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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3차 창작] 라이오넬 헤러시 - 종말의 검은 용

20번리멤브란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2.16 21: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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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조명이 그들을 비추었다. 유령과 용. 둘의 존재가 불길하고, 위험한 것임을 빛은 눈치를 챈 것일까. 조명은 빛을 잃었다가 다시 되찾는 것을 반복하였다.


"말해봐. 형제."


검의 궤적이 선을 그린다. 선이 말해주는 유령의 감정은 마치 면도를 하듯 침착하고, 익숙했으며.. 그 검의 솜씨는 성숙한 경지였다.


"침묵이 모든 걸 해결해주지 않잖아? 그러니까. 말해."


검이 춤을 추었다. 검은 빛의 피부를 가르고, 피를 끄집어내고, 내장을 뭉개버린다. 도살되는 용은 묵묵히, 혐오스러운 시선으로 유령을 바라보았으나 유령은 섬뜩한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유령은 조명의 밖으로 나가 검을 내려놓은 듯 철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그것이 고문의 끝은 아니었다. 유령은 정과 망치를 든 채로 다시 조명 안으로 나타났으니까.


"어째서일까. 어째서일까. 어째서일까...?!"

"... 충성을 논하는 것인가?"


용은 드디어 입을 떼었다. 장시간에 걸친 고통에도 전혀 무너지지 않는다는 걸 증명하듯 그의 말은 침착했다. 하지만 유령은 느꼈다. 그 속에는 표현할 수 없을 분노가 잠재되어 있음을. 유령이기에 볼 수 있는... 실로 혐오스러울 정도의 분노를.


"충성? 충성이라고? 난 너의 학살에 대해 말하고 있어 형제.. 네가 그리도 좋아하는 불의 향연. 외계인들은 너의 이름을 저주하며 타들어갔지. 그리도 네가 좋아하는 학살까지 마다하며.. 라이온의 품에 들어간 이유가 궁금할 뿐이야.."

"라이온과 함께하는 것이 외계인을 죽이는데 더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했을 뿐이다. 인간의 적을 죽이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만들어진 이유니까."

"아... 불쌍한 불칸. 넌 무엇 하나 볼 수 없기에 그리 말하는 거겠지. 라이온은...."

"그만."


용은 유령의 말을 가로막고, 구속구를 하나씩 떼어내기 시작했다. 마치 구속된 것 자체가 노림수였다는 듯이ㅡ 지금까지 결박당하고 있었다는 것은 계획의 일부였다는 듯이. 유령의 창백한 얼굴이 점점 굳어가고, 용은 어느새 구속구를 전부 떨쳐낸 채 유령의 앞에 섰다.


"콘라드 커즈ㅡ가장 약한 형제여. 난 너에게 제안을 하고자 잡혔고, 그 결과 너와 난 여기 서있다."

"가장 약한 형제에게 제안이라 그래.. 들어는 볼까?"


유령이 용에게 입힌 상처는 점점 아물어갔다. 초인 중의 초인인 그들에게 있어서도 그 회복 속도는 기이할 만큼 빠른 것이었다. 유령은 인상을 찌푸렸다.


"라이온의 군세에 합류하라. 그의 의지를 막을 수는 없다."

"거절한다."


빠른 문답. 그리고 나이트폴 호의 비상음이 들리는 것도 그와 동시였다. 하지만 용과 유령은 서로의 질문과 대답, 그리고 이 상황을 예상한 듯 덤덤한 표정이었다.


"그럼 이 이스트반에서 죽어라."


용은 유령에게 마지막 통보를 내렸다.


-


검은 용은 몰려오는 오크떼들을 바라보았다. 마치 해일처럼 몰려오는 녹색 버섯 놈들. 보이 한 개체조차 광폭한 전사의 눈빛을 하고 있지만, 불칸에게는 그저 심심풀이에 불과한 것들이었다.

불꽃이 우르드라큘과 그의 아가리에서 솟아올랐다. 모든 걸 태워버릴 집념과 증오가 가득한 불꽃. 그리고 검은 용의 아가리 속에서 분노를 터트리는 케인의 파편이 내뿜는 불꽃이 이에 더해졌다.


검은 용의 뒤에서 3개의 유물을 걸친 전사가 성큼성큼 걸어나왔다.


불타오르는 검

용의 비늘로 만들어진 망토

불꽃을 토해내는 손.


"아버지. 이 외계인들은 제가 상대하겠습니다."


불칸 헤스탄. 검은 용이 신뢰하는 샐러맨더의 측근이자ㅡ 지난 몇 백년이라는 시간 안에 두각을 드러내고, 불칸을 제외한 이들 중 정상을 차지한 자. 그는 검을 쥔 채로 아버지의 앞으로 나서며 전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검은 용의 시선은 자신의 아들을 향해서도, 그렇다고 정면의 오크 군세에게 향해있지도 않았다. 그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랜 전쟁의 영향으로 모래의 빛을 띄는 구름과 그 더러움에 가려져 거의 보이지도 않는 성계의 태양을.


"기다려라. 헤스탄."

"... 알겠습니다. 아버지."


헤스탄은 어떤 의문도, 불만도 토하지 않은 채 그대로 정지하며 정면의 오크 군세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투다다다다다다ㅡ


들려오는 거슬리는 소리. 아름답지도 않고, 규칙성이 있지도 않다. 미학이 있는 것도 아닌 그저 굴러가기만 하는 기계의 소음.

이젠 검은 용 뿐만 아니라 전장의 모든 이들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탁한 구름이 갈라지며, 거대한 고철 비행선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비행선의 거슬리고, 거대한 소음을 묵살내는 힘찬 함성이 들려왔다.


"WAAAAAAGH!!!!!"


검은 용의 눈에 수천 년 전 보았던 비스트와 비슷할 정도로 보이는 거대한 덩치의 오크가 모습을 드러냈다.


가즈쿨 막 우룩 스라카


현 시대 오크들의 위대한 영웅이자 전사인 그가 오크들의 성지나 다름없는 칼데라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


가장 중요한 도박이 실패한다면 넌 어떻게 할 것인가?

인류를 구하는 것 그리고 외계인을 박멸하는 것.

난 후자에 걸었고, 실패했다.


그런 나에게 뭐가 남았을까? 희망?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남은 것은 익숙할 만큼 저지른 행위. 학살. 그것을 반복하는 것.


이 비참한 심정을. 이 억울한 마음을. 학살당하는 이들에게 토해낸다.

과거에 매달린 채로 과거의 맹세에 휘둘리며 학살의 망치를 휘두른다.


그게 지금의 나이다.

그게 지금의 불칸이다.


그게 지금의 외계인을 불태우는 대지, 칼데라의 주인이자ㅡ 종말을 알리는 검은 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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