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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혜서세나 (2)

ㅇㅇ(59.10) 2023.03.16 16:57:30
조회 899 추천 18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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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무슨 벌써부터 중간고사야. 한 것도 없는데.’


혜서는 늦은 밤 질리도록 입어 후줄근해진 과잠을 입고 백팩을 맨 채 학교를 걸었다.

K대는 밤인데도 밝다. 은근히 학교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저쪽 잔디밭에서는 신입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돗자리를 깔고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재미있긴 하겠다.’


노는 걸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고 묻는다면 물론 혜서도 좋아했다. 저렇게 시끌벅적하게 놀지 못할 뿐이지.

깊이 친한 사람 몇 명만을 챙기는 스타일. 혜서가 딱 그랬다. 저 아이들처럼 몇 번 본 적 없는 사람들과도 술판을 벌일 만큼 사교적이지 못했다.


“술이 들어간다, 쭉! 쭉쭉쭉! 쭉! 쭉쭉 쭉쭉쭉!”


아무래도 누가 게임에서 걸린 모양이다. 슬쩍 흘겨보니 아직 애티를 못 벗은 사내아이가 자신만만하게 종이컵을 들고 있다. 그 아이는 시원하게 원샷을 때리고는 “크으으으”라며 탄식을 뱉었다. 훔쳐보던 혜서까지 술 생각이 날 만큼 시원하게 마신다.


“와, 오빠 진짜 잘 마신다!”

“흠, 흠.”

“대박이다.”


옆에서 웬 여자애 하나가 온갖 애교를 다 부린다. 하늘하늘한 원피스 차림에서 그녀의 청순한 컨셉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표정은 밝고 목소리에는 교태가 넘쳤다. 딱 봐도 남자가 마음에 들어서 아양떠는 건데, 알고 봐도 귀엽긴 하다.


‘하는 짓이 비슷하네.’


저 모습을 본 혜서는 문득 세나를 떠올렸다.

처음 봤을 때의 세나는 어땠더라? 1소대 생활관 앞에서 웬 비타민이 어쩌고 하며 이상한 인사를 하자고 제안했지. 그녀 딴에는 상큼하고 깜찍하게 보이리라 생각했던 모양이다. 혜서는 미친년이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지만.


“!”


아무 생각 없이 계속 길을 가는데, 갈림길 가운데에 꽂힌 반사경에 비친 제 입가가 위로 비죽 올라가 있다. 혜서는 깜짝 놀라 입가를 가렸다.


‘어으 씨.’


그때는 막연히 미친년같고, 성격도 안 맞아서 귀찮기만 했던 앤데 그런 애를 떠올리며 웃고 있다니.

이게 다 추억이 돼서 그런 건가? 새삼 민망하고 불쾌해졌다.


‘봄이 무섭다, 무서워.’


사람 마음이 유들유들해지는 시기. 사소한 일에도 달짝지근해지고, 때때로 쉽게 우울해지기도 하는 시기. 떨어지는 벚꽃잎을 올려다보며 혜서는 혀를 찼다. 이런 시기에 떠올리는 게 군대 동기라니 맛이 가도 단단히 갔다.


‘원래는 이렇게 안 친했는데.’


처음에는 정말이지 최악이었다. 혜서는 도저히 친해질 수 없는 사람으로 단정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다툰 일들에 대해 사과하고, 시간도 지내면서 좀 가까워졌지만.


[내가 중수 할 거야.]

[돌았냐? 넌 소수나 해.]


혜서는 집에 가다 말고 편의점에 들러 음료수를 샀다. 옛날 생각을 하니 가슴이 따뜻하니 기분이 좋아져서 이대로 집에 가기 아쉬워졌다. 대신 그녀는 벚나무 옆 벤치에 앉았다.


‘그게 한겨울 수경 때였나?’


얼추 가을 무렵이었던 것 같다.

한겨울 기수가 수인직을 내려놓게 되면서 자연히 후임들이 그 자리를 물려받게 됐다.

혜서와 세나는 동기 중 일 잘한다는 평가를 가장 많이 받았다. 모두가 둘 중 하나가 중수가 되고, 나머지 하나가 1소대 소수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혜서와 세나도 ‘내가 중수, 쟤가 소수’라고 생각했고.

그런데 웬걸, 중수 채희나는 서다미에게 중수를 넘겨버렸다. 1소대 수인이던 한겨울도 “너넨 만날 다투기만 할 거야”라며 다미를 추천했다고 말했고.


[에이 씨, 소수 너나 해라.]

[얘가 미쳤네? 그런 건 너나 해!]


하고 싶은 거 못하고, 남는 자리나 짬때리는 느낌. 혜서는 그게 싫어서 세나에게 넘기려 했다. 그런데 세나도 똑같은 이유로 소수직은 거절했다. 그렇게 이동희가 소수가 되는 우스꽝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사실 혜서는 이경 때부터 ‘나는 중수, 쟤는 소수’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경 때부터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걸 그때 알게 됐다. 그리고 중수는 둘 다 놓쳤고.

그 사실이 우스꽝스럽고 허탈했다. 그때부터 친해졌다.


[아! 마지막으로 한 장은 찍어야지!]


슬쩍 휴대폰 폴더를 열었다. 사진 폴더 끄트머리에는 경찰복 차림의 혜서와 세나, 그리고 다미가 있었다.

말년휴가 때 찍은 사진.


[무슨 사진 같은 소리 하고 있어. 너도 별로지, 다미야?]

[…….]

[다미야?]


사실 혜서는 사진이 정말 찍기 싫었다. 그냥 폰카로 살짝 찍는다거나, 어디 놀러가서 찍는 거라면 또 모르겠는데 세나는 사진관을 가서 제대로 한 장 찍자고 노래를 불렀다.

끝내주게 싫었는데, 다미 반응이 혜서의 예상보다 긍정적이었다. 2대 1. 어쩌나. 찍어야지.

그렇게 찍은 세 사람의 사진은 혜서의 휴대폰에, 그리고 세나의 미니홈피에 아직 남아있다.


‘그래, 찍길 잘했지 뭐.’


혜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진 한 장 남겨두니 좋기는 하다. 인정하기는 싫었지만, 세나 말을 듣길 잘했다.


“!”


우우우웅. 우우우웅.

휴대폰 화면이 까맣게 변하더니 곧 홍세나의 이름이 떴다. 귀신같은 년, 제 생각할 때 딱 전화를 하다니. 민망한 순간을 들킨 기분이다.

받아, 말아?

고민이 끝나지 않았는데, 엄지손가락은 수화기 로고에 가 있다.


[야, 뭐 이렇게 저언화를 안 받아아?]

“바로 받았거든?”


이 미친년. 혀 꼬부라진 것 봐. 술을 얼마나 마신 거야.

혜서는 허탈한 미소를 지으며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중기서에 있을 때나 휴가 나올 땐 과음할 일이 없어서 몰랐는데, 세나는 취기가 오르면 혀가 심하게 꼬였다. 지금처럼.


[야! 나 차 끊겼어!]

“뭐? 벌써?”


혜서는 놀라 주변을 둘러봤다. 저 멀리 보이는 시계탑의 시침은 11과 12 사이에 걸쳐져 있었다. 혜서는 뒤늦게 시간이 무척 흘렀음을 알았다.


[흐흐.]

“뭘 웃어? 너 어쩌려고 그래?”

[내가, 그래서어. 다 알아봤지.]


얘 왜 웃지? 막차 놓치면 큰일 난 거 아닌가? 술에 취하더니 아주 맛이 간 걸까.

혜서는 끊고 싶은 충동을 참으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안암? 응암? 가는 버스는 아직 안 끊겼지 뭐야?]

“뭐?”

[지금 가니까 재워주라. 고마워!]


얘는 뭐 대답도 안 듣고 고맙다고 해?


“뭔 소리야. 난 싫…….”

[응암행 온다!]

“그거 타면 안 돼. 그거 반대야!”


잔디밭에서 술 마시던 아이들이 돌아볼 정도로 크게, 혜서는 소리를 빽 질렀다.


“아! 진짜. 오면 죽여버린다.”


후후후.

협박에도 돌아오는 건 취기 섞인 상큼한 웃음소리 뿐.

혜서는 짜증을 넘어선 불안에 전화를 쉽게 끊지 못했다.

세나가 안암으로 올 때까지, 전화는 끊기지 않았다.





*




1편: https://gall.dcinside.com/m/bg/1416796



채희나를 중수로 쓴 건 그냥 내 취향 때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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