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으로 물은 참으로 써먹기 좋은 소재일 것이다.

항상 어린 여자애를 주인공으로 하는 모 거장의 최대흥행작에서 물과 관련된 인물들이 어떻게 그려지는지나,

이런 뭔소리를 하는지 모르게 하려고 작정을 한듯한 글을 꺼내지 않더라도 물은 몬가 몬가가 있는것을 모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굳이 문화적이 아니라 물리적으로 따져도 충분히 신기하긴하다. 세상에 100도만 온도를 바꿔도 고체 액체 기체가 다 되는 물질이 있다??? 말이 되냐??

아니 액체란거 자체가 일단 신기하다. 먼놈의 물질이 눈에 보이는데도 지맘대로 움직이면서 형태를 바꾸는가?

가만히 있는걸 도저히 참을 수 없고, 원하지 않는 이놈을 취급하려면 다른 물질로 가둬야한다. 병이나 그릇처럼, 연못과 댐처럼.

하여간 물은 뭔가 이 세상의 것이 아닌듯한 느낌이 있다. 적어도 뭔가 세상의 평범한 것들과는 차별화되는 무언가가 있단말이다.

이런 물이 굳이 흐르지 않으면서, 정말로 뭔가를 숨기고 있는 두 만화를 얘기해보고자 한다.

국내 최대 토요다 테츠야 커뮤니티에서 언더커런트 아직도 안본사람 읍제?

주인공인 카나에는 목욕탕 주인이다. 목욕탕, 사람이 지 몸의 때를 벗기겠다고 더러운걸 물에 흘려보내는거로도 모질라,

아예 물을 맘대로 가둬놓고 너무 더러워질때까지 써먹겠다는 무시무시한 장소말이다.

이렇게 사람이 마음대로 물을 가둬놓은 장소에서, 하나코는 물이 고여있기만 하면 이상한 감상에 빠지곤 한다.

홀연듯 사라진 남편과 함께 목욕탕을 운영했던 기억때문일까? 아직도 이해할 수 없는 증발에 대한 의구심과 같은 감상에 빠진듯 보인다.

헌데 이러한 고여있는 물에 대한 감상은 중간중간 이상한 모습을 보인다.

아무리봐도 남편과는 관련이 없는, 애초에 욕탕같지도 않은 물속에서 목이 졸리는 꿈, 몽상에 빠진다.

사춘기인가? 자살은 모르겠다고 하면서 이런꿈이나 생각은 왜 드는걸까? 자기과시?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하나코는 친구의 소개로 알게된 탐정의 도움으로, 혹은 전혀 상관없어보이는 우연한 사건들을 통해

증발된 남편과 이런 이상한 꿈에 대한 비밀들을 결국을 알게되는 것이 언더커런트란 만화라 볼 수 있겠다.

갓만화밖에 그릴줄 모르는 만신 우루시바라 유키의 작품 수역도 물과 관련되어있다.

여고생 치나미는 비조차 내리지 않는 갓본의 끔찍한 여름 더위에 정신을 잃고 항상 비가 내리는 이상한 시골마을의 꿈을 꾼다.

스미오란 소년과 누가봐도 할아버지지만 아버지라 불리는 남자만이 살고 있는 마을.

용소라 불리는 작은 연못이 있는 이 마을과 소미오란 소년에 대해 치나미의 어머니는 뭔가가 못마땅해보이지만 치나미에겐 말해줄 생각이 없는듯하다.

이런식이면 독자들에겐 안알랴주고 등장인물끼리 쑥덕대다 후반에 풀어버릴것도 같은데,

2권짜리에 그런 답답한짓 하기 싫었는지 그냥 바로 사건의 시작부터 과거를 풀어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숨겨놓는다고 뭐 그리 어렵거나 충격적인 반전도 아닌지라... 그런거 없이도 재밌으니까 갓만화가 아닐까?

이 물에 대한 두 만화는 여러모로 비슷하면서도 다른점들이 보인다.

드라마라는 공통된 장르, 물에 대한 소재, 특히 사람이 인위적으로 가둬놓은 물과 자연적으로 가둬놓은 물, 그에 대응되는 진상이 공통점일 것이고,

초자연적 현상의 개입여부, 진상의 공개시점과 그 진상으로 인한 주인공들의 일상 변화 여부가 그 차이점일 것이다.

특히 진상의 공개와 결말에서의 영향이란 스토리적 요소가 정반대고,

또한 연출의 측면에서도 진상의 직시와 공개에 명백한 현상과 물체가 시각적으로 표현되는 수역과 달리 언더커런트에서는 인물들의 대화와 표정만으로 보여준 것을 생각하면 다른점이 더 많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난 이 작품들을 읽고난 후의 감상은 무언가 비슷했다. 이 둘 사이에는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아니 이런 차이가 있기에 더욱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물론 둘다 갓만화라는건 당연하고).

그래서 월월뷰의 대상으로 선정하였던 것도 있다. 그래서 그 공통점은 대체 뭘까?

내가 처음에 물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니라고 했었나?

미안하지만, 당연히 개소리다. 물이 쬐끔 신기하긴 하지만 이 세상의 것이 아닐리가 없다.

그래서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온갖 미생물이 가득하고, 욕탕을 비우면 때가 찌들어있고 물이 빠지면 쓰레기들과 폐허, 진흙탕이 있을 수 밖에 없는것이다.

사람이 가두든 자연이 가뒀든 물은 그 아래에 보고 싶지 않은 것들을 숨겨놓았고, 보이길 원치않아 던져놓은 것들을 모두 쌓아놓고 있는 법이다.

그렇기에 우린 그 수면 아래를 투명하게 볼 수 없는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그 잃어버렸고 숨겨놓은 것들이 쌓여있는 수면 아래를 접하게 되었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수면 아래에 있는한 못본체, 없는체 살아가는 것도 방법일 것이고, 수면 아래에 있더라도 가끔씩 꺼내서 닦아주고 한번씩 봐주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그래도 어떤 식이든 그 아래에 있는 것들을 직시하고 인정해야하지 않을까.

비슷하면서도 다른 이 두 만화에서 내가 읽었던 가장 큰 공통점과 울림은 이런게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