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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소금싸막. 그리고... 4

딥딥-검은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3.28 15:5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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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 24일.



어영부영 시간은 또 흘러가 달력을 찢게 되었고, 2019년의 10월이 되었다.

근로복지공단의 도움을 받아 취직을 했다.

싱겁게도 그렇게 흘러갔다.

같잖은 자존심으로,

아직 하지 않아서 그렇지 무능력하지 않다고 코웃음만 칠 뿐이었었기에.

일자리나 알선받을 사람은 아니라고 했어도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그나마 군필이란 것과 스물 둘이란 나이인 것 뿐.

당연한 일이고 결과였다.

취직을 하기 전까지 많은 걱정을 했다.

단순한 적응이나 업무를 떠나서, 쥐덫으로 걸어들어가는 쥐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

두려움? 막막함? 급류와도 같았고 말뚝과도 같은, 설명하기 힘든 거부감.

급류처럼 발을 들이는순간 걷잡을 수 없이 휩쓸려버릴 것 같았고

말뚝에 꽂힌 시체처럼 다 뜯어먹히기만을 기다리며 살아가게 될 것 같았다.

회사원 혹은 직장인. 그 이름의 무게.

어떠한 흐름처럼, 군필이 된다면 언젠가는 채워질 족쇄라고는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 다가올 줄은...

언제까지나 피하고 싶었다. 피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영화 속 주인공을 비껴가는 총알처럼 나만큼은 언제까지고 빗나갈 줄 알았다.

그럴 줄 알았다.



회사생활에 대한 걱정도 있긴 했다.

아예 배워본 적 없는 분야의 일이었던 것, 그리고 내 개인적인 문제들.

어쩌다보니, 일자리를 구해도 3개월을 넘기지 못했던 내가 과연..

친화력도 없는데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

시간이 남아돌고 썩어나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나인데

일까지 하게 된다면 할 수 있는게 있을까.

뭔가를 하고 있던 상황도 아니었지만, 새삼스레 멈춰진 것 같았다.

시간이 넘쳐나는 와중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것과

시간이 촉박해져 무엇도 하기 힘들어진 것의 차이.

내가 하지 않은 것과 남이 하지 못하게 한 것의 차이.

그런게 묵직하게 얹혀있었다.

지금에야 떠올릴수도 없는 사소하고 막연했던 것들.

그때서야 이미 22살이었지만, 정말 그랬었다.


그 길마저 끝나고 다시 돌아온다면, 정말로 더 이상은 도망칠 수 있는 곳이 없으리라.

군필의 22살은 이제 '평범하게' 살아가며 1년 3년 10년 20년을 필름 끊긴 사람처럼 뭐 했는지도 모른채로 흘려보내게 될 테지..

난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차라리 그러면 세계일주를 해 볼까? 라고도 몇 번이나 가볍게 생각했지만, 역시나 내가 쥔 알량한 무기력함과 안전을 잃기 무서워 난 침묵했다.


소금싸막 1.



다행히 일이라고 해도 크게 힘든 건 없었다.

오히려 상하차에 비하면 놀고먹는게 아닌가? 정말 월급이 나오기는 하는건가? 싶기도 했다.

일 자체도 어려운 일도 아니어서 배우려고만 한다면 금방 배울 수 있었고.

회사 생활에도 큰 문제는 없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자기 할 일만 한다면 딱히 문제삼지 않는 분위기였기 때문.

한가지 아쉬운게 있었다면 나이대가 맞지 않는다는 것.

20대 또래가 거의 없었다는 것 외에는 크게 신경쓰이는 일은 없었다.

처음 한달간은 정신없이 지나갔다.

정말 바쁜 시기에 들어가 제대로 배우지도 못하고 현장에 던져졌다.

심지어 나도 잘 모르는데 다른 사람들까지 지휘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하루하루 진이 빠질 정도로 돌아다녀도 제대로 끝나는 일 하나 없이 지나가곤 했다.

처음에는 일을 배우느라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했지만, 갈수록 회의감이 들었다.

부끄럽기도 하고.. 정말 낯짝이 뜨거웠다.

아직도? 라던 것.

변하겠다고, 혹은 더 나은 삶을 살아보겠다고 그 고생을 했으면서 아직 이런 모습이라니..

새삼스럽지만 떠났던 데엔, 그 첫 시작점들엔 나름의 의미가 있었다.

스스로 부끄럽지 않게 살도록 마음을 다잡거나 쌓여버린 열등감을 털어내는 것.

하지만 지금의 모습은 어떤가.

하루종일 발이 욱신거리게 뛰어다녀도 뭐 하나 제대로 끝내지 못하고

서울 한복판에서 손수레를 밀고 다니는 것에 대해서 누구보다 부끄러워하고 있지 않나

짐을 실으러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릴 땐 그냥 도망쳐버리고 싶었다.

사람들을 마주했을 때 도저히 당당할 수가 없어 그만두고 싶었다.



현실을 맞닥뜨린 열등감은 더 깊게 파고들었고

그럼에도 무엇 하나 바꿀 수 없을 듯 한 무능력함은 지독하게 외로웠다.

일의 힘듦 혹은 여유로움은 물론 상하차보다 좋은 조건이었다.

하지만 나보다 좋은 조건에서의 일자리 속에서 일하는 건 괴로운 조건이었다.

힘들었던 건 그런 정신적인 것들.

그 말고도 전반적인 분위기도 역시 받아들이기 힘든 것 중 하나였다.

무력감에 무감각해지는 분위기.

남는 시간이면 핸드폰만 들여다보며 적당히 시간만 때우는 듯한 그런 분위기.

결혼해서 이미 아이가 있는, 자취하며 곧 서른을 바라보는, 이 곳 말고는 갈 곳이 없는,

다양한 사람들의 사정과 그에 따른 표정들.

하지만 그럼에도 공통적인 침울함은 무엇보다 큰 회의감이었다.

오래 있고 싶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에겐 미안했지만 거쳐가는 디딤돌, 계단의 한 칸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뭐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굳어지고 싶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pt를 시작한 것도 그 즈음이었다.



끊어만 놓고 팔꿈치와 발목 상태로 인해서 미뤄두고 있던 pt를 시작했다.

당시에는 부끄러운 만큼 바뀌고 싶다는 생각 역시 강했기 때문에 의욕이 있었다.

출근해서 일하고 끝나고나선 운동.

처음에는 단순하게 강해지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갈수록 재미가 붙기 시작했다.

운동할때의 몰입감, 다음날의 근육통, 끝난 이후의 상쾌함.

거기에 카운터 보던 분.

어느 날이었나, 헬스장으로 가는 길에 편의점을 들렀다.

그리고 츄파춥스를 하나 사서 카운터 보던 분에게 건넸다.

고맙다고 하는 말에 몇일간을 웃으면서 다녔다.

프로틴 쉐이크도 구매하고 저녁엔 눕자마자 잠들고. 또 일어나면 상쾌한 그 기분.

보람차기도 했고.. 저녁즈음이 되면 운동할 생각에, 또 카운터에 인사할 생각에 기다려지기도 했다.

매일 눈 뜨는게 짜증나지 않았다.

근육이 조금씩 붙어가는게 눈에 보이기도 했고, 또 비교하는 생각 없이 집중해서 뿌듯하기도 했고.

스스로 생각해도 신기한 구간이다.

구름 하나 없이 맑은 기분이었다.



이렇게 써서 언제 끝내려고 하는건지 모르겠다.

도저히 써지지도 않고 어떻게 써야 하는건지도 모르겠다.

계속해서 잘 써야 한다고, 체계적으로 써야 한다고 되먹잖은 소리나 지껄이면서 제대로 쓰지도 않고 있다.

그냥, 어차피 작가도 아니고 뭣도 아닌데 굳이 형식이고 뭐고 지킬 필요가 뭐 있나.

몸에 맞지도 않는 수트 한번 걸치겠다고 염병떨지말고 편한 반바지나 입어야겠다.

있었던 일들 모두를 담을수는 없다.

거기다 모든 것 하나하나까지 기억나는 것도 아니고.

지금까지의 회사생활은 꽤 애매한 기억이다.

한편으로 줄이긴 꽤 길지만, 지금껏 1년 반 남짓동안 남은 것이라기엔 몇 없게 느껴지는..

대부분은 그냥 그랬다.

그냥저냥 학교 다니듯 의무적으로 움직이고 퇴근하고의 반복.

어떤 열정도 없이 들어간 곳이니 당연하다면 그러한 일이겠다만,

와중에도 한번씩은 움찔거리긴 했다.

깊이 잠들지 못한 상태에서, 이따금씩 경련처럼 움찔거리듯

꽉 막힌 일상에서도 바꾸겠다고 나름 시도하긴 했다.

하지만 모두가 잘 된 것은 아니었다. 대개는 좋지 못한 결과를 낳았다.



오븐을 사게 된 건 늦가을마저 끝나갈때쯤이었다.

그냥 어느 즈음, 질 좋은 단백질을 먹겠다고 미니 오븐을 샀다.

자주 가던 백반집이 고등어를 오븐으로 구워줬는데 그게 맛있어서 사게 되었다.

그런데 막상 받고나니 고등어보다는 쿠키를 굽는데 쓰게 되었다.

설마? 싶어서 해봤던게 생각보다 괜찮았던 것.

내친김에 이것저것 다른 것들도 만들어봤다.

간단한 케이크까지 해 먹을 정도.

솔직하게 말해야겠다.

지금까지도 고등어는 한번도 안 구워봤다.

그리고 쿠키 다음으로 만들었던, 카스타드나 치즈케잌같은 것들.

내가 먹으려고 한 것도 부모님께 드리려고 한 것도 아니다.

카운터 보던 분. 그 분한테 더 정성어린? 좋은 것을 건네주고 싶었다.



특별한, 기억에 남을만한 것. 혹은 괜찮아 보이는 것을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자연스럽게 시도해보는 것과 산 것들도 많아졌다.

개중에는 조급함에 직접 사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도 했다.

서울의 여러 시장들도 그 중 하나.

제과기구와 초콜릿을 사겠다고 돌아다니기도 하고 겸사겸사 구경도 하고..

그러다 어느 날.

무슨 생각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도 몇 마디 건네게 되었다.

물론 말도 떨고 목소리도 이상하고 그랬지만..

좋았다.

빵을 구울때면 번호를 물어보거나 데이트를 잡는 상상도 하곤 했다.

pt를 받으며 트레이너 형에게 떠보듯 어설프게 남자친구나 그런것도 물어보기도 하고..

내 기준에서의 빌드업을 차근차근 쌓았다.

사탕 - 쿠키 - 빵 - 대화 이런 식으로.

그리곤, 일상생활이 어느정도 차분해지자 생각도 달라지곤 했다.

바뀌었다고는 좀 그렇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의지도 의욕도 없이 붙어있기 급급했던 회사.

사소하지만 뭐라도 내 마음대로 한다는 사실이 그 생각마저 바꾸곤 한 것이다.

뭐라도 다 할 수 있을 거라고. 가볍다고 생각했다.

하루가 달라졌다.

지치고 진이 빠져도 퇴근길에 잠깐 눈만 붙히면 금세 회복되었다.

어차피 일인데 뭐. 하고 마무리만 지은 뒤 퇴근하면 끝인 것.

나중에 수습을 안 할 것도 아니고 오늘은 오늘 할 것까지만 끝낸다.

아 이렇게 걱정을 하지 않고도 살 수 있구나.

그러다보니 어느새 19년도 연말을 향하고 있었다.



서서히 희미해지다 어느 시점부터 잊혀졌던 이름.

J.

뜬금없이 연락이 온 건 아마 가슴이었나 어깨운동을 하려던 날로 기억한다.

다 끝내고 어슬렁대며 쉐이크를 타 근처 의자에 앉았다.

렛풀에 앉아서 스트레칭 하는 아줌마를 보다가 핸드폰을 들었다.

카톡이 와 있었다.

기대하지도 않았던 J의 연락.

당황스러웠다.

복잡할 것 같았던, 수없이 그려보고 바래봤던 그 상황이지만 놀라울 뿐이었다.

굳이 적어보자면 지하철에서 내리고서야 핸드폰을 놓고 온 사실을 안 느낌?

물론 잠깐동안,

아주 짧은 순간동안 예전 생각들이 스쳐가기도 했다.

제발 한번이라도 돌아와달라며 바닥을 굴러다녔던 순간부터 이것저것..

재밌게 연락하던 그 때로 돌아간 것 같기도 했다. 잠깐동안은.

하지만 그 이후로는 놀랍기만 했다.

이게 뭐지? 왜 온 거지?

목적이 뭐지?

남겨졌다면서 종일 누워있던 때엔 항상 바랬던 상황이었겠지.

하지만 막상 그렇게 되니 의심이 들었다.

목적이 뭘까.

다시 잘 되기를 바라는건가 아니면 그냥 연락한건가..

이유야 어쨌든 뿌듯하긴 했다.

물론 그럴리는 없겠지만,

조금 근육이 붙은 내 모습을 알고 연락한건가 싶기도 했다. 당연히 아니었지만.

별 것 없었다. 흔한 이야기들처럼 별 것 없는 말뿐이었다.

한편으로 다시 좋아하게 되는 건 아닐까 무섭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고....

여튼 복잡한 마음으로 진정하려 하며 연락을 이어갔다.

그리곤 그 저녁에 소금싸막 링크를 보냈다.

쪽팔리지만 당시의 내 기분을 꼭 말해주고 싶었기 때문.

어느 정도는 너 덕분에 이런 것도 쓸 수 있었다- 하는 마음도 있기는 했고.

아주 조금.



쪽팔리지만 이것도 말해야겠다.

감동해서 돌아오지 않을까? 싶었다.

내심 감동한 J가 미안해! 라며 돌아오는 것을 기대했었다.

그리곤, 그렇지 않더라도 무슨 반응을 할까 궁금하기도 했다.

당시에 내 기분을 쓴다고 썼긴 했지만 그게 남들에게도 느껴지는건가 알고 싶었다.

쓴다고 한게 전부 의미없는 줄글이나 뻘소리였던 건 아닌지..

그랬었다만 별 반응은 없었다.

넌 아직도 여전하구나 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다시 멀어지게 되었다.

다 제껴두고라도, 괜히 싱숭생숭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한때는 운명같은 게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ㅄ.

여하튼 나는 ㅄ같다 진짜.

그때는 그랬었다. 중요한 건 아니지만.

정작 중요한 건 다른 것이다.

대충 이 시점부터 운동도 강박에 휩싸이기 시작한 것이다.



더해서, 피하고 싶던 기억을 마주친것도 이 즈음이었다.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동시에 언젠가 강해진다면 꼭 떨쳐내고 싶던 기억.

처음 멀리서 봤을때는 설마 했다만 직감만큼은 정확했다.

그 때와는 많이 달라졌다만 난 알아볼 수 있었다.

더러운 기분이 들었다.

도망치고 싶던 그때의 기억만큼, 오히려 그때보다 더 불안해하는 내 모습이 역겨웠다.

나보다도 훨씬 강해진 모습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새삼스레 그때로부터 무엇이 변한건가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는 운동 그 자체가 재밌어 했던 것이었지만 점점 집착하기 시작했다.

닥치고 높은 무게, 높은 무게, 높은 무게...

어떻게 해서든 빨리 강해져야 한다.

최소한 저 모습을 눌러버릴 정도는 되어야 한다.

급한 마음만큼 자세는 개판이 되었다.

중량 혹은 갯수만 신경쓰다보니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갈수록 운동조차 하나의 부담감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초조함이 커질수록, 강박감이 무거워질수록 시작하기조차 겁났다.

설사 한다고 해도 주관없이 유투브나 돌아다니며 반찬 고르듯 깔짝거리기만 했다.

다급하게, 강박 섞인 초조함으로 하지도 못할 일들만을 다그치듯 쪼아댔다.

어떻게든 달라지지 않는다면 날 알아볼것만 같았다.

그 때로 돌아갈 것 같았다.

어쩌면 카운터에 내 얘기를 하는건 아닐까

그 전에 빨리....



웃긴 건 나를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는 것.

애초에 본인 운동 외에는 전혀 관심도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내 충격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하나의 조급증으로 남게 되었다.

무조건 빨리 중량도 올려야 하고, 억지로라도 더 빡빡하게 운동해야 한다.

최소한 지금보다는 강해져야 한다며 무리하게 운동했다.

조금씩 부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무릎을 굽힐 때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고 어깨와 팔꿈치는 다시 쑤시기 시작했다.

그래도 계속 했다.

오히려 근육통이라고 애써 무시하고 더 강도를 높이려고 했다.

당연하지만 제대로 될 리가 없지.

갈수록 중량도 널뛰고 아프기만 하니 패배감에 속이 메슥거렸다.

이것 하나조차도 제대로 못하는구나....

재밌다던 운동마저도 이렇게밖에 못하는거냐.

어쩌면 다른 무엇보다도 가장 혐오스러웠던 건

아직까지 오래된 일 하나 떨쳐내지 못하는 내 모습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변하지 않는 한심한 이야기.



그러다 카운터를 보던 분이 그만둔다는 것을 들었다.

다급하기도 하고 긴박하기도 한, 어줍잖은 기분이 들었다.

뭐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네.

뭐라도 말을 더 걸어봐야 한다, 번호라도 물어봐야 한다 하면서 긴박했지만

급한 건 내 마음뿐이었다.

오히려 신경쓰다보니 더 어떻게 말을 건네봐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럴 틈도 안 보이고..

도대체 인터넷에 나돌아다니는 얘기들은 무슨 판타지처럼 느껴졌다.

당연하게도 그런 내게 먼저 번호를 물어보았다... 같은 일이 생겨나지도 않았고.

트레이너형에게 도움을 청하듯 pt 내내 돌려말해보기도 했다.

어떻게 말 건네야 하냐고, 진짜 그만두냐고

그래도 형만 믿어 같은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

이건 어떻게든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인 것이다.



어떻게 말할건지는 제쳐두고 일단은 날부터 잡기로 했다.

여러 상황과 조건을 따져본 뒤, 이삿날을 잡는 것처럼 신중하게 날을 골랐다.

이 날은 이래서 저 날은 저래서 하다보니 쉽지는 않았지만

일단 정하고나니 마음은 가벼웠다.

그러나 막상 그 날에 가까워질수록 불안감은 커져갔다.

나를 어떻게 믿냐.

어떻게 말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제대로 말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혹시라도 말 걸러 갔다가 근처에 다른 사람이라도 있다면 그대로 스쳐갈게 뻔했다.

그런데 그렇게 미루다보면 퇴근시간이 될 텐데

어떡하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결국 음료수를 건네기로 했다.

깔끔하게 포스트잇을 붙혀서 건네고 오자. 어쭙잖게 말하는 것보다 훨씬 나을 듯.

사실은 날을 잡은것도 별 소용없는 일이었긴 했다.

그렇게 잡아놓고도 항상 음료수를 들고다니며 틈을 엿보았었기 때문.

겨울이었던지라 집에서 끓는 물에 담가 따듯하게 만든 뒤, 옷에 싸 갖고 다녔다.

헬스장에 들어서면서부터 나올때까지, 운동하면서도 내내 기회를 봤다.

물론 운동이라곤 해도 거의가 시간 때우기.

그렇게 몇 번을 덥히고 식힌 뒤에야 건넬 수 있었다.

손님들도 뜸해지고 카운터도 한산해진 시간, 그 순간의 기회에 건네고 뛰쳐나왔다.

뭐라고 썼는지는 기억도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날,

민망함에 희뿌옇던 미세먼지 속에서 뛰어다니던 것 만큼은 기억난다.

쿵쿵쿵쿵 뛰던 심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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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03 아난티 힐튼 부산(Ananti Hilton BUSAN) 1239(211.52) 22.12.28 177 1
28400 오우가 1234(211.52) 22.12.06 150 1
28399 약천사 1232(211.52) 22.12.02 172 1
28398 청라호수공원(드라마 '도깨비' 김고은, 공유 촬영 장소) 1229(211.52) 22.11.30 199 1
28397 구리타워 곤충생태관 1223(211.52) 22.11.27 153 1
28395 구리타워 1221(211.52) 22.11.24 153 1
28393 용주서원 1219(211.52) 22.11.19 143 1
28392 증산공원 1218(211.52) 22.11.18 15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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