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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악역영애, 와타오시] 동침

mihcki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7.15 15:19:29
조회 1199 추천 38 댓글 6
														




 "레이. 오늘 밤, 제 방으로 오세요."


 그 말을 들었을 때 난 조금, 아니 많이 당황했다. 표정에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가슴의 술렁거림은 어쩔 수 없었다. 난 평소와 같이 익살을 떨며 밤의 시중이 어쩌고 했던 것 같았다. 평소대로라면 바보같은 소리 하지말라며 화를 내셨을 클레어님이지만 오늘은 달랐다.

 "…뭐, 그런걸로 해두죠."

 볼을 붉히며 시선을 피하는 그 모습에 난 할 말을 잃었다. 에? 응? 내가 뭘 했던가? 갑자기 이런 이벤트라니. 대체 뭐야. 라는 생각만이 계속됬고 결국 해가지고 밤이 오고야 말았다.

 "어디가 레이?

 룸메이트인 미샤가 뒤에서 물어온다. 잠들 시간이거늘, 잠옷차림에 베게를 들고 밖에 나가려는 날 이상하게 본 것이겠지.

 "미샤. 오늘 난 중대한 일을 치를지도 몰라."
 "또 무슨 이상한 얘기를…."
 "클레어님이 동침을 권하셨어."

 내 말에 미샤는 쩍, 하고 돌처럼 굳는다. 그리고 이내 아…, 음… 이라며 말을 고르는 듯 하더니.

 "…응원할게."

 이런 애매한 말을 했다. 고마워. 짧게 대답하며 방을 나선다.
 복도는 이미 불이 꺼져 어두웠지만 방에서 새어나오는 불빛 덕분에 어둠에 익숙해지지 않은 이 두 눈으로도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클레어님의 방 앞에 도착하며 문패를 확인한다. 틀림없이 클레어님의 방이다.

 "후우…."


 작게 심호흡 후 문을 두드렸다. 잠시 후 들어오라는 허가가 떨어졌고 실례합니다, 란 말과 함께 문을 열어 방 안으로 들어섰다. 클레어님은 잠옷차림으로 침대 위에 앉아 창문 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계셨다. 새어들어온 달빛은 은은히 클레어님을 비춘다. 아름다운 금발이 달빛에 비쳐 더 강한 빛을 낸다. 회광반조처럼.

 클레어님의 옆에는 아무도 없다. 룸메이트는 없었다. 아직 돌아오지 못했다.


 "왔나요?"


 문을 닫고 클레어님의 앞에 서니 이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네. 그렇게 대답하니 클레어님은 자신의 옆을 두드린다. 그 자리에 들고온 베게를 놓았다.


 "불을 먼저 끄겠습니다."

 "네. 그렇게 하세요."


 그렇게 말한 클레어님은 침대에 이마를 뉘인다. 불을 끄자, 방 안이 어둠으로 휩싸였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침대에 다다랐다.


 "실례하겠습니다."


 조심스레 이불을 들춰 몸을 넣는다. 자리에 눕자, 클레어님이 이쪽을 보고 계신다. 두근, 심장이 크게 뛰었다. 자신의 집에서 클레어님과 같은 침대를 쓰긴 했지만 이정도로 가까운 거리는 아니였다. 더군다나 오늘은 클레어님께서 부르신 날.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걸까. 나도 모르게 조금 뒤로 물러났다.


 "…손 잡아주실래요?"

 "네? 아, 네…기꺼이…."


 클레어님이 건네시는 손을 잡았다. 그러자, 내 손을 맞잡아 주시는 클레어님. 따뜻한 온기가 전해지자, 다시 심장이 크게 뛴다. 졸음 따윈 전부 사라졌다.


 "왜그러신가요?"

 "아, 아뇨…."

 "흐응…."


 가늘게 뜬 눈으로 내 표정을 읽으시는 클레어님. 난 애써 미소를 지었다. 스스로가 알 정도로 어색한 미소였지만.


 "좀 더 가까이 붙으세요. 침대에서 떨어진다고요?"

 "네? 앗…."


 클레어님이 내 허리 뒤로 손을 걸어 자신 쪽으로 끌어당긴다. 반쯤은 끌어안는 자세가 되버리자 얼굴과 얼굴이 더 가까워지고 만다. 난 더이상 꺼낼 말들이 생각나질 않았다.


 "평소랑 달리 조용하시네요?"


 클레어님이야 말로 평소랑 다르게 적극적이시거든요! 그런 말이 입 안에서 맴돌았다. 어버버 거리는 날 재밌다는 듯이 미소짓는 클레어님. 잡은 손들을 놓으며 다시 돌아누우신다. 그제서야 난 두근거리는 가슴을 붙잡으며 숨을 골랐다.


 "저, 저어…오늘 절 부르신건 대체…?"


 드디어 입에서 말이란게 나온다. 클레어님은 다시 돌아누워 이쪽을 바라본다.


 "부르면 안되나요?"

 "아, 아뇨! 그런 뜻이 아니라…."

 "낮에도 항상 같이 있잖아요?"

 "그렇긴 하죠…."

 "밤에도 같이 있고 싶었어요."


 간단히 결론을 내는 클레어님. 그 대답에 마음이 복잡하다. 순수하게 기뻐해도 되는걸까. 조금은 조바심도 느껴진다.

 클레어님은 살며시 눈을 감는다. 돌아 누운채로 잠들면 목에 담이 오실텐데. 그렇게 생각했지만 클레어님은 다시 눈을 뜬다. 그리곤 다시 손을 내밀었고 난 그 손을 잡았다. 그러자 빙그레 웃는 클레어님.


 "평소처럼 농담이라도 해보세요."

 "…오늘 부르신건 드디어 저와 첫날 밤을 보내시려는 건가요?"

 "그렇다면요?"


 다시 말문이 막힌다. 아니, 진짜 오늘 왜이러시는거야. 클레어님은 내 속을 아는건지 모르는건지 쿡쿡 웃는다.


 "혹시 레이, 밤에 약한건지?"

 "…! 그, 그런 말은 어디서…!"

 "당신한테서 배웠는데요?"


 꾹. 내 가슴 언저리를 누르는 클레어님. 갑작스런 터치에 으갸악, 이상한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난 두 손으로 가슴을 가리며 한 발 물러선다.


 "클레어님…오늘따라 이상하신거 아세요?"

 "레이야말로 오늘따라 이상한걸요."

 "그건 클레어님이…!"


 그 이상 말을 하지 못하고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이 상황자체가 바보 같았다. 내가 클레어님께 쩔쩔매고 있다니. 평소라면 이쪽에서 놀려먹을텐데.

 내가 말을 멈추자, 클레어님도 더이상 말하지 않으신다. 서로가 무언의 상태에서 시선만이 오간다. 공기가 거북해진 탓에 내가 시선을 피해도 양 손으로 얼굴을 붙잡아 이쪽을 똑바로 보게 만드는 클레어님. 1분 1초가 한 시간처럼 느껴졌다. 심장은 점점 더 빨리 뛴다.


 "레이는…."


 먼저 입을 떼는 클레어님. 그 말에 귀를 기울인다.


 "제가 좋은거죠?"


 그거입니까? 강제 수치플레이. 어째서 이 타이밍에 다시 고백을 재현시키는 거죠. 얼굴이 뜨거워지지만 우선 대답했다.


 "네. 사랑합니다."

 "……."


 내 대답에 눈살을 찌푸리는 클레어님. 응? 어째서? 라고 생각하니.


 "그럼 저번에 같이 잘 때 왜 아무짓도…안고 자는거라면 허락했을텐데…."


 라는 이상한 말을 중얼거리신다. 네? 하고 다시 되묻자 평소의 표정으로 돌아온 클레어님이 얼굴을 붉혔다.


 "아, 아무것도 아니거든요! 평소엔 날카로운 주제에 왜 이럴때만…!"

 "하아…."


 클레어님은 여전히 붉어진 얼굴로 날 바라본다.


 "내일도 오세요."

 "네?"

 "그 다음날도."

 "크, 클레어님…?"

 "다음주도."

 "……."

 "다음달도요."


 ……………….

 차라리 잘못한게 있으면 말로 해주세요. 고칠게요.


 "하루라도 안오면 용서안할거에요."

 "……."


 그 말만을 하고 완전히 내게 등을 보인채 돌아눕는 클레어님. 난 멍하니 그 등을 바라봤다.


 '난감한데.'


 매일이라니. 무슨바람이 불었을까. 클레어님과 동침한다는 건 좋지만 이런 분위기가 매일밤 지속되는건…. 응, 좀 그래. 난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실례하겠습니다."


 그리곤 클레어님을 뒤에서 끌어안았다. 평소보다 조금 강한 스퀸십에 망설이긴 했지만 방금전 클레어님의 말을 참고했다. 뺨이라도 맞을 각오였지만.


 "…흥."


 의외로 순순히 허락해주신다. 다행이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눈을 감았다.

 

 



 "라는 일도 있었죠."


 추억을 돌이켜보며 쓰던 일기를 끝맺었다. 일기장을 덮고 뒤를 돌아보니, 클레어님은 양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었다.


 "이젠 결혼도 했고, 둘이 자는게 당연하지만 생각해보니 그 때부터 항상 같이 자기 시작했네요."

 "으…."

 "그래서, 그 때 그건 결국 뭐였나요?"

 "조용히하세요!!"


 양손을 붕붕 휘두르며 소리치는 클레어님. 얼굴은 새빨개져 있었다.


 "다, 당신이…당신이 둔감하니까 그런거잖아요!!"

 "제 잘못인가요!?"


 꺄꺄 거리며 투닥거리는 클레어님. 결국 그날의 진상은 알 순 없었다.








 위에 과거 얘기는 바캉스 이후의 얘기임. 바캉스 때 같이 자면서 아무짓도 안한다는게 너무 고구마더라.

 누가 레이 괴롭히는 클레어님좀 쪄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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