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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초심자 가이드 3편: 게임 구입 여부 결정하기

ㅇㄴ(211.177) 2023.07.06 21:50:33
조회 5070 추천 19 댓글 4
														

초심자 가이드 1편: 투자가가 갖는 의미

초심자 가이드 2편: DLC 콘텐츠에 따른 인게임 메타 변화

초심자 가이드 3편: 게임 구입 여부 결정하기

초심자 가이드 4편: 게임 구입 가이드

초심자 가이드 5편: 기본 개념 · 편의 기능 · 문제 해결




들어가기


본 가이드는 아노 1800의 구입을 고민하는 입문자를 대상으로 게임 구입 여부를 결정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작성했다. 게이머마다 취향은 모두 다르다. 어떤 게임이든지 간에 결국 자기 취향에 맞아야 플레이 과정에서 모종의 재미와 감동을 얻고 오랜 시간 플레이를 지속할 수 있다. 아래에서 그러한 유인에 관해 알아보고자 한다. 물론 이는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임을 감안하길 바란다. 구입 결정과 그에 따른 결과는 당연히 본인이 감수해야 한다. 남에게 자기 책임을 전가하지 말자.




추천 대상


역사적 배경에 관심이 있는 플레이어


아노 1800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산업 혁명이 전개되는 19세기를 배경으로 삼고 있다. DLC까지 포함한다면 마천루가 본격적으로 들어서는 20세기 초반까지 시대가 확장된다. 이른바 백 년의 평화라고 불리는 이 시대에서는 큰 전쟁이 없는 평화가 지속되고 나날이 눈부신 기술 발전까지 이룩하는 행복한 나날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행복은 평등하게 주어지지 않았다. 산업 혁명을 뒷받침하는 노동자는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채 열악한 환경 아래 끝없이 이어지는 노동을 견뎌야 했다. 플레이어는 게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모습을 여기저기서 찾아볼 수 있다.


플레이어는 구대륙의 농부 단계에서 시작하여 상회를 확장해 나간다. 노동자 단계를 거쳐 직공 단계에서 탐험을 통해 신대륙을 비롯한 다른 지역을 발견하고, 그로부터 새로운 원료와 상품을 조달한다. 기술자 단계에 이르러서는 산업 혁명이 시작되면서 여러 부문에서 기술 발전을 경험한다. 전기의 발명으로 공업 시설의 생산성이 급격히 향상되며, 트랙터의 도입으로 농산물의 산출량이 대폭 늘어난다. 이러한 발전을 바탕으로 종국에는 투자가를 유치하면서 수정궁을 건설하여 만국 박람회까지 개최하게 된다. 아노 1800은 이렇게 평행 세계의 19세기를 압축하여 플레이어에게 선보인다.


19세기의 시대상은 비단 발전 과정뿐만 아니라 여러 아이템에서도 엿볼 수 있다. 자주 쓰이는 시청 아이템인 태아 보호에 관한 교황 서한에서는 산아 제한에 맞서 전통적인 가치를 고수하고자 하는 모습이 보인다. 노동 최소 연령을 6세로 낮추는 무역 연합 아이템에서는 아동 노동까지 허용하는 아름다운 시절(벨 에포크)의 어두운 이면이 드러난다. 여러 사상이 태동하고 발전했던 시대답게 참정권을 요구하거나 사회주의와 무정부주의를 주창하는 아이템도 여럿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양상은 게임 내 여러 등장인물의 입을 통해서도 전해진다. 주택을 선택하면 출력되는 대사에서는 각 주민 계층의 시대에 대한 인식과 더불어 다른 계층을 아래로 보는 시선이 은연중에 드러난다. 행복한 투자가는 부자가 되고 싶다면 저가에 사서 고가에 팔라는 실없는 소리나 하는 한편, 불행한 노동자는 그저 기계에 투입되고 망가지면 뱉어져 나오는 소모품 같은 자신의 신세를 한탄한다.



시티 빌더 또는 경영·물류 시뮬레이션이 친숙한 플레이어


아노 1800의 기본적인 게임 플레이 양상은 여타 시티 빌더 또는 경영·물류 시뮬레이션과 유사하다. 본 장르에 친숙한 플레이어라면 아노 1800에도 쉽게 적응할 수 있고 재미를 느낄 가능성도 높다.


  • 발전을 거듭할수록 주민이 요구하는 사항이 늘어난다. 이를 충족해야 다음 단계로 승급할 수 있다.
  • 발전 단계에 따라 새로운 건물과 기술이 잠금 해제된다. 그에 따라 수요를 맞추는 과정도 복잡해진다.
  • 상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원료의 가짓수와 공정 차수가 점차 늘어난다.
  • 최초 정착지가 아닌 다른 섬에서만 구할 수 없는 원료가 생긴다. 나중에는 다른 지역까지 진출해서 필요한 원료를 조달해야 한다.
  • 여유 공간 확보 및 원료 수급을 위해 최초 정착지를 벗어나 다른 섬을 인수하고 타지역으로 진출해야 한다.
  • 특정 단계에 도달한 이후로는 최적화를 시도할 수 있다. 공장 자동화 게임에서 이른바 스파게티를 풀어내는 과정과 유사하다.


본 장르에 속하는 대부분의 게임에는 발전 단계에 끝이 있으며, 주어진 최종 목표를 달성하고 난 이후로는 온전히 샌드박스의 영역으로 진입하게 된다. 해당 시점부터는 플레이어가 직접 자신만의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는 것을 동기 부여로 삼아 플레이를 지속하게 된다. 어느 시점에서 하차할지 결정하는 건 개인의 몫이다.


아노 1800도 그러한 유형의 게임이다. 본작이 제공하는 캠페인은 사실상 튜토리얼에 가깝다. 캠페인을 마친 이후로는 곧바로 모래 놀이터에 들어선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놀랍게도 이 시점은 여전히 아노 1800의 발전 단계에서 중간 지점에도 도달하지 못한 것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이 게임의 최종 목표를 제시하자면 아래와 같다. 1차~3차는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직관적으로 알아챌 수 있는 목표이며, 4차~6차는 플레이어가 직접 설정하는 목표의 예시이다. 모든 목표가 적어도 투자가 단계에 도달하고 나서야 달성할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 1차 목표: 대형 만국 박람회 개최
  • 2차 목표: 궁전 기반 시설 구축
  • 3차 목표: 스카이라인 타워 건설
  • 4차 목표: 궁전 부속 모듈 증축
  • 5차 목표: 프로필 100레벨 달성
  • 6차 목표: 레코드 빌딩 또는 미관 건축


필자는 공간 대비 생산 효율성 극대화를 추구하면서 천만 이상의 투자가 유치를 달성한 바 있으며, 현재는 여행객의 대규모 유치를 목표로 삼아 게임 플레이를 진행하고 있다. 반면, 경쟁을 선호하지 않는 필자와 달리 최단 시간에 전투함을 양산하여 상대방을 압살하는 PVP 빌드를 갈고 닦는 방식으로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도 목격한 바 있다. 이처럼 본작을 즐기는 방식은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한편, 아래는 필자가 최근 수년간 플레이한 바 있는 게임의 목록이다. 건축 또는 경영과 관련된 요소가 조금이라도 가미된 게임을 기재했다(플레이 시간순). 확답을 주기는 어렵겠으나 여기서 재밌게 플레이한 게임이 있다면 아노 1800도 당신의 취향에 맞을 가능성이 높다. 개인적으로는 다이슨 스피어 프로그램에서 아노와 가장 유사한 맛을 느꼈다. 물론 아노와 유사한 경험은 할 수 있어도 아노를 완전히 대체하는 게임은 찾기 어렵다. 애초에 아노 특유의 매력이 없었다면 프랜차이즈로 자리매김하지도, 25주년을 맞이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 새티스팩토리 (143시간)
  • 노 맨즈 스카이 (131시간)
  • 다이슨 스피어 프로그램 (103시간)
  • 아스트로니어 (95시간)
  • 시티즈 스카이라인 (82시간)
  • 스텔라리스 (66시간)
  • 트로피코 6 (65시간)
  • 래프트 (38시간)
  • 서바이빙 마스 (34시간)
  • 메가쿠아리움 (29시간)
  • 파키텍트 (25시간)
  • 컬트 오브 더 램 (22시간)
  • 이매진 어스 (19시간)
  • 유니버심 (10시간)
  • 비포어 위 리브 (?시간)
  • 레이사라 서밋 킹덤 (진행 중)



최적화 및 효율 극대화를 추구하는 플레이어


아노 1800은 기본적으로는 시티 빌더이자 경영·물류 시뮬레이션 게임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퍼즐 게임의 색채도 띠고 있다. 이로운 효과를 제공하는 요소들이 게임 내 산재해 있으며, 이를 잘 연결하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요구 사항을 줄이거나 아예 우회하는 게 가능해진다. 최적화라는 그림을 완성하려면 이러한 퍼즐 조각들을 한데 모아 맞춰야 한다. 게임을 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는 조각들을 챙기는 것도 버겁지만, 점차 게임에 익숙해지면 어떻게 이 조각들을 입맛대로 맞출지를 고민하게 된다. 어떤 조각은 조각 둘로 메워야 할 몫을 혼자서 채우기도 하며, 또 어떤 조각은 그림을 완성하는 데 필요한 조각 개수 자체를 줄이기도 한다. DLC 콘텐츠가 있다면 쓸 수 있는 조각 수도 늘어난다. 컴플리트 에디션으로 게임을 장만하라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투자가는 여기서 가장 큰 조각의 역할을 수행함과 동시에 다른 조각들을 마련하는 주춧돌이 된다. - 초심자 가이드 1편: 투자가가 갖는 의미 中


상기한 내용은 필자가 일전에 작성한 <초심자 가이드 1편: 투자가가 갖는 의미>에서 발췌한 것이다. 한정된 자원의 제약 아래서 어떻게 하면 효율성을 더욱 제고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실행하는 과정을 즐기는 플레이어라면 아노 1800이 취향에 맞을 것이다. 사실 게임 구입을 고민하는 입문자에게 이건 너무 거시적인 차원의 뜬구름 잡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아래에서 몇 가지 예시를 간단히 들어보고자 한다.


아노 1800에서 주민은 공공 서비스를 요구한다. 이를 제공하는 공공 서비스 건물은 형태도 영향 범위도 각양각색이다. 플레이어는 모든 주민이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영향 범위 안에 주택을 적절히 배치해야 한다. 나아가, 일부 건물의 경우에는 영향 범위를 중첩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아이템을 배치할 수 있는 시청과 우편 수요를 담당하는 우체국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이들이 주거 단지를 구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가운데 산업 혁명의 핵심인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주거 단지 한복판에 발전소를 차리고 주택 사이로 철도까지 부설해야 한다. 플레이어는 이러한 모든 요소를 고려하면서 주거 단지를 설계해야 한다.


생산 단지의 경우에도 별반 다를 건 없다. 생산 시설에 관여하는 무역 연합 또한 시청과 마찬가지로 영향 범위를 중첩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플레이어는 어떻게 하나의 무역 연합 안에 최대한 많은 생산 시설을 집어넣을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여러 플레이어가 허구한 날 레이아웃을 찾는 이유도 결국 한정된 공간 제약 아래서 최대한의 효율을 쉽게 뽑아내기 위함이다. 그러한 와중에 여기서도 유류 기반 시설을 마련하여 전기를 공급해야 하는 건 당연지사다. 전기는 이 게임에서 생산성을 가장 크게 높일 수 있는 수단이다. 극단적으로는 분변처럼 생산 효율 극대화를 위해 무려 다섯 가지 요소를 동시에 고려하면서 생산 단지를 설계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도대체 아이템이 뭐길래 이렇게 애써서 시청과 무역 연합을 활용하려고 드는지 의문이 들 수 있다. 효율성 하면 역시 아이템 활용에 관한 이야기를 빠뜨릴 수 없다. 아노 1800에서 최적화에 가장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요소가 바로 아이템이다. 이는 단순히 생산성을 향상하거나 필요한 노동력을 절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추가 물품을 무상으로 제공하거나 투입 자원을 대체하는 등 특수한 효과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러한 효과를 잘 조합하면 매우 효율적인 공정을 구현하거나, 아예 특정 상품을 직접 생산하지 않고도 수요를 맞출 수 있다. 일개 사치품에 불과한 자전거를 생산하는 자전거 생산 체인이 전문가 하나 잘 만나서 다른 생산 시설을 밀어내고 핵심 산업으로서 입지를 다지게 된 사례에서 아이템 활용의 중요성을 엿볼 수 있다.


이런저런 과정을 거쳐서 특정 발전 단계에 도달하면 이제 프로필 차원에서 최적화를 시도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주거 단지와 생산 단지의 완전한 분리를 들 수 있다. 효율성을 제고하는 수단인 궁전 정책이 섬 단위로 적용되기에 정책에 따라 섬 특성화 또는 전문화를 수행하게 된다. 아울러,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물동량이 대폭 늘어남에 따라 플레이어는 효율적인 상품 배분을 위해 각지에 물류 허브를 마련하기에 이른다. 나아가, 전문 수출 산업을 육성하여 대외 무역을 통해 프로필 외부로부터 상품을 조달함으로써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농장을 비롯한 생산 체인 일부를 모조리 치워버리는 것도 가능하다.


한편,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데 재미를 느끼는 플레이어라면 이만한 게임이 없다. 아노 1800의 모든 생산 시설에서는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애니메이션이 재생되며, 퍼센티지(%) 단위로 생산성이 표시된다. 생산성이 높아질수록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속도가 빨라지고, 그에 따라 똑딱거리는 파열음도 더 잦아진다. 산업 혁명하면 딱 떠오르는 기계가 끊임없이 작동하는 소리다. 이렇게 생산성의 증감을 체감할 수 있다. 전기를 비롯하여 온갖 생산성 보너스를 받은 공장이 엄청난 속도로 상품을 뱉어내면서 팝업 아이콘으로 화면을 뒤덮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감동이 느껴진다. 농장에서는 트랙터와 사일로가 전기를 대체한다. 경작지를 누비며 작물을 거두는 트랙터의 모습에는 감성이 있다.



호흡이 느린 게임을 선호하는 플레이어


아노 1800은 호흡이 느린 게임이다. 앞서 캠페인이 튜토리얼에 불과하다고 언급한 이유는 대체로 직공 단계에서 캠페인이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본작의 캐치프레이즈인 산업 혁명은 정작 그다음 기술자 단계에서부터 시작된다. 극단적으로는 투자가부터 게임 시작이라고 생각하는 플레이어도 있다. 프로필 전체에 걸친 본격적인 최적화는 투자가 단계에서부터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입문자라면 보통 이러한 투자가 단계에 도달하는 데에만 수십 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직공 단계에서부터 순차적으로 열리는 DLC 콘텐츠를 소화하려면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할 수도 있다(물론 재미와 편의성을 고려하면 DLC 콘텐츠에도 손을 대는 게 낫다). 아노 1800은 도깨비 방망이로 뚝딱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게임이 아니다. 체크 포인트를 차근차근 지나고 반환점을 돌아 결승점에 도달하는 마라톤과 같다.


이 게임은 단기 목표를 미리 정해 두고 천천히 진도를 빼는 유형의 플레이어에게 알맞다. 오늘은 어떤 상품의 생산 단지를 만들어야지, 내일은 어디까지 주민을 업그레이드해야지, 모레는 물류 허브를 구축해야지 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러한 편이 휴식할 시점을 마련하기에도 좋다. 자칫 잘못하다간 해가 뜨는 걸 보게 되고 금방 지치거나 싫증이 난다. 며칠 게임을 쉬다 돌아오면 그간 어디까지 일을 벌였는지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한편, 아노 1800에서는 거의 모든 에셋에 세부 애니메이션과 환경음을 갖춰놓았다. 화면을 확대하여 그곳에서 출력되는 애니메이션을 보고 소리를 듣고 있자면 사뭇 흥미롭다. 게임 내 시간을 바꿔가며 야경을 관망하거나, 1인칭 시점으로 도시를 둘러 보면서 보람을 느낄 수 있다면 아노 1800은 훌륭한 선택이 될 것이다.



꾸미기를 좋아하는 플레이어


아노1800에서는 곧잘 효율과 미관이 반비례한다는 말이 나온다. 효율을 버릴수록 도시가 예뻐진다는 뜻이다. 일정 수준 이상의 효율을 확보함과 동시에 미관까지 갖추는 건 정말 어렵다. 시티 빌더의 종착지는 결국 꾸미기라고 할 수 있다. 아노 1800은 이러한 미관 건축에도 소홀하지 않다. 19세기 초 농촌에서 20세기 초 마천루 도시까지 한 화면에 담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시즌 DLC와 더불어 장식물 DLC까지 꾸미기에 필요한 에셋의 수는 충분히 잘 갖춰져 있다. 아울러, 아무런 자원 제약 없이 마음대로 꾸미기를 할 수 있는 창작 모드가 공식적으로 지원되고 있다.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갈 점이 있다. 아노 1800은 정사각형 그리드를 기반으로 하는 게임이기에 곡선 및 사선 도로가 지원되지 않는다. 그로 인해 다른 순정 시티 빌더에 비해서는 꾸미기의 자유도가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다만, 높은 차원에서는 창의성을 발휘하여 직선 도로만으로도 그러한 형태를 구현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아노 소식지에 올라오는 해외 플레이어가 꾸민 도시를 보고 있자면 같은 게임을 하는 건지 의문이 들 정도로 감탄스럽다.



아노 프랜차이즈의 전작을 접해 본 플레이어


아노 프랜차이즈의 오랜 팬으로서 감히 말하건대 전작들을 잘 즐겼다면 본작에서도 재미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전작에서 도입된 개념을 선별하여 시대상에 맞게 가공해서 집대성한 게임이 바로 아노 1800이다. 아노 1404에서 경험한 타지방과의 무역로 구축과 노리아를 통한 관개, 아노 2070에서 등장한 테크 분파의 연구 시스템, 그리고 아노 2205에서 구현된 세션 분할과 노동력 개념이 아노 1800이라는 한 작품 안에 적절히 녹아들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아노 2205의 궤도(Orbit) DLC에서 등장한 테크 웹도 가져왔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OST를 중시하는 플레이어


시티 빌더이자 시뮬레이션 게임으로서 당연히 갖춰야 할 덕목이긴 하지만, 아노 1800의 OST는 꽤 준수하다. 발전 단계에 따라서 그에 어울리는 배경 음악을 새로 접할 수 있다. 세션마다 해당 지역의 특색을 잘 살린 고유한 배경 음악이 재생된다.




비추천 대상


상기한 요소에서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플레이어


앞서 언급한 요소 가운데 입맛이 당기는 구석이 하나도 없다면 당신은 이 게임을 구입해서는 안 된다. 돈과 시간을 버릴 위험을 감수하고 플레이한 뒤에 "어라, 사실 나는 이런 게임도 좋아하는 사람이었네?"라고 깨닫는 사례가 아닌 이상 손해만 볼 가능성이 농후하다.



목표 의식을 갖기 어려운 플레이어


앞서 추천 대상 항목에서 언급한 요소에 관심이 없는 플레이어라면 아노 1800을 플레이하면서 목표 의식을 갖기 어렵다. 안 그래도 샌드박스 색채가 강한 아노 1800에서 목표마저 설정하지 못한다면 게임을 지속할 유인을 마련하기가 어렵다. 캠페인과 같이 딱 게임에서 제시하는 목표에만 집중해서 빠르게 끝마치고 싶어 하는 플레이어에게 이 게임은 적합하지 않다. 게임 초반에야 요구사항이 적고 쉽게 해결할 수 있다 보니 잠깐이나마 즐길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중반으로 접어들게 되면 어림없다.


내가 왜 주민의 수요를 챙겨줘야 하는지, 요구사항은 또 왜 이렇게 많은지, 이건 왜 다른 지역까지 가서 구해와야 하는지, 어차피 투자가 단계에 도달하면 끝 아닌가, 그런데 뭐 하러 이 고생을 해야 하는지, 정말 게임 귀찮게 만들어놨네.


이런 생각을 지닌 플레이어에게는 아노 1800의 모든 콘텐츠가 그저 할 일이 끝없이 생기는 것처럼 느껴질 뿐이다. 길게 잡아봐야 투자가 주택 몇 채 세우고 게임을 버리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 게임은 그걸 하라고 만든 것이다. 게임의 근간이 마음에 들지 않는데 이를 즐길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 물론 이렇게 느끼는 게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단지 이 게임이 당신에게 잘 맞지 않을 테니 구입 결정을 신중하게 내리라는 뜻이다.


사실 이러한 유형의 플레이어에게 적합한 콘텐츠가 하나 있으니, 그게 바로 시나리오이다. 그러나 이를 플레이하기 위해서는 아노 1800의 기본적인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애초에 시나리오의 개수가 적고 볼륨이 크다고 보기도 어렵다 보니 시나리오만 노리고 아노 1800을 구입하는 건 가성비가 나쁘다. 아노 프랜차이즈의 다른 넘버링 작품에서는 캠페인과 시나리오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긴 하지만, 편의성과 접근성의 문제로 선뜻 추천하기가 어렵다.



반복 작업을 견디기 어려운 플레이어


퇴근하고 나서 쉬려고 게임을 하는 건데,

왜 게임에서도 일을 해야 하나?


이런 생각을 가진 플레이어라면 이 게임은 취향에 맞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엄밀히 말하자면 본작뿐만 아니라 이와 유사한 장르에 속한 다른 게임도 즐기기 어려울 것이다. 아노 1800은 시티 빌더이면서도 경영 및 물류 관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다. 효율 극대화를 추구하거나 꾸미기에 심취하다 보면 재개발이 일상인 게임이다. 물론 반복 작업을 줄일 수 있는 수단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작은 반복 작업을 통해서 더 큰 반복 작업을 줄이거나 회피할 수 있다. 이를 고민하는 게 아노 1800의 주요 콘텐츠이기도 하다. 그러나 장르 특성상 반복 작업이 다소 수반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문제는 앞서 언급한 목표 의식과 연관된다. 플레이어 앞에 어떤 목표가 있다고 상상해 보자. 어떤 플레이어는 목표 달성까지의 진행도가 점차 채워지는 걸 보면서 이러한 반복 작업마저 즐겁게 받아들인다. 어떤 플레이어는 반복 작업을 지루하고 귀찮게 여기지만 목표를 달성하면서 얻는 성취감을 만끽하기 위해서 이를 감수한다. 어떤 플레이어는 쉬기도 힘든 마당에 이런 끔찍한 반복 작업을 감내할 유인이 없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유형의 플레이어는 이 게임에서 재미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입문자가 이러한 반복 작업에 대해 지레 겁을 먹을 필요는 전혀 없다. 상기한 내용은 엔드 게임을 기준으로 설명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정말 고되다고 느껴지는 반복 작업은 투자가를 대규모로 유치하는 후반이나 되어서야 만나볼 수 있다. 게다가 커다란 반복 작업은 처음부터 계획을 잘못 세웠거나 기존 계획을 대거 수정해야 할 때나 발생한다. 전세 항로만 사용해서 투자가 단계에 도달하는 업적이 플레이어의 원성을 사지 않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무역로를 소수만 개설해도 여유롭게 투자가 단계에 도달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물류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이 정도 반복 작업은 수용할 만한 수준이다.



RTS와 전투 콘텐츠를 선호하는 플레이어


아노 1800은 나름대로 RTS의 요소도 갖추고 있다.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으로서 일시 정지가 없고, 경쟁자 유무를 선택할 수 있으며, 무력이나 적대적 인수를 통해 상대를 쓰러뜨릴 수 있다. 본작에서는 해상전과 공중전이 구현되어 있다. 산업 혁명 테마에 걸맞게 목선과 장갑함이 함께 등장하며, 여러 아이템을 통해 전투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전열함의 함포 발사각도 구현되어 있어 디테일을 살린다. 비행선으로는 공대공 전투나 폭탄 투하 또는 선전물 살포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아노 1800에서 전투 콘텐츠가 게임 플레이의 향방에 큰 영향을 미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게임에서 전투 콘텐츠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다지 크지 않으며, 오히려 내정에 집중하는 데 큰 방점이 찍혀 있다. 무력은 결국 경제력에서 창출된다. 경쟁자로부터 승리하는 게 목표인 통상적인 RTS나 4X 게임을 생각했거나 열강의 웅장한 함대 결전을 꿈꾸고 여기에 왔다면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본작에서 전투는 메인 콘텐츠라기보다는 서브 콘텐츠 가운데 하나라고 보는 게 적절할 것이다. 아노 1800에서는 전투를 집중적으로 다룬 콘텐츠가 거의 없다. 굳이 따지자면 캠페인 말미를 들 수 있으며, 이마저도 보통 직공 단계에서 마무리된다. 이는 전투 콘텐츠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은 아노 1404와 2070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아노 1404에서는 해상전과 지상전이 골고루 캠페인을 관통하고 있으며, 해적 행위를 테마로 한 시나리오도 선보인 바 있다. 아노 2070에서는 글로벌 이벤트와 고난도 시나리오 대부분이 무력을 통한 문제 해결을 전제로 한다.


물론 아노 1800을 RTS 차원에서 주요 콘텐츠로 소비하는 플레이어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PVP 또는 PVE 빌드를 갈고 닦아 경쟁자로부터 승리를 쟁취하는 방식으로 게임을 즐기는 자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플레이어 대부분은 주로 싱글플레이어 게임을 즐기면서 AI 경쟁자를 적당히 두들기고 괴롭히는 수준에서 전투 콘텐츠를 소화한다. 일부는 도시 건설에 집중하기 위해 처음부터 전투 콘텐츠 자체를 배제하기도 한다. 시즌 도중에 멀티플레이어의 매치메이킹이 2인(1대1) 규모로 축소된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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