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체스 배우러 온 나그네입니다.

저도 초보입니다만 저희 집 고양이 톰이 체스를 약간 알더라구요. 그래서 톰의 발톱을 빌어 구체적 방법론보다는 우선순위에 대해 간략하게 몇 마디 해 보고자 합니다.





일단 체스에서 이기거나 적어도 지지 않으려면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술 / 엔딩 / 전략입니다. 오프닝, 미들게임은 전술과 전략의 요소에 포함되는 것이고, 엔딩으로 나아가는 발판이기에 별도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특히 아마추어는 오프닝을 별도의 요소로서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마추어 체스에서는 그냥 오프닝 라인들이나 슬쩍 살펴보고 그 라인과 대강 비슷하게 기물들을 꺼내고 센터로 폰을 밀면 충분합니다. 오프닝을 몰라서 졌다고 하는 분이 많은데, 보통 게임을 살피면 그냥 전술이 약해서 지신 겁니다. 미들게임은 별도의 무엇이 아니라 오프닝 이후 전술과 전략의 싸움입니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각 요소별 실천방법도 간략하게나마 언급하겠습니다.


1. 전술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전술은 쉽게 말해 계산력입니다. 상대 킹편이 약하면 기물들을 동원해 메이트를 만들고, 상대의 기물이나 폰이 제대로 보호받지 않으면 공략해 물량의 우세를 만드는 계산을 말합니다.


그랜드마스터(체스 프로기사)들은 모두 전술이 엄청나게 강력해서 서로간에 전술 차이로 물량에서 승패가 갈리는 일은 적은 편입니다. 하지만 아마추어 체스는 전술 단계에서 이미 서로간의 차이가 나기 때문에 전술만 세도 보통 다 때려잡고 고레이팅을 자랑하며 다닐 수 있습니다. 체스는 킹편 공격권을 압도적으로 빼앗기지 않은 이상 거의 항상 물량이 많은 쪽이 상대보다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이점을 가집니다.(체스판 전체에 대한 장악력이 크지요)

그러므로 가장 우선시되어야 하는 것은 전술입니다. 전술로 한쪽이 물량을 업하면 전략은 보통 의미 자체가 없어지고, 엔딩은 물량이 많은 쪽이 거의 반드시 이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술을 기르는 데 제일 좋은 것은 꾸준히 체스 퍼즐을 푸는 것입니다. 특정한 포지션이 던져지고 전술적으로 올바른 수를 찾으면 됩니다. 앱스토어에 체스 퍼즐을 검색하면 많이 나오니까 다운받아서 통근시간, 자기 전 같은 때 짬짬이 매일 풀면 좋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잘 집중이 안되는 분은 체스 퍼즐 책을 별도로 구매해 카페 같은 곳에서 푸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제가 그랬습니다) 저는 군대에서 체스를 접했는데, 잠자기 전 연등 시간에 단어장 아래 몰래 숨겨간 체스퍼즐 책을 풀곤 했습니다.

전술은 운동선수가 웨이트 트레이닝과 달리기를 하는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체스의 중의 기본이고 이게 안되면 아무 것도 못하므로 꾸준히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2. 엔딩


두 번째는 엔딩입니다. 엔딩이란 치열한 전투 끝에 서로의 기물(폰과 킹을 제외한 전투요원들)이 체스판 전체에 6개 이하로 남은 시점부터의 전투를 말한다고 생각하시면 편합니다.(이 정의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만 거의 통용되는 얘기)


기물이 서로 많을 때는 서로의 킹을 체크메이트시키고, 중요한 지점을 차지하고 상대 기물을 공략하기 위한 화려한 전술이 빛납니다. 그러나 엔딩의 단계로 가면 이제 상대 킹을 메이트시키는 일은 매우 어렵고, 전술적인 기회는 줄어듭니다. 한쪽이 물량이 많다면 명확한 이점이 있겠지만, 동등한 물량이라면 많은 생각이 필요하고 비길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따라서 게임의 방향 자체가 변하게 됩니다. 바로 남아있는 내 폰을 상대 진영 끝까지 밀어 퀸을 만드는 것입니다. 퀸을 먼저 세우는 쪽이 압도적인 물량으로 보통 게임을 이기기 때문입니다.


체스에서 아마추어 중고수 단계로만 가도 거의 80~90%의 게임은 이 엔딩의 단계에서 승/무/패가 갈리게 됩니다. 엔딩은 전술적 계산보다는 엔딩에 통용되는 원칙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수행하느냐가 중요하므로 전술과 별도로 분류했습니다. 엔딩을 할 줄 아는 사람은 엔딩을 모르는 사람을 상대로 지는 엔딩을 비길 수 있고, 비기는 엔딩을 이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전술 다음으로 많이 준비해야 하는 것이 엔딩입니다.

체스 엔딩에 대해 검색해보시면 좋은 정보들이 많고, 아니면 그냥 유명한 엔딩 서적을 하나 사서 꾸준히 공부하면 큰 도움이 됩니다. 저는 엔딩 문제집을 하나 가지고 풀기도 했습니다만 이게 상용화된 물건이 아니라서 소개해드리기는 곤란하네요.




3. 전략

마지막은 전략입니다. 전략이라 함은 판을 넓게 보고 앞으로 게임의 방향을 어떻게 끌어나갈지 목표를 세우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오프닝 퀸즈겜빗 디클라인(Queen\'s gambit declined)에서 백의 목표는 d폰과 c폰을 모두 밀어 상대의 센터 d폰과 내 c폰을 교환해 센터폰 우위를 가지고(백은 e폰이 남아있습니다). 열린 c파일을 통해 기물을 운용하다가 궁극적으로는 엔딩에서 센터폰들을 밀어 이기는 것입니다. 흑은 c5로 폰을 밀어 센터에서 카운터하며 견고하게 버티려 합니다. 이것이 퀸즈겜빗 디클라인의 기본 전략입니다.


반면 루이 로페즈 클로즈드(Ruy lopez closed)에서 백의 목표는 자신의 주요 기물들을 상대의 킹편에 집중시켜 메이트 공격을 이끌어내는 것입니다. 그래서 백의 나잇은 Nbd7, Nf1, Ng3등의 긴 여정을 거쳐 상대 킹편을 공격하러 가고, 흑은 퀸편의 영역이점을 바탕으로 반격하러 합니다.


오프닝의 기본 아이디어를 예로 들었지만, 이런 알려진 오프닝들을 쓰지 않는다 해도 각자의 플레이어는 이러한 전략. 즉 장기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거기에 맞춰 체스를 두려고 해야 합니다. 짧은 시간동안 두는 블리츠(15분 미만의 체스)는 이런 긴 전략보다는 순간순간의 전술로 부딪히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스탠다드 (1인당 90분+피셔30초)로 진행되는 체스는 전술과 엔딩 외에도 이러한 전략을 바탕으로 판을 넓게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마추어에서는 이 전략이라는 요소에 대해 너무 깊게 알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어느 수준 이상으로 실력의 향상을 위해선 전술과 엔딩 이후에 따로 공부해나가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 스스로는 전략을 Jeremy Silman의 How to reassess your chess 4판을 바탕으로 공부했습니다. 기타 도움이 된 서적은 David Bronstein의 Zurich 1953, Colin Crouch의 Modern Chess등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