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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대항해시대)감자/옥수수에 대한 사회의 극도의 보수성

후추가이상해(119.204) 2019.01.28 16:09:23
조회 514 추천 16 댓글 4
														

주경철, 대항해시대, p.511-512


『고수확, 높은 영양학적 가치, 재배의 이점 등 훌륭한 특징들을 골고루 갖춘 식작물이 어느 지역에 소개되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곧바로 널리 재배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작물들이 기존 체제 내로 들어가기까지는 때로 수백 년이 걸리기도 한다. 감자나 옥수수 같은 신대륙의 작물들이 유럽에 들어온 과정을 보아도 사람들이 그것을 완전히 받아들이는 데에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존의 농업 체제와 음식 체제가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상황에서 빈자리를 뚫고 들어가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사회의 완강한 저항을 뚫고 자기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계기는 대개 기근이었다. 기존 체제가 심각한 위기에 노출되었을 때 이미 들어와 있던 작물의 높은 생산성에 새삼 눈을 돌리게 되기 때문이다.


(중략)


옥수수는 1493년에 콜럼버스가 에스파냐에 들여온 것으로 보인다. 16세기 초에는 카스티야, 안달루시아, 카탈루냐, 그리고 1520년경에는 포르투갈에서 옥수수가 재배된 것을 확인할 수 있고, 그 후에 프랑스, 이탈리아, 판노니아(도나우 강 중류 우안의 헝가리 분지 지역), 발칸 지역 등지로 보급되었다. 그러나 이 시기에 옥수수를 주곡으로 재배하는 일은 거의 없었고, 휴경지에 심었다가 사료로 사용하거나 가끔 텃밭에서 재배하는 정도였다. 이런 식인지라 옥수수에 대한 문서 기록이 많지 않다.


문서 기록은 대개 지주의 일과 직접 관련이 있을 때 작성하는 법인데 옥수수처럼 '숨어서 존재하는 곡물'의 경우에는 당연히 언급이 적을 수밖에 없다. 농민들은 옥수수의 엄청난 수확량과 영양 면에서의 탁월한 장점을 곧 깨달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옥수수는 곧 전 유럽으로 확산되었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사람들은 새로운 작물에 대해 여전히 확신을 가지지 못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16세기 후반에 인구 압력이 완화되자 옥수수는 기존의 장벽을 뚫고 들어가는 데에 실패했다. 다시 한번 진입 기회를 맞이하려면 18세기까지 기다려야 했다.


각주) 밀과 호밀 빵에 익숙한 유럽 인들에게 옥수수는 분명 낯선 음식이었다. 그러나 생존의 문제 앞에서는 그런 취향 문제가 부차적이 된다는 분명한 증거는 아메리카 대륙에 건너간 청교도들이 옥수수를 쉽게 받아들였다는 사실이다.


감자 역시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감자는 비교적 늦은 시기인 1539년 페루에서 처음 눈에 띄었다. 이 무렵에 에스파냐에 들어온 후 이탈리아에 전해진 다음 '타르투폴로(tartufolo)'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각주)유럽에서 최고급 버섯인 송로버섯(truffle)에 빗대어 백색 송로버섯이라 한 것이니 첫 이름만은 과도하게 좋은 편이었다.


감자를 식용으로 사용한 초기 기록중 하나는 1573년 세비야의 상그레 병원의 물품 구입 목록이다. 조만간 독일과 영국(이곳에는 월터 롤리에 의해 아메리카에서 감자가 직접 도입되었다)에서 감자를 식용으로 사용한 사례들이 보인다. 그러나 감자 역시 큰 성공을 거둔 것은 18세기의 일이다.


(중략)


앞에서 언급했듯이 과거에 옥수수는 농민들이 몰래 재배하는 작물이었다. 그런데 18세기에는 오히려 지주들이 옥수수 재배를 권장하였다. 자주들은 농민들에게 옥수수를 남겨주고 대신 밀을 수거해서 판매했으며, 이에 대해 농민들이 거세게 반발했으니, 16세기와는 상황이 정반대가 되었다.


이제 옥수수는 하층의 대표적인 작물이 되었다. 특히 문제가 된 것은 다른 음식물을 먹지 못하고 전적으로 옥수수에만 의존할 때 발생하는 펠라그라 병이었다. 니코틴산을 함유하는 비타민 B3의 결핍으로 인해 생기는 이 병은 온모에 고름이 나는 상처가 생기고 광기가 발작하다가 결국 사망하는 가공할 질병이었다. 이 병은 1730년경 에스파냐의 아스투리아스 지역에서 처음 확인되었고 곧 이탈리아 북부를 비롯해서 옥수수 소비가 확대된 지역을 따라 퍼져 갔다.


감자 역시 옥수수와 마찬가지로 대규모 기근을 계기로 해서 널리 보급되었다. 감자의 높은 생산성을 알게 된 지역에서는 국가나 지배층이 농민들에게 감자 경작을 강요하였다. 감자 역시 옥수수와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하층민 음식으로 알여졌으며, 이 때문에 감자 보급의 노력은 큰 저항에 부딪혔다(몬타리니 2001: 95, 105-106). 1770년 나폴리가 기근에 시달렸을 때 구호품으로 감자가 나왔으나 사람들은 만지려고 하지도 않았다. 프로이센에서는 감자가 연주창, 구루병, 결핵을 일으킨다는 두려움에 떨었다.


러시아에서는 예카테리나 여제가 감자가 훌륭한 음식임을 선포했지만 동방정교회 근본주의자들은 감자가 성경에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발했고 중부 러시아 농민들은 감자가 콜레라를 일으킨다는 믿음 때문에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프랑스에서는 계몽운동 시기에 선각자들이 감자의 장점들을 인식하고 감자 보급을 위해 농민들을 설득하려는 노력을 경주했지만 농민들은 전혀 계몽되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무리 상층에서 감자 도입을 강요해도 안 되었던 문제가 기근이 들자 저절로 풀렸다.』




감자랑 옥수수가 들어오자 사람들이 우와와와와왕!하면서 잔뜩 재배할 줄 알았는데 현실은 아니었다.

내 뇌피셜 -

1. 감자와 옥수수는 하층민들이 먹었다.

2. 하층민들은 펠라그라, 연주창, 구루병, 결핵, 콜레라 등에 취약하다.

3. 하층민: 뭐여, 감자랑 옥수수 먹은 새끼들이 죽어나간다. 이거 사악한 작물 아냐?

4. 근본주의자들: ㅇㅇ. 그거 성경에 안 나옴.

5. 지배층: 헤이, 츄라이츄라이(자기들은 안 먹음).

6. 하층민: 아, 저 새끼들 안 먹는 것 봐. 해로우니까 안 먹는 거임. 이거 빼박 사악한 작물이네 ㅇㅇ.


그 시각 아메리카 -

청교도: (우걱우걱) 살아야한다.


이런 분위기였으려나?


책을 쭉 읽으면서 느끼는건데, 인간 사회는 극도로 보수적인 것 같다. 기존의 방식이 흔들리고, 삶이 위태로워지는 순간이 아니면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 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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