤, 혼자 고립되었다고 생각하면 무섭기 짝이 없었다.



여하튼 이런 역도 있었고, 전원주택같은 느낌의 붉은 벽돌로 꾸며진 역도 있었다.

또 선로위에 육교가 놓여있던 곳도 있었고.

여하튼 신기한 곳들이 더러 있었다.

그렇게 가다보니 어느새 호스텔 부근 역까지 도착.

아 중간중간 버스킹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혼자 생각한 것도 있었다.

그냥, 부끄럽기도 했고 한심하기도 했고..

러시아 지하철 안에는 버스커들이 정말 많다.

환승 통로를 걷다보면, 입구에서 내려가거나 출구로 올라가다보면 자연스럽게 마주치게 된다.

꼭 지하철 탑승구에서 쭉 걷다보면 자판기를 찾게되는 것처럼

걷다보면 어디선가 음악소리가 들렸다.

그 사람들을 보면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동질감과 부끄러움, 동경심같은 것들이 섞여 복잡한 기분이었다.

나이가 있건 없건 버스킹 하나로 먹고산다는 게 쉬운 일일까?
마련된 무대도 아닌 곳에서 악기 하나만으로 뭔가를 해낸다.

뭐가 되었든 자신만의 것 하나로 삶을 지탱한다는 게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그 중 가장 부끄러웠던 건 무서움이었다.

군필에 20대 중반을 향하는 나이에서 꿈이라는 단어는 무서웠다.

물론 나 역시도 언젠가는 원룸이든 반지하든 꿈을 쫒으며 살고싶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생각만으로 겁이 났다.

아무리 하고싶은 일이라고 해도 불안정한 수입과 주위의 눈초리, 불안한 고민을 견딜 자신이 없었다.

가끔 이게 제대로 살고있는 건가 고민도 했지만 바꿀 소신조차 없었다.

한번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시점에서,

또 한번은 전역한 시점에서 꿈이라는 건 접어두었다.

뭐라고 해야할까.. 현실성이 없었다.

내가 어떤 분야에서 성공할만큼 천재적인 재능이 있다는 것 혹은

앞뒤 따질 것 없이 달려들만큼 열정이 있다는 것이.

약한 몸과 어중간한 재능, 그리고 그만큼 미적지근한 열정.

거기다 언제인지 모르게 된 23살의 나이.

이것들이 꿈이란 단어를 사전속에나 박아놓게 만들었다.

이젠 오히려 다다를지도 못할, 갖가지 기준들에 사로잡힌게 더 익숙하다.

하지만 이 사람들은 아니겠지.

그런게 정말 부러웠다.



사실, 솔직하게 쓰자면 이 러시아행의 중간중간에 조금 거만해지기도 했었다.

누가 이런일을 하겠냐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나보다 어린데도 이미 외국에서 살고 있는 사람도 수두룩했고

더 불안정한 상황에서 뚝심있게 뭔가를 이뤄내는 사람도 수두룩했다.

혼자 떠나왔다고?

그 많던 문제들 중, 실제로 직접 해결한건 없다.

비행기표도, 열차표도, 카드 문제도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이 해결해준거지.

혼자 가겠다며 부득불 우겨놓고 거진 매번 도움을 받지 않았나.

난 고작 이정도로 으스대는 사람이구나.

밥먹듯 해외여행을 다니는 사람들, 여행기나 글들로 수천만원씩 버는 사람들,

혹은 하고싶은 일에 모든 것을 거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에 비하면 뭐 하나 내세울 것도 없는데..

새삼 그런 생각들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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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로 갈아타기 전, 역에서 찍은 사진.

저 빵들 말고도 반찬이랑 밥 같은 것들도 많이 있었는데 사지는 않았다.

그냥 하나 사지 뭘 그렇게 고민한건지 어휴.

어쨌든 이제 지하철은 끝났다.

남은 길은 버스로만 약 20분정도.

버스를 기다리는 내내 요금때문에 고민했다.

잔뜩 주눅들어있던 나는 병신처럼 카드를 찍는건지, 찍는다면 선불인지 후불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후불인데 멍하니 서있는것도 선불인데 어디 찍는지 잘 모르는것도

또 샀던 교통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건지 모르는것도 너무 멍청해보였다.

그렇게 혼자 어떡하지... 하고있다가 탔다. 잘 탔다.

앞사람 따라하니까 어려울 것도 없었다.

여기서부터는 다시 지도를 사용했다.

그리고 조금 기다리다 제대로 타고 갔다.

하지만 여기서 어줍잖은 자존심이 다시 날뛰었다.

핸드폰 지도의 하차 정류장 이름을 보고 외워서 직접 내려보겠다고 한 것.

그것도 제대로, 빤히 보는 것도 아니고 지나는 눈길로 대충 훏어봤다.

잘못 내린건 당연한 일.



엉뚱한 정류장에서 내렸다.

생각을 했다.

목적지를 지난걸까 아닐까.

머릿속으로 정류장 계산을 해 보았다.

한번 훏어봤던 지도도 떠올려서 판단했다.

목적지보다 빨리 내렸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

남은 길도 아마 쭉 직진이었던 것 같다.

걸어서 찾아가자.

간단하게 쭉 걷다가 숙소 비슷한 곳만 찾으면 된다.

관찰만 잘 하면 제대로 찾아갈 수 있다.

이러고 걸었다. 당연히 헤멨다.

환장하겠네.



걷고 또 걷다보니 지도에선 보지 못했던 건물들이 나왔다.

이렇게 큰 건물은 없었던 것 같은데?

에이 그래도 좀만 더 걸어보면 나올거야.

그런데 가도 점점 아닌 것 같았다. 방향도 뭔가 이상하고, 건물들도 너무 크고...

뭔가 아니다. 확실하게 길을 잘못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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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를 켰다.

당연하게도 잘못 찾아가고 있던 중이었다.

버스에서 내렸던 곳이 zelenyy 바로 위였는데, 직진 방향을 잘못 잡고 걸어가던 중이었다.

지도를 보며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헤메며 근처 지리를 파악한 것.

근처에 할인점도 몇 군데 있었다.

그렇게 걷던 중,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분명 지도상에는 도착지인데 건물이 보이지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건물은 있는데 숙소같은 건물이 보이지 않았다,

꼭 처음 모스크바 도착했을때와 비슷한 상황.

주위엔 긴 철판 담과 너머로 보이는 공장같은 건물뿐이었다.

빙빙 주변을 돌아보다가 근처에 있던 아저씨한테 물어봤다.

허름한, 슬레이트 지붕 하나만 덮은 주차장 입구처럼 생긴 곳에 경비원같은 아저씨가 계셨음.

바로 안내해주셨는데, 알고보니까 담 너머로 보이는 공장같이 큰 건물이 숙소였다.

엄밀히 말하면 호텔이긴 하다. 숙박사이트엔 호텔이라고 되어있었으니까.

하여간 숙박업소로는 보이지가 않았다는 소리.

혹시라도 Perovo District 에 있는 호텔 모스고르손을 예약했다면..

또 지도와 현장의 괴리로 헤멘다면 담 너머로 가보면 됨.



어찌저찌 도착한 호스텔.

계산을 하려는데, 주인이 가격을 더 받으려고 했다.

?? 분명히 1350루블로 예약까지 했는데, 오히려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음.

핸드폰으로 예약 확인서를 보여줬다.

그제야 아리까리한 표정을 지으며 예약목록을 확인해보고 다른 사람과 얘기를 했다.

느낌에


1350 루블 니가 올렸냐?

아니 나 아닌데

그럼 누가 올렸냐?

나도 모름 그래서 어떻게 할거


이런 대화가 아니었을까 싶었음.

여하튼, 인터넷 예약이 되어있는지도 몰랐던 카운터 직원들.

얘기하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방을 내어줬다.

그리고 덧붙이듯 특별히 혼자만 쓸 수 있는 방을 주겠다고 했다.

어 뭐지? 1인실을 준다는건가?

1350루블이란 말에 이상한 사람처럼 쳐다봐서 좀 굳었던 기분이 사르르 녹았다.

뭐지? 굉장히 고맙다.

ㄳㄳ



그리고 올라가서 충격을 받았다.

은유나 비유가 아니라 정말 충격을 받았다.

내가 상상한 건, 6인실이어도 최소한 호스텔처럼 보이는 곳이었다.

심지어 1인실은 더 말할것도 없고.

그런데 막상 들어가보니 혼자서 쓰는 6인실 방이었다.

총 4개 놓여있던 2층침대는 전부 1층에만 매트리스가 있었다.

그나마도 그 중 1개는 군대 사다리마냥 용접으로 붙여놓았고.

그리고 이불 대신 훈련소 모포같은, 아니 그것보다 깔깔한 대형 부직포가 놓여있었다.

밖과 방을 구분하는 것도 얇은 벽 하나밖에 없어서 한기가 그대로 들어옴.

진짜 노숙하고 다른 점은 침대와 냉장고가 있는것과 화장실이 있는 것 2가지.

와이파이와 수건도 추가요금이 있었다.

저렴한 이유가 있었다.

그래도 뭐, 6인실을 혼자 쓴다는게 어디냐.

그 생각을 하니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어찌 되었든 귀국하기 전 마지막으로 머물다 갈 숙소.

모처럼 5박이나 머무는 기분으로 저녁은 직접 해먹기로 했다.

누워서 냄비밥 하는 법 이런것 좀 검색하고 가방을 푼 뒤 다시 밖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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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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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10장 넘게 캡쳐해두고 있었다.

설마하니 마트에 쌀은 있겠지.

꼭 밥을 만들어먹고 싶었다.

3번이나 볶음밥을 사먹었지만, 그럴수록 찰지고 쫀득쫀득한 한국 쌀밥이 그리웠다.

거기다 숙소 바로 옆에 마트도 있었고.

처음 생각으로는 표고버섯이나 새송이, 팽이버섯같은 버섯들과 쌀.

있다면 돼지고기까지.

마늘 양파 고춧가루 등등을 사서 정말 맛있게 뭐라도 해먹으려고 했다.

계획은.

결과부터 말하자면 실패했다.

일단 식재료부터 완전히 달랐다.

유럽보다는 가깝다고 해도 외국은 외국이었다.

버섯이라고 해도 양송이와 처음 보는 버섯들.

쌀은 종류모를 동남아 쌀들.

돼지고기는 덩어리로 포장된, 생고기가 아닌 훈제처럼 보이는 것들.

마늘 양파는 있었지만 워낙 조금씩 판매하고 있었고 고춧가루는 있지도 않았다.

중국식 매운 양념이라고 파는 것 말고는.

고민하다가 마늘 (3알쯤 되었음), 계란 (이것도 5개인가 6개인가), 컵라면, 정어리(추정)캔, 버터, 쌀, 소시지를 골랐다.

그런데 뭔가 찝찝했다.

명치쯤이 둔하게 굳는듯한 찜찜함..

호텔이잖아.

설마 아무리 그래도 냄비나 후라이팬 하나 없겠어?



가장 기대했던 건 쌀과 소시지.

쌀이 종류가 정말 많았는데 눈대중으로 한국쌀처럼 생긴 것을 골랐다.

그리고 다큐에서나 보던 크고 두꺼운 후랑크 소세지.

실제로 후랑크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후랑크 소세지처럼 생겨서 그렇게 부르겠음.

외국 소시지는 한국과는 비교할수도 없다고 들었던 바라 정말 기대하며 샀다.

정어리는 영양보충을 위해, 컵라면은 당연히 최고의 식사이고..

계란. 흰색하고 흔히 알고있는 연갈색 2종류가 있었는데 뭐가 다른지 몰라 흰색을 샀다.

조금 더 작은 것 같기도 했음.

마지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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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08 영국음식을 먹은 한국 할머니의 근황 여갤러(39.120) 05.10 31 0
28506 여기 당일치기 여행일정많음 여갤러(180.230) 04.30 63 0
28485 발리 누사페니다 프라이빗투어+스냅촬영 [1] 여갤러(43.224) 02.21 174 0
28483 24년2월19일 발리날씨 환율 세계로여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9 183 0
28482 모르면 손해보는 발리여행^^ 세계로여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9 204 0
28474 여자들이 뽑은 최고의 여행지 순위 여갤러(116.121) 23.12.24 174 0
28472 나눔참여) 올해 10월달에 미국다녀온거 RevKIM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2.04 87 0
28456 무한의 다리 1358(58.126) 23.09.15 105 1
28455 썸 무인호텔(47,000원) - 전라남도 목포시 1358(58.126) 23.09.09 186 1
28454 불가사리 곰팅이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8.28 149 1
28453 대한성공회 강화성당 1357(58.126) 23.08.27 118 1
28451 강릉통일공원 1346(58.126) 23.08.14 122 1
28450 나인 커피 1344(58.126) 23.08.11 112 1
28449 렌트할 때 써라 [1] ㅇㅇ(58.127) 23.08.09 381 2
28448 환타지컵 박물관 [1] 1343(58.126) 23.08.08 131 1
28447 심도직물 터 1342(58.126) 23.08.05 116 1
28446 [겜ㅊㅊ] 비행기 모드 가능, 시간 순삭 무료 모바일게임 5선 게임메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7.31 144 0
28445 조양방직 2 1338(58.126) 23.07.25 134 1
28443 싱가포르 ㅇㅇ(223.38) 23.07.20 176 0
28441 완사천 1333(180.65) 23.07.07 120 1
28440 아를(ARLES) 1332(180.65) 23.07.05 122 1
28433 25-28 보라카이 태풍오네 여행자보험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5.24 161 0
28432 두리랜드(대표이사 탤런트 임채무) 1309(180.65) 23.05.21 169 1
28431 나라별 여행하기 피해야 할 시기 인생게임~(183.102) 23.05.19 320 0
28430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1306(180.65) 23.05.14 133 1
28428 오랑주리(Orangerie) -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 촬영지, 1300(180.65) 23.04.30 186 1
28426 양주시립민복진미술관 1299(180.65) 23.04.29 127 1
28424 젠틀멘 호텔(30,000원) - 경기도 양주시 1293(180.65) 23.04.22 13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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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98 청라호수공원(드라마 '도깨비' 김고은, 공유 촬영 장소) 1229(211.52) 22.11.30 19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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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93 용주서원 1219(211.52) 22.11.19 143 1
28392 증산공원 1218(211.52) 22.11.18 153 1
28391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최수연 변호사, 털보 사장 소개팅 촬영 장소 1216(14.58) 22.11.10 177 1
28390 GENTLE MONSTER NUDAKE(젠틀몬스터 누데이크) 1214(14.58) 22.11.08 154 1
28388 형들이라면 큐슈량 홋카이도 중 어디감? ㅇㅇ(223.39) 22.11.04 1139 0
28387 용산 호캉스 각? ㅇㅇ(223.39) 22.11.02 1115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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