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꼬마횽이다.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해볼까나 생각하다가
볼트 기사 이후로 나름 훈훈해지고 있는 하이브리드, 전기차 관련 잡썰을 풀어보려 해.
내 전문 분야가 아니니만큼, 그냥 업계에서 접할 수 있는 논문이나 보고서 등에서 접한 정보들을 바탕으로 쓰는 것임.

(전자부품연구원과 자동차산업학회, 삼성경제연구소 등등.. 보고서 등에서 본 내용들.)

1. 전기차 대중화에 가장 장애물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

제도적 준비의 미비? 별로 중요한 내용이 아냐.
제대로 된 전기차가 없어서 제도가 안만들어지고 있는 게 훨씬 더 커.
각종 법규니 제도니 만들려면 어느정도의 기준이 서야 하잖아. 제대로 된 전기차 자체가 없으니 기준을 못 잡는거야.

정유업계니 공화당이니 MB니 하는 각종 음모론? 말 그대로 허무맹랑한 음모론일 뿐.
오일마켓 먹이사슬의 최상위 꼭대기를 차지한 미국에서, 하이브리드-전기차 관련 지원금이 가장 많다는 사실만 봐도
이 의심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것인지를 알 수 있어.
미국뿐만이 아니지. 다른 각국 정부에서 이런 친환경차 개발에 굉장히 열성적으로 달려들고 있어.
뭔가 하나 획기적인 건져내서 특허내고 라이센스장벽 쳐 버리면 기름판매와 맞먹을 만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시장이니까.

결국 전기차 대중화에 가장 큰 걸림돌 요소는
그놈의 기술이야. 기술이 딸려서 못 나오는 거지.

2. 어떤 기술이 문젠데?
일단 뭐 여러가지 문제가 되는 부분들이 있어. 그리고 그 모든 문제들이 가격과 직결되지.
충전 수명, 충전소요시간, 1회충전시 항속가능한 거리.

이해를 돕기 위해 이번에 나온 미쓰비시 아이미브의 예를 들어 이야기를 풀어보자.

자 처음으로 전지의 수명.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포함.)의 경우 이 충방전사이클수명이 현재 기술로는 1000회 정도에 그친다는 점.
매일 충방전을 반복할 때, 3년이면 사이클수명을 다한다는 말이고..
항속거리를 풀로 다 채우고 다시 풀충전하는 식으로 \'매우 이상적\'으로 사용할 경우에도 12만~13만km 정도면 끝.
그 때 가서 갈면 되지? 할까봐 말하는데... 이 전지 존나 비싸. 가격은 나중에 따로 이야기할께.

아이미브를 1회 충전시키는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풀 충전한다는 가정하에, 일본식 110V 전원으로는 대략 13시간, 220V전원으로는 대략 7시간이 걸린다.
(전용 충전 그리드망+기기를 이용할 경우, 30분에 80%수준을 충전할 수 있으나..  아직 일본 이외의 도시에서 이용이 불가능할 뿐더러...
 서울-부산 내려가려면 중간에 세번은 충전을 해야하는데, 충전에만 한시간반을 소요하게 되는 거거든.)
3분만에 풀충전가능한 전지가 나왔다고? 전기차같은 대용량 전지에서 현실적으로 구현 가능한 성능도 아닐 뿐더러..
가장 중요한 문제가 남아 있지. \'그래서 그 전지가 얼만데?

1회 충전시 항속거리. 마티즈만한 좀만한 아이미브의 1회 충전 항속거리는 일본식 연비주행모드에서 160km.
실제로는 120~130km 정도가 한계 항속거리라고 생각해야겠지?

자... 이런 아이미브의 판매가격이 일본에서 460만엔이야. 프리우스(206만엔)를 두대 사고도 남는 돈이지.
한국에 시판한다면 제네시스380풀옵보다 더 비싼 차야.
차체는 마티즈만하고, 전기차 특성상 변속기 등의 복잡한 부품이 빠져도 되는데 왜 그렇게 비쌀까?

아이미브에 달린 2차전지 용량을 보면 답을 알 수 있어.

아이미브에 달린 배터리 용량은 16kWh로... 이건 프리우스의 12배. 인사이트의 27배 정도의 용량이야.
(엔진 없이 모터로만 가야 하니까 아무리 차가 작아도 어마어마한 배터리용량이 필요할 수 밖에 없지.)
kWh 당 제조코스트를 역산하여 추정한 이 전지의 가격은 대략 200만엔 이상.
차후에 규모의 경제 등 가격을 낮출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무시무시무시무시무시하게 비싼 가격이지.

배터리 기술이 발전되면 되지 않겠느냐고?
배터리라는게 전기차에서만 주목받는 아이템도 아니고...
각종 전자기기들에서의 필요성에 의해 지난 몇십년 동안 계속 개발되어 온 아이템이야.

지금 나온 배터리 수준이 사실상.. 20세기 말에 나온 배터리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어.
휴대폰 배터리를 봐. 1999년이나 2009년이나 풀충전 후 하루 빡세게 쓰면 거의 없어지는건 매한가지지.
약간 슬림해지긴 했지만 가격도 그닥 많이 안내려갔어.
앞으로도 그 수준이 반도체 집적도 올라가듯 폭발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아이템은 아니란 거지.

3. 그래서 앞으로의 대세는?
도요타 방식의 풀 하이브리드? 인사이트같은 마일드 하이브리드?
그것도 아니면 볼트류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미쓰비시 아이미브같은 풀타임 전기차?

업계에서 생각하는 가장 유망한 대세는
당분간은 마일드 하이브리드 방식이다.
그 절대적인 이유는 바로 무시무시한 전지의 성능과 가격 때문이고.

인사이트나 시빅 하이브리드에 사용된 마일드 하이브리드의 경우,
모터가 엔진축과 직결로 묶여 있고, 충전용 모터가 따로 없어서
도요타 프리우스등의 풀하이브리드에 비해 연비개선 효과가 낮다는 건 다 알고 있지?

하지만 전지성능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서, 제조코스트에서의 잇점이 가장 커.
이게 어마어마한 장점이 되거든. 차 값 자체도 싸지고.. 사고나 수명완료로 인한 배터리 교체비용도 싸고.

현재로써는 프리우스가 워낙 성공해서 전체 하이브리드 차량 중 풀 하이브리드의 비율이 높긴 한데,
얼마 안가 마일드 하이브리드가 이 비율을 뛰어넘을 거라고 예측하고 있지.
하이브리드로 인한 추가비용을 최소화한 채로, 당장 이메이커 저메이커 뛰어들 수 있으니까.

어차피 향후 30여년 동안이 하이브리드차들의 세대라고 보고 있어.
전기차는 아직까지는 상징성과 메이커 이미지를 위한 노력이지, 대중화되긴 힘든 상황이니까.

4. 그렇다면 현재로써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에 관한 한 누가 No.1 일까?
일본. 일본이 현재로써는 No.1이고.
미국역시 이를 인정하고 있어. 정부-업체 둘다 공히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지.
당분간 깨질 만한 구도도 아니고. 그 뒤를 여러업체들이 줄줄이 따르는 형식이 되겠지.
위에서도 말했듯, 이제야 겨우 하이브리드 시대의 서막이야. 전기차는 아직도 좀 여러가지 난점들이 있고.

참고로, 미국의 경우에는 전기자동차 자체의 성능보다는
전동구동차의 인프라, 산업표준, 스마트그리드(충전망) 등의 표준화 사업에 더 주력하고 있어.

하이브리드가 됐건, 전기차가 됐건 앞으로 자동차의 구동에 더 많은 전기가 쓰여지는건 자명한 사실이고
지금마냥 군웅할거의 모양이 아닌, 어느정도의 표준화가 필요한 상황이 분명 닥칠테니까.

먼 미래, 전기차가 대중화되어서 충전소를 만드는데 현대차는 이 플러그 쓰고, 도요타차는 저 플러그 쓰고,
GM은 몇V 장비 쓰고, 벤츠는 또 특별한 무언가가 필요하고... 
전기차를 정비해야 되는데, 이차에는 이러이러한 장치가 여기에 달렸는데, 저차에는 저러저러한 장치가 뒤에 달려있고..
이럴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MS가 OS를 독점해서 미친듯이 돈을 끌어모으듯, 이런 표준화에서 선도지점을 잡아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데 집중하는 거지.

5. 요악은?
전기차.. 아직은 그냥 좀 그렇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