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무속신앙을 보면 가끔 사람들이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튀어.  

전통 가택신앙에서 마루를 관장하는 신은 성주신, 

부엌을 관장하는 신은 조왕신임.  

그런데 현대 양옥에선 흔히 마루와 부엌이 거의 연결되잖아?

약간의 구분을 빼면 사실상 같은 공간에 있다고 봐도 됨.  

그러니까 요샌 무속신앙에서도 '조왕성주신'이라고 하나의 신으로 취급해. ㅋ 

옛날 어른들은 흔히 조왕신이 부엌의 가마솥에 머문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가마솥 앞에 정화수 그릇 올려놓고 기도하고 그랬음. 

그런데 현대에는 심지어 한옥조차도 가마솥 거의 안 쓰잖아? 

그럼 무속신앙을 따르는 사람들은 조왕신의 거처가 어디라고 생각할까? 

대부분은 싱크대라고 생각함. 

부엌일의 대부분을 하는 곳이니까. 

그런데 몇몇 어른들은 '밥을 하는 곳'이란 의미에서

전기 밥솥을 조왕신의 거처라고 생각한다 함. ㅋ  

그런데 전기 밥솥 앞에서 기도하긴 이런 노인들도 이상하다고 생각하는지

밥솥 앞에 물 떠놓는 일은 없다고 함.  

무당들 불러 음식점 개업굿을 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어떤 외국인 종교학자는 한국의 음식점 개업굿 와중에 무당이 부르는 신명들 중

'카운터 대감'이 있다는 사실을 보고했지.  

카운터는 돈을 받는 곳이잖아?

따라서 무속신앙의 입장에선 아주 중요함.

그래서 '카운터 대감'을 부르는 거임.  

새 차를 사면 차량고사를 지내는 집들이 은근히 있는데,  

대부분은 말 그대로 고사, 즉 집에서 간단히 거행하는 의례로 끝내지만,

아예 무당을 불러 정식 '굿'으로 하는 사람도 있음 .

우리나라 민속지에 보고된 어느 무당은 

차량굿을 할 때면 먼저 개울가 근처로 차를 끌고 가는데,  

물이 흐르듯 차가 잘 굴러가란 뜻.  

그리고 헤드라이트를 두고 '불 대감' 

엔진을 두고 '엔진 대감' 

자동차 차체를 두고 '철물 대감'

등등으로 부르면서 잘 굴러가게 해달라고 기원하고,  

우리나라 각지의 주요 대도시와 주요 도로들 이름을 부르면서

해당지역의 신령들에게 '운전자를 보호해주십사.' 하고 인사함.  

대역물에서는 이런 사회상의 변화를 잘 묘사하지 않아서 

아쉬울 때가 많아. ㅇㅅ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