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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한 번 써보는 띵군 팬픽(5)

ㅁㅁ(211.226) 2019.01.23 23:38:20
조회 457 추천 13 댓글 3
														

 피고름 머금은 땅은, 거칠고 메말라서 잡초만 무성히 자랐다. 기껏 키운 작물들은 비대신 오는 눈에 잠겨 얼어 죽었다. 농사지어 죽는 사람들이, 질병에 걸려 죽는 사람보다 많았다. 사람들은 배를 채우기 위해 동물들을 잡아먹었고, 부족하면 다른 사람들의 식량을 빼앗았다. 아이들은 피와 기름이 범벅된 칼을 차고 오는 아비들을 반겼다. 날이면 날마다 아이들끼리 패를 나눠 싸웠고, 이긴 패거리는 고기를 더 받아먹었다. 북변은 짐승들의 터전이었다. 남녘의 사람들은 이들을 야인이라 불렀다.

 삼식은 어릴 적 야인이었다. 그는 아비의 피와 기름을 먹은 칼을 씻으며, 용감한 전사를 꿈꿨고, 날이면 날마다 돌과 목창 따위로 다른 아이들을 찍고, 찌르고, 쪼개고, 팼다. 힘이 장사여서 매일 고기를 받아먹었다. 부족의 어른들은 그가 장차 최고의 전사가 될 거라 칭찬하였다. 그는 그 칭찬이 매우 자랑스러웠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이 죽었다. 부족의 전사들이 약탈하러 나간 사이, 다른 부족이 약탈하러 쳐들어왔다. 그들은 마을에 불을 지르고, 여자들과 가축들을 빼앗고, 막는 이들을 모조리 죽였다. 온갖 난자된 시체들이 땅을 덮었다. 그의 어머니도 죽었다. 아들을 지키려던 어머니는, 아들이 보는 앞에서 강간당하고 칼에 베어져 죽었다. 북변은 짐승들의 터전이었다.

 뒤늦게 아비는 피와 기름이 얽힌 칼을 들고 나타났다. 눈이 시뻘게진 체 아내의 시체를 바라보는 그의 아비를 보면서 삼식은 그 칼이 싫다고 말했다. 아비는 눈을 아내에게 두고 고개를 끄덕였다. 삼식과 아비는 말을 타고 남녘으로 향했다. 신의주로, 평양으로, 개성으로, 한양으로, 마침내 경기도 과천으로 가서야 정착해 농사를 지었다.

 과천의 땅은 조붓하지만 촉촉하고 부드러워 쌀과 보리가 자랐다. 비가 적게 내렸지만, 저수지가 있어 농사를 망치는 일은 없었다. 삼식의 아버지는 사람을 내려찍던 손으로 쟁기를 들고, 노동요를 불렀다. 말은 귀리와 사료를 잔뜩 먹여, 근육이 풀리고 살이 통통하게 올랐다. 그들은 조선말에 어수룩했지만, 힘이 장사여서 이내 과천의 농부들과 함께 품앗이를 하고 새참으로 떡과 막걸리를 나눠 먹었다.

 삼식의 휜 피부는 햇볕에 타서 건강한 빛깔을 뿜었고, 남성미가 물씬 품기는 넓데레한 얼굴에서는 항상 두 눈에 밝게 정기가 서렸다. 힘이 장사인 삼식은 매일 3식경동안 쟁기질을 해도 지치지 않았다. 그가 품앗이를 갈 때마다, 마을 장정들은 삼식의 힘에 기겁했고, 여인네들은 삼식의 굵은 팔뚝을 보며 얼굴을 붉혔다. 땅을 파고, 찧고, 씨를 뿌리고, 덮는 일은 삼식의 천직이었다. 군역을 다녀온 뒤에는 마을에서 가장 예쁜 순이와 결혼하기로 예정되었다.

 그리고 지금, 삼식은 과천이 아닌 삼량진에 있다. 뜨겁고 팽팽한 공기속에서 언덕 위 보루는 크고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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