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순리대로 흘러가고 있네, 리그-카발로스.' 소울메이슨이 말했다. 그는 저물어가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그의 눈을 빛으로 반짝였다. '그래,' 그가 속삭였다. '자네도 느끼고 있잖나, 안 그런가? 죽음의 신이 우리를 부르고 있네.'

아크리도스는 나가쉬의 존재를 느꼈다. 그것은 그의 정신의 한계를 쥐어짜는 압력 같았고, 저 멀리서 두드리는 북소리 같으면서도 동시에 그의 사고의 윤곽을 이루는 것이었다. 그는 생각을 돌려보려고 했지만, 어디를 돌아봐도 그곳에 있었다.

나가쉬... 나가쉬가 만물이다.

(...)

처음에 그의 존재를 알리는 것은 공기의 질의 변화였다. 계곡 위 높은 곳에서 하늘이 짙은 보라색 그늘로 빛나기 시작했고, 반짝이는 야광 구름이 갈라져 옆으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마치 공기로부터 산소가 빨려나간 듯 공기는 왠지 모르게 더 차갑고 칙칙해졌다. 계곡 북쪽 끝의 절벽 가장자리 위로 얇고 섬유질 같은 안개가 피어올랐다. 이전까지 절대적이었던 침묵은 한층 더 깊어졌다. 아크리도스는 말의 고삐를 움켜쥐었다. 그는 근처에 카타노스가 황홀경에 빠진 듯 두개골을 뒤로 젖힌 채 여전히 모르티잔 왕좌에 웅크리고 앉아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거대한 무덤 보자기가 찢어지는 듯한 소리의 파문이 그의 눈을 사로잡았다. 번개가 깜박이며 어둠이 모여드는 곳을 스쳐 지나갔다. 분화구 위 높은 하늘에서 구름이 서서히 뭉쳐지고 소용돌이치는 적운의 한가운데서 거대한 해골 얼굴이 점차 형체를 갖췄다. 다가오는 어둠과 그 주위에서 스스로를 휘감은 구름의 소용돌이에 의해 투명하게 흐릿해졌고, 분화구만큼이나 커다랗게 솟아오른, 이마에서 턱까지 백 마일이나 되는 나가쉬의 얼굴이 내려다보았다.

나가쉬...

나가쉬가 말했다. 마치 아크리도스의 마음 속에 이미 존재하고 있던 말이 이제야 그에게 드러나는 것 같았다. 주위의 동료들도 같은 말을 들었는지, 그는 확신할 수 없었다.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다. 결국 나가쉬가 자신을 똑바로, 그것도 오로지 자신만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그들은 알 수 없었나? 그의 명령은 오롯이 아크리도스의 주의를 집중시키려는 것이었고, 그가 자신에게 내린 임무는 다른 누구도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을 그들은 알 수 없었나?

나가쉬는 어디에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