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조선군이 대패했다! 위기다!' 라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 '일본군에 패하는' 역할을 맡은 캐릭터임.

그런데 신립이 원래 역사에서 일본군에 패한다는 것은 다들 알잖아? 드라마(불멸, 징비록)에서도 나오고. 환생자인 주인공이 이걸 모르진 않을 텐데, 그러면 신립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내려보내는게 당연하겠지?

그래서 신립을 내려 보내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야 했다. 북방에서 경험치를 쌓게 한 것도 나중에 있을 대패를 위한 포석이지.

여기서 작가가 예상하지 못한 것은 이 과정에서 생각 외로 독자들이 신립이라는 캐릭터에게 애착을 느끼게 되었다는 거다. 작가에게 있어서 신립은 나중에 있을 역전승을 위한 버리는 패인데, 많은 독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거지.

류성룡을 옆에 붙여 준 것은 '신립을 남쪽으로 내려 보내는 당위성'을 제공하기 위함이라고 보았다. 신립을 내려보내는 데에 말이 많으니까 여기에 류성룡을 붙여놓으면 '이제는 괜찮겠지'라고 독자들은 생각할 수 있거든.

그리고 삼랑진 사태가 터진다. 신립은 예정했던 대로 오다 진영에 꼴아박을 시전했고, 이걸 본 독자들은 폭발했지. 작가는 앞에 깔아놓은 것들을 '신립은 그냥 원래 역사 그대로의 신립이고, 신립을 내려보내는 당위성만 추가되었을 뿐'이라고 생각한 반면 독자들은 '원래 역사와는 달리 경험도 쌓고, 옆에 류성룡이라는 조언자도 두고 있는 신립'이 그야말로 마속 급의 졸장으로 추락해버린 거니까 이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게 된 거다.

차라리 듣보잡 장수였다면 이렇게 불타진 않았을껄. '조선군이 졌다'는 것 자체에 불만이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캐릭터 그 자체에 대한 애착은 없으니까.

'과녁에 화살을 갖다 대는' 건 1부 때에도 있었지만, 이번에도 비슷한 맥락의 문제라고 봐야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