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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The Emperor's Gift, 태어난 적 없는 것들 -6-

리만러스(39.123) 2024.06.17 13:26:24
조회 300 추천 12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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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정신은 곧 몸을 떠났다. 육체와 정신을 분리하는 일은 결코 우아하지 않고, 오히려 욕망과 분노가 필요한 고역에 가까웠다. 내 육체가 네비게이터의 챔버에 남아있는 동안 정신은 미로와 같은 통로들을 헤집었다. 내 정신에 반응한 벽면의 서리들이 끼긱거리는 소음을 냈다. 

함선은 살아있는 것이 확실했다. 비록 온전히라고는 결코 말할 수 없는 빈사상태였지만 어쨌든 1%나마 기능을 하고 있었다. 천장의 전등 몇 개가 내 정신의 흔적 때문에 깨졌다. 나는 선체의 중심부를 샅샅이 훑으며 영혼의 소리를 질렀다. 녀석의 사소한 흔적이라도 찾기 위해서.

+단시간 내에 너무 멀리까지 뻗어나갔네. 돌아오게!+

갈레오의 목소리가 들렸으나 나는 더욱 속력을 높였다. 내 실수로 인해 벌어진 일이다. 모든 책임은 내가 져야 했다. 나의 부주의함으로 악마가 도망쳤고, 이제 그를 퇴치하여 잘못을 바로 잡는 것은 의무가 되었다. 

+히페리온, 돌아오게+

갈레오가 재차 경고했다. 나는 그가 걱정할 정도로 정신 이탈 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 성스러운 그레이나이트 아머를 입기 위해선 수십년에 걸친 수련이 필요하다. 내가 비록 형제단 내에서는 신입이기는 하나 나 자신의 역량을 가늠하지도 못할 만큼 어리숙하지는 않았다.

+제 실력은 제가 제일 잘 압니다. 저스티카, 이 정도쯤은 문제 없습니다+

+히페리온, 이건 부탁이 아니라 명령일세+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문제의 근원에 거의 다다랐기 때문이다. 희미한 불빛이 깜빡이는 엔지나리움에서 녀석의 존재가 느껴졌다. 나는 정신을 엔진실 전체로 퍼뜨려 녀석의 흔적을 찾기 시작했다. 콘솔, 모니터, 엔진 모터 할 것 없이 녀석이 지나갔을 법한 곳은 모두 헤집었다. 뭔가 있을 것이다. 무언가 사소한 것 하나라도 좋으니까, 아무 단서라도 있다면...

+돌아오라니까!+

갈레오가 다시 한번 나를 재촉했다. 그의 목소리에 담긴 싸이킥이 나를 짓눌러 나도 모르게 그의 말에 따를 뻔 했다. 하여간, 부하 교육 하나는 정말 잘 시키는 대장이다.

+잠시만요. 저스티카, 보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내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너무도 명백한 흔적이 남아있었다. 난 조금 더 집중했고, 심호흡을 한 뒤, 내가 발견한 흔적을 바라보았다. 

어찌나 충격이 컸던지 영혼 상태임에도 내 몸이 휘청거린다는 착각이 들었다. 플라즈마 드라이브에 연결된 보조 발전기 클러스터 하나가 작동하고 있었다. 다른 모든 발전기는 죽어있었으나 그것 하나만 마치 소생한 듯 작동하고 있었다.

가열된 드라이브 코어가 액화하며 회색빛 플라즈마가 꿈틀거렸다. 투명한 차폐막 안으로 손 같은 형체가 보였다. 그것이 곧 플라즈마 속으로 녹아 사라지고, 이번에는 사람의 얼굴이 마치 빠져나오려는 듯 차폐막을 짓눌렀다. 얼마 안 가 그 얼굴 형체 역시 코어 안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 다른 보조 발전기들의 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녀석이 여기 있습니다. 저스티카, 녀석이 드라이브 코어 안에 스며들었어요. 머신-스피릿의 시체를 조작해 함선을 작동하고 있습니다+

보고를 마친 나는 곧바로 정신을 다시 불러들였다. 그에 맞춰 이번에는 말카디엘이 자신의 정신을 투사했다. 영혼이 빠져나간 그의 몸이 축 늘어졌다. 손에서 떨어진 그의 칼 두 자루가 그의 주변을 떠 다녔다. 힘을 잃은 머리가 조금 숙여진 채 흔들거렸다.

+대체 이게 무슨...이것 좀 보게!+

그가 나의 정신을 부르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급히 그의 정신에 링크했다. 

+저것을 봐+

+저건...저건 대체 뭔가?+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발전기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기름 색을 띤 피가 투명한 연결 튜브를 타고 식어버린 메인 코어로 흘렀다. 발전기를 타고 뚝뚝 떨어지는 피는 괴이하게도 얼지 않았다. 지금껏 봐왔던 혈액과는 다르게 발전기가 흘리는 '피'는 물리학 법칙을 완벽히 거스르고 있었다. 말카디엘은 흐트러진 집중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잠시 숨을 골랐다.

+이건...+

그리고 그는 정신을 엔지나리움 전체로 퍼뜨렸다. 난 아무런 경고나 특별한 의식 없이 그의 정신을 끊을 수 있었으나 연이은 격전으로 그럴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대신 나는 싸이킥 '따귀'를 날려 그가 제정신을 유지하도록 도왔다. 

+세상에...+

말카디엘이 말을 흐렸다. 그의 정신이 차갑게 굳는 것이 느껴졌다.

+말?+

대답이 없었다. 그의 정신이 육체로 돌아가고자 노력하는 것이 감지됐다. 이 분야에서 나는 그보다 탁월했기에 재빨리 그의 정신을 붙잡고 육체로 돌아왔다.

"저스티카."

동시에 눈을 뜬 우리는 갈레오를 불렀다. 그는 마지막으로 처리한 시체에서 칼을 빼내고 있었다.

+말하게+

우리는 그에게 싸이킥 이미지를 전송했다. 그 편이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빠를 것이다. 플라즈마 속을 휘젓고 다니는 악마, 녀석이 차지한 드라이브 코어, 그리고 한때 머신-스피릿의 것이었으나 이제는 악마의 것이 된 보조 브레인코지테이터들까지. 

+피 흘리는 제너레이터라. 이것들이 가동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말카디엘이 공중을 떠다니던 검을 회수하여 검집에 넣었다.

+워프 드라이브를 위한 자력 점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두메니돈이 찬송을 끝내고 검을 집어넣으며 물었다.

+그렇다면 녀석이 네비게이터도 없이 우리를 데리고 워프로 진입하려 한다는 말이오?+

말카디엘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적이 제너레이터를 가동한 이유는 함선 전체가 아니라 코어만 전송하기 위해서 입니다+

+그건 무슨 말도 안되는-+

소티스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으나 말카디엘이 잘랐다. 그의 목소리는 짜증과 절박함이 섞여 꽤 날카로워져 있었다.

+폭발은 겔러 필드에 의해 억제되지 않을 겁니다. 페일세이프는 물론이고 그 어떠한 안전 장치는 없습니다. 악마 녀석이 조종하고 있어요. 코어는 공허에서 대폭발을 일으킬 겁니다+

"워프 속 다른 녀석들을 불러들일 신호기 역할인 셈이죠."

그가 끝내 하지 못한 말을 내가 대신 말했다. 갈레오가 재빨리 말했다.

+신속히 움직여라. 지금 당장+
 






간만에 이벤트 호라이즌 느낌나고 좋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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