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울음빌런이다.

그 왜 자주 나오는 얘긴데

엔딩씬 전에 오리가 푸드덕 날아가잖아

사실상 눈물샘 트리거

그 부분 왜 들어있나 이해가 안된다는 사람들이 많더라

나도 솔직히 이해 안됐었는데

방금 생각났다.

호다카가 가출하고 계속 들고다니던 책이 있다

호밀밭의 파수꾼.

호밀밭의 파수꾼 읽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거기에 이런 질문이 나온다.

"겨울이 되면 센트럴파크의 오리들은 어디로 가나요?"

오 놀랍게도 오리가 언급된다

말 그대로 겨울에 연못 얼면 오리들은 어디로 가냐고.

여기서 보통 두 가지 해석이 나온다

첫 번째로 오리는 연못 얼어도 물속에서 순응하는 물고기

즉 어른들과 대비되며

방황하는 청춘을 나타내려 했다는 것

두 번째로 주인공 홀든이 가출하고 온갖 짓을 저지르지만

그럼에도 오리를 걱정하는 순수함을 부각시키는 장치라는 것

다시 영화로 돌아와서, 푸드덕씬의 전후 상황을 보자

그 전에는 호다카가 스가의 말대로 자기합리화를 하고 있다

그러다가 푸드덕씬 이후로 자기 생각을 관철하게 되지.

호다카가 다시 도쿄로 올라온 이후에도

호다카는 내심 도쿄사람들에게 미안해하고 자책한다

수박좌 할머니에게 사과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다가 결국은 자기 선택에 책임을 지고

우리는 괜찮다며 스스로 죄책감을 떨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사이의 푸드덕 오리의 비상은

사회에 그대로 순응하지 않고도

(물고기마냥 물 속으로 들어가버리지 않고)

순수함을 간직한 채 성숙하는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주인공들의 정신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자기들 책임도 아닌 것을 가지고 끙끙대는 모습은

마찬가지로 자기랑 상관도 없는

센트럴파크의 오리들을 걱정하는 홀든과 겹쳐진다.

어쨌든 도쿄 사람들은 잘 적응해서 살고 있고

센트럴파크의 오리들도 봄이 되면 어디선가 돌아온다.

그렇게 주인공들은 한결 성숙해지는 것이다.

뭐 좋게 말하면 더 이상 짓눌리지 않고 사는거고

나쁘게 말하면 남 신경 안쓰고 좆대로 사는건데

이게 또 작품의 주제에 걸치는 면이 있는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니

신감독이 호밀밭의 파수꾼에서 많이 영감을 얻었구나 싶다.

목요일에 마지막으로 보러가는데

제발 이번엔 안울고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