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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소금싸막. 그리고... 5

딥딥-검은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4.12 01:49:02
조회 336 추천 0 댓글 0

2021년 4월 7일.



반전은 없었다.

다음날이, 또 주말이 끝나도록 연락은 오지 않았다.

그 다음주에나 만나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를 직접 들은 것으로 끝나게 되었다.

하긴 나 같아도...

그리곤 2020년을 맞았다.



2020이란 숫자엔 별 의미가 없었다.

당시엔 너무도 생각이 많아 휙휙 지나가버렸다.

그렇다면, 지금은 좀 다른가?

아니다. 오히려 그때보다 더 병신같아졌다면 모를까, 나아지지는 않았다.

지지부진하게만 남아버린 삼국지의 끝처럼.



뒷돈을 챙기는 황제, 그걸 대놓고 무시하는 신하, 지지부진한 형제다툼..

삼국지의 끝은 막장.

통일 진나라라는 말이 무색하게 막장으로 남게 된다.

지금 부끄러운 마음으로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처럼.

편도 하나 끊고 외국을 돌아다니거나

태풍오는 날에 산꼭대기에 올라간다거나

비오는 날 밤에 우비쓰고 묘지 앞으로 간다거나

어떻게든 뭐라도 바꿔보겠다고 하던 때와 비교한다면 너무나도 식상한 얘기밖에 남지 않았다.

누구보다 이해할 수 없었던 그 모습으로 살고있고

이젠 바꿀 생각조차 희미할 정도로 익숙해진.

또 뭘 해야할지도 몰라 지겨운 것들에나 매달리고 그마저 놓칠까 불안해하고

텅 빈듯한 하루하루에 뭐라도 채워야 할 것 같은 마음에 아무거나 쑤셔넣기만 하는 그런..

바닥에 납작 엎드려있는, 움직일 수 있는 능력마저 퇴화된 느낌이다.

아침은 피곤하고 점심은 지끈거리며 저녁은 무기력하다.

의미없는 일들만이 반복되는 건 알지만,

그 의미없는 것조차도 잘 맞물려있어 벗어날수도 없을 것만 같다.

꿈도 희망도 없다는 말에서 웃음기만 뺀 모습.

그런 생활의 연장선밖에 없음에 몇 번이고 쓰고 지우고를 반복했다.

나름 고생했다면 고생이라고 할 만한 20일간의 러시아. 또 그 밖의 것들.

하지만 정작 돌아온 이후는..

한심함과 멍청함의 끝을 달린다.



다짐이란건 너무도 쉽게 무너진다.

지킬 수 없는 목표부터 세워놓고 할거라고 다짐하는 모습은

꼭 끊어진 다이빙 줄을 테이프로 감아놓고 뛰어내리는 것과 같지 않을까 싶다.

한심하게 살지 않겠다. 혹은 멋있게 살겠다.

나도 뭔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느끼며 살아가겠다.

이런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을때는 지금과 너무도 달랐다.

우선, 그 때엔 연애나 여자에 대한 자랑만큼 한심해보이던 것도 없었다.

특히나 군대에서 늘어놓던 짝짓기에 가까운 무용담들.

핸드폰 케이스 갈듯 싫증나면 갈아끼우는 그런 모습이 과연 좋은걸까 싶었었다.

남는 것 없이 하루하루 그렇게 보내다보면 과연 뭐가 남는데?

나는 그렇게 살지 않을거다.

솔직하게 잘 모르겠지만 무의미하게 살지는 않을거다.

하지만 그 한편에는 의구심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면 뭘?

하고싶은 걸 하겠다고 말은 하는데, 그럼 뭘 할건데?

애초에 할 수 있는것도 없으면서 별 것 없는 글이나 끄적이는게 맞는건가

그렇다고 예술을 전공한 것도 다른 뭔가가 있는 것도 아니잖아.



그런 생각은 갈수록 짙어져갔다.

자기 전 야간연등시간에 토익 토플 혹은 재수준비를 하던 사람들,

그리고 기껏해야 일기나 끄적거리기밖에 되지 않는 나.

처음에야 부푼 마음으로 시작했더라도 실질적인 것 하나 낳지 못하던 것은 불안했다.

하지만 그 불안감에 시달리면서도 다른 것을 시작하기엔 너무 늦은거라 생각했다.

스스로도 설득하지 못하면서 무의미해보이는 것만을 하는 척 했다.

지금 뭘 하고 있는건데

행복한 삶? 뜬구름같은 소리다.

확신도 현실감각도 없는, 대답하기 애매해 뭉개버린 개소리에 불과하다.

행복이라는 내 다짐과 목표라는 주위의 노력들.

핸드폰을 터치해도 화면 안으로 들어갈수는 없다.

땅에 발을 딛고 살면서 보이지도 않는 것을 쫒겠다던 것은,

애초부터 서로 닿지 못하는 것이었다.

갈수록 하고있는 것과 실제로 그간 남은 것들은 틈새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문제집을 몇 번 돌리고 단어 몇 권을 떼던 사람들 사이에 난....

자신없는 건 둘째치고 갈수록 나아진다는 것마저 의문이었다.

글은 난잡해져만가고 그림은 제대로 그려보지도 않았고

하고싶다던 것도 못 찾았고..

벌어진 틈새에 생긴 불안감은 커져갔다.

그리고 어느 시점 어렴풋이 깨달았다.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흘려보냈던 그 말들.

재능도 뭣도 없다던 말이 맞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한번 포기한 것에 달려든다는것은 너무 무서웠다.

그렇게 어영부영 살다보니 전역을 했다.

집에 틀어박혀있다 러시아를 다녀오고 상하차를 하고, 발목이 부러진 뒤 다시 일자리를 가졌다.

그 과정에서 변한게 하나 있다면, 그건 내 자신이었다.



흔히들 탄소가 열과 압력을 받으면 다이아몬드가 된다고 한다.

이 경우에는 더 가치있는 모습으로 변했다 하겠지만 나는 아니었다.

현실과 현실감각의 틈새는 하나의 주저앉은 구멍으로 변했다.

공허하다는 말처럼 무엇을 해야할지도 모르겠는, 뭘 해도 뚫려있는 구멍이 된 것이다.

행복?

말하기 전 고민할만한 직업을 갖고있는게?

뭐 하나 잘 하는것도 잘 하고싶은것도 없이 사는게?

밤마다 예전 생각이나 하다가, 핸드폰이나 보다 쓰러지듯 자는게?

그럴리가 없지.

엎치락뒤치락 하던 생각들은 엉킨 실묶음처럼 풀려지지가 않았다.

그러다 먹혀버리듯 사로잡히게된건 3월마저 셋째주를 향하던 무렵.

유난스럽던 부상 걱정이 더 심해진 무렵이었다.

운동을 하면서도 의심했다.

제대로 하고 있는건가? 더 할 수 있는건데 못한다고 생각하니까 안되는건가..

또 이러다가 정말 크게 다치는 건 아닌가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새로 온 카운터분한테 관심이 생겼기도 했고.

여러모로 마음만 붕 떠있었다.

전보다 조금 나아졌다고 생긴 꼴값인지 말도 걸어보고 싶었고 같이 얘기해보고도 싶었다.

그리곤 뭐...



그리곤 그 뒤의 어느 저녁.

눈치없던 난 부담스럽단 말 자체를 직접 듣고서야 과자 굽기를 그만두게 되었다.

pc방에서 밤을 샌 뒤에야 집에 들어가 잘 수 있었다.

이후로는 헬스장도 가지 않게 되었다.

미안하기도 했고 부끄럽기도 했고..

이후로는 정신차려야겠다며 며칠 집에 있다가도 다시 PC방에서 밤을 새는게 반복되었다.

그것도 아니면 하루종일 뭐라도 해야한다며 불안해하다 퇴근해서 핸드폰이나 보는게 고작이었고.

때때로는 팔굽혀펴기와 달리기라도 해야겠다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며칠 하는게 고작이었고,

한다고 해도 어깨와 발이 아파서 금세 그만두곤 했다.

몇 번 다른 사람들을 만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고 좋게 끝나지도 않았다.

무엇보다도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는 상태에서 만난다는 것 자체가 제대로 끝날 리 없는 일이었고.

가뜩이나 주관도 자신도 없는 상태에 꼴보기 싫을 정도로 의존하니..

당연한 일이지 뭐.

생각은 하고 있었다.

이러면 안된다던지, 억지로라도 멈춰서 한숨 돌려야 한다던지 그런 건.

하지만 쉽지가 않았다.

잠시라도 혼자 있게되면 큰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불안함과 초조함에 휩싸였다.

계속해서 생각을 돌려낼 무언가 혹은 누군가가 필요했고,

와중에 쓰레기같은 일도 저질렀다.



가장 이해되지 않았던 건

군대에서도 내내 혼자 다녔었는데 이제와서 뭐가 힘들다고 이러는거지? 싶던 것이다.

뭘 해도 누군가와 함께 있어야 할 것만 같았고, 남들이 알아야만 할 것 같았다.

그러다보니 점점 핸드폰에 매달리게 되었고, 이윽고는 집착하게 되었다.

당연하게도 일상이 이런 꼴이 되어버리니 직장에서도 문제가 생겼다.

집중을 못하고 실수도 잦아지고 그럴수록 주눅들고..

언젠가부터 다시 직장이 버티는 곳으로 변했다.

하루하루가 무겁게 짓눌렀고 기억나지도 않게 스쳐갔다.

그럴수록 더 기적같은 뭔가를 바랬다.

바뀐다는 건 말도 안되는 일처럼 무거웠지만 시간은 거짓말처럼 빨리 흘렀다.

제대로 잡히는 것 없이 현실감각과 현실 사이의 골만 깊어져 숨이 막혔다.

이따금는 꿈을 꾸었다.

지나간 20살, 고등학교, 군대, 러시아처럼 지난 일들이 찌그러지듯 바뀌어 떠올랐다.

어떤 건 좋았고 또 어떤 건 불쾌했다. 속이 메슥거리는 것도 있었다.

지난 일들 하나하나가 죄책감처럼 얹혔고 포기한 일들도 목줄처럼 몸을 묶었다.

살쪄 둔해지는 것처럼 정신도 부담감이 얹혀 둔탁해져갔다.

눈을 뜨면 감옥으로 끌려가는 것처럼 긴 하루가 불안했고

퇴근하면 다음날이 도살장처럼 무섭게만 느껴져 방에 틀어박혀있기도 했다.



특히나 주말이 끝나갈 즈음.

불가능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돌아가기만을 바랬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낸 시간들, 해야 한다고 걱정만 한 시간들.

더 넘어서 ' 언젠가 ' 행복했던 어느 시점.

막상 생각해보면 그 언젠가도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그냥 남의 것이 더 커보이듯 지금보다 나았을거란 억지였을 뿐.

이것조차도 핑계에 불과하다.

불가능한 일에 집착하는 것 자체가 탓을 할 무언가를 만드는 일일 뿐이다.

그럼에도 그 핑곗거리를 떨쳐낼 수가 없었다.

차라리 러시아에서처럼 떨쳐낼수밖에 없던 환경이었다면 달랐겠지.

하지만 나는 비겁했다.

오히려 받아줄 사람이 있는 상황이라고 보란듯 우울감에 빠졌다.

내가 이렇게 우울한건 관심을 가져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남 탓을 하는 꼴이었다.

비열하기 짝이 없다.

간에 다시 달리기라도 해야겠다며 운동을 시작하기도 했지만 또 금세 끝났다.

문득 뭐라도 쓰고 싶다고 생각했던 건 6월을 앞둔 시점이었다.



한창 퇴근 후 pc방에 새벽까지 박혀있다 출근하곤 하던 중,

다르게 말하자면 이센스의 노래에 빠져있던 쯤이었다.

야근하고 10시쯤이 되어 한강을 건너 집으로 오던 길에서 울렁임을 느꼈다.

이센스의 real thing을, 밤의 한강을, 지금 이 느낌을 담아내고 싶었다.

사진기로 풍경을 찍는 것처럼

글로 이 알 수 없는 감정을 적어놓고 싶었다.

어떻게 써야하나 쓰고 지우고 하다가 문갤에 리얼 띵을 적었다.

알쏭달쏭한 느낌을 몇 단어로 옮겨놓는, 감정이란 것을 담아내는 것.

오래되어 헤져버린 그 느낌.

얼마나 오랜만에 마음놓고 편했는지 모른다.

이후로 정말 오랜만에 하고싶다는 생각만으로 몇 개를 더 끄적거리게 되었다.



조금 더 있다가는 달리기도 시작했다.

최소한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라도 한다면 뭐라도 달라지겠지

많은 걸 바라는 것도 아니다. 최소한 체력이라도 길러놓자..

피곤해서 그 이상으로 가지는 못했다만 거의 2주간을 뛰었다.

또 화분에 꽂히기도 했다.

갑자기 뭔가를 키워보고 싶어서 로즈마리나 페퍼민트를 기르기도 했다.

비록 별 것은 아니었지만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오픈채팅방도 몇 번 들어갔었다.

인싸까지는 아니어도 매일 사람들과 얘기하는 것,

아니면 이따금씩 단체로 모여서 밥먹는건 어떤 기분일지 궁금했다.

잘 되지는 않았다. 여자였다면 달랐겠지만.

굉장히 살벌하고 암묵적인 곳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창 아마존처럼 스콜같은 장마가 쏟아질 즈음엔 삼국지를 접하게 되었다.



계기랄것도 없었다.

우연하게 보게 된 침착맨 삼국지가 너무 재밌어서 책까지 읽어보고 싶었을 뿐.

이윽고는 이문열 평역본을 사고 월탄 삼국지도 읽고 초한지까지 넘어갔다.

대충은 알고있었지만 한번쯤은 제대로 읽어보고 싶기도 했고..

이렇게 긴 책을 읽고나면 뭔가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었다.

초한지까지 읽고나서는 중고책 자체에 관심이 생겼다.

어차피 퇴근하고 또 주말에 하는것도 없는데 뭐.

그렇게 청계천 헌책방도 둘러보고 근처 포장마차에서 짜장면도 사먹었었다.

피곤하긴 했어도 소소하게 느껴지는 만족감.

사실 책을 산 것도 있지만, 돌아다니던 것 자체로도 좋았었다.

따릉이 최고.



그러다 11월이 되어선 다시 바닥까지 가라앉았다.

극도로 가라앉아 방문 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무섭게만 느껴졌다.

운동이라고 했던 건 통증과 부상으로 돌아오고, 일기엔 거짓말만 더부룩히 쌓여갔다.

할 수 있는거라곤 열등감에 시달리면서 애써 모른척하는 것 뿐.

와중에 집에서는 갈수록 무표정해졌다.

밖에서는, 또 남에게는 멍청할만큼 잘 웃으면서도 부모님한테는 무뚝뚝해져갔다.

그게 역겨웠다.


극도로 바닥까지 내려갔어. 당장 방문을 열고 나가는 것조차 무서워.

점점 사라져가는 근육들도, 쌓여가는 일기와 일지.

시간들도, 또 아픈것만 같은 어깨도

지독하게 고립되있는 기분도, 기약없는 앞날도,

한다고 던져놓기만 한 모든게 짓눌러.

더러워. 흘끗거리며 남들을 훔쳐보는게.

운동을 한다는 것도 그저 남들에게 보여지고 싶어서라는게 역겨워.

조금 있으면서, 그나마도 갉아먹으면서 뭐라도 된 것처럼 설치는게.

살아있는 기분을 느꼈던, 열정에 넘쳐 생기있던 순간마저 거짓말같아.

무엇보다 부모님께 점점 무뚝뚝해지는게 너무 좆같아서 견딜 수 없어.

뭐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어느것도 하고 있지 않아.

항상 똑같은 말. 말뿐야.

변하는게 없어.

어차피 이래놓고 읽지도 않을거.


10월 26일 일기



장마철에 역류하는 하수구처럼 숨막히는 것들을 게워낸 건 라디오헤드 덕분이었다.

목구멍 아래까지 울렁이던 것들을 썼다.

재밌었다.

행복한 기분으로 쓴 건 아니었지만 쓰고나면 만족스러웠다.

유투브와 브금저장소를 돌아다니며 들리는대로 쓰고 자는게 일상이 되었다.

퇴근할때면 뭘 쓸까 조금 기대되기도 하고

새벽녘에 새까만 창문을 보면서 단어를 더듬다보면 차분하게 가라앉기도 했다.

하지만 또 다시 쓰레기같은 짓을 저지른것도 이쯤이었다.

자세히 말할수는 없지만 그 여파로 다시 한동안 쳐박히게 된다.

동시에 취미처럼 쓰기 시작했던 글쓰기도 회의감을 느끼게 되었다.

여행기도 마무리짓지 않고 쓰기는 뭘... 도대체 언제나 끝내려고 그러는지...

이것저것 다 미뤄두고, 이러다가 여행기는 어떻게 할 건데?

1년하고도 반년 가까이 지난 일이어서 기억도 희미해지고 재미도 없고 질질 늘어지기만 하고..

이대로 쓰는게 의미는 있는건가?

도대체 뭘 하고 있는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어떻게든 꼭 마무리짓고 싶다.



그렇게 맞은 12월.

일기도 촘촘하게 쓰고 운동도 해보자.

오히려 초조함은 잠시 미뤄둘 수 있었다.

쓰다가 풀리지 않아 접기도 수없었지만, 또 그만큼 다시 붙잡을 수 있던 만큼.

더불어 20년의 마지막. 조금은 기분을 내보려 했다.

물론 한번에 다 던져버릴수는 없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사소한 일들이라도 조금씩은 나아지는 것 같았다.

본편의 속도도 지지부진했지만 기분만은 괜찮았다.

생각나는 것부터, 하나씩이라도 계속 잡고 있었으니.

나아가 연말은 곧 2가지 의미가 되었다.

올해의 마지막이니 뭐라도 해야 한다는 계기였던 동시에

이제 곧 24살인데 뭘 해온건가라는 후회..

20대의 중반이라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았다.

나의 20대, 그 초반은 이제 곧 끝난다.

과연 무엇을 남기고..


34.

어느덧 찾아온 스물 넷.

큰 수술을 앞둔 사람처럼, 아직 믿기지 않는 내 나이 스물 넷.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친구들과 자신을 꾸며가는 또래를 본다.

덜컥하고 꽉 맞춰진 건축물처럼 숨이 막힌다.

나는 아직이란 말밖에 하지 못했는데.

떨리는 손으로 서있는동안 모두가 나를 파 묻는듯한 느낌이 든다.

내 자신에 대한 형벌로 간신히 입과 코만 내어진채로 살아서 파묻히는 것 같다.

죄목은 무책임과 게으름, 우유뷰단함.

올해의 마지막 장을 보며

쓸모없는 숫자일 뿐이라고, 또 이제는 뭐라도 해 놓았어야 하는 20대의 중반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연말마다 가만히 있는 제야의 종을 두들기는 것처럼

불쑥 찾아온 12월이 내 마음을 사정없이 두들긴다.


소금싸막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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