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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스포) 선택, 딜레마, 도덕률

Ziggy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0.31 19:59:07
조회 502 추천 10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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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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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다 봤을 영화지만 '터미네이터 2'와 '다크나이트'의 스포가 포함되어 있으며 스포가 나오는 부분은 건너 뛸 수 있게 표시해 두었음


대체로 사람들의 의견이 갈리는 부분, 또 나 역시 아쉬웠던 부분인 후반부 히나와 호다카의 선택에 집중해서 이야기하려고 한다.



주인공(들)은 두 가지의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며 어느 쪽도 온전히 만족스러운 선택지가 아니기 때문에


선택을 위해선 비교적 덜 중요한 한 쪽을 희생해야만 하는 상황.


즉, 딜레마인데 대부분의 영화에서 유의미한 선택은 모두 딜레마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 작품에는


1. 이상기후 해결 / 히나의 희생


2. 이상기후 계속 / 히나의 생존


의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히나는 이상기후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선택을,


호다카는 이상기후가 계속되더라도 히나를 구하는 선택을 한다.



여기에서 관객들의 반응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는 것 같다.


1. 긍정적 - 호다카의 선택에 동의 / 호다카의 선택을 영웅적인 것으로 받아들임


2. 부정적(1) - 호다카의 선택에 비동의 / 호다카의 선택를 이기적인 것으로 받아들임


3. 부정적(2) - 호다카의 선택에 동의 / 호다카의 선택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임



1번의 경우는 이 영화를 감명 깊게 본 관객들의 반응일 것이다.


도쿄에 끊임없이 비가 내리는 이상기후가 계속되더라도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을 구하는 선택이


무모할지언정 순수하고 멋지다고 생각하는 것.



2번도 심심찮게 보이는 반응인데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 도쿄 전체를 물바다로 만든(물론 그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겠지만)


선택이 너무 이기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3번은 가끔 보이는 반응으로 이 글에서 진짜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전체를 위해 개인이 희생되어서는 안된다는 가치관을 지닌 이들에게는


이 영화의 가장 강력한 부분이었어야 할 후반부가 다소 밋밋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기본적인 도덕률에는 상반되는 두 가지 입장이 있다.


공리주의와 칸트적인 입장이 그것인데,


공리주의는 다수의 이익이 소수의 이익에 우선하며


따라서 공공의 선을 위해서는 개인의 희생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칸트적인 입장은 개인에게는 절대적인 고유한 가치가 있으며


따라서 그 어떠한 명분으로도 이 천부 인권을 침해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아래는 이 두 가지 가치가 대립하는 예시를 유명한 영화에서 찾은 것으로,


'터미네이터 2'와 '다크나이트'의 스포를 원치 않는다면 넘어가길 추천한다.




---스포---











'터미네이터 2'의 후반부에서 사라 코너는 스카이넷이 일으킬 심판의 날(핵으로 인한 인류 멸망의 날)을 막기 위해


후에 스카이넷을 만들게 될 다이슨 박사를 죽여 미래를 바꾸려 한다.


(다이슨 박사는 자신의 일이 미래에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지 아직 모른다)


반면 뒤따라온 존 코너(사라 코너의 아들)는 다이슨을 죽이려는 사라 코너를 제지한다.


사라 코너는 다이슨 한 명을 죽여 인류 멸망을 막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그를 죽일 수 있다는 공리주의적인 입장이며,


존 코너는 어떠한 이유로도(그것이 설령 인류 멸망을 막기 위함이라도) 살인은 용납될 수 없다는 칸트적인 입장이다.


그리고 결국 그들은 다이슨 박사를 죽이지 않고 미래를 바꾸는 쪽을 선택한다.



'다크나이트'의 후반부에서 조커는 일반 승객들이 타고 있는 배와 죄수들이 타고 있는 배 양쪽에 폭탄을 설치하고


각 배의 승객들에게 상대편 배를 폭파시킬 수 있는 기폭장치를 주며


'정해진 시간까지 어느 한 쪽 배가 폭발하지 않으면 양쪽 배를 모두 폭파시키겠다'고 협박한다.


승객들은 상대편 배의 승객들을 죽이고 자신들이 생존하거나,


시간이 다 되어 상대편과 자신들 모두 죽는 두 가지 선택지 사이에 놓이게 된다.


그리고 결국 승객들은 끝까지 기폭장치의 스위치를 누르지 않는 걸 선택한다.



공리주의적인 관점에서는 두 영화의 선택 모두 멍청한 선택으로 보일 것이다.


인류 멸망을 막기 위해서인데 그깟 사람 한 명 목숨이 중요한가.


양쪽 승객들이 모두 함께 죽는 것보다야 한 쪽 승객들만이라도 사는 게 낫지 않겠는가.


하지만 칸트적인 입장에서 그들은 옳은 선택을 한 것이다.


칸트적인 입장에서 생명은 저울질할 수 있는 속성의 것이 아니다.











---스포 끝---




1번 또는 2번과 같은 반응이 나오려면 어느 정도는 공리주의적 가치에 동의해야 한다.


세상이라는 더 큰 선을 위해서라면, 도쿄의 수많은 사람들을 위해서라면


히나 한 명의 희생은 용인될 수 있다 여기는 세상의 모습에 어느 정도는 동의하는 상태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세상에 맞서 히나를 구하는 호다카의 선택을 보며


그 용기에 감동받게 되는 것이다. 또는 이기적이라고 욕하게 되거나.



그런데 애초에 도쿄의 이상기후를 해결하기 위해 히나를 제물로 바치는 행위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즉 칸트적인 입장을 가진 사람이라면


호다카의 선택을 보며 받을 감동이 반 토막 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세상의 규칙은 이러함에도 사랑하는 이를 위해 그것을 넘어선다'로 보여야 할 것이


'아니 도덕적으로 저게 당연한 거 아닌가'하는 생각이 개입하기 때문이다.


'세상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고 오로지 히나만을 위해'라는 동기가 100%로 보여야


후반부에 비장함과 처절함을 느낄 수 있을 텐데,


'히나를 구하는 행위가 도덕적으로 옳기 때문에'라는 다른 이유가 비집고 들어와


지분을 뺏어 먹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사람이라면 히나의 선택 역시 납득이 잘 되지 않을 수 있다.


비를 그치기 위해 스스로 희생하는 것,


호다카와 지상으로 내려가는 장면에서 '내가 다시 내려가면 날씨가...'같은 말을 하는 것,


'날씨가 뭐 대수라고 목숨을 희생하나'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물론 히나는 날씨를 맑게 하는 일에서 자신의 삶의 가치를 발견했기에 본인에게는 그것이 중요했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곁에 있는 호다카와 동생 나기를 두고 떠나는 이유로는 여전히 부족한 감이 있다.



정리하자면, 어느 정도 공리주의적인 입장에 서 있는 사람이라면


히나의 선택 - 다른 이들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 영웅적인 선택


호다카의 선택 - 세상의 규칙에 맞서 소중한 것을 택한 무모하지만 멋진 선택


이 되겠지만,


칸트적인 입장에 서 있는 사람에게는


히나의 선택 - 동기를 이해할 수 없는 당황스러운 선택


호다카의 선택 - 도덕적으로 당연한 선택


으로 느껴져 납득이 잘 되지 않고 감정적인 효과도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전체를 위해서 개인은 얼마든지 희생될 수 있다'는 입장을 비판하는 부분이 있는 영화인데,


애초에 저 전제에 동의하지 않던 사람이라면 '당연한 사실을 길게 말한다'라고 느꼈을 것이라 생각된다.


후반부 선택에 대해 호다카가 이기적이라는 이유로 비판하는 입장은 보이지만


반대로 호다카의 선택이 도덕적으로 당연한 선택이라서 맥이 풀린다는 류의 입장은 드물어 그러한 입장을 적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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