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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번역] 노조에리 「접수원과 청소부」 5화

[피망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11.12 03:30:05
조회 3789 추천 24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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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보기]

[저번화 보기]

[다음하 보기]







이 방에 사람을 들여본게 얼마만일까.
정확히 생각은 안나지만 반년정도는 아무도 안왔을 것이다.

이전까지는 니콧치가 자주 왔었지만 마키쨩과 사귀기 시작하고 나서는 자주 볼수 없게 되었다.
설마 오랜만에 방문한 손님이, 그 시원찮은 청소부가 될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띵동


「오야, 들어온나. 열려있데이.」
「...시, 실례합니다」

현관에서 가냘플 목소리와 함께 들어온 에리치.
차안에서는 꽤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줬으면서 지금은 또 평소대로의 거동이  수상한 그녀로 돌아가 있었다.

「아무데나 앉으레이.」
「아, 네... 그럼 그렇게 할게요.」

소파가 있는데도 일부러 바닥에 앉는 에리치. 거기다가 무릎을 끌어안고 쪼그려 앉아있다.
뭐, 나도 가끔은 바닥에 앉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쪼그려 앉아있지는 않는다.

그런 그녀를 곁눈질 하며 쳐다보다가, 냉장고에 있던 맥주를 두개 꺼내와 테이블에 놓았다.

「아나. 맥주로 됐나?」
「엣? 아, 네... 네. 아니아니! 술은... 좀」
「에? 그래도 저번에는 마셨다이가.」
「오늘은... 저, 도중에 돌아갈지도, 모르니까요...」
「에, 돌아가버리는거가?」
「앗, 아뇨... 그게...」

무릎을 끌어안고 우물쭈물 거리며 진정하지 못하는거 같아 보인다.
혹시, 사실 내일 용무가 있다거나 하는걸까.

그건 그녀 사정이다.
만약 있다 하더라도 지인의 권유를 그렇게 간단히 뿌리치진 않겠지.

「아-, 혹시 내일 무슨일 있나?」
「아뇨, 전혀요! 아까 얘기했던것 처럼 학교말고는 달리...」
「흐응-, 그럼 상관없겠네.」

맥주캔 뚜껑을 따고 한모금 마시고 웅크리고 앉아있는 그녀 옆에 나란히 들어가 앉았다.




스슥




「잠깐. 왜 자꾸 간격둘라고 하노.」
「아, 아뇨, 그게... 너무 가까우니까요...」
「그리 내하고 가까이 붙어있는게 싫나?」
「아뇨, 그건 아니고...」
「그럼, 뭐가 문젠데.」
「그, 그건...」

또 우물쭈물하며 입을 꾹 닫아버린다.

아-, 진짜. 짜증난다.

역시 얌전히 보내주는게 좋은걸까.
모처럼이니까 제대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래서는 이야기는 커녕 대화도 못할거 같다.

「하아... 진짜. 말하고 싶은게 있으면 제대로 말해리.」
「...네, 죄송합니다.」

웅크리고 있던 몸을 더욱 웅크리며 사과하는 그녀.

그러니까, 이런게 짜증난다고 말하고 있는데도.

「저... 이렇게 노조미씨가 절 초대해 주셔서, 굉장히 기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
「저, 이런 성격이니까요... 무엇을 얘기해야 될지, 잘 모르겠고... 분명, 나같은거랑 얘기해봤자, 노조미씨는... 질려버리지 않을까... 해서요...」
「뭐, 그렇제. 실제로 지금도 엄청 화나있기도 하고.」
「엣!? 죄, 죄송합니다!」
「뭐, 어쨋든 됐데이. 하던거 계속 해봐라」

뭐야, 그렇게 잘 알고있으면 그 수상한 언동이나 태도같은건 그만두면 될텐데.

「오늘은... 벌써 밤이 늦었는데다... 노조미씨는 술을 좀 드셨으니... 빨리 주무시는게 좋지 않을까 해서요...」
「그런거, 내가 정한다.」
「그렇...죠. 죄송합니다.」

분명 그녀는 그저 순수하게 나를 걱정해서 하는 말이겠지.
하지만 그걸 곧이 곧대로 받아들일수 없는건 조금 취해서도 아니고 다른 이유도 아니다. 그저 내 성격이 문제일 뿐.
니콧치가 자주 말하는 거지만, 나 역시 성가신 성격이라 생각한다.

「왜? 에리치 집에 가고싶나? 싫으면 싫다고 방금 말했으면 된다이가.」
「아뇨, 그렇지 않아요! 그냥... 저는...」

어중간한 곳에서 또 침묵.
이대로는 이야기가 진행되지않는다.

「...에리치는 있제, 내랑 얘기하고싶다 같은거 생각 안하나?」
「에? 그건, 물론... 생각해요.」
「그럼 바닥만 자꾸 보고있지 말고, 제대로 내 눈을 보고 말해리.」
「네, 넷.」

그녀가 부들부들 떨며 이쪽을 돌아보자, 그제서야 시선이 교환되기 시작했다.
반쯤 울거같은 얼굴, 아이스 블루의 눈동자.
아무말도 하지않고 있으면 인형같아 보이는데도.
어떻게 이렇게까지 이미지를 망칠수 있는지 의문마저 든다.
과거에 무슨일이 있었던 걸까.

「...에리치 있제, 무슨 컴플렉스 같은거 있나?」
「아, 아뇨... 컴플렉스 같은건 그다지... 그냥 다른사람의 시선이, 좀 무서워요...」
「시선?」
「네. 저, 이런 모습이니까, 어릴때부터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보고 그래서요... 숙제 발표할때는 괜찮지만, 평소에는 무슨일이 있어도 다른사람들의 시선이 적응이 안되더라구요...... 그러다보니 어느샌가, 이렇게까지 꼬여버렸어요.」

꼬여버린거...구나.

「지금까지 외모때문에 괴롬힘 당한적은 없나?」
「딱히... 그런건 없었어요.」

과연
그럼 그녀같은 경우에는 트라우마 같은게 아니라, 자신의 생각 때문에 이렇게까지 꼬여버린 것이다.
정말 유감이라고 해야 할까, 뭐라고 해야 할까.

「그래도 요즘에는, 니코와 코토리 덕분에 조금은 좋아지고 있어요.」

그러고보니 그랬다.
에리치는 최근, 작업복의 입는방법을 바꿨으니까.
그 이후로 꽤나 많은 사람들이 말을 걸어주기 시작했다... 는거 같다.

그중에는 데이트 신청도 드문드문 있었던거 같은데...... 별로, 내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다. 코토리쨩이 그런 정보를 맘대로 얘기해주니까... 어쩌다 보니 머리속에 남아있는거일 뿐.

「저기... 노조미씨?」
「엣?」
「무슨일이세요? 갑자기, 무서운 얼굴을 하고...」
「아, 아무것도 아니데이」

진짜, 뭐꼬.
감정을 숨기는건 익숙해져 있을텐데, 에리치 화제로 넘어가면 왠지 모르게 감정이 표정에 드러나고 만다.

「노, 노조미씨.」
「뭔데?」
「제가 질문하나, 해도 될까요?」
「쓰잘데기 없는 질문이면 화낼거데이.」
「엣...」
「농담이데이.」
「네, 네.」
「그래서? 무슨 질문?」

대체 무슨 질문을 하려는 건지. 조금은 기대를 하면서 그녀의 말을 기다렸다.

「노조미씨는... 제가, 싫으신...건가요?」
「하?」

너무나도 뜻밖의 질문이라 내용이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아니, 그러니까... 노조미씨는 저를 싫어하는데도, 어째서, 집에 들여보내 주신걸까, 해서요.」

아니아니.
그녀는 대체 무슨 착각을 하고있는걸까.

「벼, 별로 싫다던가... 그런건, 아니데이.」
「정말, 인가요?」
「응, 내 있제. 싫어하는 사람은 방에 데리고 올정도로 마음이 넓은 인간이 아니다.」
「그럴리가 없어요! 노조미씨는 진짜 상냥하고 마음이 넓은 분이라고 생각해요.」

똑바로 날 쳐다보는 아이스 블루의 눈동자.
아까같이 떨리는 눈동자가 아니라, 믿어 의심치 않는 그런 시선.
내가 곤란해할만한 시선.

「고, 고마워///...라고할까 왜, 내가 에리치를 싫어한다고 생각했노?」

곧은 눈동자에 잡아먹힐것같은 느낌이 들어서, 급하게 자신의 흐름을 되찾는다.

「그러니까... 요즘에 제가 끈질기게 말을 걸어서... 불쾌한 기분이 드신건 아닐까 해서요.」
「아아... 그건....」
「제가 끈질기니까, 대답도 해주지 않았던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었어요.」
「아-, 그건. 그... 에리치가, 내한테 무리해서 말을 거는게 아닐까 해서, 그랬데이.」

그래.
처음에는 매일 아침 말을 걸어주는것이 조금은 기뻤던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상태를 잘 보고 있으면. 코토리와 이상한 아이 컨택트를 주고받는다던가, 어딘가 내키지 않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있으면 뭐랄까 화를 내고있는 자신을 발견할수 있었다.

「엣, 아, 그건... 저... 여러가지가, 있어서...」
「역시, 무리해서 말걸고 있었나?」
「아뇨, 그건 아니구요... 노조미씨랑, 이야기 하고 싶었던건 정말이에요... 하지만, 행동으로 옮긴 이유는 다르다고 해야될까...」
「뭔데? 솔직하게 말해리.」
「하, 하지만...」
「에리치. 진짜 싫어할거데이.」
「...아으, 아, 알겠습니다... 이야기 할게요.」

그 후로 취한 상태로 영상에 찍히게 됐던 일.
그 영상 중에 부끄러운 말들을 엄청 많이 했다는것.
거기다 그 영상을 내한테 보여주지 않는 대신에, 매일 말을 건다라는 조건을 걸었던 일까지.
깔끔하게 모두 이야기 해 주었다.

아니, 뭐어. 참 솔직해서 좋지만.
분명 에리치는 바람 못피는 성격일거다, 같은걸 생각해봤다.

내가 이미 영상을 봐버렸다는건... 조용히 하고 있도록 하자.
그래도 조금 정도는 놀려도 되지 않을까.

「흐응, 그런일이 있었나.」
「죄, 죄송합니다.」
「있제.」
「...네」
「그 영상에서 했던만, 무슨 말인데? 왜 내한테는 말 안보여주는건데?」
「그, 그건///그게....」

새빨간 얼굴로 동요하고 있는 그녀.
이런 반응을 보며주면, 쓸데없이 곤란해져 버린다.

내, 혹시 S끼 있었나?
아니, 그래도... 이렇게... 에리치는 보고있으면 몹시 괴롭히고 싶다고 해야될까... 뭔가 상대를 S로 만들어 버리는 재능이 있는걸지도 모르겠다.

「뭔데? 내 욕이라도 했나?」
「아, 아뇨, 그럴리가...」
「그러면, 말할수 있는거 아이가?」

조금씩 거리를 좁혀간다.
에리치는 그럴때마다 한심하게 물러설뿐.

「노///노조미씨」
「응? 왜에? 말할기분이 드나?」
「아, 안들어요...그런데///」
「그런데? ...왜그라노?」
「가, 가가가가까///워요///」

거기다가 지금의 자세를 설명하자면, 에리치의 다리 사이에 내 몸이 파고들어가 있는 상태라 위에서 덮치는 듯한 자세다.
그녀는 팔꿈치를 뒤로하고, 어떻게 해서든지 내 몸을 만지지 않을려고 하고 있었다.

「그래? 내는 있제, 그렇게 가깝다고는 생각 안하는데. 이정도는 별거 아니데이.」
「///읏」
「후훗, 에리치는 순진하네에.」
「힛.......」

동요하는 그녀의 반응이 재밌어서 무심코 우쭐해져 버린다.
덧붙여 나는 내가 먼저 누군가를 몰아붙인적이 없다.
뭐어, 상대가 다가온적은 수도 없이 많았지만.
그래도, 이렇게 가까운 거리로도 불쾌함이 느껴지지 않는다는건... 처음일지도 모른다.

「노조미, 씨... 역시, 아직, 취하신, 건가요?///」
「으응-, 어떨까. 그래도 지금은 좋은 기분이구마.」

그녀가 자신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다는 안심감과, 나 자신이 확실하게 이런 경험이 풍부하다는 우월감.
그리고 아직 깨지 않은 취기 덕분에, 점점 그녀와의 거리를 좁혀져 간다.

「잠깐, 기다려, 주세요///잠깐만요!」
「응? 에리치가 솔직하게 되 준다면, 그만해 줄게.」

조금씩, 조금씩. 그녀에게 다가간다.
혼자 사는 집이란건 그다지 넓지 않으니까, 그녀가 돌아갈수 있는 거리는 얼마 없다.

「있제, 에리치.」
「///」

아주 조금만 놀릴 생각이였는데, 어느샌가 진심이 되어버린 나 자신이 거기 있었다.

머리가 멍해지고 호흡도 깊어진다.
그리고 무척, 가슴이 답답하다.

그녀와의 거리가 가까워지면 가까워 질수록, 지금까지 경험한적 없는 애달픔이 욱신거리며 전해져 온다.

하지만 그 아픔은 결코 고통이 아니라, 어딘가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내 몸이, 내것이 아니게 되는 감각.
둥실하고 천장으로 떠올라 발이 땅에 닿지않는 그런 기분이다.

「에리치는 있제... 역시, 굉장힌 미인이네.」
「그럴리가///노조미씨 쪽이 훨씬 더...」

예쁜 피부.
맑은 눈동자.
입술은 얇고 반듯한 형태이지만, 굉장히 부드러워 보였다.

「있제, 에리치.」
「네, 네///」
「...키스, 할래?」
「헤......?」

얼레, 내... 뭔말 하고있노.
키스라니, 그 키스, 맞제?
덮쳐져서 억지로 한적은 있지만... 제대로 내가 먼저 한적이 있었나?
없었을, 려나?
아아, 그래도... 뭐, 이제 됐다.

뭐랄까, 지금 엄청...


에리치하고 키스가 하고싶다.


그리고 나는 멍해져버린 의식을 그대로 두고, 방식한 상태인 그녀의 입술에 가까이 다가갔다.





그녀의 한마디로, 시간이 정지했다.

호흡도 눈깜빡임도 잊은채, 마치 사슬에 묶인것처럼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이, 슬로우모션처럼 가까이 다가온다.


속눈썹, 기네.

입술, 바르르 떠는게 부드러워 보인다.

키스, 잘하실까.

멀어져가는 의식 속에서 쓸데없는 생각만 머리속에 스쳐 지나간다.

하지만, 진짜로 괜찮은걸까.

분명히 노조미씨는 동경하던 사람이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다.

키스같은거, 바라지도 않은 기적이다.

하지만... 나는, 노조미씨가, 좋으니까... 정말 좋으니까...

「노조미씨!」

「에...」

「...정신 똑바로, 차려주세요」

「...에리, 치...」

「역시 너무 취하신거에요. 저 물가지고 올테니까... 아, 수도랑 컵 빌릴게요.」

「...」

적당한 컵을 찬장에서 꺼내 물을 담아 그녀 곁으로 돌아왔다.

「드세요」

「...」

그녀는 바닥에 앉은채 움직이지 않았다.

「노조미, 씨?」

「...」

혹시 도중에 거절한게 엄청 실례였던걸까.

이제와서 자신의 선택이 옳은지 아닌지 알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하지만...

아니, 그걸로 된거다.

분명 노조미씨도 나를 놀릴생각으로 그랬을 것이다.

거기다 혹시 키스를 한 뒤에 술이 깨버리면, 그녀가 후회할거란건 눈에 보듯 선하다.

어찌됐든 오늘은 이 이상 폐를 끼칠순 없을것이다.

혹시 회사에서 인사조차 할수 없을지도 모르니까.

그렇다.

달콤한 꿈은 이걸로 끝이다.

마지막으로 조금 좋은 상상을 할수 있게 해줬던것 뿐, 감사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월요일부터는 또 단순한 청소부로 돌아가자.


「노조미씨 저, 돌아갈게요. 실례했습니다......에.」

꾸욱, 하고 붙잡힌 파카의 소맷부리.

그리고 그걸 쥔 손이 아래로 내려와서, 내 손가락을 깍지끼며 붙잡았다.

「노조, 미, 씨?」

「...가지마」

「엣?」

「가지마... 부탁할게」

그녀로부터 생각치도 못한 말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그 말에 즉각 내 충동이 반응한다.

「저기... 그래도///」

「부탁할게///」

「읏!?///」

날 올려다본 그녀의 얼굴은, 상상할수 없을 정도로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금방 울것만 같은, 괴로운 듯한 표정을 하고있었다.

그런 그녀를 보자 또 온몸의 온도가 올라간다.

그녀가 꼭 쥔 손에는, 땀이 멈추지 않는다.

「아, 알겠... 어요.」

「...고마워.」

「아, 아뇨.」

「...」

그대로 힘없이 소파에 앉아, 아직도 혼란스러운 머리를 필사적으로 정리했다.

노조미씨는 취해있으니까, 그런걸 말하고 있는걸까.

아니면 아까 나와의 일을 내가 누군가에게 퍼뜨리는걸 막고싶어서 그러는걸까.

그렇지 않으면 그냥...

「내, 내, 샤워하고 올게.」

「헉!?」

「뭐, 뭔데 갑자기」

「아아아뇨, 별로.」

난 뭘 생각하는거냐.

그녀는 그저 샤워를 하고올 뿐이다.

다른말은 전혀 하지 않았다.

내가 이상한 상상을 하지 않으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니까 한순간, 그녀의 샤워신을 상상해버린건 기분탓... 응, 기분탓이다.

「에리치는 샤워 하고왔제?」

「네, 넷.」

「그럼 TV라고 보면서 기다리레이.」

「...네.」

그 후로부터는 영원이라고 생각할수 있을 정도의 시간이였다.

TV음량을 샤워소리가 귀에 들리지 않을정도로 올리고, 방 구석에 정리해놓은 세탁물이 눈에 들어오지 않도록 화면과 시계에 집중하면서 그녀를 기다렸다.

그리고 이미 여기까지 와버렸으니 집으로 돌아가는건 불가능하다 생각하여, 그녀가 준비해놓은 맥주에 입을 댔다.

체감으로는 두시간.

실제로는 20분 정도 후에 노조미씨가 돌아왔다.

「아-. 상쾌하데이. 많이 기다렸제?」

「어, 어서오세요///」

「아, 그제서야 맥주 마신거가. 더 마실래?」

「아뇨, 괘, 괜찮아요.///」

목욕 후.

옷깃이 늘어난 티셔츠.

숏팬츠.

「에리치? 왜그라노?」

「아, 아뇨///아무것도///」

완전히 취한 상태였던 그녀는, 방금전 있었던 일들이 거짓말이였던거 처럼 웃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지금 시각적으로 큰 데미지를 받은건, 전혀 모르고 있는 상태였다.

「어쨋든 오늘은 여러가지로 지쳤으니, 이제 잘까. 아, 칫솔은 이거 쓰레이.」

「...네, 감사합니다.」

제일 지친건 저라고 생각합니다만, 같은 생각을 입밖으로 내지 않고 얌전히 새 칫솔을 받았다.

그리고 둘이서 양치질을 마친 후, 침실로 향했다.

「저...」

「왜?」

「저는 어디서 자면 좋을까요? 아까 그 소파로도 충반한데요...」

안내받은 침실은 침대와 물건으로 공간이 가득 채워져 있었으며, 아무리 봐도 이불 한장도 깔수없는 상태였다.

「무슨말 하노. 같이 안자나?」

「같, 이!?」

「그래. 에리치는 벽쪽이랑 바깥쪽 어디가 좋노?」

「벽쪽... 이 아니라! 그건 안되요. 저는 소파에서 잘게요.」

「...에리치.」

평소바다 낮은 톤으로 이름이 불리자, 발이 멈췄다.

그녀의 말을 곧이 곧대로 들어버리면, 더이상 소파에서 잘수는 없다는걸 알고있는데도.

발을 멈추지 않는다라는 선택지를 난 받아들일순 없었다.

아아, 잘가. 내 수면시간.

「부탁할게. 같이, 잤으면... 좋겠데이.」

「...어째서인지, 드, 들어도, 될까, 요?」

「...응, 있제. 확인하고 있은데 있데이.」

「확인하고 싶은거?」

「그래. ...에리치...」

내가 완전히 돌아보자, 그녀는 활짝 웃으며 양손을 펼쳤다.

「에레치, 일루... 온나.」

「헤...?」

「자, 온나.」

「아뇨, 그, 그래도///」

「...빨리 오라고」

「...네」

결국 그녀가 말하는대로, 가까이 간다.


와락

「엣? ...왁!」




허리를 붙잡혀, 그대로 침대로 끌어당겨졌다.

라고 해야할까 안겨져서, 라는게 정답일 것이다.

노조미씨를 깔아뭉개버릴것 같은걸 가까스로 왼팔과 다리를 이용해 어떻게든 한뒤, 침대의 벽쪽으로 넘어갔다.

「위, 위험하잖아요!」

「...」

꼬옥

「하왓///아, 읏, 노조미, 씨?」

「...」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꼬옥 안겨온다.

「읏!?///」

덤으로 다리까지 교차하기 시작했다.

따뜻하다.

그리고 부드럽다.

좀더, 그리고 굉장히. 좋은 향기가 난다.

이럴때에 민감해지는 오감덕분에 내 머리는 붕괴직전.

이대로는 뇌가 녹아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있제, 에리치.」

그리고, 천국으로의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을 무렵, 갑자기 그녀가 말을 걸어왔다.

「무무무, 무슨일이세요?///」

「...내, 좋아하나?」

「엣...」

「...진짜 좋아해요, 가 아니였나?」

「에엣!?」

이건, 혹시...

「노조미씨... 혹시, 그 영상... 보셨어요?」

「......응, 미안. 봤데이.」

끝이다.

이 세상이 끝났다.

방금까지만 해도 기뻐서 어찌할줄 모르던 기분이 급속하게 하락하고, 한방에 핏기가 사라지는게 느껴졌다.

「...그 영상을 보고 있제...」

「...」

「내...」

다음으로 올 말이 무서워서 귀를 틀어막고 싶어졌다.

하지만 한쪽손은 그녀의 머리를 받치고 있어서, 완전히 막는건 불가능했다.

그 대신이라고 하기에는 뭣 하지만, 눈을 꼭 감았다.

「내 있제, 조금... 기뻤데이.」

「......에?」

기뻤, 다고?

「그렇게, 솔직하게 내가 좋다고 말해줬던 사람 없었으니까.」

「에...」

「그러니까, 조금은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기다.」

「...」

「그래도 있제, 그 기분이라는게, 거짓말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데이.」

그녀는... 그녀는 대체 나에게 무엇을 전하고 싶은걸까.

절찬 혼란중이던 나에게는 도저히 알수가 없었다.

「니콧치나 코토리쨩이였던가. 막 에리치를 밀어준다던가, 진짜 좋은 사람이라고 말해주던가, 내를 좋아한다고 말해주던가 해서...」

그 두사람, 그런 바람까지 넣고 있었나.

나에게 있어서는 한없이 고맙지만, 노조미씨에게 있어서는 당혹감 밖에 없었을테지.

「그래서 있제, 그런걸 들으면, 신경쓰이잖아? 그러다보니 있제 어찌어찌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더라.」

「엣?」

「그래도 있제, 역시 보고있으면 짜증만 나고, 조금도 멋있다고는 생각 안했데이.」

「하하... 그랬죠.」

뭘까.

올라가는 도중에 갑자기 추락하는 느낌이 든다.

아니, 하지만 난 원래 그런녀석이니.

「그러니까, 내는 저 두사람이 하는말대로 감쪽같이 넘어갔다고만 생각했데이.」

「...」

「...바로 두시간전 까지만 해도.」

「에...」

그녀와 시선이 마주친다.

달빛을 받고 반사되어 빛나는 비취색 눈동자가, 나를 붙잡고 놓아주질 않는다.

「솔직히, 지금도... 잘 모르겠다.」

「...」

「이 마음이 진짜일까, 거짓말일까」

「...」

「뭐어, 지금 상태로라면 거의 확정이지만...」

지금 상태라는건, 이 안고있는 상태를 말하고 있는걸까.

확정이라는건 어떤 의미일까.

내가 먼저 물어볼수는 없다.

「내는 있제, 의심이 많은 사람이다.」

「...그런, 가요.」

「응. ...그러니까,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데이.」

「...증, 거?」

그녀의 숨이, 열기를 띈다.

그리고 성인 여성의 얼굴로 변한다.

「응. 즉... 이런거.」

「에...... 응///」

「...읏, ...」

이번에는 슬로우 모션따위가 아니였다.

내가 말을 꺼낼 세도 없이, 그녀의 입술이 내 입술 위에 겹쳐지기 시작했다.

푹신푹신, 녹아버릴듯한 감각에 휩쓸려 사고가 정지한다.

그녀가 입술을 뗀 뒤에도, 달콤한 떨림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에리치.」

「...네///」

「내, 에리치가, 좋은갑다.」

「헤?//아, 에엣!? 아니, 그, 저, 그러니까... 엣?」

어슴푸레하게 뺨을 물들이고, 헤죽 하고 웃는 그녀.

처음으로 보는, 행복해 보이는 표정이였다.

한편 나는, 그녀의 말을 머리로 이해하지 못한채 의식이 끊어질것만 같았다.

「왜? 싫나?」

「그, 그그그그럴리가요. 천만에요! 오, 오히려 노조미씨야 말로...」

「아, 그거!」

「에?」

「존댓말! 그리고 노조미씨라고 부르는거, 금지데이.」

「너무해요!」

「니콧치하고 코토리쨩한테는 해주면서, 내한테는 안된다고 말하는기가?」

「그거하고 이거하고는 다른, 거라고 해야될까, 뭐라 해야될까...」

「완전히 그만둘때까지 안재울거데이. 내일 학교 가야되지 않긋나?」

「네. 그, 그건 곤란한데요...」

「그럼, 제대로 해리.」

이건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따를수 밖에 없을거 같다.

「...노, 조, 미...」

「후훗, 네에. 왜? 에리치」

「아니, 노조미ㅆ... 노조미가, 말해라고 해서, 한거잖아///」

「아핫, 에리치 귀엽구마아. 억수로, 놀리는 보람이 있데이.」

「귀, 귀엽지 않아. 귀여운건, 노조미씨잖아.」

「아-, 노조미씨라고 말했다.」

「앗, 아니, 이건... 역시, 바로는 무리라니까요...」

「아-! 존댓말로 돌아왔다. 이건 벌이 필요하겠데이.」

벌...

잠재우지 않는다는거보다 더 심한 벌이 있는걸까.

수상한 미소를 짓는 그녀에게 무엇을 당하는건지 준비하고 있자, 갑자기 그녀가 내 위에 올라타기 시작했다.

「지금부터는 벌게임이에요.」

「엣?」

손목을 붙잡힌채 머리위로 향한다.

힘으로라면 그녀를 이길수 있겠지만, 확실히 체중을 실어버리면 뿌리치는건 쉽지 않다.

「뭐, 뭘...」

「됐으니까. 다물고 있으래이.」

「...」

차갑게 내뱉은 말에 온몸이 움찔하고 반응한다.

그리고 그 반응을 즐기는거 처럼, 그녀는 기쁜듯이 웃고있었다.

「내가 만족할때까지... 키스, 해줘.」

「엣///」

「아까는 확인만 해본거고, 이번에는... 틀리니까.」

「뭐, 뭐가...///」

「...진짜, 키스.」

「...무슨///」

시선 가득, 그녀가 비친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커튼과 같이 우리들의 얼굴을 가린다. 마치 두사람의 세계에 갇힌것만 같은 감각이였다.

평소대로의 나였으면 진작에 기절했을것만 같은 미색에 홀려, 이미 그녀의 말대로 움직일수 밖에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여기서 도망치는방법은... 어디에도 없다.

「에리치가 내 맛을 기억속에 새길정도로, 키스... 해줄게.」

「......읏...」

「그래도, 키스 이상은 금지. 그리고 맘대로 내 몸을 만지거나하면, 진짜 벌게임이데이.」

「...네, 엣」

「응. 착한아이데이. 그러엄...」

아아, 나는 좋아하는 사람을 잘못 선택한걸까.

회사 사람들 모두가 동경하는, 산꼭대기의 꽃과 같은 토죠 노조미는, 여기에 없었다.

여기에 있는건 그저, 요염하게 미소짓는 새디스트가 있을 뿐이다.


「잘 먹겠습니다.」


그래도 그걸 거절하지 않은 나는 분명...

완전히 그녀의 포로가 되어버린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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