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검은바위 산은 고블린과 노움의 망령에 시달리던 모험모드였다. 플레이어 말고, 제작진 입장에서.

 고블린과 노움은 수많은 OP카드를 낳았고, 고놈 시기에 이르러선 패치는 생각도 않던 블리자드 입장에서 또 다른 OP 카드 더미를 내는 것은 위험한 도박일 것이 분명했다. 결국 검은바위 산은 '적당적당한' 확장팩으로 남게 된다. 손놈, 타우릿산 같은 몇 가지 모친출타한 카드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카드는 고만고만한 물건들이었다. 

 대신 블리자드가 주목한 것은 색다른 덱을 사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었다. 불꽃꼬리 전사의 등장으로 퍄퍄/템포법사라는 새로운 덱이 생겼고, 용족 메타의 첫 발걸음도 검바산 시절이었다. 손놈전사도 한 시대를 풍미했고, 타우릿산을 이용한 기적의 한방콤보도 연구되었으니 팬들 입장에선 아쉬울 것은 딱히 없는 무난한 확장팩이었던 셈이다. 뭐, 새로 할 거리가 생겼으면 됐지, 안 그래? 위의 것들로 만족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다면, 머리를 비우고 선술집 난투를 하면 시간을 좀 태울 수 있을 것이다.

 비슷한 점수의 게임으로는 홈월드 2(83점), 테라리아(83점), 드래곤 에이지 오리진(82점) 등이 있다.

 한때 좀 빨리던 유머쟁이/그림쟁이가 아이디어가 고갈되면, 참신한 것에 집착하다가 맛탱이가 가곤 한다. 하스스톤도 그렇다.

 대 마상시합에선 새로운 컨셉이 두 개나 추가되었다. 격려와 창시합. 창시합은 온라인 CCG인 하스스톤에서만 볼 수 있는 개념인지라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고, 격려 역시 할게 없을 때나 누른다는 영능을 새롭게 바꿔줄 희망으로 떠올랐다. 하스스톤의 성공을 보아온 비평가들은 84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매겨주었고, 이는 잘 만들어진 트레일러와 함께 유저들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높은 메타스코어와는 다르게, 대 마상시합의 사용자 점수는 유달리 낮다. 그리고 꾸준히 하스스톤을 하던 게이머들이라면 대 마상시합의 사용자 점수에 크게 의문을 표하지 않을 것이다. '대 마상시합' 하면 격려와 창시합이 떠오르는가? 당신은 블빠이거나 남의 장점을 바라봐주는 사람이다. 하스스톤에 우호적이지 않은 게이머들은, '대 마상시합'에서 비보신벌로수붐티를 떠올릴 테니까. 강점기 돌려막기에 지친 사람들이 벤 브로드의 대답을 기다렸고...

벤 브로드: 파마맨을 꽤 많이 테스트 해보긴 했습니다. 파마맨을 낸 이유는 사람들로 하여금 비밀 성기사 덱을 한 번 짜보라고, 대놓고 권장하려고 발매했습니다.

벤 브로드: 음, 사람들이 예전부터 으레 저평가해왔던 카드들을 함부로 상향패치하는 건 위험하다는 걸 비밀지기의 사례에서 보셨을 겁니다. 그렇죠?

응 패치 안해~

 비슷한 사용자 점수의 게임으로는,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2(4.5점), 아키에이지(3.6점), 페이데이 2(3.5점), 모던 워페어 2(4.1점) 등이 있다.

 검은바위 산은 고놈의 망령을 극복하지 못하고 무난무난한 확장팩이 되었지만, 블리자드도 왕년 가락이 있는지 2번은 같은 꼴을 내지 않았다. 리노 잭슨은 어그로에 쥐어터지던 컨트롤 덱이나 빅덱들에게 빛과 소금이 되어주었고, 하이랜더 덱이라는 컨셉도 남겼다. 황금 원숭이 덱도 간만에 하스스톤만이 가진 신선한 운빨의 재미를 주었고, 핀리로 영웅능력을 바꾸는 것도 다양한 변수를 마련해주었다. 게다가 강점기급 앰창 카드도 없었다. 만세!

 하지만 이 글을 보는 여러분은 블리자드가 잘 되는 꼴을 보려고 이 글을 누른게 아닐테니까, 이쯤에서 좆망 확장팩들로 넘어가기로 하자.

 비슷한 점수의 게임으로는 디스 워 오브 마인(83점), 트로피코(85점), 데드 스페이스(86점) 등이 있다.

 이래서 메타크리틱을 믿지 말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85점인데? 높은데? 하는 의문이 든다면, 사용자 점수를 보자. 대 마상시합을 제외하면 6점대를 유지하던 하스스톤의 사용자 점수가, 5점대로 다시 떨어져 있는 것이 보일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강점기식 운영이 다시 시작되었으니까.

 하스스톤 유저들이 패치로 밸런스를 맞추는 것을 포기하고 확장팩을 찍어내서 밸런스를 맞추는 것에 익숙해지긴 했지만, 이 확장팩에서 떨어진 폭탄은 남달랐다. 모던/스탠다드/레거시가 지긋지긋해서 하스스톤으로 온 유저들에게, 정규/야생을 보여줄 생각을 누가 했을까? 벤 브로드 씹쌔끼일까? 누구인지야 알 수 없지만, 두 가지 요소를 생각 못한 것은 분명하다. 유저들은 블리자드가 여태껏 해온대로 게임을 엉망진창 건드리는게 싫다는 점, 온라인 CCG를 오프라인 TCG처럼 운영할 이유가 없다는 점. 95년산 MTG 카드는 귀한 소장품이지만, 야생으로 간 하스스톤 카드는 그냥 데이터 쪼가리일 뿐이다. 여러분 탈것으로 부심부리는 와조씨들 싫어하잖아여.

 메타는 왜 이렇게 높냐고? 대 마상시합 시절을 기억하면 된다. 나중에 거품이 뽀록날 신개념 몇 개, 적당한 고효율 카드 몇 개, 세계관 구현 겸 쑤셔넣은 프랜차이즈 캐릭터 몇 개.

비슷한 사용자 점수의 게임으로는, 파 크라이 2(5.8점), 톰 클랜시의 디비전(5.9점) 등이 있다.

메타따리~메타따!

 이젠 메타마져도 거덜났다. 대 마상시합부터 슬슬 거론되던 비직업 상위호환/하위호환 카드들은 대놓고 튀어나오고, 진입장벽을 낮추고 새로운 덱들이 나오게 한다며 도입한 정규전이 이 확장팩에서 쓰랄 강점기를 낳았다. 응 토템쓰랄 어그로쓰랄 클래식쓰랄이면 다이겨~ 낙스시절 돌냥이 점유율 25%인데 씹랄 점유율 36%~ 차원문 컨셉도 그다지 색다를 것은 없었고, 하위 직업들이 비벼볼 건덕지도 딱히 없었다. 응 정화~

 이전까지의 확장팩이 카드 밸런스, 컨셉, 직업별 격차 중 어딘가에 문제가 있었다면, 이 확장팩은 세 개가 다 문제고 남은건 분위기와 트레일러 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수 년만에 긴급 밸런스 패치를 하게 되고, BB가 신흥 갓개발자 라인에 들게 되는 업적을 낳았다. 지친 유저들은 일찍이 다음 확팩을 기다리게 되는데...

가젯잔은 하도 망해서 그런지 메타 집계도 안하고 있더라.

비슷한 점수의 게임으로는 메루루의 아틀리에(74점), 스트리트 파이터 5(74점), 파 크라이 프라이멀(74점) 등이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