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여행 16일차, 부르고스에서 호르닐로스 델 카미노
단지 하루 안걸었을 뿐인데, 새벽에 가방을 메고 출발하려니 새삼 무게가 무겁게 느껴진다.
아름다운 부르고스 대성당 안녕.
스페인은 이런 구조물로 거리에 차 다니는 시간을 조절한다.
대도시인만큼 부르고스를 빠져나가는데만 해도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부르고스를 벗어나니, 다시 친숙한 까미노의 자연이 반겨준다. 역시 나는 도시보다는 자연이 더 좋다.
이런 나무가 참 좋다.
숲에는 안개가 가득해 몽환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매일 매일 지평선에서 해가 떠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일출이 뭔가 생소하다고 느껴져서 뭘까하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빌딩 숲에서 사는 내가 지평선에서 올라오는 해가 익숙할리가 없지.
오늘은 날씨가 아주 좋다. 날씨가 좋으니 발걸음도 절로 가벼워진다.
어느덧, 아주 친해진 우리. 친해지는건 함께인데 맞는건 왜 나 혼자일까.
하루를 푹 쉬어서 그런지, 다리통증도 없고 걷는게 즐겁기만 하다. 어느새 오늘의 목적지인 호르닐로스 델 까미노가 보인다.
말을 타고 순례하는 이들도 종종 볼 수 있다.
마을 초입에 짚단이 잔뜩 쌓여있다. 뭔가 아기자기하고 귀엽다고 생각했다.
알베르게에 도착! 오늘도 이른시간에 도착해서, 알베르게가 문을 닫았다. 여유롭게 햇살을 쬐며 문이 열리길 기다려본다. 이윽고 알베르게의 문이 열리고 주인이 익살스러운 말투로 미안! 자리가 없네, 다른 알베르게로 가보는게 어때? 라며 장난을 친다. 우리는 그냥 웃을뿐, 속지 않는다. ㅎㅎ 1시간 전부터 기다렸다구!
이곳은 굉장히 작은 마을이다. 마을에 식당은 작은 바 두개뿐이고, 다른 편의시설이라곤 작은 식료품점 하나뿐. 가장 중요한건 이 마을엔... 와이파이존이 없다는거다. 와이파이의 노예인 나는 어떻게든 와이파이 존을 찾아보려 한참 마을을 돌아다녔으나, 실패.
와이파이 뭐, 없으면 어때. 친구들과 야외테이블에 널부러져 맥주나 마시는게 최고다.
준코가 내일부터 혼자 걷기로 정했다며, 우리에게 조심스레 말한다. 이런저런 이유가 있었고 이해가 갔기에, 그녀의 결정을 존중해 주었다. 이제 이별해야하니, 준코에게 그림을 그려 주었다.
스페인의 하늘엔 해와 달이 함께 떠있을때가 굉장히 많다.
알베르게에 주방이 없으니, 오늘은 자연스럽게 외식이다. 알베르게 앞 식당에 가서 순례자 정식을 먹었
다. 순례자정식은 보통 샐러드나 수프, 파스타를 고를 수 있는 에피타이저와 메인요리, 후식과 와인이 세트이다. 메인요리는 보통 생선과 고기종류 중에서 고를 수있다. 보통 생선은 그냥 fish 라고만 써 있고, 어떤 생선인지는 안나와있다. -_-;; 스페인의 닭고기와 돼지고기는 지방질이 적어 담백하나, 퍽퍽하다. 취향따라 다르겠지만, 난 기름진게 좋다. 그리고 소고기는...... 나만 느끼는건지 모르겠지만 고기에서 여물냄새가 난다. 불평처럼 써 놓았지만, 그것들에도 나름의 매력이 있어 항상 맛있게 먹긴 했다.
식사를 하고 준코,혜원과 일몰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준코가 다니엘은 순수한 사람이라고, 가끔 다듬어 지지 않은 모습도 보이긴 하지만 보석같은 사람이라고 내게 말했다. 기뻤다. 세공한 보석보다, 원석 그대로의 보석이 나는 더 좋다. 그래서 더 기뻤던것 같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이제 잠에 들까 했는데 어제의 껄렁하던 비쥬가이 일행 (만나기만 하면 비쥬를 해대서 우리끼리 비쥬가이라고 부르기로 정했다.ㅎㅎ;;) 이 우리에게 술 한잔 하자며 붙잡는다. 조금 아쉽던 차라, 껄끄럽긴 했지만 조인해 본다.
근데 이 녀석들 첫 인상과는 달리 괜찮은 친구들 이었다. 역시 사람은 만취하면 안된다. 얘내들은 뒤늦게 도착해서 알베르게에 침대가 없었는데, 사정사정해서 지하 부엌에서 자기로 했단다. 자유로운 영혼들이다. 재밌다.
한참을 떠들고 마시다 자야할 시간이 되어, 단체 셀카를 한장 찍은 후
오늘도 역시 행복하다고 생각하며,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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