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만화가가 누구냐고 물으면 떠오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파이어 펀치>와 <체인소 맨>의 후지모토 타츠키, <그래마을>과 <천국대마경>을 그린 이시구로 마사카즈,

<위국일기>의 야마시타 토모코, <용의 학교는 산 위에>, <용의 귀여운 일곱 아이>, <서랍 속의 테라리움>을 그린 쿠이 료코...

언제, 누가, 어디서 물어보느냐에 따라 누구를 빼거나 더해서 대답하곤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빼지 않고 대답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 그건 panpanya 작가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2000년대 후반부터 활동했다곤 하나, 첫 상업 데뷔는 2013년으로, 2021년 올해 9년차인 셈인데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 아닌가 싶습니다.

panpaya의 첫 상업 단행본 <아시즈리 수족관(2013)>과 현 시점으로서는 최신 단행본인<주먹밥이 굴러가는 마을(2020)>을 통해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달라졌는지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panpanya의 작품 중, 뭘 먼저 읽어야하나" 물어본다면, 아마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무엇을 먼저 읽어도 상관 없다"고 대답하리라 생각합니다.

일부 에피소드를 제외하면 특별히 내용이 이어지지도 않고, 무엇보다 7권의 단행본 모두 소재는 달라도 테마는 같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좌: 아시즈리 수족관 - '새로운 세계', 우: 주먹밥이 굴러가는 마을 - 새로운 땅)

panpanya의 테마: 일상 같은 동화, 동화 같은 일상

panpanya의 만화 속 세계는 일단 우리가 사는 세계와 다르지 않습니다.

자유 연구를 과제를 위해서 박물관에 들르고(새로운 세계), 수학여행에서 길을 잃고(이노센트 월드),

심부름으로 영문 모를 물건을 사러 갑니다(완전 상점가, 이상 아시즈리 수족관).

또는 우편 배달 중 곤란을 겪거나(새로운 땅), 상점가 경품에 당첨되고(츠쿠바산 관광 불안내),

용돈을 벌기 위해 재활용 센터에 가는 등(도가니, 이상 주먹밥이 굴러가는 마을)

일상의 이벤트를 계기로 동화 같은 체험을 하거나 거꾸로 동화 같은 체험 속에서 일상을 접하게 되죠.

알 수 없어서 동화 같은

(좌: 아시즈리 수족관 - 명도, 우: 아시즈리 수족관 - 무제)

초기 panpanya에 대해서 제멋대로 평하자면 '알 수 없어서 동화 같은' 이야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심부름으로 산 영문 모를 물건도, 자유 연구를 위해 방문한 박물관의 정체도,

프랑스에서 길을 헤메다 발견한 곳, 건물 입구로 난 철길과 하늘을 나는 정체 모를 생물들도

무어라 짚어 말하기 힘든 감상만 남긴 채 무엇 하나 알려주지 않고 그저 수수께끼로 남습니다.

알 수 있어서 일상 같은

(좌: 주먹밥이 굴러가는 마을 - 츠치노코 발견하다, 우: 주먹밥이 굴러가는 마을 - 새로운 땅)

반면에 근래의 panpanya 작품들은 수수께끼를 논리로 설명합니다.

기껏 상상 속의 동물을 잡아와도, 츠치노코과 공무원은 증명할 수 없으면 거금 1억엔을 줄 수 없다는 당연한 소리를 하고,

지하 속에 생긴 마을의 정체도 인구 증가와 토지 부족, 주택 부족의 탓이었죠.

구멍에 주먹밥을 떨어뜨리고 쥐에게 선물로 받았다는 옛날 이야기도 먹고 살기 위한 생쥐의 비즈니스가 되는 등

이렇게 동화 같은 수수께끼는 엉뚱한 이유와 논리를 갖고 일상이 됩니다.

내일의 panpanya를 기대하며

2013년의 panpanya와 2020년의 panpanya는 분명 같았지만 그러면서도 또 달랐습니다.

자신의 테마와 개성을 유지하면서도, 조금씩이나마 스타일을 바꾸고 다양한 소재로 만화를 그렸습니다.

어제의 panpanya가 오늘의 panpanya와 같으면서도 달랐던 것과 같이

내일의 panpanya 또한 오늘의 panpanya와 같으면서도 다르리라 생각합니다.

바뀌지 않아서 좋았던 부분도, 바뀌어서 기대되는 부분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데뷔 이래 꾸준하게 단행본을 냈던 점 하나는 변하지 않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