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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이 나라가 망할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하여 - 2

케밥빌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1.27 00:17:18
조회 570 추천 16 댓글 7
														
뭐라는 거야 지금.
 
이해되는게 단 하나도 없다지금 내 눈앞에 떠있는 이놈의 창은 무엇이며 왜 나타났고그 위에 떠 있는 메시지는 또 뭐야?
 
나와 국가의 운명이 공유라고이게 무슨 소리야애초에 왜 나라랑 군주가 한 몸이나 다름없다고 나한테 이야기하는데나는 이 나라의 군주가 아니야낮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후보 중 하나일 뿐이지.
 
[당신은 군주의 운명을 타고난 자입니다당신에게 주어진 운명은 그것 외에 없습니다.]
 
그런 내 생각에 대답이라도 하듯 창이 갱신되었다여전히 이해하기 힘든 소리다.
 
[당신이 군주로써의 위치와 자격을 가질 수 없게 되었을 경우 운명이 존재하지 않는 당신의 존재는 소거당합니다.]
 
운명이 소거당한다고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도저히 알아들을 수가 없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생각이 입 밖으로 흘러나온다하지만 창은 무심하게 갱신되고 있을 뿐이다.
 
[왕위를 계승하지 못하거나 이 나라가 멸망할 경우 당신은 사망합니다.]
 
드디어 내가 이해할 만큼 직설적이고 쉬운 용어를 사용해 주시는 창님지가 무슨 자격으로 나에게 사형선고를 내리는지 모르겠다아무튼 대단한 분이신가 보지?
 
이 나라의 황제로 즉위하지 못한다면 죽는다.
그걸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나라가 망하면 죽는다?
 
아니그런 개 같은 경우가 어디 있어.
 
하다못해 나라가 제대로 된 나라라면 몰라이미 망해가고 있는 나라인데 뭘 어쩌라는 말이야이 나라의 위정자들이 나보다 멍청해서 망한 줄 알아?
 
[행운을 빕니다.]
 
아까부터 내 의견따위들을 생각이 없어 보이는 이놈의 창은 약이라도 올리듯 저런 메시지나 띄우고 앉아있다.
 
아이고두야.
 
[현재 당신이 오스만 제국의 황제로 즉위할 확률 – 0%]
 
?”
 
뒤이어서 떠오르는 메시지에 내 입은 바람 새는 소리를 낸다.
 
아이고고맙기도 하셔라내가 이 나라의 황제가 될 확률을 알려준다고이유도 알려주면 좋겠다!
 
[이유1. 압뒬하메트 2세는 청년 튀르크당의 쿠데타로 인해 폐위 당했고그 아들들은 황제로 즉위하지 못했습니다.]
 
...말을 말자.
 
[이유2…….]
 
아니됐어그런 거 보고 싶지 않으니까 빨리 치워!”
 
그 창을 손으로 지우는 것처럼 허공을 거칠게 휘저었다아까도 이런 행동이 별 소용없다는 걸 확인했지만이대로 가만히 있었다가는 저놈의 창이 늘어놓는 이유가 한 백가지쯤 나올 것 같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내 의사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던 저 훌륭하신 창님은 웬일인지 조용히 사라졌다.
 
이런걸 고마워하는 게 맞는지는 모르겠지만거기에 감사함까지 느껴지는 피로감 속에서 의자에 쓰러지듯 기대었다뭘 했다고 몸에 힘이 안 들어간다.
 
심지어 두통까지 몰려와서 관자놀이를 검지로 강하게 꾹꾹 눌렀다물론 나아지진 않는다.
 
뭐냐고 대체.”
 
한탄하듯 중얼거린다여전히 머릿속이 복잡해서 터질 것 같지만그렇다고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불공정 거래다심지어 거절조차 할 수가 없는데 내 목숨이 걸려있다니!
 
결국 그걸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게 되겠지목숨을 구하고 싶으면 이 나라를 살려야한다문제라면 그 나라는 머지않아 망할 나라고심지어는 가만히 있으면 내가 황제로 즉위할 확률은 0%.
 
아니뭘 어디서부터 어떻게 하라는 건지.
 
나오는 건 한 숨뿐이다침몰할 것을 다 아는 상황에서 그 배에서 도망치기는커녕 어떻게든 키를 잡고 심지어는 운명을 함께하라니하다못해 능력이라도 충분하다면 모르겠지만 나는 평범하디 평범한 사람이다이런 나라를 어떻게 할 만하다는 생각은 안 든다.
 
다만그렇다고 손 놓고 죽을 수는 없지.
 
어휴.”
 
죽고 싶지는 않으니 발버둥이라도 쳐 봐야겠지.
 
우선은 할 수 있는 것부터 해 봐야지아까 세워놨던 한 몫 챙겨서 해외로 떠야겠다는 생각은 산산조각 났지만그래도 내가 뿌려놓은 떡밥만큼은 아직도 유효하다아마도 황제와 만날 기회가 있고거기서 어필을 잘 한다면 적어도 다음 황제로 즉위할 확률만큼은 더 높아질 테니까.
 
그때였다.
 
[현재 당신이 오스만 제국의 황제로 즉위할 확률 – 1%]
 
잠시 조용했던 이놈의 창이 다시 떠올랐다이제 또 어떤 걸로 내 신경을 긁을까 하는 생각에 짜증이 치솟았지만참고 잘 살펴보니까 아까 본적이 있는 창이다.
 
그 끝에 있는 숫자가 소소하게 변해있기는 했지만.
 
[상향 사유압뒬하메트 2세가 당신에게 관심을 가졌습니다.]
 
이번에도 친절하게 이유까지 설명해주는 창양아니 어감이 이상하니까 시스템 창 양
 
소소하다고는 말했지만 꽤나 중대한 변화가 일어났다. 0에서 1, 수치로만 따지자면 고작 1의 차이였지만, 0은 가능성이 존재하지 않는 거지만 1은 미세하게라도 존재한다는 이야기다무에서 유가 창조된 거다.
 
그것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하려는데갑자기 끼익하는 소리가 들려와서 고개를 돌려보니 그곳에서는 웬 남자가 문을 열고 이곳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이곳으로 떨어지고 나서는 처음으로 보는 낯선 얼굴이다검은 눈과 검은 머리카락그리고 검은 수염에 같은 색의 정장을 입고 있어서 검은색 일색인 40대 즈음 되어 보이는 남자.
 
입을 다물고 있는 고집스러운 인상과 서늘한 눈이 더해지니 크지 않은 체구임에도 나에게 느껴지는 압박 갑은 보통이 아니다.
 
그 순간 느낀다.
 
이 사람은.
 
[압뒬하메트 2]
 
여기서 분위기를 살필 생각 따위 없는 시스템 양이 선수를 쳤다내 눈앞에 있는 아버지이자 황제인 이 사내의 이름은 물론이고 별로 알고 싶지 않은 그의 악력까지 죽 늘어지기 시작한다어디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았으며그가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것 까지수없이 많은 정보가 쏟아지고 있었지만나는 그것에 눈길을 줄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그저 말없이 나를 쳐다보고 있는 저 눈동자에 압도당하고 있을 뿐이다안의 깊은 곳으로부터 훑어내는듯한 그 눈앞에 멍청히 노출되어있던 나는 그제야 무엇인가가 빠졌음을 깨닫는다.
 
황제폐하를 뵙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이지만황제와 신하이기도 한다그 역시 이 관계를 원했는지 그것을 받고서야 느릿하게 입을 연다.
 
오르한인가.”
 
그렇습니다페하.”
 
어리군.”
 
황제의 말은 짧지만 무게감이 있었다그 앞에 나는 정말로 6살 어린아이가 되어버린 것만 같은 기분까지 느낀다.
 
아니정말로 6살 아이라면 이정도도 하지 못하는 것일까.
 
놀란 표정이군.”
 
폐하께서 오신다고 전혀 언질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랬나.”
 
그저 이곳에서 대기하라고 있는 말을 들었을 뿐.”
 
질문도 답도 단답뿐이다이 사람이 대체 나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헤아릴 수가 없고그렇다고 내가 대화를 이어가기도 버겁다.
 
계속해서 황제는 기다려 나에게 짧은 질문을 날려 왔고나는 그것에 답한다하지만 그 이상으로 깊은 이야기는 없었다이래서는 아버지와 아들은커녕 황제와 신하사이에 오가기도 별로 모범적인 대화는 아니다.
 
그 정도의 이야기가 몇 번을 지나간다.
 
그렇게 10분이나 지났을까.
 
그런가.”
 
의미를 알 수 없는 이야기를 중얼거린 황제는 별다른 설명 없이 뒤돌아 접견실의 문으로 돌아간다처음 왔을 때나 나와 대화를 나눌 때처럼 불친절하고 일방적인 행동이다상대가 아버지이자 황제가 아니었다면 짜증이라도 냈을 거다.
 
하지만 현실은 저 남자가 슈퍼 갑이라는 거지그렇기에 나는 그 뒷모습에 공손히 머리를 조아린다.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폐하.”
 
물론 돌아오는 답변 같은 건 없다이런 밥맛없는 인간이 아버지라니.
 
문이 닫히고발소리가 멀어지지만 나는 여전히 긴장을 풀지 못한다마치 아직까지도 그 차가운 눈앞에 서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그것이 해소되는데 까지는 시간이 필요했고그제야 다리에 힘이 풀려버린 나는 쓰러지듯 의자에 앉았다.
 
폭풍 같은 시간이었다등은 식은땀으로 흥건하다저런 사람을 상대로 잘 보여서 황제가 되라고?
 
순식간에 좌절감과 절망감이 몰려오기 시작할 때였다또다시 눈앞에 시스템 양이 나타난다.
 
[현재 당신이 오스만 제국의 황제로 즉위할 확률 – 5%]
 
뒤의 숫자를 확인하는 순간나는 두 눈을 비볐다? 5%? 1%가 아니고아까보다 4%나 올라가버린 확률을 멍하니 쳐다본다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상향 사유압뒬메지트 2세가 당신의 행동에 흡족해하고 있습니다.]
 
뭐라고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아까 뭘 했다고 그러는 건데본인 마음대로 하고 싶은 말다하고그리고 툭 가놓고서는 왜 흡족해 하고 있는 거냐고.
 
아니애초에 그 얼어붙은 것 같은 무표정에 흡족함이 어디 있었어?
 
이해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좋은 건 좋은 거지만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저 이 자리에서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건 딱 하나.
 
이 궁에서의 생활 중에 만만한 게 하나도 없을 거라는 것이지.



제목 가칭이지만 정함

이거랑 유럽의 명의 중 하나가 정식 이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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