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계는 미쳤다.

그 말 말고는 표현할 길이 없을 정도로 미쳐있다.

어린 시절에는 자각이 없었지만 크면 클수록 이 세계의 본질을 깨달을 수 있었다...아니, 어쩌면 더 어린시절에도 깨달을 기회는 있을지도 몰랐지만, 어째서인지 내가 TV를 볼 때마다 부모님이 눈을 가리면서 빨리 들어가서 자라고 했기에 눈치채는게 필연적으로 늦을 수 밖에 없었다.

중학교때는 반의 일에 관심이 없었고 혼자 떠돌던 시기라 또다시 진실에서 조금 더 멀어졌었다. 아니, 사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그 때도 힌트는 있었다. 반 아이들이 종종 이야기하던걸 본의아니게 엿듣게 될 때...

-옆 반의 A, 새 여친을 사귀었다는데?

연애 소식이라 관심이 없는것도 아니였다. 구석에서 휴대폰을 만지면서 귀를 쫑긋 기울이자 뒷 이야기가 더 상세하게 들려왔다.

-응, 나도 들었어! 근데 입원했다지?

도대체 사귀는거랑 입원이랑 무슨 상관관계일까...여자아이들의 대화는 통통 튄다고 생각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대수롭지 않게 넘기면 안됬다.

마침내 이 세상의 진실을 깨달은건 고등학생이 된 다음, 나에게도 참한 여친이 생긴 다음이였다. 그랬다, 여기까지 읽은 시점에서 다들 눈치챘겠지만 여친을 사귀고 난 다음 눈치챘다는 것은 늦어도 한참이나 늦었다는 것이다. 그 전에는 이미 눈치챘어야 했다.

이 세계의 여자아이의 반은 소위 말하는 얀데레였다.

다행스럽게도 자신은 나머지 절반, 범위에서 벗어나있었지만 새로 생긴 여자친구는 아니였다. 옆을 살짝 보자 여자친구-코코로가 즐겁게 콧노래를 부르면서 금발 머리카락을 쓸어넘기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봐도 극적인 만남이였다.

고등학교 입학하자마자 첫 눈에 반해있던 상대도 나한테 첫 눈에 반해있을 확률은 몇 퍼센트나 될까? 우연을 넘어선 기적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의 확률이 겹친 결과 먼저 고백을 한 것은 코코로였다. 사귀고 난 다음에도 믿기지 않아서 코코로를 껴안고 꺼이꺼이 울었던 기억이 선명했다.

행복한 연애가 시작되었다.

행복한 연애가 되었어야 했건만.

세상의 본질을 깨달은건 그 다음부터였다. 나랑 친하게 지내는 이치가야 씨가 몰래 날 불러낸 다음 긔띰을 해주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그저 장난인줄 알았건만 사귀고 나서 한 달, 혹시나 하고 그러지 않기를 바랬건만.

코코로는 얀데레였다.

그것도 아마 자기가 만나본 여자중에 제일 심한 얀데레.

새삼스럽지만 평소의 그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반에서도 우수한 학생, 집안은 부유, 얼굴은 엄청나게 예쁜데다가 애교도 많기까지 한 그야말로 최고의 여자친구였지만, 내가 여자랑 대화를 하거나 손만 스쳐도 본성이 드러나고는 했다.

물론 자신은 상처입어도 코코로를 사랑하니까 크게 상관이 없었지만 문제는 주변 사람들한테 끼칠 영향이였다. 생각해봐라, 반 아이랑 가볍게 잡담만 떨었는데 그 다음날 그 자리가 빈자리로 처리되어있고 전학갔다고 무덤덤하게 말하는 선생님의 말을!

그런 일이 세 번쯤 반복되니까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느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메뉴얼이였다.

어린 시절부터 코코로를 봐온 그녀의 집에서 일하는 메이드나,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라면 코코로를 누구보다도 오래 봐왔으니까 그녀를 잘 알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접촉했다가는 그녀들도 언제 어떤식으로 사라질지 몰랐기에 비밀리에 접촉해서 상의한 끝에 본성이 나올 때를 대비한 메뉴얼을 만들 수 있었다.

하나, 다른 여자랑은 최대한 접촉을 피할 것

둘, 어쩌다 만나더라도 필요 최소한의 용건만 이야기하고 자리를 뜰 것

그것말고도 오십 여가지에 대하는 대응책이 좌르륵 놓여있었지만 중요한건 이 둘인 것 같았다.

다만, 아무리 그래도 모든 여자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면 코코로도 정신적으로 피곤할테고, 나도 아무랑도 이야기하지 못할테니까 이야기한 결과 잠시 고민한 코코로가 적어도 이주일에 한 번, 돌아오는 주말에 하루종일 같이 있어준다면이라는 조건을 내새워서 가족들은 물론이고 친구들과 대화하는 것 까지는 너그러이 허락해주었다.

심지어는 영혼의 파트너 이치가야 씨만 특별히 둘이 같이 놀러 다니는 것 까지 허락해주었다!

이치가야 씨는 왜? 특례야? 그렇게 물으니까 이미 그녀는 토야마 씨 일편단심이라 날 뺏길일이 없다고, 오히려 서로가 다른 여자를 만나는지 감시할 수 있지 않겠냐는 답이 들려왔다.

여기까지가 내가 고등학교 입학하고 고작 사 개월만에 있던 일이다.

처음에 잘 몰라서 경솔하게 행동한 결과 실종된 몇 명을 제외하고는 다행히도 크게 그녀의 본성을 일깨우는 일 없이 넘어갈 수 있었지만 앞으로도 과연 무사히 넘어갈 수 있을까?

이 이야기는 얀데레로 가득한 이 세계에서 내가 코코로와 결혼하기 전 까지 살아남는 이야기이다.

*

웰컴 투 얀데레 월드!

원작에서 정상인 포지션으로 각 밴드에서 한 명씩 - 아리사, 츠구미, 아야, 아코, 미사키 제외하고는 모두 얀데레라는 설정

과연 이 미친 얀데레 월드에서 다섯 명은 살아남을 수 있을것인가?

다음 편에 계속!(※이어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