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한다.


어릴 적, 나를 지키기 위하여 거리낌 없이 산적에 맞서 싸운 부모님을.
그리고 부모를 잃어버린 상황에서 기꺼이 보호자를 자청한 스승님을.

여지껏, 무를 쌓는 것을 허락한 대자연과 세상에.

그래서 나는 미련한 머리로 이를 찬미하기보다.
무식하지만 단순한 행동으로 감사를 표했다.

몸과 마음을 다하여 목봉과 주먹, 발을 휘둘렀다.
삶의 고난을 등에 맨 채로 이를 행하는 일은 매우 힘들었지만…

그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겠는가.

살아서 이런 일을, 미래를 꿈꿀 수 있다는 것은 이 시대에서 축복받지 아니한 이들은 누릴 수 없는 것이니.

흙탕물이 굽이치는 저 급류를 바라보면서, 거센 폭우가 나를 후려쳐도-
나는 언제나 그렇듯이 그저 의와 협을 행하고 따를 뿐이다.

따라온 가후와 호위를 자처한 병사들이 놀라지 않도록 당부를 해야지.


"똑똑히 보시오."


화극의 끌이 땅을 움켜쥔 채로 시립하며, 나는 힘을 끌어올린다.
아랫배에 시작 된 불길의 바람은 심장과 머리를 거쳐서 거대한 폭풍이 되리니…

무릎을 굽히고, 허리를 살짝 숙여 나 자체가 곧 검이자 창이 된다.


"그리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시오."


인간이 자연의 보듬 아래에서 모으고 가공된 기운이, 다시금 역으로 몸 전체를 달린다. 굽이친 자세가 안정되며- 곧 사냥감을 잡으려 튀어나가려는 형상을 닮는다.

그래, 이것의 이름은.
맹호격파산 - !

내가 내지르는 주먹이 곧 나의 길이 되리라!



가후는 믿을 수 없었다.
그는 보았다.

태고의 거인인 반고가 인간의 형으로 태어나서 현현했다는 것을.

사람의 주먹이, 황하를 가르고.
시커먼 먹구름을 개이며.
온 세상이 멈춘 듯- 가만히 여 장군에게 길을 내어준 것은.

정녕, 내가 환상을 보았던가?

그렇게 말하기엔 자신의 호위를 위해 따라온 군졸조차 몸을 떨며, 여 장군이 나아간 길을 향해 절을 할 뿐.


"하하… 나는, 나는 아직도 어리석었구나. 아직도 그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어…!"


그는 한실의 포악하고 뒤룩한 천자가 불의로 천하를 뭉겠을 때, 침묵할 따름이었다. 어떤 일에도 나서지 않았다.

그저 가볍게 흥미가 동한 일이 인연이 되어, 이 세상을 도적 없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이상에 끌려 병주로 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라면.

무도한 적룡의 사생아를 보고 분노한 하늘이 보다 못하여, 검은 용을 인세로 내려보내어 세상을 올바르게 이끌고자 하였다면?

그렇다면…
유씨도, 황건적도, 단지 허울뿐인 천하를 탐할 군상에 지날 뿐이 아니겠는가.

가후는 천천히 여 장군이 있는 쪽으로 몸을 숙여 절을 했다.

용은 바람과 비를 몰고 다니는 상서로운 존재이나.
세상에 환란이 닥쳤을 때, 이를 바로잡고자 내려올 전령이라.

그날, 가후는 자신이 평생 따라갈 주군을 섬기리라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