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나는 이런 류의 게임에 대한 편견이 살짝 있었음.

사실 워크스루 영상 보자마자 딱 드는 생각 있잖아? 답에 이르는 과정이 어거지로 점철되어 있어도 답에만 이르면 관대하게 답 인정해주는 그런 거.

자물쇠 -> 열쇠 -> 연다 이런게 아니라 자물쇠 -> 총 -> 연다 여도 답을 인정해주는 그런 겜 있잖아. 그런 건 줄 알았음. 아니었지만.

아무튼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 겜을 제대로 정보도 안 찾아보고 세일도 안할 때 샀음. 정가 15500원.

전혀 아깝지는 않음. 오히려 싸다고 느껴지는 몇 안되는 겜 중 하나였음.

이 게임의 독특한 소재로 탄생한 퍼즐 하나하나의 창의성은 독보적이라고 생각하고, 그 퍼즐이 전해준 경험은 15500원 값을 넘음.

곱씹어보면, 아직도 prison 해답 생각하면 기분 거지같은데 한편으로는 감탄스러움.

자기가 만들어 낸 기믹을 극한으로 이해하고 있어야만 그런 퍼즐을 만들어 내는게 가능한 거 아니겠음?

다른 스테이지도 그런 흔적이 보임. 클리셰 범벅으로 가득찬 유사 퍼즐겜이 아님.

개억지 창의성 자위, 기믹 하나로 오지게 돌려막기, 그냥 존나 난해하게 만들어놓고 끝내는 테마파크 미로식 퍼즐이 아님.

한 스테 한 스테에서 창의적이고, 치밀해야 하고, 시행착오를 끝도 없이 해야 함.

그러면서도 해답을 알면 끝내는 데에 3분도 안 걸림. 그래서 내가 직접 깨면 성취감이 오지는데 공략보면 허탈함.

그래서 오기가 생겨서 다음부터는 공략 안 보고 깨려고 하는 자신을 발견함. 퍼즐게임의 반향아인 동시에 교과서적인 존재임.

기본적인 난이도 조절도 상승폭이 가팔라서 그렇지 아주 섬세함. 홍머병 걸린 머저리 퍼즐겜이랑 다르게 편의성도 수준급임.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게임의 기본적인 틀도 잘 지키고 있다는 것.

후반부로 가면 갈 수록 치솟는 살인적인 난이도를 제외하면 꽤나 섬세한 배려를 엿볼 수 있음. 설마 하는데 나만 어려운 건 아니지?

우선 스크린에 가득 차도록 워드가 흩어져있으면 눈깔 이리저리 굴리느라 피곤할까봐 위 스크린 샷에서도 보이듯 가장자리는 잘라서 사용함.

되감기 버튼, 재시작 버튼. 방향키보다 이 키를 더 자주 누름.

또 한 쪽으로 쭉 이동하다가 급커브를 돌려고 하면 커브 판정이 후하게 적용되는 사소한 배려도 있음. 이건 안 겪어보면 뭔 말인지 잘 모름.

칭찬은 여기까지다 아비 테이카리 개 ㅡ 새 ㅡ 끼야

게임을 워낙 잘 만들어서 객관적으로 깔만한 건 많지 않음. 그냥 주관적 ㅈ같음을 담겠음. 참고로 이게 본론임.

소소하게 ㅈ같은 건, 기믹 중에서 어떤 것들은 익숙해 질 새 없이 내가 어림짐작으로 알아내야 한다는 것임.

prison 얘기 아님. 그건 익힐 시간이 워낙 많아서 충분히 면죄부 줄 만함.

text는 기본적으로 push다. push는 you와 겹쳐있다고 이동에 문제없다. 이거는 애초에 초반 스테에서 글자가 sink에 잠기는 것 부터 알 수 있고,

push로 놀다보면 결국 알아낼 만 함. 끝까지 못 깰리는 없음. 애초에 꽃잎 섬 가면 VIP area 때매 무조건 이거 써야 하니깐.

문제 삼는 건 dead end 같은 곳임. not not push 이게 뭐임 대체;

특히 empty는 너무 비직관적임. 결국 무슨 특성이 있는 지 속속들이 알아내기야 했지만 이 겜의 강력한 장점 중 하나였던 직관성을 해치는 느낌이 들었음.

그리고 제일 빡치는 건

겜이 시 ㅡ 발 나 ㅈ같으라고 자가증식을 하는 건지 깨면 깰 수록 분량이 불어남.

처음부터 나 양 존나 많다 시벨럼들아 하고 선전포고를 했으면 몰라. 그냥 한 눈에 들어오는 맵이 다인데 그게 자꾸 복사가 된다고.

국밥집 할매 손녀의 고양이를 찾아오는 퀘스트를 25년 동안 하고 있는 느낌임. 그것도 5번 정도는 잡을 뻔 했던.

그냥 고양이가 영원히 죽어버려서 못 찾음 ㅅㄱ 이러면 차라리 괜찮겠는데 25년이나 박아놓고 못하면 또 좀 그렇잖아. 오기가 존나게 생김.

분량 늘어나는 이게 처음에는 좋지. 특히 그 방식은 참신하고 놀라웠음. 초거대 꽃잎 섬이 떡 하니 나왔을 때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거야.

근데 가면 갈 수록 아 시 ㅡ 발 분량이 늘어나면 늘어날 수록 현타가 오는 거 같음.

나는 게임 올클하는 거 좋아함. 공략 안보고. 근데 거지같은 스테가 하나씩 등장하고 일주일을 잡고 있어도 못 깨는 게 나오고,

어떤 스테는 아예 뭘 해야 하는지 감조차도 안 올때가 있음. 아니, 사실 그런 게 더 많았음. 지금 내가 바바위키를 즐겨찾기 해둔 이유도 그것.

그러다가 ultimate maze 딱 보고 아 저기 level 있네 진짜ㅋㅋㅋㅋㅋㅋㅋ 그냥 클리어도 ㅈ같은데ㅋㅋㅋㅋㅋ 돌겠네ㅋㅋㅋㅋㅋㅋ

그리고 maze 공략보고 baba 만든 다음 ? 딱 들어가자 마자 depth 스테이지 나오는 거 보고 

머릿속에서 뭔가 엎질러지는 느낌이 들면서 열정이 팍 식음. '내가 이걸 공략 안 보고 깰 순 있나?' 싶어서.

그리고 '공략 보고 게임 할 거면 그냥 워크스루 유투브 보는 거랑 뭔 차이가 있지?' 싶어서.

게임이 어디서 끝나는 지만 보자 싶어서 찾아보니까 이 다음에 초월이라고 또 있네? 와 시발;;

이건 내가 제대로 겜 정보를 찾아보질 않아서 자업자득이라고 할 만하지만...

항변하자면, 분량 존나 긴 퍼즐겜에서 평균 플탐 이런 건 의미가 없음. 포탈처럼 짧으면 모르겠는데...

거기다 이 겜은 커스텀 레벨도 있어서 고인물들은 100시간 넘어가는 데

찍먹하고 끝인 사람들은 평큔 플탐 1시간 남짓이고, 커뮤니티에 물어보자니... 하 시발 내 탓 맞음 솔직히 위에 것도 전부 변명이고

정 의심스러워도 커뮤에 물어보면 되잖어.

그게 제일 기분 더러움.

존나 빡치는 겜인데 갓겜인 거 팩트.

편의성 오지는 거 팩트.

내가 빡대갈이라 못 깨는 거 팩트.

내가 조사 덜 하고 사서 데인 거 팩트.

나만 잘못한 거 팩트.

개같애

아무튼 한동안 손도 못댈 것 같음 시발겜

친구한테 추천은 가능함. 굳이 꽃잎 스테이지까지 갈 것도 없이 10스테 설산까지만 깨고 끝내도 이 겜은 돈 값 하고도 충분히 남음.

근데 이 겜의 진정한 목적은 공략 절대 안 보고 힌트 절대 안 보고 게임 클리어하는 데에 혈안이 된 놈 고문하는 데에 있는 것 같음.

이거 공략 힌트 하나 없이 30시간 안에 클리어하는 애는 솔직히 하버드는 가야 할 것 같지 않음 ㄹㅇ?

나는 그래도 정 안되는 수준이면 보기는 하는 수준이라 버틸만 했지. 100시간 지나도 스테 하나 잡고 있는 고집 센 애한테 이 겜 준다 생각해보셈.

개무섭다 ㄹㅇ

아비 테이카리

내 인생에서 애증의 대상이 하나 더 늘어난 것 같음.

--------------------------------------

여담으로, 난 이 겜 짧은 창의력 퍼즐 힐링겜인 줄 알고 있었음. 아 진짜 조사 해 보고 살 걸

자물쇠 -> 총 -> 연다 이게 되는 줄 알았는데

제작자가 존나 치밀하게 막아놨더라고. 자물쇠 -> 총 -> 앗! 물리 피해 면역 자물쇠였다! 이렇게

Level Finale 보자마자 딱 감이 오더라. 잘못 걸려도 한참 잘못 걸렸구나.

아무튼 갓겜 맞음. 갓시발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