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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모카의 보건실앱에서 작성

미캉시코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10.12 20:26:15
조회 161 추천 5 댓글 6
														

체육 시간, 수영 수업을 준비하던 중이었다.

"스가, 지난번에 아마노 상이랑은 어땠어?"

나기와 함께 온천에 놀러간다고 신이 나서 떠든 게 화근이었다.

"어디까지 갔어? 잤어?"

"아니야!"

자는 건 무슨. 아빠는 물론이고 낫쨩에, 히나 쨩과 호다카에, 심지어 밤에는 타치바나 씨 부부와 요츠하에 이츠하까지 왔는데 그 스무 개 가까운 눈을 피해서 뭘 한다고.

"정말이지, 아빠는 내내 나기 오빠 끼고 술판만 벌이고. 딸 인생에 하등 도움이 안 돼!"

"와, 그건 좀 너무했다."

"그거, 술 취해서 덮치기 좋게 만들어 주는 거 아냐?"

나중엔 아예 같은 이불 덮고 나란히 드러누워 자는데 덮치기는 무슨. 그렇게 아빠를 이해해주고 싶으면 니들이 딸 하든가.

"에이, 다 우리 귀여운 스가를 사랑해서 애껴주려는 거지, 안 그래?"

뾰루퉁한 표정을 읽었는지 친구들이 옆에서 머리를 끌어안으며 달래주려 했다. 저 편에서는 옹기종기 모인 남자애들이 올해 새로 부임한 보건교사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오늘 머리 반묶음이던데 봤냐, 난 단명헤어가 더 좋더라, 나 반드시 열사병 걸려서 실려갈거다, 웃기지 마라 내 아내다, 니들이 이렇게 생겼으면 시도하든가.

"으왓!"

정신감정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귀에 쏘옥 들어오는 것과 함께, 어딜 어떻게 잡아당긴 것인지, 발이 미끄러지면서 몸이 앞으로 훅 고꾸라졌다.

하필이면 수영장 레인의 와이어가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스가!"

꽈앙, 하는 둔탁한 소리가 엄청난 물보라와 함께 수영장 물 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  *  *

다들 한 해가 지날수록 올해도 사상 최고라며 기함하곤 하지만, 역시 도쿄의 여름은 미야자키보단 시원했다.

그래서 도쿄에 올라왔던 첫 해에는, 이 정도면 평생 에어컨 따위는 켜지 않고도 살 수 있으리라는 건방진 생각까지 했었다.

나약한 도쿄인들이 힘들어 하니까, 라는 핑계로 6월부터 에어컨 없이는 숨도 쉬지 못하게 된 지가 어언 8년 째. 나도 참 나약한 도쿄인이 다 됐네 하고 쓴웃음을 지으며, 진구고등학교 보건교사 이와토 스즈메는 냉녹차를 너댓 모금 들이켰다.

-콰앙!

"선생님, 환자예요!"

아, 역시 여름은 싫다. 특히 이 직업을 가지면서부터는 더더욱. 아이들이란 정말 갖가지 창의적인 방법으로 다쳐서 오는 재주가 있었고, 밖에 나가서 뛰어놀기 좋은 여름은 더 그랬다.

"이거, 어떻게 된 거야!"

하지만 지금 상황에는 좋다 싫다를 논할 수가 없었다.

"수영장에서 물에 떨어졌는데, 그게 하필 레인 와이어에 걸려서...."

수영 수업 시즌이면 아무리 고등학교라 해도 꼭 환자 한둘은 나온다는 선배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긴 했지만, 이런 환자에 대해서는 듣도보도 못했다.

"몇 학년 몇 반이니? 환자 이름은? 친구도 한 명만 이름 말해줄래?"

"2학년 C반이요. 얘는 스가 모카고요. 저는 사사키예요."

일지에 이름을 적은 후, 스즈메는 이마를 짚은 채 잠시 침대 위 환자를 돌아보며 펜대를 굴렸다.

"환자 빼고, 다들 나가봐. 담임 선생님께도 말씀 드려."

"네!"

환자를 데려온 학생들은 다들 몇 번이나 모카를 돌아보며 억지로 발걸음을 떼는 모습이었다. 좋은 친구들을 두었네. 감탄도 잠시, 이걸 뭐라고 기록한담. 한참 만에야 스즈메의 손이 일지에 '외음부 출혈'이라는 글자를 써 넣었다.

"스가. 내 말 들리니?"

"으, 으으...."

제대로 눕지도 못 한 채, 환자는  웅크리고 앉아 고통스러운 듯 신음소리만 흘리고 있었다. 조심스레 환자를 눕히자, 자신이 처음 관찰한 것과 다르지 않은 광경이, 수영복의 가랑이 부분이 검붉은 피에 젖어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왕이면 가장 안쪽 침대인 쪽이 좋겠지만 그럴 여유는 없었다.

"상처를 봐야 하니까, 옷 벗길게."

하필이면 원피스의 학교 수영복이었다. 보건실에 아무도 없는 것이 다행이었다. 어깨끈과 함께 수영복을 잡아 끌어내리자 그 나이대의 한창 피어오르는 가슴이 드러났다. 간호사가 된 이래 옷을 벗기는 것은 처음이라 괜히 긴장이 되어 아랫배에 힘이 들어갔다.

"허리, 들어볼래?"

성실한 아이네. 자신의 주문에 신음소리를 내면서도 힘겹게 허리를 들어 옷을 끌어내릴 틈을 만들어주는 모카를 보며 스즈메의 입꼬리가 조금 올라갔다. 수영복이 다리 사이에 걸쳐지면서 조금씩 환부가 눈에 들어왔다. 소녀는 아픔 속에서도 졸지에 누군가에게 나신을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두 팔을 들어 윗몸을 가리려 했다. 그 위에 이불을 둘러주었다.

"스가, 환부를 좀 확인해야겠어. 다리를 벌려줄래?"

"네?"

스스로 내뱉고도 뭔가 민망한 말이었다. 어쩌랴,  보지 않으면 치료를 할 수 없는 것을. 머뭇거리는 모카의 허벅지 사이에 손을 찔러넣어 힘을 주자, 그제야 소녀는 더 이상 고민해봤자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고개를 돌리며 다리의 힘을 풀었다.

"이런...."

예상대로였다. 계곡의 윗부분에서 배어나오는 피. 스즈메는 입을 굳게 다문 채 싱크대에서 손을 씻고 의료용 장갑을 꺼냈다. 의료용 트레이를 골반 아래에 대어놓고 스탠드를 끌어와 생리식염수를 올렸다.

"좀 더 진찰할게."

마냥 동의만을 기다릴 수는 없었다. 사타구니에까지 손을 뻗은 채 마지막 한 뼘만을 남겨놓고 묻자 여전히 모로 돌린 고개가 어색하게 끄덕였다. 엄지손가락으로 앙다물린 뒷문을 열어젖혔다. 움찔, 다리가 오므라들려 하는 것을 팔꿈치 힘으로 막아냈다.

선연한 분홍빛으로 빛나야 할 문 너머의 세상이 미미즈처럼 검붉게 물들어있었다. 스즈메의 검지는 그 근원을 찾아 거슬러올라갔다.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피부가 모여있는 듯한 작은 돌기.

"서, 선생님...."

손가락의 움직임을 느끼고 있는지, 파들파들 떨리는 목소리로 모카가 스즈메를 불렀다. 조금 아플 테지만 참아줘. 안심시키며 상처를 생리식염수로 적셨다. 드르륵 하고 문 열리는 소리에 이어 흐긋! 하는 비명소리가 커튼 안에 울렸다.

"누구니?"

-아, 저어. 스가 옷을 가져왔는데요....

"사사키?"

그냥 옷을 두고 가면 될 텐데, 뭘 저리 놀라는 건지. 고개를 갸웃하던 스즈메는 속옷까지 같이 가져왔을 테니 당연하구나 하고 납득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거, 두고 갈게요!

아무리 친구라도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겠지 하는 생각에 옷을 대신 받아오려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방문객은 물건을 내려두고 부리나케 복도로 빠져나갔다. 아까는 그렇게 걱정을 하더니. 사실 친한 사이가 아닌 걸까 하는 의문을 떨치며, 예상대로 속옷까지 포함된 옷가지들과 실내화를 얼른 커튼 안쪽으로 가져왔다.

"일단 급한대로 소독은 했지만, 민감한 부위라서 바로 산부인과에 가봐야 해."

"사, 산부인과요?"

일단은 원래의 핑크빛을 되찾았지만 다시 조금씩 검붉은 기가 돌려 하는 상처에, 연신 멸균 거즈를 대어 압박하며 병원행을 권하니 곧바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되물음이 나왔다. 역시 10대의 소녀에게 산부인과라는 이름은 부담스럽게 다가오는 모양이다.

"그냥 배가 아파서 내과에 가는 거랑 같은 거야. 상처가 있으니까, 아래쪽은 병원까진 속옷 입지 않는 게 좋겠어. 같이 가 줄 분이 있니?"

"아는 분이 있긴 한데...."

"필요하면 내가 전화해줄까?"

한참 망설이던 소녀는 휴대폰을 꺼내 연락처를 뒤적이더니, 어느 한 사람의 이름을 찍어 선생님에게 건넸다. 모리시마 히나, 친척이려나. 담임이 아닌 스즈메로써는 이 학생의 인간 관계를 알 도리는 없었다.

그저 아이가 믿을만한 사람이라 생각했다면 자신도 믿어줄 수밖에 없었다.

-여보세요?

스피커 너머에서, 소녀에게 믿음을 줄 만한 선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모리시마 씨 되시죠? 저는 스가 양 학교 보건 선생인데요."

통화를 하는 스즈메의 시선 끝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하반신 위로 치마를 끌어올려 지퍼를 닫는 모카의 모습이 걸렸다.

*  *  *

-스가, 대체 보건 선생이랑 뭘 한 거야?

조퇴를 하고 히나와 함께 병원에 다녀온 다음날, 사사키는 만나자마자 귓속말로 그렇게 물었다. 커튼 너머로 그림자가 다 보였다면서.

병원에서 치료는 받았지만 아직도 욱씬거리는 와중에 그런 바보같은 질문이나 받고 있으니 짜증이 치밀어올라 며칠 동안 말도 안 하고 지냈다. 사흘 쯤 지나고 보니 여기저기서 무슨 일 있냐고 조심스럽게 물어올 정도였지만.

그런 질문을 받았다고 어떻게 말 한단 말인가. 저 바보는 혹시라도 떠벌리고 다니는 거 아닌지 모르겠지만.

뭘 했냐고? 그냥, 상처를 확인했고, 식염수로 소독을 했고, 선생님 말씀대로 병원엘 갔고.

그게 전부였는데.

그 날 이후로 왜 복도를 지나가다가 보건실 앞을 지나기만 하면 고개를 바로 세울 수 없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와토 선생님을 떠올리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면 가랑이 사이로 손을 찔러넣고 있었다. 누가 보지는 않았을지.

-모카, 어디 안 좋아?

어제는 간만에 나기와 데이트를 했는데도, 기껏 스카이트리에 데리고 가주었는데도 도저히 집중을 할 수 없었다. 그 날 병원에 다녀온 일을 나기는 모른다.

나기와의 관계, 생각보다 별 거 아닌거였나.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라 생각했는데, 정작 내 몸에 대해서 말 할 수 없는 건가. 구불구불 흘러가는 아라카와의 다리들을, 그 위를 분주히 오가는 차들을 보며 모카는 그런 허무함에 사로잡혔다. 결국 저녁도 먹지 않은 채 비척비척 집으로 돌아오자 나기 그 자식과 무슨 일 있냐고 길길이 날뛰는 아빠를 쓴웃음으로 달래며 그대로 침대 위에 드러누웠다.

이상해. 뭔가 이상해. 어딘가가 근질거려. 몸이 이상하면 역시 보건실에 가야겠지. 밤새 옷도 벗지 않은 채 뒤척이며 그저 아침이 되어 학교에 갈 시간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저, 선생님."

1교시가 시작하자마자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내려온 보건실은 적막에 감싸여 있었다.

커피 포트가 보글대며 물을 끓이는 소리, 그리고 두꺼운 전공서적을 느릿느릿 넘기는 기분 좋은 마찰음.

"스가?"

그 소리의 한 켠에, 며칠 새 머리를 단발로 자르고 나타난 이와토 선생님이 있었다.

"몸은 괜찮니?"

"아, 저 그게...."

그토록 기다린 시간이건만, 그 상냥한 미소는 오히려 소녀의 입을 열 수 없게 만들고 있었다.

"상처가 아직, 조금, 아픈 것 같아서...."

미소가 사그라들어 의문으로 바뀔 때 쯤에서야 모카는 간신히 말을 꺼낼 수 있었다.

"그렇구나."

보름달 같은 눈이 초승달처럼 휘면서, 부드럽게 소녀의 손목을 잡아 침대로 이끌었다.

촤라락, 사방이 커튼으로 가려지고, 조용히 침대 옆자리에 앉은 이와토 선생님이 어깨에 손을 얹으며 물었다.

"다쳤던 곳, 좀 볼까?"

집에서 나올 때부터, 진찰을 받을 준비는 이미 마쳤다.

허벅지에 닿아오는 상냥한 손길에 눈을 감으며, 달큰한 한숨과 함께 모카는 침대 위에 몸을 눕혔다.

==========

원래 나기로 하려고 했는데 나이가 안 맞아서 모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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