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세상은 언제나 나보다 앞서있다.

굳이 따지자면 다섯 발자국쯤.

개인 방송과 접을 수 있는 휴대폰., 사람을 뛰어넘은 인공지능까지.

물론 착실하게 쌓여왔겠지만 내게는 어느 순간 하늘에서 떨어진 운석과도 같은 느낌이다.

아니면 내가 운석처럼 혼자 미래에 떨어졌든지.

새삼, 이라고 할 만큼 돌아보면 많은 것들이 변해있다는 말.

당연하게 생각했던, 말뚝과도 같던 직업의 개념도 이젠 꽤 자유로워진 것처럼,

취미와 직업에 관해서도 예전과는 한참 달라진 것 같다.

하고싶은 일. 취미로도 돈을 벌 수 있다고 한다.

아날로그라는 말을 신권 5만원 지폐로 사는 것처럼.

32.

난 내 글 안에서만큼은 살아남고싶다.

투박하고 다듬어지지 않은 글이라고 해도, 적어도 " 진짜 " 글을 쓰고 싶다.

잉위와의 인터뷰에서 나왔던 말처럼

내용은 알지 못해도 느껴지는, 날 것 그대로의 뭔가가 있는 글을 쓰고 싶다.

더 잘 써야한다고 생각했을 무렵. 혹은 잘 쓴다고 들었을 무렵.

언제라고 확실하게 말할수는 없겠지만,

단순한 취미에서 시작했지만 거기에 다른 살덩어리를 붙히기 시작할 쯤.

그때부터 기교에만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내용물이 부서지건 말건 형식만 쫒는 꼴이 된 것이다.

저질 공산품처럼 찍어내는 글은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다.

33.

무기력함과 비루함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첫번째와 마지막 사이 어딘가의 시도.

매번 실패할 때마다 역시나 라며 비릿한 맛을 느낀다.

실패할 것 같을 때마다 이번에도 라며 비굴함에 눌린다.

뒤져버린, 수많은 내 시체들이 나를 따라옴에 초조하기만 하다.

그 비굴하고 한심한, 역겨운 모습들의 행진에 두려움을 느낀다.

그럼에도 나는 살아있다.

그 기괴한 모습들에서 죽지 않는 법을 배워간다.

필요한 것은 여유.

맑은 날에 유럽풍 발코니에서 차를 마시는 것처럼,

억지로라도 여유를 가져야 한다.

죽은 것은 숨쉬지 못하지만 살아있는 것은 숨쉴 수 있다.

언제고 짐들을 덜어낸다면 성불토록 염해주는 것.

그거면 충분할테다.

34.

모든 것은 의미가 없다.

다만 경험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