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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산] 사네네즈소설)별무리와 왈츠를下

우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3.05 11:02:41
조회 6659 추천 58 댓글 13
														

https://gall.dcinside.com/m/a778827/178783

여기서 이어짐







『인간은 죽으면 별이 된다고 하는데 말야.』


올려다 본 밤하늘을 지금도 아직 기억하고 있다.


아오이에게 다리 치료를 받고 있을 때, 네즈코는 그저 멍했다. 그것을 눈치채지 못할 아오이가 아니므로 걱정스럽게 얼굴을 들여다본다.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표정에 안타까운 얼굴로 네즈코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오이는 자리를 떴다.

"무리하게 움직이지 않도록, 오늘은 이만 자둬."

"감사합니다, 아오이씨."


인사를 하고, 방을 나서는 아오이를 보고 있었다. 불이 꺼지고 어두워진 방에 달빛만이 비친다. 열린 문 앞에는 오빠인 탄지로가 서있었다. 시선이 마주친다. 그 순간에 팽팽하던 실이 끊어져 네즈코의 눈동자에서 방울방울 눈물이 떨어졌다.

"오....빠......"
여동생의 심상치 않은 모습에 탄지로는 황급히 네즈코 곁으로 달려가 두 손을 맞잡았다.

"시나즈가와씨의 까마귀가, 네즈코가 다쳤다고 연락을 줘서......네즈코, 무슨 일 있어? 다친 곳은 괜찮아?"
느닷없이 나온 이름에 네즈코는 딸꾹질을 하며 어깨를 떨었다.


"오빠.....나, 실수했어......"
네즈코는 탄지로에게 띄엄띄엄 말했다. 밤에 있었던 모든 일들. 사네미에게 절대로 당신을 혼자 남겨두지 않겠다고 윽박질러놓고는, 경솔한 행동으로 자신의 몸을 위험하게 했던 것. 그것 때문에, 다시 혼자가 되려고 하는 사람에 대한 것.

"실수했어......어쩌면 좋지?"
네즈코는 고개를 숙였다. 아직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는데, 하고 자신의 한심함에 입술을 깨물었다. 그런 네즈코 앞에 무릎을 꿇은 채 탄지로는 조용히 네즈코를 올려다 보았다. 되도록 온화하게 네즈코에게 물었다.

"네즈코는 어떻게 하고 싶은거야?"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에 네즈코는 고개를 들었다. 눈 앞의 오빠는 자애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네즈코가 하고 싶은대로 하면 된다고 생각해. 일전에, 염주인 렌고쿠씨가 말했어. 동생인 센쥬로군은 자신이 마음먹은 대로,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가줬으면 좋다고 하셨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 네즈코는 네즈코가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갔으면 좋겠어. 나는 장남이니까 알 수 있어. 네즈코는 뭐든지 옳은 판단을 할 수 있는 아이니까, 네즈코가 믿고 가려는 길을 나도 응원하고싶어."

"나,.....나는 포기하고 싶지 않아.....포기하고 싶지 않아."
네즈코는 탄지로의 손을 다시금 잡았다. 거절의 말은 지금도 뇌리에 박힌 채 떠나지 않는다. 그러나 떨리는 입술은, 그래도 포기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에 만족한 듯 탄지로는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까ㅡ악 까아ㅡ악 카마도 네즈코, 무사히 나비저택에 도착. 카마도 탄지로에게의 전령도 완료 까아악ㅡ」
까마귀의 목소리를 사네미는 멀찍이서 듣고 있었다.
저택의 등불은 휘황하게 켜져 있었다. 현관도 활짝 열어젖힌 채다. 안으로 들어가니 식은 밥 한 그릇이 눈에 들어온다.

'어서오세요.'
완전히 익숙해진 목소리는 이제 어디에도 들리지 않는다. 마치 신을 모시는 사당처럼 집 전체가 텅 빈 것 같았다. 스스로 놓아버렸으니 당연한 결과다.
자신도 모르게 혀를 차고는, 그런 행동에 더욱 초조해져서 한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바보구만 나도......"


사네미가 처음 그 소녀를 보았을 때의 심정은 결코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었다. 오니인 주제에 인간을 덮치지 않는 오니가 있다. 오니인 주제에 살아서 돌아다니는 오니가 있다. 희귀혈이 거부되는 순간, 주저 없이 손톱을 내리쳐오던 어머니의 모습이 뇌리를 스쳤다. 어머니와 동생들의 죽음은 대체 뭐였던거냐고. 그 소녀를 볼 때마다 심장 안 쪽 어딘가가 도려내지는 것 같았다.

그런 소녀가 인간으로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된 날에는 분노, 원망 등의 여러가지 감정들이 사네미의 머릿속에 박혀 솟구쳤다. 잘됐다, 라는 말을 꺼낼 수는 없었다.

먼 옛날,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이 내가 아니라 카마도 탄지로였다면 뭔가 달라졌을까. 작은 체구로 늘 아이들을 위해 일하던 엄마는 죽임을 당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그런 터무 니없는 넋두리까지 하면서.


그런 속마음을 사네미가 소녀에게 내보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소녀는 말했다. 오니였던 자신을 용서하지 않아도 된다고. 운이 좋았던 것 뿐인 자신을 계속 원망해달라고. 그 말에 감정이 북받치고는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풍주 저택에 소녀가 걸음하기 시작한 것은 정말 이상한 감각이었다. 혼자였던 저택에 다른 이의 기척이 난다. 평범한 생활을 보내고 있다고 착각할 것만 같았다.

얽매여있었다. 그 웃는 얼굴에. 그런 것은 벌써 눈치채고 있었다. 머리를 쥐어뜯으며 사네미는 식탁을 걷어찼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준비된 식사가 다다미 위로 흩어진다.


"뭘 착각하고 있냐."
이 현실이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누구보다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을텐데. 손톱이 파고들 정도로 주먹을 쥐자 축축한 붉은빛이 번졌다.
어설픈 어리광으로 유야무야 시간을 끌다가 또 다시 잃을 뻔했다. 덮쳐지는 소녀를 본 순간, 진작 놓아버렸더라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그렇게 공포로 가득 찬 얼굴따위, 하지않고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니, 이제 됐다.
그렇게 타일렀다.





붕대를 잡고, 상처가 난 발목에 갖다대었다.

그로부터 벌써 일주일.
네즈코의 상처는 말끔히 나았다. 그렇다고는 해도 피투성이가 되었던 상처는 생각보다 컸고, 발목에는 지워지지 않는 흉터가 남게되었다. 이제 그때처럼 깔끔하게 몸이 재생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힘줄이 끊어져 걸을 수 없게 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하면서 네즈코는 그 상처를 살며시 손가락으로 쓸어보았다.

"여러 사람들에게 걱정을 많이 끼쳐버렸네......"
탄지로 뿐만 아니라 지난 일주일간 아오이는 물론 젠이츠, 카나오, 이노스케, 겐야 등 많은 사람들이 네즈코를 찾아왔다. 물론 거기에 사네미의 모습은 없었지만. 다정한 말들을 건네받을 때마다 미안함이 더해졌다.


가능하다면 이 상처는 깨끗이 사라져줬으면 했다. 이 상처가 만약 사네미에게 발견되기라도 한다면 사네미는 분명 자신을 탓할 것이라고 네즈코는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 후로 풍주저택에는 가지 않았다. 상처가 나을 때까지 네즈코는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라고. 당장 상처가 나았다고는 해도 뻔뻔하게 발을 들이민다면 분명 냉정하게 내쳐질 것이다.

"오하기......역시 오하기일까......"
네즈코의 사고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갈 무렵 조용히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네즈코."
이름이 불려 돌아보았다. 거기에는 가방을 든 오빠의 모습이 있었다.

"오늘 밤 근처에서 참배가 있는 것 같아. 기분전환으로 어때?"

"하지만 오빠 일은?"

"마침 오늘 비번이기도 하고, 무슨 일이 있으면 꺾쇠 까마귀가 알려주니까 괜찮아."
싱글벙글 사람 좋은 미소에 저절로 네즈코의 표정 또한 부드러워졌다. 오빠 나름의 배려가 고마워 네즈코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가볼까?"
네즈코의 대답을 듣고 탄지로는 들고있던 가방을 네즈코에게 건넸다. 그것을 받아보니 은은한 꽃향기가 코를 찔렀다. 안을 살펴보니 안에는 등나무 꽃이 잔뜩 담겨 있었다.

"카나오가 따온 거야. 이 정도면 네즈코도 조금은 안심하고 밖을 돌아다닐 수 있을 거라고."

"고마워. 카나오씨에게 사례하러 가야겠네."


사찰 주변에는 야시장이 많아 밤인데도 그곳만 대낮처럼 밝고 붐볐다. 중앙에서는 풍년을 기원하는 춤이 행해지고, 자연스레 아버지가 카구라를 추시던 모습이 떠올랐다.
춤을 보고나서 야시장을 돌아다녔다. 사탕가게 구석에서 별사탕을 팔고 있는 것을 발견한 네즈코가 무심코 멈춰 서자, 옛날부터 좋아했었지, 라며 탄지로가 별사탕을 한 뭉치 사서 네즈코에게 건넸다.


나비저택에서 나설 때는 젠이츠도 함께 가겠다고 떼를 써서 힘들었다느니, 이노스케가 튀김옷을 입은 그 녀석을 선물로 사오라고 했지만 야시장에는 튀김을 팔지 않는다느니, 사격은 겐야가 잘할텐데라느니. 탄지로의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네즈코는 거기에 상냥하게 맞장구를 쳤다. 오빠 주변에는 이렇게 멋진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것이 기뻤다. 문득 밤하늘 아래서 본 외톨이의 뒷모습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괜찮아? 좀 쉬었다 갈래?"

"응? 아, 아무것도 아니야. 괜찮아."
손을 내젓는 네즈코를 탄지로가 걱정스러운 듯 바라보고 있었다. 눈치가 빠른 오빠는 상대방의 감정기복에 민감하다. 모처럼 데리고 나와 줬으니까 이런 얼굴을 하고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 네즈코는 두 손을 가슴 앞에 꼭 쥐었다.


"있잖아, 오빠......"
말을 꺼내는 순간, 쉬익 하고 큰 소리가 머리 위에서 울렸다. 무심코 올려다본 네즈코는 눈에 비친 광경에 와, 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저것 봐, 라며 아이처럼 오빠의 옷소매를 당긴다.

"대단해!"
탄지로도 하늘을 올려다보며 즐겁게 목소리를 높였다.
하늘에는 알록달록한 꽃송이가 피었다. 이렇게 큰 꽃이라면 멀리서라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날 올려다본 밤하늘처럼 이 경치를 그 사람도 어디선가 보고 있을까.


"불꽃놀이 대단했지!"

"응, 예뻤어."
불꽃놀이가 끝나자 인파도 사라져간다. 네즈코와 탄지로도 귀갓길에 오르려던 무렵, 한 마리의 까마귀가 탄지로의 어깨에 앉아 길을 안내했다. 까마귀가 알려주는 방향으로 발을 재촉하며 숲속으로 들어가니 까마귀가 울부짖기 시작했다.



"오니-! 오니!! 이곳으로 부터 남쪽 방향-! 곧장 향해라 까아악-!"
튕기듯이 탄지로와 네즈코가 고개를 든다. 숨기고 있던 칼을 잡고 달려나가려는 탄지로를 네즈코가 붙잡았다.

"알겠어, 바로 갈게! 네즈코는 여기에!"

"잠깐! 나도 갈게. 다친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 폐가 되지 않도록 할테니 데려가 줘!"
탄지로는 잠시 머뭇거렸지만, 네즈코의 곧은 눈빛을 보고는 알겠다며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까마귀의 뒤를 쫓듯 두 사람은 어둠 속을 달려갔다. 잠시 후 숲 속에서 젊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그만해!아버지!"
두 그림자가 보이고 대화를 이해하는 순간, 남매는 걸음을 멈추었다.
그 시선의 끝에서는 젋은 여자가 식칼을 양손으로 쥐고 오니와 대치하고 있었다. 오니는 히죽히죽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여자를 보고 있었다. 비통한 목소리가 연신 외치고 있었다. 이러지 마, 라고. 아버지라고.


상황을 판단할 수 없을 정도로 두 사람의 경험은 가볍지 않았다. 오히려 그 상황은 두 사람에게 너무 익숙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두 사람은 움직임을 멈췄다.
두근, 두근, 두근. 고막 안쪽에서 심장이 크게 뛰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금 저 여자는 틀림없이, 눈앞의 오니를 "아버지"라고 부르고 있었다.


두 사람의 귀에 와닿은 필사적인 목소리는 아버지에게는 닿지 않았다.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앞의 여자를 먹이로 인식하고 있을거라는 것은 아마도 그 여자가 가장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여자는 결심을 한 듯 칼을 고쳐잡고 오니를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 상황에 퍼뜩 정신을 차린 것은 탄지로였다.

"기다려! 그런 짓을 하면!"

탄지로가 여자를 말리려고 손을 뻗는다. 하지만 거리가 너무 멀다. 시간 안에 닿지 못한다. 여자에게 탄지로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칼 끝이 오니에게 닿는 일은 없었다. 눈앞의 광경에 네즈코는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여자가 가진 식칼은, 여자와 오니 사이에 갈라져 들어간 상처투성이의 손에 깊숙히 관통했다. 나타난 그림자는 자신의 손에 꽂힌 식칼을 움켜쥔 채 여성을 등 뒤에 숨기고 오니에게 칼을 겨눈다.

바람이 분다. 그 후를 예상한 네즈코는 殺이라고 적힌 뒷모습을 향해 외쳤다.

"안돼!!!"

그러나 늦었다. 말보다 빠르게, 그 오니의 목은 떨어지고, 재가 되어 사라져 간다.


여자는 식칼에서 손을 떼고, 힘이 빠진 듯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바들바들 떨리는 두 손에 시선을 떨어뜨리고, 잠시 후 쉰 목소리와 함께 여자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팔 하나......뼛 조각이라도 좋았어요......그것만, 그것만이라도 돌아와 준다면......"
아버지,아버지....여자는 몇 번이나 입술을 떨었다.

재가 되어 흔적조차 남지않은 아버지를 몇 번이나 불렀다.


귀살대 풍주는 울음을 터뜨리는 여자에게 아무런 말도 건네지 않고 발길을 돌렸다. 순간 네즈코와 시선이 마주쳤지만 얼어붙는 듯한 눈빛은 자연스레 멀어졌고, 아무일도 없었다는 양 남매 옆을 지나간다.

탄지로의 손은 분노로 인해 꽉 쥐어져있었다. 분명 더 좋은 방법이 있었을 것이다. 왜 자식 앞에서 부모를 죽인거야.

납득할 수 없는 결과였지만, 탄지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말할 수 없었다. 뒤돌아 떠나가는 사람에게 누구보다 커다란 분노와 슬픔의 냄새가 났으니까.


탄지로가 여기서 감정을 토로한들 그것은 이상론일 뿐이다. 탄지로도 바보는 아니다. 그대로 파고들면 여자는 분명히 죽었을 것이다. 설사 식칼이 오니의 몸을 뚫었다고 해도 그것으로 오니는 죽지않는다. 결국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었던 것이다. 풍주의 판단이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


고요함을 되찾은 숲 속에는 세 사람만이 남겨졌다. 주저앉아있는 여자에게 탄지로가 다가갔다. 자신의 하오리를 걸쳐주고, 그 떨리는 어깨에 손을 얹었다.

"......죄송합니다. 아무런 힘이 되질 못해서......죄송합니다."
그 둘의 모습을 보며 네즈코는 생각했다. 자신은 정말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타마요가 오니를 인간으로 되돌리는 약을 만드는 데 우연히 성공하여, 우연히 그 약을 손에 넣을 수 있었을 뿐. 그 특수한 약은 자신과 상현 오니들의 피를 사용해 만든 것이었다.

"무잔도 상현의 오니도 없어진 지금, 그 약은 다시 만들지 못할 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말하며 눈을 내리까는 타마요의 모습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아직도 귀살대는 오니의 목을 베어야만, 인간을 지키고 오니를 해방시킬 수 있었다.


"저기, 아까 그 분에게 전해주시겠어요?"
여자의 등을 토닥이는 탄지로를 향해, 진정이 된 여자가 고개를 들었다.

"아버지가 그 모습이 된 것은 벌써 3년 전의 일입니다. 저는 줄곧 아버지의 행방을 쫓고있었죠. 이 식칼 한 자루를 들고 전국 각지를 돌아다녔어요. 그렇게 된 아버지를 제가 말려야 한다고 생각하면서요. 하지만 그건 실현되지않았어요. 실현되지 않았지만........저는 '부모를 살해한 죄'를 뒤집어 쓰지도 않게 되었습니다. 손을 다치게 해서 죄송하다고, 그리고 감사하다고 전해주세요."

"...네, 꼭 전해드리겠습니다."


한 걸음, 두 걸음. 네즈코가 뒷걸음질 친다. 여자의 말을, 오빠의 말을 들은 몸이 자연스레 방향을 틀었다. 殺이라고 적힌 뒷모습쪽이었다.

달려가는 네즈코를 탄지로가 모를 리 없었다. 그러나 그것을 탄지로가 말리는 일은 없었다.


뒤돌아본 순간, 분노 속에 뒤섞인 슬픔을 확실히 느꼈다. 네즈코는 입술을 깨물었다. 체면이야 어떻든 상관없었다. 망설일 틈도 생각할 시간도 없었다. 발의 상처도 상관없었다. 단지, 자신이 겁쟁이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혼자 두지 않기로 했었는데. 매몰차게 거절당하는 한이 있어도 당장 만나러 갔어야했다.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네즈코는 마냥 달렸다. 필사적으로, 끊어지는 숨도 아픈 발도 전부 무시하며.


왜 자신이 울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부모를 살해한 죄'라는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미어지는 듯 아팠다. 나비저택에 도착한 네즈코를 본 아오이는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어, 어떻게 된거야!? 설마 무슨 일이라도......"

"...가와씨는, 시나즈가와...씨는....오지 않았어?"

하아,하아, 하고 가라앉지 않은 숨으로 네즈코는 아오이의 말을 잘랐다.

"어어? 시나즈가와씨......? 오지 않으셨어, 근데 무슨......"
그 말에 눈을 질끈 감는다.
손의 상처, 숨길 작정이야.........

네즈코는 숨을 크게 내쉬었다. 걱정스러운 듯 쳐다보는 아오이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네즈코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몇 번이나 다녔던, 나비저택에서 풍주저택으로 향하는 길을.


날마다, 날마다 이 길을 걸었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식사는 뭐가 좋을까, 어떻게 하면 외로움을 덜어드릴 수 있을까. 네즈코는 언제나 그런 생각을 해왔다.

바래다 주는 길은 결코 싫지 않았다. 늦은 시간이라 미안한 마음은 있었지만, 말수가 적어도 반드시 거기에 서있는 뒷모습이 기뻤고, 조금 안타까웠다.

어떻게 하면 함께 나란히 걸을 수 있는 건가요, 그 말을 되뇌이고는 삼켰다.



좋아해요. 나는 당신을 좋아해요.



문 밖에서 걸음을 멈췄다. 양손을 무릎에 붙인 채 거칠게 숨을 내쉰다. 네즈코는 고개를 들었다.
너무 익숙한 경치, 풍주저택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

깊게, 한번, 심호흡을 한다.


덜컹-

장지문은 좌우로 힘차게 열렸다. 방구석에서 상처를 치료하던 저택의 주인은 놀란 눈을 동그랗게 뜬다. 하지만 그것도 한순간이었다. 그 눈빛은 날카롭게, 예리하게 네즈코를 노려보았다.

"이래서, 네놈이 싫어."
말을 하자마자, 입으로 물고있던 붕대가 다다미에 풀썩 떨어졌다. 거절의 말을 들은 그날과 다름없는 나지막한 목소리에, 네즈코는 무너질 뻔 하면서도 그 눈빛을 되받아쳤다.

"....당신을 만나러 왔어요."
사네미는 천천히 일어서서 거리를 좁혀왔다. 찌릿찌릿 살갗을 찌르는 공기에 네즈코의 이마에서 땀이 흐른다.

"분명히 말했었다. 다시는 이곳에 오지 말라고."


무서워, 도망가고 싶어, 역시 틀렸어.
안좋은 생각만 가득한 머리를 흔들며 네즈코는 어깻죽지를 움켜쥐었다. 기가 죽으면 안 돼, 눈을 돌리면 안 돼, 그렇게 타일렀다.

"왜요?"

"뭐?"

"왜, 그런 식으로 말씀하시는 건가요."

"귀찮으니까. 네놈같은 오니가 있는건......"
그것은 무의식적인 행동이었다. 폐에 찬 공기가 들어갔다. 분노에 찬 네즈코의 손이 움직였다.


짜악-


마른 소리가 살기 가득한 방에 울렸다.
사네미의 뺨을 때린 손바닥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격노한 네즈코의 입술이 바들바들 떨렸다.

"어줍짢게 간보지 마세요. 당신 말이 진심인지 거짓인지는 진작에 알고 있었으니까."

"네놈.....뚫린 입이라고....!!"


사네미 또한 인내심의 한계를 느꼈다. 이마에 핏대를 세우고는 네즈코의 멱살을 잡아 힘껏 당겼다. 압박하는 듯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래도 네즈코는 물러서지 않았다. 뚜껑을 닫아 왔던 모든 감정이 흘러 넘치도록 사네미에게 말을 뱉었다.

"몇번이고 다시 말해드릴게요. 폐가 되었다면 당신은 처음부터 이 저택에 저를 들여보내지도 않았겠죠. 당신은......당신은 '부모를 살해한 죄인'의 옆에 누구도 세워둘 수 없었을 뿐이잖아요!? 웃기지 말라그래요! 당신이 죽인 것은 사람이 아니라 오니예요!!"


팟, 하고 사네미의 머리에 피가 쏠린다. 멱살을 잡던 손은 거칠게 소녀의 목을 향하더니 그대로 작은 몸을 벽에 밀어붙였다.

등을 세게 부딪친 충격으로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엉덩방아를 찧은듯이 바닥과 벽에 짓눌린 네즈코는 콱 움켜쥐어진 목을 통해 필사적으로 숨을 들이마셨다. 숨을 헐떡이며 두 손으로 자신에게 뻗은 상처투성이의 팔을 잡았다.


괜찮아. 죽일 생각이 없다는 건 이미 알고있어. 진심이라면 벌써 네즈코의 목은 부러져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협박하면, 상처 입히면, 자신의 곁을 떠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자기자신이 악인취급을 받는 것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하는 인간의 행동이다.


아픔인지 슬픔인지 네즈코의 눈물이 뺨을 지나 목까지 흘러내리며 투박한 손을 적셨다.

"당...신이.....살인자라고...한다면......제..오빠나....여러..대원분들...까지....전원...살인자......예요."

그 말에 사네미의 몸이 흔들렸다. 동요 때문인지 네즈코의 목에서 손이 떨어진다. 급속히 폐를 채우는 산소에 네즈코는 수차례 기침을 한다. 목을 타고 올라오는 괴로움에 가슴을 움켜쥐었다. 괴로움에 고개를 숙인 채 네즈코는 이어 입을 연다. 전하고 싶은 말은 분명, 나중에는 전할 수 없게 된다. 언젠가의 가르침을 네즈코는 기억하고 있었다.

"지주분들만 그런게 아니예요. 젠이츠씨나 이노스케씨, 겐야씨도 살인자가 되는거라구요."


"...... 뭐라고...지껄이는거야."
느닷없이 귀에 박힌 동생의 이름에 사네미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상처를 입은 손에서는 피가 뚝 뚝 흘러내렸다.

"저도 죄인이예요. 오니의 목을 베는 오빠와 함께 싸웠으니까. 한 사람도 빠짐없이 전원 살인자예요. 그래도 괜찮은 건가요? 나는 오빠가 내 목을 비틀고 있었다고 해도, 오빠를 살인자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거예요. 절대로 그러지 않았을거예요. 그것만은 분명한 사실이에요. 당신의 어머니께서도 같은 마음이시겠죠."
기도하듯이 네즈코는 눈앞에 있는 상처투성이 사내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소중한 아들을 살인자라고 생각할 리가 없다. 이렇게 상처를 끌어안고, 이렇게 혼자 다 짊어진채 걸어가려는 사람을 누가 감히 탓할 수 있겠는가.

사네미의 숨이 막히는 소리가 났다. 어깨에서 팔까지 힘이 실렸다. 그 손이 다다미에 깊게 손톱을 파묻고, 무릎을 꿇은 채로 사네미는 고개를 숙였다.

그 표정은, 네즈코만이 알고있다.


"ㄱ.......래도....그래도...그건...어머니였다고....."
가냘픈,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말이 툭, 떨어졌다.


충동적으로 네즈코는 사네미를 끌어안았다. 끌어안고 나니 자신보다 더 큰 몸이 가늘게 떨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가슴이 조여와서, 네즈코도 뚝뚝 눈물을 흘렸다.

네즈코는 사네미의 과거를 그의 입으로부터 들은 적이 없었다. 소문으로, 혹은 그의 동생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을 뿐. 토해내 버리면 편한데, 이 사람은 너무 서투른 나머지 그런 간단한 일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오니가 된 어머니를 죽였다.』


그 사실을 입 밖에 내지 못한 것은, 그 짐을 누군가와 함께 짊어지고싶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용서받기 싫은 것이다. 그렇게 자기 자신을 해치고, 혼자서 죄를 짊어지고, 혼자서 속죄할 생각이었을 것이다. 너무나도 서투른 사람.


"당신이 당신을 용서할 수 없다고 한다면, 저도 당신을 평생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까, 당신을 용서하지 않는 저를, 평생 당신 곁에 있게 해주세요."

제멋대로인 말을 입에 담으며, 네즈코는 끌어안은 팔에 힘을 준다. 말은 밤바람을 타고 사라져간다. 남은 것은 함께 짊어지려는 결의 뿐이다.

작은 목소리가 네즈코의 귀에 닿았다.


"나는, 네놈을 죽이려고 했어."


"알아요."


"찔렀다고."


"......알고 있어요."

눈을 감는다. 닿은 몸은 따뜻하다. 살아있는 사람의 온기가 느껴졌다.

다다미를 움켜쥐고 있던 손가락이 잠시 주저하더니, 살며시 네즈코의 등에 닿았다. 그대로 네즈코를 끌어안았다. 네즈코의 눈동자에서는 다시 커다란 눈물방울이 흘러내렸다.


"악취미라고, 너."

"알고있었잖아요?"



당신이 당신을 용서할 날이 올 때까지, 당신이 해방되는 그날까지 저는 계속 옆에 있을 거예요.





참새가 지저귀는 소리와 함께 까마귀가 우는 소리가 났다. 사네미는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몸을 일으키려하니, 옆에서 웅크려 자고있는 소녀때문에 완전히 일어나지 못하고 할 수 없다는 듯 턱을 괴었다.
어젯밤의 일이 꿈이 아니었다는 증거로, 자신의 손에 단단히 감겨있는 붕대가 눈에 띈다.


결국 그 후, 바닥에 번지는 피에 당황한 네즈코는 치료부터 하자며 서둘러 구급상자로 손을 뻗었다. 호흡으로 지혈을 해 두면 문제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것을 소녀가 용인할 리가 없었다. 소독을 한 꿰맨 상처 위에 붕대를 감았다.

올려다보니 시계바늘은 벌써 날을 넘기고 있었다. 이 시간에 돌려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라 하룻밤 묵고 가라고 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손님이 묵고가는 상황을 감히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이 저택에는 이불이 한 벌 밖에 없었다. 그것을 사용하라고 하자, 머뭇거리는 시선이 사네미는 어디에서 자느냐고 물어왔다.

아무데서나 자면 된다는 말에, 그렇다면 자신이 다다미에서 자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것이었다. 결국 끈기에 진 사네미와 네즈코는 좁은 이불에서 몸을 맞대고 잠이 들었다.


누군가가 옆에서 눈을 감고 있는 것을 본 것이 몇 년만이었을까. 사네미는 잠든 얼굴을 바라본다.

"눈이 거하게 부어올랐구만......"
도대체 얼마나 울었길래 이 정도로 부은걸까. 엄지 손가락으로 눈가를 쓰다듬으려다 손을 멈추었다. 내가 다시 한번 누군가의 옆에 설 수 있을까. 태양 아래를 걸을 수 있을까.

그 불안을 불식시키듯 창밖에서 바람이 불어왔다. 계절에 비해 부드럽고 따스한 바람이었다.


"괜찮아. 모두, 오빠를 정말 좋아하는걸."

"나도, 사네미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어머니......

목소리는 나오지 않고 입술만이 움직이며 말을 만들었다.
눈을 깜빡이니 어머니와 남동생, 여동생들이 웃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물론 그것은 환상이다. 옆의 따스한 온기가 적당한 환각을 비쳐보인것일테다.

그래도 그것만으로도 빛이 바랬던 세상이 아주 조금 물든 것처럼 보였다. 얼어붙었던 시간이 조금씩 녹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사네미는 소녀를 지그시 내려다본다. 행복한 얼굴로 잠든 소녀는, 당분간은 꿈 속을 거닐것이다. 문득, 숨을 내쉬며 눈을 가늘게 떴다.

"네즈코."
함께하기로 결정한 소녀의 이름을, 사네미는 처음으로 입에 올렸다. 손 끝으로 소녀의 볼을 살짝 쓰다듬는다.


언젠가 나를 용서할 수 있게 됐을 때, 이 녀석이 웃으며 옆에 있어주면 좋겠다.
소원하며, 사네미는 소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

큰 소동이 지나가고, 풍주저택도 평소의 일상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나는 여전히 나비저택에서 풍주저택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달라진 점이라면 이전보다 저택을 찾는 빈도가 줄어든 점. 매일같이 다니던 길은, 이틀에 한번 꼴로 걷게되었다.

"저택에 오는 횟수를 줄이라는 게 무슨 말이예요!"

"진정해. 오지말라는 게 아니잖냐. 여러가지로 생각해봤는데, 너의 그 실력이라면 나비저택에 오는 사람들에게 적잖이 도움이 될 수 있잖아. 나한테만 쓰기에는 아깝다고."

"......그런."

"불평하지마. 그 대신, 갈 수 있는 날에는 내가 나비저택에 얼굴을 비추마. 그럼 됐지?"


그렇게 된 것이었다.

밤길을 걷게 하는 횟수를 줄이기 위해서. 그리고 매일 풍주저택에 다닐때, 나비저택의 일까지 도맡아 하는 바람에 잠이 부족했다는 것을 눈치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시나즈가와씨 나름의 배려였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깨달았다.

그리고 오늘도 나는 나비저택에서 풍주저택으로 가는 길을 걷는다.


오늘 점심은 생선구이에 고구마랑 강낭콩조림, 장아찌는 오늘 아침에 먹고 남은 것으로 하면 되고......된장국에는 두부랑....

부엌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 때, 단련이 끝난 시나즈가와씨가 주방에 얼굴을 내밀었다. 그대로 행주를 집어들더니 식기를 닦기 시작했다. 그러한 점이 능글맞다고 생각하는 참에 갑자기 말을 걸어왔다.

"저기말야."

"네."

된장국의 맛을 보려고 작은 접시를 왼손에 들고 국자로 국물을 휘저으며,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돌아보았다. 시나즈가와씨는 식기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담담하게 입을 연다.

"너는 호칭 운운하며 엄청나게 집착하면서, 왜 나는 여전히 '시나즈가와씨'냐?"

"...헤?"
나는 무슨 취지에서 나온 말인지 알아채지 못하고 바보같은 소리를 냈다. 고개를 갸웃하는 나를 한번 흘깃 쳐다본 시나즈가와씨는 다시 식기에 눈을 돌린다.

꿈뻑꿈뻑. 이상하다는 듯이 눈을 깜빡이자, 이번에는 차분한 말소리가 내려왔다.

"...겐야는 '겐야씨'라고 불렀었잖아."

"네.....?"


그제서야 말의 의미를 이해했다. 나도 모르게 국자를 든 손이 멈췄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냄비에서 김이 올라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을 신경 쓸 상황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게, 아무렇지 않은 듯 말하면서. 표정하나 바꾸지 않은 척 하면서, 귀.....귀가...새빨갛잖아요.

열은 전염된다. 어느새 내 볼도 붉게 물들었다.


귀엽다는 등의 말을 7살 연상의 남자에게 말하면 무조건 혼나겠지만, 특히 이 사람이라면 그야말로 귀신같이 화를 내겠지만, 그래도.

동요를 감추지 못하고 굳어 있는 나를 움직인 것은, 나도 시나즈가와씨도 아닌 냄비였다.
불안한 소리가 나기 시작하고, 시나즈가와씨가 한 발 먼저 눈치채고, 소리를 질렀다.

"어이! 냄비!!"

"어? 아!!"
냄비 속은 완전히 끓어 넘쳤다.


슈우우우우우-

요란한 소리를 내며 내용물이 넘쳐흘렀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눈앞에서 불이 꺼진다. 불이 꺼짐에 따라 냄비 또한 기세가 꺾였다. 속을 들여다보니 된장국은 반토막이 나있었다.


"......"


"......"


".....미안, 이상한 소리를 해가지고......"


"아녜요, 죄송합니다...."
국을 이렇게 쏟아붓다니......미츠리씨풍으로 말하자면 "구멍이 있으면 들어가고싶다"예요. 게다가 얼굴에 오른 열도 전혀 사라지지않고. 어떡하면 좋은거야. 이 서먹서먹한 분위기.


그래도 뭐라도 해봐야지. 용기를 쥐어짜내서 나는 당신의 옷소매를 당겼다.

"저.....사, 사네미씨라고 불러도 되나요?"


횡설수설한 말에 괜히 수치심이 엄습했다. 대답 또한 나오지 않으니 이젠 정말로 도망치고싶어졌다.

으윽, 하며 고개를 숙이자 당신의 목소리가 들렸다.

"......좋으니까 말을 꺼낸거잖아."


언뜻 보니, 입가에 힘을 주고서 미간을 찌푸리는 당신의 얼굴이 보인다. 그 눈가에 주홍빛이 스며 있다.


이 사람, 내가 반드시 행복하게 해줘야지. 그렇게 다시 한번 맹세했다.






다시는 소설 손안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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