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세월을 회상하면, 언제나 눈물이 나누나.

모르겠다?

지금 모르겠다고?!

"네 놈이 지금 병주의 물을 치, 치...치수하는 걸 보고도 모르겠다고?!"

"그렇게 대단한 일은 아닙니다."

아니기는, 이 놈의 시캬!

네가 지금 병주의 씨를 말릴 수도 있는 고엽제를 들입다 부웠어 이 골때리는 곳에서만 머리가 잘 돌아가는 놈아!!

"치수라는건 본디 황제의 몫, 심지어 요순시대에 황하를 치수하여...그, 그...아오!!!"

차마 내 입으로 말을 꺼낼 수도 없네!

"음, 혈자리가 막히신 겁니까? 울화가 심하신것 같은데 그러다 중풍..."

"그게 아니다, 이 놈아!!"

내 입으로 그 단어를 차마 말 할 수 없어서 이러는게야!!!

...에라, 모르겠다!

"그...서, 선양받았다고 말하는 거다!!! 까마득한 옛날에 순 임금이 황하의 치수를 배경으로 선양을 받으셨었어!!!"

"음, 그저 수로 몇 개에 저수지 몇 개정도..."

...세간에서는 그걸 보고 치수라고 말하십니다, 재앙신이시여.

"여 장군, 아니 봉선아..."

"예 자사님."

"내가, 네 스승님께 직접 너를 부탁받은 사람이다."

"잘 압니다, 그래서 의부義父와 같은 예로 모시고 있죠."

"...내가 너를 섭섭하게 한 적이 있더냐?"

"...지금?"

...뒤, 뒷목...뒷목이...!

"아, 이런. 자사님."

온 몸이 뻣뻣해지는...그래, 내 마지막이 울화통이 터지는 것이로구나.

하필이면 봉선이에게 화를 내다가 눈을 감다니.

저 녀석이 막 나가지 않게 충고를 한다는게 내 성질이 폭급해서 좋은 말 한 마디 안 하고 가는구나.

이렇게 죽을 줄 알았으면 칭찬도 많이 하고, 후임 자사로 천거하도록 편지도 여러통 써놓는 것인데...

안타깝구나, 눈이 깜깜...으응?

"위험했습니다, 울화가 잠시동안 기혈을 막았었군요."

"그, 랬었...구나."

목이 뻣뻣하고 말이 제대로 안 나온다.

...이거 중풍인가?

"걱정하지 마시죠, 막혔던 기혈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니. 당분간은 음주, 혹은 지금처럼 화를 내시는 행위나 업무는 삼가시죠."

...그래, 알았다.

그렇게 하마.

"당분간 자사로써의 업무는 저와 문원을 비롯한 다른 이들이 나누어 맡겠습니다."

"그, 목간...!"

"...십상시놈들이 뇌물이라도 요구했습니까?"

그건 내 개인 재산으로 처리했어.

군대식의 이중장부(이민족이 침입할 때마다 손실기록)를 통해 지원을 요청하면서, 틈틈히 병주로 오는 지원물자들을 모아놓기도 했고.

그 놈들 눈에는 병주가 개털중의 개털로 보일게다.

지금 중요한건 뇌물 이야기가 아니야...!

"반드...시, 숨, 겨...!"

네가 적어놓은 저수지나 수로에 관한 기록을 숨겨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놈팽아.

"오른,쪽...아래...!"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음."

네가 작성한 수로의 공사와 저수지의 공사.

사람들이 모이는 것에 첩자가 없을 리 없어.

네가 한 공사는 유목민들을 방비하기 위한 해자와, 임시 진지 구축이다.

나 정원의 20년 군무의 모든 노하우를 바탕으로 작성한 가짜 서류다.

작성된 죽간과 목간만 봤을 때는 그 소하가 봐도 오히려 돈과 식량을 보내야 할 정도로 정교하게 작성해 놓았다.

"...이렇게까지 해야하는 일이었습니까."

"당연...!"

네가 한 일을 대체 뭐라고 생각한게냐.

정원 : 뒷목잡고 쓰러지는 중간관리직 겸 상식인 포지션, 병주에서 가장 마음고생이 심한 사람 부동의 1위.

취미는 이중장부 작성(군대식 가라), 의붓아들처럼 여기는 여포를 통한 병주군 검열, 중앙에 식량과 마초를 지원해 달라고 떼쓰기.

병주의 발전에 보이지 않는 손(보이는 손은 여포) 역할을 톡톡히 하며, 여포군의 브레이크 역할겸 행보관 역할중.

이 양반은 여포가 장연을(혹은 검은 제비를) 발견했다는 보고를 올리는 즉시, 서류상으로 마을 하나가 전소시킵니다.

중앙에 마을 하나가 전소되고 그로인해 생겨난 고아들을 돌볼 자금에 대한 명확한 계산서(병주에서 몇 할을 지원하지만 모자르다는 읍소)를 보내고, 그 영제가 참다못해 환관을 보내도 들키지 않는 가라를 보여줍니다.

어떻게?

여포를 통해 미리 뼈대만 남기고 태운 나무 기둥 몇 개(나중에 숯으로 재활용할) 심어놓고 잿가루를 뿌려놓았다고 하네요.

그러다가 교역중인 흉노나 선비족 잔당들에게 습격의 연출(여포 조연)하면서 환관을 겁주면 끝.

그 영제에게 돈을 뜯어내는 기적과도 같은 가라를 보여주기에 병주가 아닌 다른 곳에서는 상당한 수완가로 평가가 높습니다.

군문의 경력을 통해 하진과도 관계가 깊죠.

나름 청렴하게, 그리고 가라를 보이며 행보관 트리의 끝판왕급 스킬 몇 개를 보여주지만, 그 경지가 깊으며 여포도 주임원사는 다 저런 거구나...하면서 환생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