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의 자세한 형식을 보면 너무나도 명백한 강령의례야.

유교에서는 사람의 영혼을 '혼/백'으로 나뉜다고 보고,

혼은 하늘로, 백은 땅으로 간다고 믿었어.

(백은 고대 중국에서 사람의 백골을 집안종교의 상징물로

보관했던 것에서 유래했다고들 설명함.)

따라서 제사를 지내려면 혼과 백을 모두 불러야 해.

그래서 혼을 부르고자 향을 피우고

백을 부르고자 땅에 술을 부음.

(이 형식은 지금도 종묘제사에서 유지됨)

그런데 성리학에서는 한 가지 문제가 발생해.

성리학에서는 죽은 뒤에 사람의 혼이든 백이든

모두 기로 흩어진다고 보거든.

기로 흩어진다면 결국 아무것도 안 남아.

그렇다면.... 제사는 왜 지내야 하지?

만약 제사를 단지 '조상의 기념'이라고 본다면 다른 문제가 발생해.

단순히 기념이라면,

까짓 제사 안 지내도 되잖아?

어차피 조상님 안 계시는데.

기념할 수도 있지만 안 기념해도 뭐, 크게 탓할 게 있겠어?

그리고 기념한다고 해도,

꼭 유교의 방식으로 기념할 필요가 있을까?

그냥 물 떠놓고 빌면 안 돼?

아니면 초상화 그려놓고 그냥 절하면 안 돼?

이게 성리학 체계 내에서는 어느 쪽을 선택해도 곤란했어.

'혼도 백도 남지 않는다.' ===> 그럼 제사 왜 지네?

'조상의 기념일 뿐이다.' ===> 제사 안 지내도 상관 없지? or 제사에서 유교 형식 안 따라도 상관없지?

그래서 성리학자들은 고민했음.

"그런 복잡한 문제는 따지지 말자." 하고 질문을 회피하기도 했고,

또는, "아직 기가 흩어지지 않은 동안에는 제사를 지내면 응감한다."

하고 타협하기도 했지.

(대략 4대가 지나면 기가 흩어진다고 봤지...)

또는

"귀신은 실제로 있는 거 맞고,

그래서 중국의 옛성인들이 유교의 제사 형식을 만든 거야.

니들은 성인들이 기만적인 제사를 만들었다고 할래?

ㅆㅂ 그러니까 요즘 애들이 제사를 존나 형식적으로 지내네?"

하고 제사문제에 관해서만큼은 성리학 이론을 무시한 사람도 있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