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것]

나가토: ……이게 말씀하셨던 '교통수단'입니까?

멀지 않은 곳에 정지하고 있는 '거대한 무언가'가 바로 이 여행의 교통수단이었다.

그것은 짙은 회색으로 도색된 수송기였다. 캔틸레버 하이윙을 채택한 전연 플랩의 후퇴익으로, 윙렛은 없었다. 날개 밑에는 엔진이 좌우에 두 개씩, 총 네 개가 달려 있었다.

수송기의 앞부분에는 주황색으로 일련번호 '187'이 적혀 있었다.

제독: 그래. 본 적 없지? 이건 공군의 수송기인데, 시험을 마친 뒤 격납고에서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었어.

제독: 마침 내게 빚이 있는 친구가 있어서 잠시 빌려왔지.

나가토: 제독의 친구분이 참 부럽습니다.

제독: 괜찮지? (잠시 멈추고) 기자재는 이미 실어놨으니, 오를 준비만 하면 돼.

나가토: 예. 그리고 하나 질문이 있습니다. 조종사는 누구입니까?

제독: 나야.

나가토: 수송기도 조종할 줄 아십니까?!

제독: 개인적인 취미로, 별거 아니야.

나가토: 뒷 이야기가 궁금하지만, 우선 임무를 수행하겠습니다.

제독: 그래. 기회가 된다면 들려줄게.

나가토와 구로히메는 기내로 들어가서 각각 양쪽에 있는 좌석에 앉았다.

제독（통신음）: ——안전띠 매, 출발할 거야.

두 사람은 #제독명#의 지시에 따라 안전띠를 맸다.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고, 문이 서서히 닫혔다.

제독（통신음）: ——점검 완료. 3, 2, 1……

이제 여정의 시작이었다.

[어긋나다]

지브롤터 해역, 심해의 중추.

플랑드르: 장군님… 들리시면 제발 응답해주십시오……

（통신 잡음）

플랑드르: 아직도 안 되나……

그녀는 주포에 기대어 겨우 스스로 일어섰다. 고개를 들고 멀리 바라보니, 빠르게 회전하는 바람벽과 머리 위의 어두운 텅 빈 하늘이 지옥의 한 장면 같이 느껴졌다.

심해함의 목소리: 널 이해할 수 없다, 인간.

그녀는 고개를 돌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지도자급 심해함이 서있는 것을 발견하고,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무사히 끝나야 했던 심해의 중추 제거 작전은 이 녀석이 나타나면서 실패하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주위에 폭풍이 몰아치면서 그녀의 함대는 이곳에 고립되었다.

하지만 그 지도자급 심해함은 그녀들에게 손을 대지 않고 그저 제자리에서 꼼짝않고 서 있을 뿐이었다.

공격을 받아도 심해함은 그저 피할 뿐, 반격할 의사가 없었다. 공격을 할수록 되려 보이지 않는 업신여김이 그녀의 숨을 막히게 했다.

심해함: 왜 헛수고를 하지? 여기에서 난 너희들에게 손대지 않을 것이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전적으로 너희의 결정에 달려 있다.

플랑드르: ……그럼, 우리를 나가게 해줘……

심해함: 나는 너희들에게 원망이 없다. 만약 가능하다면 나도 보내주고 싶을 따름이다. 하지만 명령은 어쩔 수 없다.

심해함: 말려들게 해서 미안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이다.

심해함이 다음으로 한 행동은 그녀를 크게 놀라게 했다. 허리를 굽혀서 정중하게 사과한 것이다.

심해함: 동료들과 함께 침착해라. 조바심은 마음의 방어선을 무너뜨려 사람을 무너뜨린다.

심해함: 나는 그것이 어떤 느낌인지 모른다. 하지만 너희가 그것을 느끼고 싶을 것 같지는 않다.

플랑드르: 네 녀석,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말이 통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너무 잘 통하는 것이 문제였다. 만약 심해함의 모습을 보지 않았다면, 곤경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조언을 해주는 일반인으로 착각했을 정도였다.

이런 어긋난 등장인물 때문에 그녀의 마음에는 근심이 가중되었다. 그녀는 다시 통신을 시도했다. 또 심해함의 말을 듣는 바에는 잡음을 듣는 것이 더 나았다.

심해함은 그녀를 바라보며 생각에 빠졌다가, 입을 다물기로 결정하고 계속 서 있었다.

（통신 잡음）

플랑드르: ……!

통신으로 간간이 잡음이 들렸다. 신호가 불안정하지만, 이것은 근처에 활동 중인 아군이 있다는 뜻이었다.

플랑드르: ……여기는 플랑드르! 현재 위치의 좌표는…… 들리면 응답하라……！

（통신 잡음）

플랑드르: ……제발, 대답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