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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그래도 우리는 대항한다 - 151

우라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19 23:02:09
조회 890 추천 14 댓글 16
														

클리멘트 애틀리는 상당한 각오를 하고 있었다.


영국의 운명은 그야말로 피사의 사탑보다도 위태롭다.



참고로 피사의 사탑은 이탈리아 내전 중에 전차부대가 인근을 지나가는데 그 충격으로 지반이 흔들렸고, 보수도 제때 되지 못한 결과 이름을 바꿔야 했다.


피사의 누운 탑이라고..



무너졌단 소리다.



참고로 이런 식으로 훼손당한 문화재들이 제법 많다.


루브르 박물관만 해도 방사선 유출로 혼란스러울 때 방치되었다가 되찾고 보니 많은 문화재들의 행방이 묘연해졌다.


그 중에는 한국에서 털어온 도서들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왜인지 그 이후로 한국에서 의궤를 비롯한 여러 문화재들을 일반에 공개했다.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사실 프랑스가 그거 신경쓸 정신도 없었고.



베르사유와 파리가 완전히 파괴되었고 그 유명한 에펠탑도 파괴된 건 유명한 일이었다. 이건 히틀러의 네로 명령을 실행한 독일군의 짓이었다.



이야기가 좀 샜는데 아무튼 애틀리는 거의 모든 걸 잃을 각오도, 그리고 그 와중에 어떻게든 건질 수 있는 걸 건져가기 위해 정신을 바짝 차렸다.



그러나, 첫 마디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북해 유전지대는 국제법에 의거해 분할하지요."

"분할... 입니까?"

"승전했다고 해서 국제법을 마음대로 쥐락펴락한다는 전례가 남으면 곤란하니 말이오. 다만, 역시 북해 유전들 대부분이 지하로는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은 관계로 생산량 분배를 해야겠지. 앞으로 30년간 15:85로 하는 게 어떻겠소? 그 뒤는 알아서 협상하고."



전혀 기대하지도 않은 떡이었다.



그러나 너무 좋은 제안에는 항상 독이 들어 있는 법.



"어째서입니까."


"우리는 승자라고 해서 가혹한 요구를 할 생각은 없었소, 우리가 원한 건 단 하나, 국제법의 준수뿐이었으니까."

법대로 해라.


그 당연한 말을 들고나온 상대에 애틀리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럼 정말."

"이에 대해 아무 조건도 걸지 않겠소."



뭐지.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일단 다른 외교관들이 조용한 걸 봐서는 사전 합의된 게 분명하긴 한데......



국제 사회에서 이유 모를 호의보다 더 불안한 건 없다.



그렇다고 이를 거절하는 선택지가 있을 리 없었다.



#



"3차 세계대전의 불씨는 봉쇄됐군."


나는 조약문 전문을 보며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나는 '고문'이니만큼 서명하는 건 내가 아니지만, 그게 중요한가.



"어디 가십니까?"


"이제 서명밖에 남은 거 없잖나? 뭐 더 조율할 것도 없고."


나는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났다.



"그럼 이제 계약 조건도 다 충족했으니 '고문'은 슬슬 돌아가 봐야지."



#



나는 조용히 비스크 드 오마르를 입에 밀어넣었다.


"괜찮군요."

"제가 그랬죠? 마르세유에 오면 제대로 된 프랑스 요리를 보여드리겠다고 말이에요."

"본인이 해주시는 건 아니지만 말이에요."

"으.. 음식 평론가라고 다 요리 잘하는 건 아니거든요?"



못하는구나.



세레나 크리스티앙 드 미요, 중국에서 나랑 만난 바 있는 와인 감별사 겸 음식평론가이자 마르세유에 오면 식사 한 끼 대접하겠다고 명함을 주고간 사람.


의외로 프랑스 정부에도 인맥이 있으며 프랑스 대통령실의 의전 관련 전문가로써도 일한 바 있다.



'그 외에 단시간에 알아낼 수 있는 건 돈은 잘 버는데 금전감각이 영 나사빠졌다는 것 정도인가.'


그리고 절대적 미각을 가졌음에도 정작 본인은 요리 못한다는 정도?

요리에 대한 지식은 전문 요리사 저리가라할 정도로 폭넓고 깊은데 요리를 못하는 건 뭐가 문제인 걸까.



"최근 들어 물이 여엉~ 안 좋아졌어요."

"물이라면?"

"전통 있는 가게들도 주인이 바뀌고 나서는 영 상태가 안 좋아지기도 하고, 비양심적인 가게들도 늘어나고, 프랑스 요리에 대한 모욕이에요. 아, 전 전통주의자는 아니에요, 오히려 타문화의 요리와 접목시켜서 발전시켜나간다는 것은 좋게 보죠. 다만 비양심적인 이들도 생기고, 단골 가게의 맛이 바뀌고 하는 건 다소 그렇네요. 여긴 아직까지는 괜찮지만 어떻게 될지 모르죠."

그녀의 눈이 살짝 살벌해졌다.


"심지어 대놓고 범죄를 저지르는 업주들도 있으니까요."

"범죄면 뭐 식재료를 속인다거나."


"그 정도면 다행이게요. 미량의 마약을 음식과 음료 등에 첨가해서 중독성을 일으켜서 온 손님들을 단골로 만들겠다는 미친 짓을 한 놈들이 있었어요. 전부 붙들렸지만요."

"마약....."


여기서도 마약이다.


"음식과는 관련없지만 마약이 조금씩 더 흔해지고 있어요."


"마약이, 흔해진다고 하셨습니까?"

"예."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스푼을 입에 넣었다.


모양새 좋은 입이 꿀꺽 음식을 넘긴 뒤에야 말이 이어졌다.



"마약은 생각보다 주변에서 접하기 어렵지 않았어요, 병원에서 빼돌리든, 보급품에서 빼돌리든..... 하지만 최근 들어서 양지에까지 밀려나오고 있어요, 마치...."


"마치?"

"공급이 급증하기라도 한 것처럼."

"급증했다고요."

"마약류의 공급이 크게 늘어서 소비량을 늘리기 위해 가격이 떨어졌다. 그렇게밖에는 생각하기 어렵더라고요."



그간 국제적으로 유통된 마약류는 다양하다.



우선 아편계는 아편과 거기에서 추출한 모르핀과 헤로인과 아무튼 그 계통의 마약으로, 가장 재배범위가 넓다. 중국, 인도, 중동, 심지어 아프리카 지역에도 한가득 퍼져 있어서 전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이 강하다.


그리고 남미에서 대량재배되는 코카인계와 군용 진통제로 쓰였던 메타돈, 흔히 알려진 암페타민류, 각종 수면제 등 합성마약들,


아프리카에서 대량재배되는 까트, 그 외에 흔한 대마초 등등.


그 외에도 마이너한 마약으로 미모사의 뿌리에서 추출하는 디메틸트립타민, 동남아시아에서 재배되는 크라톰. 환각버섯류 등이 있는데.



아무튼 간에 마약도 상품이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은 어디서든 변하지 않는다.



수요가 있으니 마약이 퍼지고, 공급이 있으니 마약이 유통된다.


수요는 있는데 공급이 없으면 가격이 오르고, 공급이 많은데 수요가 그대로면 가격은 내린다.



그간 마약류의 공급은 적었다.


이는 무수한 범죄조직이 이권을 노리고 뛰어들게 했고, 실제로 국가 중에서는 약한 마약을 비범죄화하는 등으로 규제를 풀어버림으로써 마약 카르텔들과 가격경쟁을 해서 범죄조직들을 역으로 말려죽인 일도 있었다.


문제는 그 다음에 바로 마약 중독자가 양산되면서 좆됐다마는.



"아무튼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는데, 공급은 정부가 죽어라 틀어막잖아요? 그런데 갑자기 뭔가 물량이 많이 풀려서 이런 시중 식당이 구해 쓸 수 있을 정도로 마약의 물량이 남아돈다.... 이거 말이 안 되는 일이잖아요."


"근데 일개 비양심적인 식당 주인이 마약 가루를 음식에 섞어넣는 게 가능했다는 건."


"이미 엄청나게 퍼졌단 거겠죠. 저희가 모를 뿐."



#



그들은 그것을 니르바나, 열반이라 불렀다.


그들이 그 제조법을 어디에서 구해왔는지를 생각하면 참으로 미묘한 이름이겠으나.



사용하기에 따라 가장 깊은 환각도, 최고의 각성도 얻을 수 있는 이 물질을 그 이름으로 부르지 않으면 뭐라 부르랴.



처음에는 그냥 사용했으나, 이제는 제법도 나왔다.


대마초 추출물 및 몇몇 버섯 및 식물류에서 추출한 성분들과 1대 1로 섞어서 블랜딩하면 진통효과를 넘어 최고의 환각제가 될 수 있었고, 그냥 쓰면 어마어마한 각성제였다.


게다가 부작용도 상대적으로 늦게 나타나는 편이었다.



애초에 제조법부터가 각성제와 환각제를 섞어서 사용하는 꼴에 블랜딩을 한 것도 비슷했지만, 애초에 모렐 박사의 처방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두 약물을 동시에 사용하면 진통 효과는 효과대로 보면서 말짱한 정신상태도 유지하고 그로 인한 판단력 저하도 최소화할 수 있다.



일시적으로는.



그러나, 점점 의존하게 되고 망가지고 추락해가게 된다.


말년의 히틀러처럼.



하지만 환각이나 각성 효과는 죽여주니 사방에 퍼지고, 한 번 맛본 이들이 더한 쾌락을 쫓아 이들로 갈아타자 모르핀이 헤로인에게 시장을 뺏기듯, 천천히 시장이 잠식되었다.


약발이 가면 갈수록 떨어지니 더 독한 약을 찾는다.


독한 약을 먹으니 더 이상은 약한 약쯤은 몸에 안 듣게 된다.



그렇게 지하 시장을 차지하자, 범죄조직들은 모두 이 '니르바나'의 제조법을 얻기 위해 혈안이 되었고, 판로를 독점하기 위해 혈투를 벌였다.


총기를 구하기 쉬운 환경에서 마피아간의 항쟁은 곧 피로 점철되었다.



하지만 이는 중간 유통망의 문제일 뿐.


약을 실질적으로 제조하는 이들을 건드리는 초보적인 바보짓은 누구도 하지 않았다.


니르바나는 이거저거 섞어서 양을 늘리는 건 몰라도 기본적인 조제법은 상당히 어려웠고 좋은 물건을 만들기도 어려웠으니.


암흑가로 흘러들어온 막대한 수익들은 결국 이리저리 돌아서 '그들'의 주머니에 꽃힐 수밖에 없었다.



'어쩌다 이 꼴로 영락했는지 모르겠군.'



영락, 추락. 뭐라 해도 좋다.


한때 건국을 꿈꾸던 이들이 마약상 노릇이나 하면서 어떻게든 존재를 이어나가려고 하는 상황이 몰락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그들은 한때 자금이 풍부했다.


세계 각지의 동포들이 자금을 보내주기도 했고, 국가적 지원도 받은 적 있다.


그러나 죄다 끊겼다.



유럽에서는 아예 재산몰수까지 일어났고 미국에서도 재산을 몰수하거나 하지는 않을지언정 태러지원금이라는 이유로 자금유통 자체를 동결하는 등의 조치를 하고는 했으니.


거기에 여러 번의 실패로 인해 희망을 잃은 이들은 포기하고 떨어져나가기도 했다.



물론 어떤 이들은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너희 고향은 아니지만 조국이라 부를 만한 곳은 생겼잖아? 거기로 가지?'



실제로 그렇게 떠나간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어떻게 그 미개한 흑인 놈에게 고개를 숙이고 흑인 황제를 섬기고 흑인들과 이웃해 살아간단 말인가?


동포라지만 아무튼 흑인인 이들도 지독하게 차별하는 이들이 같은 민족도 아닌 흑인들을 어떻게 생각할지야 뻔했다.



소련은 그들이 서방 열강에 알랑거리는 걸 건국 직후부터 제국주의라며 비했고, 트로츠키가 숙청당한 이후로는 더더욱 탄압이 혹독해졌다.


이후 1936년이 지나면서 그들 내의 좌익 세력들도 인종주의에 물들었다.


한 술 더 떠서 그들 가운데의 우익 세력들은 나치와 거래해 동포들이 가스실에서 학살당하도록 오히려 지원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래야 팔레스타인으로 동포들이 더 많이 건너오니까.



가면 갈수록 좌익의 세력은 약해지고 아랍인들과의 화해와 공존을 추구했던 분파들이 쇠락해 사라졌다.


그러고 나서 전쟁에서 패배했다.


테러를 일으키고 암살을 시도해 가면서 연명했지만, 엑스포 테러 사건 이후 전 세계 각국이 이들을 혹독하게 족치고 대가 약한 이들이 빠져나갈 쥐구멍을 만들면서 목을 조르자.



살아남은 건 정말 한 줌의 강성파였다.


나머지는 강고한 현실의 벽과,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원수를 지게 된 붉은 용의 분노와, 빠져나가 안주할 수 있는 쥐구멍에 유혹되어 무너졌으니.


흑인 황제를 섬기지는 못하겠고, 흑인들과 어울려 살지는 더더욱 못하겠으며, 아케슈나짐 우월주의를 주장하는 이들.



그들의 분파는 10개로 나뉜다.


부하라계, 산악파, 카라임, 소련 영내에 거주했으며 혼혈되어 정체성을 잃거나 소련의 탄압정책으로 인해 에티오피아로 모조리 쫓겨났다.


흑인인 베타 이스라엘. 인구 전체가 에티오피아에 거주하고 있다. 이주해간 것도 아니고 그냥 첨부터 거기 살아온 원주민들이다. 일부는 다른 지역에도 살았는데 그 지역들이 2차대전 때 전부 에티오피아령으로 넘어갔으니 아무래도 상관없어졌다.


카이펑계, 정체성은 오래 전에 사라졌기에 아예 의미가 없다시피 하다. 실제로 동포로 인정하지도 않는다.


페르시아계, 소련과 영국의 압박으로 전부 에티오피아로 이주되었다. 물론 그들 중 상당수가 이미 18~19세기에 정체성을 잃어버린 상태였기에 추방된 이는 생각처럼 많지는 않았고, 많이 쳐도 약 8만 명에 불과했다.


세파르딤, 이베리아 반도에 정착한 이들로 엑스포 테러 사건 이후 대대적인 추방을 겪었다.


미즈라힘, 중동 지역에 거주했던 이들로 아랍연방 건국 이후 집중적인 탄압을 받아 죄다 내쫓겼다.


인도계, 인도 아대륙이 내전이 끊이지를 않고 있어서 규모 파악도 안 되었고 현황도 불확실하다.



그리고 최대의 분파인 야슈케나짐, 외모는 유럽 백인들과 별 차이 없으며 인구의 절반은 미국에 거주한다.



이들의 콧대가 어느 정도였는지, 분명히 '동포'는 맞지만 니들하고 우리가 같은 급은 아니지 않느냐며 무시하고, 에티오피아 이주도 흑인 놈들과 동급이 될 순 없다면서 거부하는 등 백인 우월주의와 선민사상 등이 최악의 형태로 결합된 이들이 많았다.


물론 그들 중 상당수는 포기했다.



그러나 아직도 그 꿈을 버리지 못한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지하로 숨어들었으나, 문제는 미국의 동포들이 슬금슬금 손을 떼면서 자금력이 한계에 달했다는 것.



더 이상 어떤 국가도 그들을 지원하지 않았다.


금융 재벌들도 도저히 각이 안 보인다면서 손을 뗐다.


그 외에 많은 이들도 '향후 백 년간은 어렵다'면서 포기했다.



그렇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었기에 조직은 유지되긴 했다.



하지만 누구 말마따나 돈은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경제위기 상황이면 더더욱 그렇다.



물론 금융업으로 큰돈을 만졌다지만, 원래 금융계는 한 번 얻으면 쉽게 날려먹을 수도 있는 직종.


그리고 이 시대의 상황은 명백히 돈을 크게 벌기보다는 크게 잃을 가능성이 큰 시대다.



다시 말하자면 윌스트리트의 아성이 크게 흔들리는 시대라는 것이다.



알렉상드르 뒤마의 고전 소설 몬테크리스토 백작에서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이렇게 말한다.


- 전 재산에 일류, 이류, 삼류 이렇게 세 등급을 매깁니다, 일류 재산은 손에 쥐고 있는 보물, 토지, 광산, 각국에서의 수입 등으로 이루어진 재산으로써 그 보물, 토지, 광산, 여기저기서 들어오는 수입이 총액 1억 프랑에 달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류 재산이란 공장이나 회사에 의한 사업, 수입 150만 프랑을 넘지 않는 총독령이나 공영지 같은 데서 생기는 수입으로 그 총액이 5천만 프랑에 달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삼류 재산이란 복리 계산을 통해 늘어나는 자산을 말합니다. 한 줄의 기사나 어떤 사고만으로도 폭락하며 겉에 드러난 재산에 비해 실제로는 3분의 1이나 4분의 1밖에 안 되는 것을 말하죠.



간단히 말하자면 일류 자산가는 왕족이나 황족, 융커를 비롯한 어딘가의 귀족 같은 케이스인데, 나라가 혁명 등으로 뒤집히기 전까지는 어지간해서는 수입이 보장되는 이들이다. 당연히 그들에게는 연이 없는 일. 일류 자산가와 거래는 할지언정 일류가 될 수는 없다.


이류 자산가는 재벌이나 부르주아 계열로 일류보다는 안정성이 낮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쉽게 타격을 입지는 않는다


그리고 삼류가 은행업이나 주식 등이며, 짜라시 한 장, 21세기식으로는 유력자가 올린 트위터 한 줄만으로도 폭락해서 길거리에 나앉을 수도 있는 재산을 의미한다.



당연하지만 그들은 대부분 이 삼류 자산가들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삼류 자산가들은 이런 폭풍에서 제일 먼저 나가리되는 이들 중 하나다.


물론 정말 대마불사라 불릴 만한 이들은 파산하기 전에 어떻게든 국가 단위로 살려내겠지만, 그쯤 되는 이들은 다 이런 울트라 하이 리스크 도전에서 진작 손을 뗀 지 오래.



이유는 간단하다.


잃을 게 좀 많으니까.



가뜩이나 과격파의 폭주로 전 세계적인 공적으로 찍힌 놈들을 지원해줄 만한 놈은 그만큼 미친놈이거나 잃을 게 없는 놈인 게 상식.


당장 복어계획도 호응이 별로 없었던 게 그래서였는데.



그러니 방법이 별로 없었다.


불법적으로 돈을 벌 수밖에.


물론 뭘 더 하기는커녕 전 세계 곳곳에서 추적과 압류, 정밀타격이 이어지니 그로 인해 입은 손해를 메꾸기도 벅찬 판이었지만.


아무튼 간에 조직을 유지하고 항전을 계속하려면 돈이 필요했다.


아주 많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만한 마진이 남는 상품은 굉장히 한정되어 있는 게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그래도 한 국가의 제헌의회와 초대 내각 등을 꿈꾸던 세력이 10년도 안 가서 이런 마약 카르텔로까지 추락한 걸 생각하면 돌아버릴 노릇이었다.


하도 억울하고 미칠 것 같아서 아주 시간을 되돌려서 원한은 천 배 만 배로 갚아줘야 직성이 풀릴 터인 붉은 용의 콧구멍에 후추를 들이부은 머저리 은행가 놈을 급성 납 중독으로 골로 보내버렸으면 이야기가 달랐을까 하는 한탄도 하루이틀이 아니었으니.


그 투기꾼 놈은 진작 저승으로 도망가버려서 따질 수도 없다는 게 더더욱 미칠 노릇이었고.



그래도.


언젠가는.



다시 한 번.



#



한국, 함경북도 군사시설.



"다들 안전지대까지 물러나십시오!"


"보호복 착용 확인하겠습니다!"



악을 쓰는 장교들과 과학자들은 급히 움직였다.



"그분의 꿈이 하나 더 성취될 수 있을까요."

"이거 하나 성공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네."

"압니다."


그분의 지혜는 무한하고, 자신들은 그 거대한 산의 껍질만 살짝씩 긁어가는 수준이다. 거대한 진리의 바다를 앞에 두고 모래사장에서 모래알 몇 개 주워오는 꼴이다.


이런 관념은 거의 숭배에 가까워졌다.


그가 내어준 무한한 지혜의 극히 일부라도 구현한다면.



"기폭장치 재확인해!"


"예!"

"최종 사전 테스트에 돌입합니다! 모의실험 개시!"



복사 유도 방출에 의한 광증폭 시스템.


원자들은 안정한 상태에 있다가 에너지를 받으면 들뜬상태가 되고, 이것은 이내 빛을 내면서 안정된다.


그리고 자신이 자연 방출하는 빛과 동일한 파장의 빛과 충돌하면 파장과 위상, 진행 방향이 동일한 빛을 방출하는 성질이 있다.



이를 유도 방출이라고 한다.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한 미국 과학자 페르미가 이미 19세기부터 있었던 이 관념을 실제로 구체화할 수 있도록 공식을 다수 내놓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3가지다.


이득매질, 즉 들뜬상태가 되어줄 원자들, 거울로 이루어진 공진기, 그리고 들뜬상태로 만들어주는 펌핑장치.



일단 이득매질은 연구 끝에 에틸렌과 삼불화질소를 반응시켜 만든 불소 라디칼 생성물을 다시 중수소 혼합가스를 반응시켜 만든 불화중수소 가스가 채택되었다.


그리고 들뜬상태로 만들기 위해서 투입되는 에너지원은 사실 뭐든 다 된다. 실험실에서는 전기나 강한 빛 등을 사용하지만.


이 시대에 진짜로 강한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사용되는 물건이 있지 않은가.



"신형 탄두는 어떤가?"

"기존 증폭핵분열식 탄두보다는 우위에 있을 걸로 예측됩니다. 신무기 실험도 겸사겸사죠."



흔히 내파식 원자폭탄이라고 하면 폭축렌즈를 화약으로 압축시키는 모습을 생각한다. 사실 그게 맞다.


하지만 기존의 형태로는 한계가 있었다.



중국에 떨어진 플루토늄 탄두의 경우 정말 그런 원시적인 방식이었지만, 소련은 기폭장치를 두 개로 분할해서 선형 플루토늄 탄두를 만들었으며, 한국은 탬퍼와 중성자 반사재 사이에 공극을 넣어 더 효율적으로 압축했으며 아예 폭축렌즈를 속이 빈 공으로 만들고 그 안에 삼중수소와 중수소를 채워서 증폭식 핵분열탄을 만들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거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핵무기 피트 위에 리튬을 덧씌우고 그 위에 공극을 준 상태로 열화우라늄을 씌우고 삼중수소를 쑤셔박아 처음으로 수백 킬로톤급 폭발력을 달성했다.


그 외에도 '불운한 사고'로 파괴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핵무기는 백조형 설계와 복수격발식 핵무기를 만들었다.


이는 진짜 백조 두 마리가 머리를 맞댄 것처럼 생겨서 단면이 살짝 찌그러진 하트 모양이란 게 특징인데, 복잡한 내파 제어용 정밀 폭파장치가 필요없지만 대신 사고 위험성이 매우 컸고, 실제로 오작동 한 번에 핵심 과학자들과 총리 등이 떼몰살당하는 참사가 터졌다.


아무튼 오작동이었다. 모든 공식 기록에 그렇게 남을 거다.



반면 우라늄식 핵무기에 사용된 복수격발식은 폭발 분배 장치를 이용해 사방에서 동시에 격발시킴으로써 연쇄반응을 일으키기에 복잡한 폭축렌즈를 설계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아무튼 공식적으로는 한 번도 터져본 적이 없어서 실제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리고 이 설계에서 얻을 건 얻어내면서도 교훈을 얻은 한국 과학자들은 안드레이 사하로프가 독자적으로 재발견한 텔러-울람 설계에 증폭핵분열탄 기술을 적용해 더블 부스팅 방식의 수소폭탄을 만들어서 메가톤급 폭발력을 얻어냈다.


그게 현재 배치된 한국군의 핵무기이나.



이런 실험에 쓰기는 위력이 과도하게 강했다.


그렇기에 이번 실험에 동원된 건 텔러-울람 설계와 증폭핵분열탄 설계를 응용한 일종의 집속원폭이라고 할 만한 물건이었다.


당연하지만 실험 단계의 물건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원자폭탄보다 훨씬 강력한 연성 X선이 이 와중에 방출되고, X선은 원자를 들뜬상태로 만드는 데 우수한 효율을 내므로.


이런 실험에 동원되기에도 적합했다.



"공진기 가동."

"공진기가 충격을 잘 버텨줘야 할 텐데."


"일반적인 거울이 아니니까 괜찮을 겁니다. 폭발을 직접 받아내는 것도 아니고요."


"그래야지."



섬광.


가스가 들뜬상태로 변하고.


X선을 받은 가스들은 일제히 고에너지를 압축한 광선을 뿜어냈다.


그리고 광선은 거울에 반사되면서 한계까지 증폭.


마침내 한 줄기 광선이 되어서 밤하늘로 치솟고.



사라졌다.



얼마 뒤, 통신이 들어왔다.



"백두산 관측소에서 송신, 목표 완전 파괴, 대기권 내로 추락하는 것 확인, 성공입니다!"



그 순간,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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