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드로 추정되는 현자가 갇혀있다가 천사를 강림시켰다는 단죄의 탑이 법왕청에서는 중요한 성지로 받아들여지고 있잖아. 혹시 베르세르크 세계관의 일신교는 보이드가 고드핸드로 전생한 이후부터 세를 확장하기 시작했던 거 아닐까?

내 생각에 카이젤릭은 대륙을 통일했지만 각 점령지의 고유한 신앙이나 문화 등은 유지하도록 존중해줬을 것 같음. 이렇게 생각하는 근거는 ‘다양한 관점’을 중시하는 마법사들이 하나같이 카이젤릭에게 호의를 보이고 있다는 점 때문임. 아마 마법사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게드플린의 아버지 비드가 생전의 카이젤릭을 알현했다는 식으로 표현되고 있기도 한 것을 보면 생전에도 마법사들이랑 교류를 하고 있었을 것 같음.

그런데 보이드는 절대적인 유일신이나 모종의 중심 논리(인과율?)를 근간으로 하는 단일한 사상으로 제국을 다스릴 것을 건의했었을 것 같음. 사상가로서의 개인적인 욕망 때문이거나, 아니면 카이제릭의 방임주의적인 정치방식 때문에 연합체 내부에서 계속 충돌이 일어나서 그걸 좀 경감시키고자 했기 때문이거나. 자세한 이유는 잘 생각이 안 남. 근데 고드 핸드가 될 정도니까 아마 자기 사상을 증명하려는 강력한 욕망이 있지 않았을까 싶음.

근데 그게 너무 극단적인 방식으로 표출되어서(모즈구스가 그랬던 것처럼) 카이젤릭에 의해 탑에 갇혔고, 고드 핸드가 된 게 아닐까 생각이 듦. 그때 일어난 강마의 의식이 ‘폭정을 일삼는 카이젤릭을 멸망시키기 위해 신이 네 천사를 보냈다’라고 와전되어서 법왕청이 세를 불리는 근거로 활용된 거지. 실제로 폭정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카이젤릭이 다원주의적인 포용성을 보였다면 일신교인 법왕청 입장에서는 무조건 ‘사악하다’고 묘사하는 게 자기들에게 유리하니까. 

그리고 법왕청의 교리는 인과에 대한 이야기가 없는 걸 보면 그냥 보이드의 원래 철학을 자기들 입맛대로 개량해서 사용하는 것 같음.

그냥 보이드가 계속 인과율 인과율 하면서 모든 것을 인과율로 설명하려는 태도를 보니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