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꼬마횽이다.

라프(또는 라프디)에 SESC가 필요한가? 라는 현 대우갤의 작은 떡밥을 물어주러 왔다.

내 개인적인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지간하면 달아라\' 다.



1. 김기태PD의 \'필요없다\' 썰의 배경.
김기태 PD 시승동영상 보면, 항상 구불구불한 내리막 산길에서 와인딩을 하며 차를 평가한다.
그리고 항상 ESC는 끄지. ESC를 끄는 이유가 뭘까?

아웃-인-아웃의 한 코너 CP를 지나고나서 코너탈출 시에 핸들을 돌려서 경로를 맞출까? 아니지.
와인딩 좀 해본 양반들이라면 다 알거야.
전륜차니, 저 상황에서는 핸들은 코너인사이드방향으로 보타를 하면서 가속페달을 밟아서 차를 의도적으로 언더스티어하게 만들어서 코너를 빠져나가거든.
언더스티어가 뭐냐? 이미 타이어-노면간의 한계를 꽉 채웠다는 뜻이야. (끼이이익~) 노면한계를 꽉 채워야 코너탈출 시 최대속도를 얻을 수 있거든.

그런데 ESC는 이 차량이 노면한계를 넘어서는 걸 허용하지 않지. 엔진출력을 줄이라는 명령을 내보낸다.
결국 재가속에 어느정도 손해를 본다는 거지. 차량의 베이스 성능을 끝까지 못낸다는 것. 그래서 김기태PD가 이걸 끄는거지. ㅋ
(ESC는 브레이크 뿐만 아니라, 엔진출력 역시 제어한다. 차량이 한계지점에 도달하면 엔진출력을 일반적으로 감소시킨다. 악셀을 풀로 밟는다 해도.)


문제는 동영상처럼 깔끔하게 포장된 아스팔트 길에서 와인딩 백날 해봐야,
전륜차로 오버스티어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기서 ESC 들어오는 거 죄다 언더스티어 대응 제어다. (특히 엔진출력 줄이는 거)

저 길에서 하는 차량 평가 자체가
오버스티어시 차량거동을 평가하기에는 적합한 모드가 아니라는 거지.



2. 오버스티어 확인은 해 봤니?
저런 와인딩로드에서 전륜차의 오버스티어 발생확율이 매우 낮다면,
그럼 어떤 상황에서 오버스티어가 생기냐는 의문이 들겠지?

가장 흔한 모드는 \'급차선변경\' 이나 \'장애물 회피\'.
전륜차라 하더라도 스티어링 속도만으로 언더냐 오버냐가 바뀐다.
스티어링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프론트쪽 무게에 의한 관성이 심해져서 차가 오버스티어로 갈 확율이 높아진다.
스티어링 속도가 느리더라도 노면이 미끄러우면 오버스티어 확율이 확 높아지고.

자 그럼, 언더스티어 잡기가 쉬울까. 오버스티어 잡기가 쉬울까.
언더스티어는 악셀에서 발만 떼면 비교적 효과적으로 잡을 수 있다. 아스팔트에서는 더더욱.
오버스티어는 \'적당량의 악셀을 밟아주면서, 적당한 타이밍에, 적당량의 카운터스티어\'를 해 줘야 비교적 효과적으로 잡힌다.

어떤게 더 어려워 보여?
최근 유럽차들 보면 Fun driving이 강조되면서 요새는 ESC달린차도 언더 대응 제어는 점점 옅어져. 발 떼면 되니까.
하지만 오버 대응 제어만큼은 끝까지 신경쓰지. 일반 운전자들이 대처하기 어렵거든.




3. \'오버스티어는 언제 확인했써?\'를 떠나, 제일 중요한 헛점.
ESC 자체는 타이어-노면간의 한계접지력을 넘어설 때 작동하는 장치잖아.
베이스가 튼튼한 라프라고 저 한계접지력이라는게 항상 높아서 안전할까?

절대 아냐.

비오면 노면한계 당연히 떨어지고,
눈오면 베이스 같은거 상관도 없을 정도로 확 떨어지고,
   (눈길에선 베이스 영향성 거의 없다. 타이어가 차량성능의 9할을 지배하지. 참고로 아스팔트 접지력 좋은 타이어들이 대부분 눈길에서는 좆망이란건 알지?)
타이어 닳으면 당연히 떨어지고,
코너중에 노면상황 안좋으면 (움푹 들어가거나, 불룩 솟거나, 모래 깔려있거나... 등등) 당연히 접지력손실 발생하니까 또 떨어지고,
사람이랑 짐이랑 실었는데 하필 한쪽에 무게 쏠리면 떨어지고,
스키캐리어니 뭐니 루프쪽에 실었다가 무게중심 올라가면 떨어지고,
길가다가 지하철 공사구간 철제 복공판 위로 올라가면 이건 뭐 눈길이나 다름없고 (비내린 복공판 존나 위험해. 무조건 사전에 감속!)
타이어 공기압 빠지거나 해서 밸런스 깨져도 떨어지고.
차 오래되서 얼라인먼트 틀어지면 또 떨어지고.

저 모든 상황에서 ESC는 어찌됐건 간에 존나 열심히 \'돕는다\'. 효과도 상당히 크고.

사실 공공도로에서 미친듯이 개양아치 운전하는 놈이 아닌 이상에는, 베이스 후진 차라 하더라도 정상적인 아스팔트에서 ESC 들어올 일은 거의 없어. (특히 오버스티어는 더.)

다 위와 같은 상황에 쓰라고 ESC 다는거지.




결론.
김기태PD도 물론 차 많이 타보긴 했겠지만,
적어도 내가 보기에 \'ESC 없어도 뭐 무방하겠다\' 라는 기태PD의 평가자체는
한정적인 노면, 한정적인 평가모드에서 내린 섣부른 결론이라고 봐.
베이스에 대한 칭찬이 약간 과해서 오버된 표현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기자라면 오해가 될 수 있는 표현은 피해야 하는 게 맞고.

차량 베이스가 좋은것과 ESC는 별개야.
베이스가 안정성에 영향이 없는 건 아니지만 베이스는 \'fun driving\' 에 더 촛점이 맞춰져있어.
Safety 측면에서는 \'베이스는 후지지만 ESC달린 복어아방 > 베이스는 좋지만 ESC없는 라프\' 가 더 맞는 말이고.
(실제로 컨슈머리포트나 기타 법규시험같은거 보면 평가 결과가 그래.)

베이스가 탄탄하니 ESC가 필요없겠다?
베이스가 몇배는 더 탄탄한 포르쉐, 페라리는 미쳤다고 ESC를 달까? 걔들은 미드쉽 후륜 아니냐고?
아우디는 베이스가 허접해서 ESC를 달까? (아우디하면 콰트로 떠올리는 사람 많지만, 정작 유럽에서는 A4/A6 역시 주력판매는 FWD 모델이다.)
그런거 아니거든.


여기만큼 안전 따지는 곳 드물텐데, 어지간하면 달어.
SCC, UCC, VSM, Parking assist, 시티세이프티, 사각경보장치 등등 여러 active safety 기능이 여럿 쏟아져나오고 있지만,
ESC는 현재까지 나온 active safety 장치중에 가장 효과가 크고 도움이 많이 되는 놈이니까.
(대우의 ESC옵션 정책은 물론 좀 까 줘야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