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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KBS 특집 다큐, "국내진공작전" 제16부

문학빌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4.23 00: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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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 링크 : https://gall.dcinside.com/m/alternative_history/204435


* * *


45년 8월 14일 새벽. 조선 총독 아베 노부유키는 전날 아침 당한 폭격의 여파가 완연히 남아있던 총독부 본관 집무실에서 제17방면군 사령관 고즈키 요시오, 경무국장 니시히로 다다오 등과 대면 중이었다.


이 시각, 서울 시내 곳곳에서 개시된 광복군의 게릴라전에 일본군 제320사단과 용산 병기창 등의 2만 여 명의 병력과 시내의 일본 경찰은 혼란에 빠져있었다. 여기에 개성 인근에서 일본군 야나가와 지대를 완파하고 남하를 개시한 광복군 제1군단의 진격 소식은 이들에게 고심을 더했다.


총독은 이 자리에서 서울 사수 및 수뇌부 탈출 방안을 논의했다. 몇 시간 전 용산역에서 총독 전용 기차가 파괴된 이상 새로운 탈출 수단을 강구할 필요가 있었고, 결국 김포 비행장을 급히 복구해 항공편으로 총독과 사령관 등이 부산으로 탈출하자고 결론을 내렸다. 문제는 김포비행장이 회의 종료 직후 관악산 방면에서 진격한 광복군 제1공작지대 병력에게 점령되었다는 것이었다.


"전후에 듣기로, 총독이 전화로 그 소식을 듣더니 가타부타 말 없이 권총을 만지작 거리더라, 이렇게 들었어요. 이제 독 안에 든 쥐 신세가 되었으니까 말이지. 그걸 니시히로 경무국장이 뜯어 말렸다던가."


"니시히로 경무국장의 말은, 현재 본토에서 연합국에 항복 절차가 논의 중인데, 총독이 정신을 차리고 있어야 한반도 남부에 남은 영토를 온전해 우리 임정이나 연합국과 교섭해볼 여지라도 생기지 않겠는가, 그랬다고. 우리 입장에서는 참 기가 막힌 이야기지만, 어쨌건 일본인들은 그렇게 믿고 있었다니까."


실제로 일본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8월 9일, 이미 연합국에 항복하기로 중론을 모았으나 8월 12일 자로 전달된 연합군의 답서에 군부가 반발하면서 난항을 겪고 있던 시점이었다.


"아베 총독은 정신을 차린 모양인지 공무원들에게 기밀서류 파기를 지시했지요. 문제는 당시 전날 아침에 있었던 총독부 폭격으로 인해 공무원 태반이 병원으로 실려가 있었거나 아예 도주한 상태였다는 거지. 건물이나 서가에 통째로 불을 싸지르지 않는 한 기밀서류의 전체 파기가 불가능한, 그런 상황이었다 이 말이오. 서울 시내에 머무르고 있던 일본군 2만 명과 경찰관들은 17군 사령관 고즈키 요시오의 지휘 하에 재배치 중이었고 총독부 경비하는 병력만 겨우 남겨뒀는데 시내에서는 총성이 계속 울리고 있었으니까, 그 쪽에서 인력을 빌려오기도 힘들었지. 결국 그러니까 그 놈의 비밀문서가 거의 대부분 고스란히, 우리 군의 손에 노획 될 수 있었던 거지요."


일본군 제17방면군 사령관 고즈키 요시오 장군은 동두천과 포천 방면에서 아군에 맞아 싸우기에는 이미 늦었다고 판단하고, 제320사단장 야스미 긴사부로 장군 휘하 2개 연대를 의정부에 투입해 아군 1군단 주력을 저지하도록 했다. 파주를 통해 진격하는 아군은 참모장 이하라 준지로를 급파해 전투지원부대와 경찰, 헌병 등 잡다한 병력으로 급조한 부대로 저지하도록 한 상태였다. 이들의 목표는 삼남 지방 일대에 나누어 배치된 제150, 제160사단과 독립혼성 제127여단 등 한반도 남부의 주력부대가 포위망 남쪽을 뚫고 서울과 접촉하기까지 서울을 사수하는 것이었다.


8월 14일 새벽, 의정부 일대에서는 남하하는 광복군에 맞서 포격을 가하는 일본군의 포 사격 소리가 끊이지 않고 울렸다. 서울 시내에서도 경무국 요원들의 게릴라전이 한창이었다.


서울 시민들에게는 잠 못 이루는 밤이었다.


"사방에서 포성과 총성이 계속 들려오니까, 우리는 잠자리에 누워서도 가슴이 두근거려 잠을 못 자는 거지요."


"아랫목에, 8월이라 한창 더울 때인데도 두꺼운 솜 이불을 꺼내다가 돌돌 말고 누워있었어요. 그게 그나마 총탄 파편을 막는다더라, 그런 이야기가 돌았어서 어머니가 허둥거리면서 그걸 꺼내다 주셨지."


"동리 어른들 사이에서는 피난을 가야 하는 거 아니냐, 이런 말도 담벼락 너머로 소근거리곤 했는데, 우리 어머니는 피식 콧방귀를 뀌시면서리 피난은 무슨 피난. 남부여대하고 나온 꼴을 보면 왜놈들이 퍽이나 좋아라 하겠수. 그러셨지요. 다들 인자 곧 끝날 터인데 굳이 나가서 총 맞을 이유가 없다는데 생각이 미쳐서, 오늘 내일만 잘 버티자 그러고는 각자 집으로 들어갔었지."


전날, 제1사단을 초월해 도주하는 일본군 제120사단을 추격, 전과를 확대하며 임진강 철교 일대를 확보한 광복군 제2사단은 14일 오전 04시를 기해 파주시 조리읍 봉일천리와 용미리 일대에서 정면 공격에 나섰다. 여기에 제2기갑연대 제103전차대대의 전차 20여대가 힘을 보탰다.


이에 맞서 일본군 제17군 참모장 이하라 준지로는 헌병과 병기창 근무 병력 등을 혼성한 휘하 3개 대대를 현 서울특별시 은평구 일대인 녹번리 인근에 투입, 최후 저항선을 설치하고 방어전을 펼쳤으나 7시간 만에 저항을 포기하고 서울 시내로 후퇴했다.


한편, 파주시 파평면을 통과해 우회한 광복군 제3사단은 06시부터 양주와 동두천을 탈환하고 의정부의 북쪽에서 일본군을 강하게 압박하기 시작했다. 일본군 제320사단장 야스미 긴사부로는 1개 연대로 저항선을 형성하고 남은 1개 연대를 예비대로 두어 역습의 기회를 노렸다.


"인자, 우리 군단 본부에서도 일선에서 올라오는 정보 보고를 취합한 결과, 적 단대호들과 대략적인 병력 규모를 파악한 상태였지요. 의정부 축선은 넓은 개활지가 탁 트여 있어서, 우리 군이 쾌속 진격을 통해 찌르고 들어갈 수 있었기 때문에 일본군의 방어도 여기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적에게는 이렇다 할 대전차 전력이 없었지. 그럼 남은 게 뭐겠어요. 우리 전차로 적 방어선을 그야말로 유린하는 것 뿐이지."


"야스미 긴사부로 사단장도 반쯤 자포자기 한 상태로 자살특공 위주로다가 우리 전차들을 저지할 계획을 세웠다고 해요. 그런데 그게 되겠나. 그 병력들 상당수는 45년 들어서 급거 징집한 우리 조선인 출신 장정들이었는데."


제1기갑연대를 앞세운 광복군 제3사단은 공세를 개시한 지 12시간 후인 8월 14일 오후 6시, 급격히 무너지는 적 320사단을 추격해 미아리 일대의 적 최후 저항선을 돌파했다. 공세의 선두에 선 대대 수색소대장 윤동주 중위와 제131보병대대원들은 노을이 지는 붉은 하늘 아래로, 드디어 발 밑에 펼쳐진 서울 시내를 시야에 담았다. 일본군 제320사단을 중심으로 한 방어작전에 희망을 걸었던 총독부와 일본군 사령부가 깊이 좌절하는 순간이었다.


"시내에 일본 경찰과, 또 후퇴해 오는 왜군들이 눈빛이 흉흉해서리, 우리들은 죽은 듯이 각자 집에 콕 박혔지요. 그런데 알음알음, 미아리 일대, 개운산 근처에 우리 군이 태극기를 내걸었다는 소문이 들려오는거라……."


"우리 할아버지는 1904년 서울 전투 당시에 시위 2연대 소속으로 싸웠던 병사 출신이셨어요. 그러다 부상을 입고 포로로 잡혀서 고초를 겪은 뒤로는…… 우리 아버지 어릴 적이나 또 내가 어릴 적에 밤마다 머리를 쓰다듬으며 독립투쟁이고 뭐고 앞으로 다시는 인생에 없는 것이다라고 계속 혼잣말을 하셨어. 그런데 그 분이 글쎄, 뒷마루의 기둥에 기대어 서서 개운산에 우뚝 선 태극기를 하염없이 보시는 거야. 그렇게 보시다가, 나를 끌어안고 대성통곡을 하셔요. 세상이 무너지는 것처럼 그렇게 우시면서 이제야 끝났다. 인제 다 잘 끝났다고 중얼거리시는거야.


……광복 후에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유품을 정리하면서 그 분이 쓰신 일기를 읽는데, 1904년 대전쟁 당시 일기야. 할아버지는 당시 전장을 관측하는 임무를 수행하면서 아끼던 전우들도 전사하는 중에 꽤나 좌절하셨던 모양이에요. '목멱산 사면에 내걸었던 아군 포병연대의 군기가 적에게 노획되었다.' '목멱산 정상에 왜놈들의 욱일승천기가 게양되었다.' '밤낮으로 서울 남쪽이든 북쪽이든 아군이 받쳐 든 태극기를 애타게 찾는다.' '저 산비탈 너머에서 지원군이 온다면…….' 이런 글들을 읽으니, 그제야 그 분이 그 때 왜 그리 우셨는지 조금이나마 이해가 갔지요."


한편, 8월 14일 오전부터 한강 남쪽, 지금의 영등포와 강남 일대에서도 광복군 공작지대원들의 포위망이 시시각각 좁혀 들어왔다. 점심 즈음부터 제1한강교와 한강철교 일대에서 격렬한 교전이 벌어졌다. 일본군은 급한 김에 한강교들을 폭파하려 시도하였으나 공병 병력이 부족한 반면 이미 광복군이 직사화기의 사거리에 한강교를 넣고 있던 시점이었기에 이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8월 15일 새벽녘, 일본군은 아베 노부유키와 고즈키 요시오 이하 관, 군의 수뇌부를 차량을 통해 서울 밖으로 탈출시키기 위해 포위망 돌파를 시도했다. 그러나 이는 광진교 일대에서 벌어진 격렬한 조우전 끝에 실패로 돌아갔다. 서울이 완전히 광복군에게 포위된 순간이었다.


김홍일 중장은 군단 사령부를 파주 법원리에 설치하고 이른 아침부터 재개된 공세를 정력적으로 지휘했다.


"그날 아침에는 안개가 자욱했었지. 근데 또 날씨가 푹푹 찌기는 매한가지라 완전 찜통 더위였어요. 내 기억에, 당시 경기 북부의 최고온도가 한 34도씨쯤 되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군단장님도 본부텐트에 수은계를 바라보시다가 걱정이 많은 표정으로 '각 부대에 물을 되도록이면 충분히 마시라고 전달하라.'는 지시를 내리셨어요."


안개가 자욱했던 오전과 달리, 점차로 안개가 걷혀가며 맑게 개인 하늘에서는 햇빛이 비추기 시작했다.


아침 여섯시를 기해 재개된 광복군의 공세는 매섭게 이어졌다. 일본군은 서울시 은평구 방면과 의정부 방면의 최후 저항선이 모두 붕괴된 상태로 시내로 무질서하게 후퇴하였고, 한강의 교량들을 확보한 광복군 공작지대가 이들의 탈출을 가로막고 있었다.


군단장 김홍일 장군은 은평구 방면의 제2사단과 의정부 방면의 제3사단의 공세를 신중하게 조율하며 공세를 지속했다.


일본군의 조직적인 저항은 이내 거의 분쇄되었다. 오전 9시 경, 무악재 인근에서 일본군 제17군 참모장 이하라 준지로 소장과 참모들이 항복했으며 비슷한 시각 적 320사단장 야스미 장군이 동소문 인근에서 부상을 입고 포로로 잡혔다. 일본군 제362연대장 노사카 타다요시 중좌가 이끄는 1개 대대 병력이 북악산 인근에서, 제120사단 참모장 나카니시 만쥬로 중좌가 이끄는 패잔병 200여 명이 인왕산 인근에서, 그리고 17군 사령관 고즈키 요시오 장군이 직접 지휘하는 소수의 경찰과 일본군 패잔병들이 시내 곳곳에 분산되어 저항 중일 뿐이었다.


이범석 장군은 김홍일 장군과 무선으로 간략히 협의 한 후, 오전 9시 20분 경, 2개 대대 규모의 공작지대 병력을 한강교를 건너 용산 방면으로 진격시켰다. 제2공작지대 제6대대 5중대 김준엽 대위와 6중대 장준하 대위가 선두에서 이를 지휘했다.


"우리 중대장, 김준엽 대위님은 군장에서 태극기를 쑥 꺼내들더니 그걸 몸에 휘감고는 우리를 돌아보며 짧게 훈시하셨지. '오늘 우리가 역사를 새로이 쓴다. 우리가 오늘 한강다리를 건너 총독부에 태극기를 꽂는다. 내가 언제나 가장 선두에 있을테다. 다들 죽을 각오로 나를 따라주길 바란다.' 하셨죠. 옆에 서 계시던 장준하 대위님도 호탕하게 웃으시며, '그럼 용산역 쯤에서 장대 기다란 거 하나 구해서 가야겠군. 그 태극기를 달아야 할 것 아닌가.' 하시는거야."


공작지대 9대대는 용산역과 용산 일본군 사령부를, 6대대는 서울역을 거쳐 지금의 광화문 자리에 위치한 일본 총독부 일대를 장악하는 임무를 맡았다.


다리로 몰리던 적 패잔병들은 노도같이 밀려오는 광복군의 기세에 총 한 방 쏘지 않고 연이어 항복했다. 9대대 병사들이 적 포로를 수합하는 동안 6대대는 그대로 서울역 방면으로 진격했다.


시내까지 밀려난 일본군들은 고즈키 요시오의 지휘 하에 간신히 지휘체계를 복구하고 저항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이내 지금의 숙명여대와 용산고등학교 사이에서 두시간 가량 격렬한 시가전이 이어졌다. 담벼락을 뛰어넘고, 골목길을 내달리며 연발 총소리와 폭음이 울렸다.


그러나 이런 교전도 곧 잦아들었다. 광복군은 인왕산 방면에서 진격하는 제2사단을 기다리며 전열을 가다듬던 반면, 일본군은 수뇌부에서부터 내려온 뒤숭숭한 소문에 저항이 그친 탓이었다. 전날 밤, 이날 정오에 중대 발표가 있을 예정이니 다들 방송에 주목하라는 사전 예고가 있었던 참이었다.


"정오쯤 되니까 잠시 전투가 소강상태였어요. 날이 더우니까, 다들 수통에서 물을 나눠 마시며 혀를 쭉 뺐지. 그리고 우회할 만한 골목길을 찾아 슬쩍 슬쩍 거울을 내밀어 길도 확인하고.


그런데 갑자기 동지들이 '야, 라디오! 라디오 틀어봐!' 그러더라고. 그러더니, 살아남은 스피커나 라디오에서 싸이렌이 울리더니, 일본어로 '지금부터 중대한 방송이 있겠습니다. 전국의 청취자 여러분께서는 기립하여 주십시오.' 하는게 아니겠소. 담벼락 뒤에서 숨만 고르던 우리 동지들과 길 너머에서 모래 주머니 뒤에 있던 일경들이 눈이 마주쳤는데 묘한 예감에 서로 총을 안 쐈지."


이것은 일본의 히로히토 일왕이 사상 최초로 직접 목소리를 내어 읽은 항복 연설이었다. 새벽부터 동경에서 일본군 강경파 장교들이 항복에 반대하며 일으킨 쿠데타 소동 끝에 가까스로 방송이 된 것이기도 했다.


(육성자료) 지금부터 중대한 방송이 있겠습니다. 전국의 청취자 여러분께서는 기립하여 주십시오. 천황 폐하께서 황공하옵게도 전국민에게 칙서를 말씀하시게 되었습니다. 지금부터 삼가 옥음을 보내드리겠습니다.


(히로히토 일왕 육성 시작) 짐은 깊이 세계의 대세와 제국의 현상(現狀)에 비추어보아 비상의 조치로써 시국을 수습하고자 하여, 이에 충량(忠良)한 그대들 신민에게 고하노라…….


일본의 국가인 기미가요의 연주 뒤, 히로히토 당시 일왕이 5분 남짓 육성으로 녹음한 항복 선언이 전파를 타고 울렸다.


일왕의 연설은 부득이하게 항복을 결심하게 되었으니 다들 절망하지 말고 전후 복구에 힘을 낼 것을 일본국민들에게 당부하는 내용을 담았다.이후 방송은 와다 노부타카 NHK 아나운서의 해석을 곁들여 일왕 히로히토의 녹음, 소위 옥음 방송을 한 번 재송하였다.


"……그 방송 하는 동안 5분쯤, 방송이 끝난 뒤에도 거리가 정적에 빠져들었지. 슬쩍 고개를 내밀어보니 일경, 왜군들 모두 넋이 나가서 엄폐물 뒤에서 그냥 벌떡 일어서 있었다고. 반대로 우리 동지들은…… 하하하! 이거 참, 그때 생각만 하면 지금도 신이 나서……."


"그 때 나는 일본애들 목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까이에 있었는데, 걔들이 자기들끼리 그래요. 뭐야, 그럼 우리가 진 거야? 걔들 중에 누군가가 그리 중얼거리더군요."


"그, 일왕의 담화 내내 일본어를 잘 하는, 2소대 곽성길 일등병이 라디오를 붙들고 일일히 통변을 하였지요. 그러니까 옆에 달라붙어 있던 동지들이, ‘이긴거 아냐? 이긴거 맞지? 이긴거 맞지?' 계속 이래요. 하하하하!"


"당시 이범석 장군님은 용감하게도 한강을 건너서 용산 일본군 사령부로 들어와 계셨는데, 그 방송을 듣자 기민하게 포로로 잡혔던 장교들을 앞세우고, 여기저기서 저항하던 일본군과 경찰들에게 항복할 것을 권유하는 연설을 하러 보냈지요."


"우리들은 왜놈들이 총을 쏠까 봐 무서워서 엄폐물 뒤에서 나오지는 못했지만 총대 붙들고서 '우와아아!' 함성을 질렀어요. 담벼락 밖으로 내다보던 서울의 동포들도 입만 벙긋거리더니 눈물을 뚝뚝 흘려. 그 짜릿한 느낌이, 꼭 공수낙하하려고 비행기 타고 날던 그 기분이었다고. 그러다가 흥에 취한 지역대 선임하사 유국환 상사, 경남 창원 출신으로 술 잘 마시던 분인데, 그 사람이 흥에 못 이겨서 톰슨을 어깨에 걸더니, '대한독립만세!' 외치면서 양손 번쩍 치켜 들고 거리로 뛰쳐나갔죠. 저 양반이 미쳤나? 빨리 들어오라고 부르려는데, 왜군들이 유 상사를 봐도 쏘기는커녕, 다들 말없이 총을 내리고, 몇몇 놈들은 아예 무릎 꿇거나 고개를 떨구는 거에요. 그 다음은…… 뭐, 하하하!"


"나는 그 때, 거, 부상병인 우리 분대 공용화기 사수, 이낙준 상병을 들쳐업고 골목길을 따라 후퇴 중이었지. 근데 골목길을 돌자마자 일본군 애들 10여명이 달려오다가 나한테 총을 겨누고 항복하라고 하는 게 아니겠어? 어마 뜨거라 하면서 이낙준 상병을 내려놓고 무장해제 당하고 있는데 갑자기 골목길 너머에서 '만세! 이겼다! 대한독립만세!'가 거의 무슨, 절규하듯 들리는 거요.


그러니까 일본군 장교랑 잠시 눈이 마주치고도 잠시간 서로 어찌할 바를 몰랐지. 그러다가, 이낙준이가, '총… 총 뺏어…….' 속삭이대. 하하하, 그러니까 또 무슨 용기가 났는지, 일본군 장교며, 옆에 내 총 뺏어가던 병사며 줄줄이 뺨을 후려치고는 썩 항복하라고 버럭 소리질렀지. 내 총 내놓아라, 이 놈들아! 그러니까 왜놈 장교는 얼떨떨하게 뺨 쥐고 서있고 왜군들은 눈치만 보다가 총 내려놓고 한쪽으로 멀가니 몰려 서있고.


근데 쟤들은 10여명이고 나는 혼자잖아? 그래서 내 총, 그리스건을 지향사격 자세로 허리에 걸치고는, 틱 하면서 연발로 조정간을 돌렸어요. 그러니까 일본 애들이 또 움찔. 그 미묘한 반응이 사람 미치게 하는거지. 쟤들이 언제 나한테 덮쳐 들지 모르고, 또 밖에선 만세 소리만 줄창 나지 아군은 콧빼기도 보이질 않아요. 좀 그렇긴 하지만 그냥 휘리릭 총 휘갈기고 번개같이 재장전 해서 또 갈겨야 하나, 그런 생각까지 들더라니까.


근데 마침 골목길 대문 너머로 까까머리 소학생 하나가 힐끔 고개를 내미니까 그제야 아이고야 살았다 했죠. '얘. 나가서 우리 광복군인들 좀 불러다오!' 그러니까 소학생 대신 그 애 어머니가 '아이고, 아이고.' 그러면서 큰길로 달려나가고. 한 5분쯤 왜놈들 노려보다가 아군들이 달려와서, 그제야 총을 거뒀어요. 이낙준이도 무사히 후송되어서 치료 잘 받았고. 어휴, 그때 그 긴장감은 지금 생각만 해도 머리가 쭈뼛 선다니까."


1945년 8월 15일 정오, 일본제국은 공식적으로 연합군에게 항복했다.


(5분 후, 광고 뒤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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