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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욕망) 영원한 청년

삼일월야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2.28 23:23:57
조회 563 추천 14 댓글 6
														

나는 점차 무뎌져가는 채로, 그런 내가 바라보는 너는 변함없이 생동감을 발하고 있어.


유한한 삶을 사는 사람과 장수종과의 사랑, 분명 파멸로 끝날 것이라는 건 진작에 알고 있었다. 장수종은 영원을 손에 넣은 채로 세상을 살아가니. 생의 감각, 무엇인가를 대하는 태도, 그 모든 시각은 언젠가 죽어 쓰러지는 자들과 궤를 달리한다. 직접적으로 그걸 느끼기 전에는 알지 못했지만, 시간이 흘러 점점 그 차이가 벌어지는 지금 내 마음은 미어져간다. 내 연인은 나와 다르다. 나와 다르게 변화무쌍하다.


“오늘은 날이 좋아, 어디 놀러가지 않을래?”

어느 날은 기쁜듯이 내게 웃어주고.


“항상 그렇게 무심하게 이야기하지 말라고. 우리 둘의 일이잖아!”

어느 날은 벌컥 화를 내며 쏘아붙이고.


“그냥...혼자있게 내버려둬…”

어느 날은 눈물을 흘리며 내 손길을 거부하고.


“춤을 추자, 행복한 날이야.”


어느 날은 내 손을 자연스레 붙잡아 여흥을 즐기고. 이제 나는 무뎌져 도무지 느낄 수 없는 세상의 희노애락을 연인은 여전히 그 몸에 가지고 있는 채로. 비참해 무너지지만 눈물조차 흘릴 수 없다. 이미 내 마음과 같이 눈물 또한 말라버린 것일까. 함께 있으면서도 도저히 기쁘지 않은 그런 관계.


“사과는 하지 말아줘. 네가 슬픈 만큼...나도 슬퍼. 그럴 줄 알면서도 사랑한거잖아.”

부드럽게 나를 감싸 안아주는 손길에 잠시 몸을 기댄다. 하지만 내 가슴은 떨리는 일 없이 차갑게...식어갈 뿐이었다.


“이제는 어쩔 수 없는 일, 너무 늦어버렸어요.”


“어떻게…”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혹시라도 우리 둘이 똑같아 진다면, 장수종의 마력을 어떻게 응용한다면 나와 연인의 차이를 좁힐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은 이미 애저녁에 불가능하다고 판명났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리치 의사에게 매달렸다.


“...시도조차 위험해요. 별종 중의 별종인 장수종의 마력을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는 거, 전에도 설명하지 않았나요? 혹시 지금은 다르다, 그래도 그건 확률이니까 될 지도 모른다, 이렇게 생각하고 계신가요?”


“...”


“그건 무책임한 일이라는 거, 스스로도 알고 있잖아요.”


이미 들었던 말, 질리게 생각했던 이야기. 그래도 나는 도저히 체념할 수가 없었다. 무뎌져가는 마음을 위협하는 것은 상실의 공포.

“...요즘은 늘 무섭기만 해. 모두 잃어버릴까봐, 잊어버릴 것만 같아. 그 사람은 정말 날 사랑하기는 하는 걸까. 메말라가는 나를...전과 같이 사랑할까.”


“그렇다고 믿어야죠. 여전히 사랑한다고, 그게 최선이에요.”


리치를 뒤로 하고 둘의 쉼터로 돌아온다. 내 연인은 자리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멀리 갔다왔나 보네.”


“얼마 안 지났어.”


“표정은, 왜 그렇게 어두워?”


“별 거 아니야.”


그런 말로 숨길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나는 일단 한 발 물러선다.


“그 리치에게 갔다 왔구나.”


이렇게, 내 연인은 내 이상을 금방 눈치챈다. 나를 바라보는 눈빛, 그것은 생명력을 발하는 청춘의 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나는 괜찮다고 했잖아, 나는 정말...네가 더 소중한 걸. 무서워도, 함께하면 이겨낼 수 있을거야.”


불안한 나를 감싸 안아주는 그 손길은 더없이 따뜻했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어떻든 우리의 사랑은 영원할테니까.”


나는 그 말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 채 영원한 청년에게 안겨있을 뿐이다. 함께할 수 있는 이 순간만큼은 영원하기를 기원하며…

*

묘비에 적힌 이름은 분명 선조의 이름. 마족과 몸을 접한 최초의 어머니. 그리고 그 묘비를 닦는 저 여인 또한 우리의 어머니이다. 인간과 처음 몸을 접한 마족이자, 영원을 살아가는 장수종.


“오늘도 여전하시군요.”


“...어쩐지 해야만 할 것 같아서.”


“분명 그 분도 기뻐할거에요.”


그런 내 말에 여인, 이자 선조님은 고개를 젓는다.


“의무감에 때문에 올 뿐이야. ...솔직히 이젠 얼굴도 떠오르지 않아.”


“그래도 추억만큼은 있을 것 아니에요?”


선조님은 물끄러미 하늘을 바라볼 뿐. 내가 묘비를 향해 기도를 올리고 꽃을 바꿀 때까지 아무 말없이 하늘만을 바라보았다.


“...도저히 모르겠는걸.”

자조섞인 웃음과 함께 나온 대답.


“그런가요.”


“한심한 할머니라 미안하네. ...아니, 스텔라랑 닮았지만 조금 달라...스텔라의 머리색은 분명…”


“빛나는 금빛이었죠. 스텔라, 제 할머니셨어요. 참, 그분께서 돌아가신지도 정말 오래 지났는데.”


“...그래.”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할머니가 자주 이야기하셨죠. 당신과 우리의 시각은 다르니까. 그래도 우리는 다가가야만 한다고, 지금 묘비의 그분처럼 말이에요.”


영원한 청년, 이라는 별칭과 함께 적힌 케인윈이라는 이름. 영원한 청년, 그것은 점차 무뎌져가는 자신과는 다른 생동감넘치는 연인을 위한 찬사였다. ...비록 선조님은 이 기억조차 잊어버렸을 테지만.


“...고마워, 외로움이라도 조금 달랠 수 있을 것 같아.”


“우리는 그걸로 된 거에요.”


밝게 미소짓는 선조님을 뒤로한 채 나는 묘지를 나왔다. 이후로도 영원한 청년은, 쭉 자신의 연인과 함께할테지. ...스스로는 부정할테지만 그래도 그 안에는 아직 메마르지 않은 사랑이 있으리라. 나는 그렇게 믿고 싶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진 여신전생 4 게임하다가

'영원한 청년' 이라는 DLC명칭 보고 문득 떠오른 소재

급하게 날려 써서 참 아깝네요

마지막 조금 고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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