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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마법조선-1

퀘사디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1.21 23:20:45
조회 505 추천 18 댓글 11
														

"항마자는 그 태생이 마법을 익힐 수 없으나, 존재함으로써 주변의 마법을 무위로 돌리니 전국 곳곳의 항마자를 모아 국방에 종사하도록 하는 것이 옳다고 사료되옵니다"
-1404년, 영의정 조준






 "나으리! 만호 나으리! 야인놈들입니다! 야인 놈들의 야습입니다!"

 한 밤중이었지만 나를 애타게 부르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날 수 밖에 없었다. 밖으로 나가니 사방이 불타 오르고 있었다. 젠장. 빌어먹을 말박이 놈들이었다. 야인놈들이 그믐을 틈타 야습을 거행한 것이었다. 보초를 새웠지만 별 소용은 없었다. 그믐에 병장은 어떻게 보겠으며 화살은 또 어떻게 찾겠는가. 심지어 그믐이면 야인 놈들이 쓰는 술법이 월중 가장 강해지는 날이었다. 하지만 말박이 놈들이 온갖 사방에 불을 질러놓은 덕분에, 지금은 환했다. 빌어먹게 고마웠다. 제깟 놈들 딴에는 보고 놀라라고 이런 짓을 했겠지. 전투 양상을 보니 아군이 밀리고 있었다. 애초에 1개 초밖에 주둔하지 않는 작은 마을이었다.

 시발. 내가 멍때리는 사이 야인 놈들의 기병이 돌격해왔다. 나는 보았다. 야인 기수가 한 번의 창질로 두명을 궤뚫는 것을. 저 언덕 위에서 무게를 머금고 달려오는 창기병은 진형을 부수기에 충분했다.멍 때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다음 돌격에 대비해야 했다. 물론, 일반적인 전쟁터에서 축차 투입은 바보들이나 할 짓이 맞다. 하지만 저 야인놈들은 달랐다. 놈들에게 필요한 것은 머릿수가 아니라 충격력이었다. 기습이니 많은 병력을 끌고 오지도 못 했을 것이다. 언덕 너머를 바라보니 기껏해야 쉰 명 남짓해 보였다. 뻔하지. 병력을 셋으로 나누어 끊임없이 돌격하며 진형을 깎아낼 것이다. 한 번 진형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그게 그 전까지는 무엇이었든, 사람은 그저 도망치기만 할 뿐이었다. 최대한 빨리 진형을 구축해야 했다.

"팽배수 앞으로! 창수들은 팽배수의 뒤에서 야인놈들을 견제하라! 말의 배를 노려라! 기수들은 진형 옆으로 돌아 오는 놈들을 막아라!"

 다음 돌진이었다. 놈들은 진형을 그대로 짖 뭉개버릴 작정인지, 말고삐를 당겼다. 장창수의 도움이 없으면 기병 앞에서 팽배수들은 거북이에 불과했다. 먼저 방패를 말 발굽 밑에 들이대고, 자세를 숙여 버텨내었다. 그 결과, 야인놈들은 말의 배를 노출시켰다. 장창수들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말이 끔찍한 비명소리를 질렀다. 밤이었지만 주변이 환했다. 덕분에 야인 놈들 몇몇이 낙마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무리 말박이 놈들이라지만, 잘 짜여진 진형에 돌진하는 것은 자살이나 다름 없었다. 나도 가만히 있을 수 는 없었다. 편곤을 챙기고 말 위에 올라탔다. 마병(魔兵)들을 이끌어야 했다.  놈들의 마술만 걷어내면 오늘 처들어온 놈들을 전멸 시킬수도 있으리라. 

"저들은 지금 괴력 난신에 힘입어 오만 방자하게도 이 조선의 국경을 침입했다. 이를 사내된 자로서, 또 국가의 녹을 받는 자로서 두고볼 수 있는가! 마병들은 나와 함께 적 후방으로 돌아 저들의 술법을 걷어내고 유학의 힘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야! 기수들은 저들의 술법이 풀리면 그때 측면에서 돌격하라!"

 나는 다섯 남짓한 마병들을 이끌고 언덕을 돌아 넘어갔다. 가만히 보아하니 야인들의 무리 뒤편에 무녀가 보였다. 그리고, 그 주위를 둘러싼 결계도 볼 수 있었다. 평범한 마병 다섯으로는 뚫을 수 도 없을 정도로 강력한 마력이었다. 무녀는 결계의 한 가운데에서, 진을 그려놓고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익숙한 진이었다. 옛 금나라 시절의 철부도를 재현하는 마법이었다. 그러나 나는 항마자였다. 그 수준이 어떻든, 살아 숨쉬는 것 만으로도 주위의 모든 마법을 무위로 돌릴 수 있었다. 이정도 결계는 일도 아니었다.다행히 결계만 믿고 경비를 많이 두지는 않았다. 나는 논어의 몇 구절을 외치며 돌격했다. 그럼 그렇지. 술법이 걷히자 야인 놈들은 당황한 눈치였다. 몇몇은 말머리를 뒤로 돌려 무녀를 지키려 하였으나 이미 늦었다. 나는 말을 타고 돌격해 무녀의 머리를 편곤으로 가격했다. 야인 놈들의 무녀가 귀에서 피를 쏟으며 쓰러졌다. 확실히 죽었을 것이다.

"돌격하라! 이 개자식들에게 본때를 보여주어라!"

 내가 소리치자 반대편에서 아군 기병이 돌격해왔다. 스무 명 남짓한 수였지만 그 질 자체가 달랐다. 쇠찰갑을 두르고 달려오는 기병들은 거침이 없었다. 창과 창이, 칼과 칼이 부딛혔다. 환도를 빼어들어 적들의 팔 다를 사정없이 난타했다. 나도 가만 있을 수는 없었다. 편곤을 휘둘렀다. 뿌드득, 하고 갈비가 부러지는 느낌이 들었다. 내 앞의 야인은 그대로 몸이 접혀 낙마했다. 애초에 가벼운 가죽갑옷이다. 편곤의 묵직한 타격력을 어떻게 막겠는가. 때문에 무녀를 데려와서 방호력을 강화하려 했으리라. 내가 한 녀석을 쓰러뜨리자, 다른 하나가 악에 받쳐 달려들었다. 편곤을 들어 가슴팍을 겨누자,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그만 궤뚫려 버렸다. 시체에서 편곤을 뽑아냈다. 나는 하마했다. 가볍게 휘두른 편곤이 말의 다리에 맞았다. 떨어진 놈은 곧 말발굽에 밟혔다. 적들은 도망가려 했지만, 이미 아군 기병이 퇴로를 차단한 뒤였다. 패배를 직감하자, 그들은 무기를 던지고 투항했다. 우리의 승리였다.

"나으리! 총원 132명중 팽배수 둘 사망 다섯 부상, 장창수 일곱 사망, 기병 하나 부상. 총 여덟 명 사망에 여섯 명 부상입니다."
"좋아. 적들은?"
"총 스물 둘의 수급을 홱책했고, 열 셋을 사로잡았습니다. 군마 열 다섯 마리도 노획했습니다."

완승이었다. 물론 열댓명이 아쉽게도 도망쳤지만, 어차피 상처가 깊어 가다 죽을 것이 뻔했다. 이제 주상께 장계를 올릴 일만 남았다.




마법조선 보고싶어서 내가 써버림. 써버리고 나니 마법보다는 기병 얘기 밖에 없는 것 같지만...


참고로 이 동네에서 논어나 맹자같은 유학 서적은 다 마법서임. 애초에 유학도 마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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