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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소금싸막 15

딥딥-검은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1.24 03:45:22
조회 359 추천 0 댓글 0
														



저녁에 자기 전 찍은 영상.

비디오 업로드가 안 되어서 유투브 계정 새로 만듦..

말 많고 많이 흔들리고 줌도 제멋대로라 안보는거 추천.

중간에 페트병보고 말하는건 다 먹고나서 반갈라 컵으로 만들겠다는 소리.

사실 이것 말고도 더 있는데 대부분 너무 흔들려서 따로 올리진 않았다.

나도 보다가 멀미날뻔했음...



4월 10일, 모스크바.



비가 올 것 같았다.

전날도 쨍쩅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간간히 선명히 비치는 햇빛은 있었던 반면

이날은 우중충했다.

전날이 여우비가 오는 날처럼 밝은 가운데 구름이 낀 날씨였다면

이날은 눈이 오는 것처럼 회백빛 풍경에 탁한 빛이 깔린 날이었다.

그리고 자는데 너무 추웠음.

계속 깨서 발 녹이고 손 녹이고 하며 눈만 붙혔다.

혹한기 이후로 추워서 못잔 건 처음인 듯.

아침은 간단하게 정어리캔과 컵라면, 계란후라이를 먹었다.

후라이를 어떻게?

관리자한테 말하니까 녹슬고 기름에 쩐 후라이팬을 하나 빌려줬다.

그래도 있는게 어디냐

여하튼 식사를다.

그리고는.. 뭘 해야하지?


무엇을 해야 할까

어디로든 가야 할 것만 같긴 한데 아는 곳이 없다.

어차피 외국인데 알고 모르고가 뭐 중요한데. 일단 움직여라

어디로든 나가서 뭐라도 보는거다.

이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데 왜 아무것도 안하는거냐

다시 돌아올수 없는 시간들이 지나가고 있다..

쿵쾅거리는 심박에 맞춰 머릿속에 생각이 가득 차는 느낌었다.

조급했다.

하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않았다고 해야할지, 움직여야한다고 생각할수록 더 움직일 수 없었다.

가슴 언저리에 무거운 쇳덩이를 올려놓은 것처럼, 가위에 눌린 것처럼.

삼켜지듯 우울함에 가라앉기 시작했다.

붙박혀있으면 안된다는 조급함에 덧칠할 핑계를 찾기 시작했다.



가장 첫번째로 펜.

전날 비둘기에게 빵을 던져준 곳 근처에서 마지막 펜을 잃어버렸다.

처음에 챙긴 펜들 모두 어느샌가 다 없어져서 남은 펜이 없었다.

원래 생각했던 여행은 펜과 공책을 갖고다니며 계속해서 뭔가를 기록하는 것.

그런데 이제 펜도 하나 없는데 나가서 뭘 하겠냐

두번째는 날씨.

날씨도 우중충하고 비 올 것 같은데

날씨도 우중충한데 나가서 뭘 한다고.. 우산도 없는데

세번째는 내 같잖은 기준.

이왕 나갈거면 뭐라도 똑바로 보거나 느껴야 할텐데 이렇게 이도저도 아닌 생각으로 나간다고?

차라리 안나가니만 못할 것 같은데

그냥 날씨도 안좋고 펜도 없는데 안에서 쉬자.

사실 핸드폰이나 잡을 것 같은데 뭐 하루쯤 괜찮겠지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었다.



핸드폰으로 하는 일이래봤자 소설이나 보겠지 뭐.

본거 또 보고 또 보고 집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

그걸 굳이 여기까지 와서?

ㅇㅇ.

한심한건 아는데 어쩌라고.

나가봤자 제대로 볼 수 있는것도 없을테고 당장 어디로 갈지조차 모르는데 ;

똑바로 해야한다는, 하나를 하더라도 제대로 해야 한다는 생각부터가 부담덩어리임.

그림을 그리던, 느낀 걸 쓰던, 동영상을 찍던, 눈으로 담던 해야하는건 알겠는데 똑바로 해낼 자신이 없다고.

지겹도록 말하던, 그 군생활을 갈아 넣은 만큼의 뭔가를 만들 자신이 없다니까?

순식간에 스쳐 지나가는 느낌들과 가슴 언저리를 답답하게 만드는 걱정들,

그리고 초조한 생각들을 나름 옮겨보았다.

이런것들이 뒤섞여 찝찝하고 불쾌한 기분을 만들어냈고 또 한참을 침대에 머무르게 만들었다.



비로소 몸을 일으킨건 오후 1시쯤.

딱히 목적지를 정한 건 아니었다.

먹을게 없던터라 마트나 한번 둘러보고 그 다음에 생각하기로 했다.

사실 계란하고 소시지, 쌀. 그리고 버터 마늘이 남았었지만 후라이팬이 없었다. 식칼도.

컵라면도 살 겸 후라이팬도 사야겠다.

그런데 후라이팬을 보통 마트에서 파나?

못본 것 같은데?

일단 가보지 뭐.

근처에 알고있던 마트 전부 한번씩 들러보기로 했다.

설마 호텔에 후라이팬에 식칼까지 갖고다니는 사람이 많을 것 같지는 않고, 나 말고도 찾는 사람이 많을테다.

군대 근처엔 군장점이 있는 법이다.

근처에 철물점이든 뭐든 파는곳 한군데쯤은 있겠지.



전날 먹을것을 산 곳에서는 원하는 크기의 팬이 없었다.

물건이 있긴 했는데 원체 비싸기도 했고 너무 크거나 작았다.

식칼도 정말 비쌌음.

정확하지는 않지만 2만원정도를 예상했는데 훨씬 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방망이 깎는 노인이 생각났다.

그 이야기에서는 시간이 없었지만 난 돈이 없었다.

이보시오 대충 깎아도 충분하니 싸게만 주시오

응 안 팔아

이런 상상을 하며 둘러보다 산 것 없이 나왔다.

이렇게 된거 다른 마트도 한번 찾아보자.

바로 길 건너에 버스정류장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아무 버스나 골라타고 마트가 보이면 내리자.

당시에 내 생각으로는

버스는 무조건 한 바퀴를 빙 돈다.

그러니 어떤 버스던 일단 탑승한 후, 어디든 가던 중에 마트가 보이면 내린다.

그곳에서 물건을 산 뒤 건너편에서 같은 버스를 타면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다.

완벽하지는 않아도 꽤 매력 있어 보였다.

버스정류장으로 이동했다.



어느정도는 자포자기한 것도 있었다.

날씨도 내 기분도 너무나도 우울했기에 그냥 될대로 되라지 식이었다.

정류장에서 읽지 못하는 노선도를 보다가 한 버스를 선택했다.

기준은 대충 근처인 버스 + 노선도 글자의 느낌 이었던 것 같음.

고른 건 이르꾸츠크에서 본 은퇴한 한국버스와는 다르게 굉장히 번쩍거리는 버스였다.

그렇다고 진짜 최신식의 어떤 건 아니고 이르꾸츠크와 비교했을 때 그랬다는 거.

내부도 상당히 특이했다.

버스라기보다는 반토막난 고속철도 칸 같았다.

어떻게 보면 더 산뜻해진, 미래에서 온 고속버스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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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겼다. 느낌이 묘했음. 그리고 시끄러웠다.

뒷칸에는 서로 좌석 4개가 마주보고 있었고, 앞에는 카드 리더기가 있었다.

저거 과자는 누군가한테 받았던걸로 기억함.

머리가 지끈거리는데도 가면서 핸드폰을 봤다.

봤던 것도 딱히 몰라도 되는 것들과 당장 필요하지 않은 것들.

해야 할 일이 있는데도 핸드폰을 놓지 못했다.

가다보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장마처럼 쏟아지지만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그렇게 많이 오지는 않는 듯.

어차피 이렇게 된거, 비를 맞고싶은것도 아니니까 어느정도 그칠때까지 버스안에 있기로 했다.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며 밖을 보는데 문득 생각했다.

어릴 적 하고싶었던 일 중 한가지가 바로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가보기.

한번 가보지 뭐. 설마 외국에서 하게 될 줄이야

마트를 발견해도 비가 억수로 쏟아지면 어쩌지 싶어 긴장했던 것도 풀렸다.

거기다 움직이던 도중 대형마트도 한 곳 발견했고 중간에 해도 떴음.

바닥에 닿을 것 같던 기분도 상당히 누그러졌다.

역시 사람은 해를 보고 살아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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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뜨기 전, 우울했던 날씨.



여느 일들이 그렇듯, 어릴 때 기대했던 " 종점 가기 " 도 크게 특별할 건 없었다.

기분이 좀 풀리긴 했는데 그건 종점 가기 보다는 해 뜬것 덕분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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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끝까지 쭉 향해서 차고지에 도착했다.

어렸을 땐 버스에서 내리지만 않는다면 계속 빙빙 돌거라고도 생각했었다.

꼭 끝나지 않는 회전목마처럼.

버스기사는 안 쉬냐

버스기사도 휴먼이야 휴먼

암튼 그렇게 2시간쯤 돌아 종점에 내렸다.

내려서 딱히 하려던 게 있던 건 아니었기에 그냥 걸었다.

버스를 타고 오며 보았던 반대 차선으로 걸으며 나오는 마트를 들렀다.

그래도 크게 마음에 드는 가격은 발견할 수 없어 사지는 않았다.

칼은 그 정도면 살만했는데 집에서 챙겨온 커터칼도 있고 일단 보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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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보니 날씨도 서서히 밝아지기 시작했다.

해야 할 일들을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후라이팬을 사고, 칼은 가격보고 생각해보자.

정 살만한 곳이 안보이면 아까 봤던 그곳으로 가보지 뭐.

내가 탔던 버스는 44X번. 반대차선에서 다시 타면 볼 수 있겠지.

가던 중 낙서가 되어있는 흔들의자가 있었다.

앉아서 흔들면서 앞으로 어떻게 지낼지 조금 생각하다 다시 출발했다.



어느정도 걷다가 다시 버스를 타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타려니 문제가 생겼다.

내가 어떤 버스를 탔었지......?

분명히 441번 아니면 449번 같은데 헷갈렸다.

정류장에서 노선도를 보며 읽어보려다가 포기하고 생각을 했다.

분명히 441 아니면 449 둘 중 하나다.

노선도의 문양을 살펴보니 둘은 종점이 다른 듯 했다.

그렇다면

449번.

느낌이 왔다. 449번이다.

449번을 탔다.

미친놈이 한끗에 오억을 태워?

제발



도착했다.

마트에.

다행히 제대로 탄 듯 했다. 아니면 그 마트가 겹치는 노선이었던가.

여하튼 집중해 주위를 살피다보니 그럭저럭 잘 내릴 수 있었다.

바로 옆에 큰 파란색 창으로 둘러쳐진 육교가 있어 알아보기는 쉬웠다.

마트는 생각보다 더, 훨씬 더 컸다.

입구부터 난생 처음보는 과일에 야채에 별게 다 있었다.

조그만 푸드코트같은 식당도 있고 사람도 많고 물건도 많고 여하튼 그랬음.

일단 꼭 사려고 했던 건 펜, 팬, 컵라면.

먼저 펜부터 사려고 돌아다녔다.

그런데 도저히 보이지가 않아서 일단 다른 것 먼저.

돌아다니다보니 닭다리같은? 그런데 그것보다는 훨씬 큰 바베큐구이가 있었다.

허벅다리 같은데 닭은 아닌 것 같고 칠면조인가?

모르겠다 그런데 먹고싶었다.

영화에서 바이킹이나 뱃사람들이 뜯는 것 같은 거대한 다리였다.

아 어떡하지 고민하다가 샀음.

그리고, 생고기도 있긴 했지만, 신기하게 훈제처럼 보이는 고기들을 많이 팔았다.

통으로 썰어 훈제한 뒤 향신료를 뿌려 밀봉한 것 같았는데 정말 신기했다.

그래서 이것도 고민하다가 한덩이 샀다.

그 외에는 밥 대신 먹을 콩 옥수수 통조림과 반찬용 연어 통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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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없으면 이렇게 손잡이 없는 캔 고를수도 있음 ;

간단식사용으로 냉동 볶음밥 (추정), 컵라면.

이 컵라면은 또 우리나라 팔도로 추정되는 회사 제품이 가장 많았다.

도시락면하고 완전 똑같은데 회사 이름도 팔도였음.

나중에 찾아보니 한국 팔도에서 만든 도시락면이 러시아에서 그렇게 잘나간다고 하더라.

김치하고 처음보는 맛하고 아예 다른 컵라면으로 1개.

생수는 아직 남아서 건너뛰고 간식용 와플과 영양보충용 파프리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유처럼 보이는 것 (우유 맞았음.) 까지 샀다.



그리고 생활용품으로는 일회용 그릇과 팬 펜. 거기에 비닐봉투까지 샀음.

펜은 번지지 않는 유성을 사고싶었는데 굵은 심 수성 딱 하나밖에 없었다.

그래도 있는게 어디야.

계산하고 마트를 나왔다.

봉지 1개로 다 담았는데 찢어질까봐 손잡이 잡고 밑에 받치면서 다녔다.

육교를 건너 내렸던 곳 반대편 정류장으로 ㄱㄱ.

다행히 버스에도 사람이 많이 없어 앉아서 갈 수 있었음.

앉고 조금 있으니 칠면조로 추정되는 다리에서 고소한 냄새가 났다.

아무래도 음식이라 냄새로 시비가 생길까 걱정되었다.

그래서 발 밑에 숨겼다.

다행히 별 문제없이 숙소로 돌아왔다.

그래도 어떻게 도착했다는게 신기하네.

숙소 바로 앞에는 널찍하게 공터처럼 주차장이 나 있었는데 경치가 정말 예뻤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시야에 걸리는게 없어서 그랬던 듯.

산 정상에서 올려다보는 것처럼 시야가 트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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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해서 산 것들 전부 모아서 한장.

맨 아래 빨간 원은 후라이팬임.

이거 찍고 일단 클렌징폼으로 손 씻고 칠면조 (추정) 부터 꺼냈다.

일부러 식지 말라고 내려서는 가슴에 품고 왔는데.. 식어있었다.

별 생각없이 그대로 전자렌지에 넣고 돌렸다.

고기가 워낙 커서 좀 오래 돌렸는데, 스티로폼에 닿은 부분의 기름이 자글자글 끓었다.

그러더니 살짝 녹아서 패였음 ;;;

거기다 랩도 쪼그라들었고.

솔직하게 2번정도 고민했다.

환경호르몬이 무정자증을 만든다고 했던 것 같은데..

그냥 먹기로 했다.

죽지만 않으면 되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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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만점 파프리카와 함께. jpg

잘 보면 오른쪽에 녹아서 뚫려있고 아래도 눌어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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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 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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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13000정도 했던 듯. 맛있었다.

살도 부들부들하고 양념 배인 껍질도 좋았음.

다 먹고 난 뒤엔 본격적인 식사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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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터칼로 전날 사두었던 통마늘을 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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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몰라 챙긴 허브솔트를 넣어 새 후라이팬 (뜨거운 물로 씻음.) 에 계란하고 볶았다.

팬 가장자리가 너무 낮아서 멋모르고 휘저으려다 다 흘릴 뻔 했음.

옆에는 아침에 반 남겨둔 정어리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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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입이라 잘 모르겠는데 확실하게 특유의 향이 있었다.

뭐라고 해야할지는 잘 모르겠는데, 더 진한 고소한? 산뜻한 그런 향이 있었음.

신기했다. 허브냄새 같기도 하고 치즈냄새 같기도 하고

요플레를 잘못산게 아닌가 싶었다 ;

직접 만들기도 한데다 나름 잘 챙겨먹어서 기분이 좋아졌다.

간단하게 정리를 하고 한바퀴 빙 둘러보며 영상을 찍고 일기를 썼다.

아 자르는 건 다 커터칼로 자름. 먹고 그릇 씻는 건 클렌징폼.

일회용기나 마늘망, 포크는 뭔가 쓸모있어보여 따로 모아두었다.

자는데 너무 추워서 근처 모포와 침대보까지 싹 모아오고 핫팩까지 터뜨렸다.

세상에 핫팩을 숙소에서 쓰게 될 줄이야.....


이날의 일기.


2000루블을 빼고 계산했어. 놀랐네. 정확히는 아니어도 얼추 맞는 계산이야.

현금만 있는만큼 가계부는 확실하게 정리하자.


오늘 어쩌다보니 버스타고 종점까지. 라는 목표를 달성했어. 굉장히 우울했는데 쇼핑해서 그런지 기분이 괜찮네.

그래도 이런식으로 덮어서는 안돼..


왜 우울했냐고?

어제부터 축 처져서 자신감도 없고 목표도 잃어버린 상태로 핸드폰만 보고 있었으니까.

" 이러면 안 되는데 " " 뭐라도 해야 하는데 " 라면서 아무것도 안한채로 시간만 보내니까, 차라리 집이었으면 싶은거지.


날씨도 우중충하고, 나가서 할것도 없고 (펜 없음) 이라며 핑계만 대니까 극도로 불안하고 뭐 하나 집중하지도 못하는거야.

당연한거지.

그 상태에서 비까지 오니까 그냥 안에서 쉬기라도 해야겠다 한게 어쩌다보니 종점까지 갔네.

잠시라도 해가 뜨니까 얼마다 기분이 좋던지.. 그리고 차안에서까지 핸드폰을 하니 얼마나 한심하던지..


도대체 내가 외면하고 싶은 결점이 뭐길래?

나약함. 줏대없음. 눈치. 그리고 이 모든것들이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막막함.

쇼핑으로 기분이 좀 풀리기는 했지만 이래서는 안돼.

언제까지나 이렇게 죽은 것처럼 무의미하게 살 수는 없어.


설마 전역하고서도 자는데 핫팩을 터뜨리게 될 줄이야 ㅋㅋㅋㅋ.


감사하자.

어제 lili에게, 호스텔을 혼자 쓸 수 있게 된 것에, 물건을 다 사지 않던 것에,

길을 알려준 아저씨에게, 팬을 빌려준 관리자에게.

또 오늘 비가 조금 왔음에, 내가 움직였음에, 마트를 발견한 449번이었음에,

정리할 수 있었음에, 다시 탄 것도 같은 449번이었음에.

무엇보다 살아있음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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