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재미있게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은 불균형을 만드는 것이라 생각함.

만약 체스를 토론이라고 한다면, 토론을 하는데 서로 욕 안먹는 적당히 맞는 보편적인 주장만 줄창 해대면 지는 사람은 없겠지만 재미는 없잖아? 이렇게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하면서 정말 도라이같은 의견을 주장하는데 은근 말 되는 것 같은게 진정한 힙스터 아닐까?

그 불균형 중에서도 가장 익스트림한 케이스가 ‘예외’라고 생각함.

어떤 수가 일반적으로 구리다면 보통은 포지션에 강한 약점을 만드는 경우가 많아서 그럼. 그렇지만 그 강한 약점을 ‘드러나게 할’ 기회가 적거나 없다면, 혹은 그 이상으로 대가를 받아간다면 예외라고 할 수 있음. 상대가 공략하지 못하는 약점은 약점이라고 부를 수 없음!

체스의 매력은 이렇듯 절대적인 옳음이 없는데 있는게 아닐까?

이렇게만 말하면 와닿지 않을 테니 난이도에 따라 살펴보자. 낮은 레벨은 뉴비들도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지만 높은 레벨은 체갤에 있는 고수들도 흥미로워할 거라고 생각함.

1) level1: 약해진 킹사이드를 공략할 수 없는 경우

대표적인 예시로 뉴비들은 익숙할 이탈리안, 스칸디에서 나이트에 핀 걸고 있는 비숍에 h6, g5를 두는게 있겠지.

<사진1>

가장 자주 접하는 예외일거임. 어쩔 땐 블런더고 어쩔 땐 엔진무브라서 많이 혼란스러울텐데, 가장 간단하게 g5가 괜찮은지 판단하는 방법은 ‘약해진 내 킹사이드를 상대가 공략할 수 있는가’로 생각하면 될 듯. 사진의 포지션에서는 상대가 킹사이드에 충분히 기물 배치가 안돼있는데다가 내 기물배치가 훨씬 활발해지고(밝은 색 비숍까지 피앙케토), d4폰 센터까지 유지할 수 있으니까 g5가 정수임.

2) level2: 약점 이상으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경우-1: 강력한 위협과 기물의 액티비티

<사진2>

여기서 흑의 f5!

심지어 리체스 1700대에서도 캐슬링 이후 Re1을 자동적으로 두는 경우가 많은데, 난 아주 회의적임. f폰 밀거면 Re1은 구린 수야. 위의 사진은 킹즈인디언 포지션인데 뉴비들은 f, g, h폰을 밀지 말라고 배우는 경우가 많음. 나로디츠키도 뉴비 가르치면서 never play f6! 라고 했을 정도니까. 그렇지만 f폰은 보통 킹사이드 어택의 시작점인 경우가 많음. 이 사진에서도 물론 흑의 킹사이드는 유의미하게 약해지지만 그 대가로 f폰이 사라지면서 룩이 오픈파일을 가지고 만약 백이 먹으면 비숍이 위협적인 위치에 전개되면서 킹사이드 어택을 시작할 것임. 심지어 f폰이 사라지면서 생긴 대각선도 백이 딱히 써먹기도 애매하지?

3) level3: 상대가 약점을 드러나게 할 템포가 없는 경우

<사진3>

어제 올린 사진인데 이때 흑의 정수는 e6임. 이것도 정말 일반적인 상식에 어긋나는 수인데, 이론적인 수니까 외우자고 생각하지말고 왜 e6가 정수인지 생각해보자.

일단 왜 e6가 일반적으로 구린지부터 생각을 해야함. 왜 시실리안에서 g6와 e6를 같이 두는게 구릴까? 이것도 나로디츠키 방송 많이 본 사람은 자주 봤을 거임. 이 둘이 조합되면 폰으로 어두운칸(d6, f6)을 컨트롤하는게 불가능해짐. 그리고 백은 오픈게임이랑 다르게 e4->e5를 바로 할 수 있으니까 그 어두운칸을 폰으로 컨트롤할 수 있음. -> 그 어두운 칸에 기물이 배치된다면 엄청 끔찍하겠지?

근데 왜 여기서는 가능할까? 그건 이때까지 배운 것들이 합쳐져서 복합적으로 이득이라 그래.

1. 상대는 약점을 공략할 템포가 의외로 없음: e6는 d5로 강력하게 센터를 치는걸 준비할 수 있고, 상대는 Bc4를 했기 때문에 d5에 반응해야만 함.

만약 미리 피한다고 생각하면 e6 Bb3 Nge7 e5? d6! 센터브레이크로 이미 약점이 치명적이지 않게 만들고, 기물전개를 훨씬 좋게 가져갈 수 있음.

<사진4>

여기서 d6!

이미 흑이 1점이상 유리함.

2. 나이트 전개위치를 안정적으로 챙김

만약 d6하고 Nf6를 하려고 한다면 당연히 Nf6는 e5맞으면서 어지러워질거임

근데 Nge7으로 피앙케토 비숍의 대각선을 막지 않는채로 나이트도 안정적인 자리에 전개가능해져.

3. 당연하겠지만 Bc4비숍의 대각선이 ㅄ됨

4) level4: 약점 이상으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경우-2: 상대 기물의 무력화

<사진5>

정확한 포지션은 기억이 안나서 뼈대만 들고왔음.

ㅈㄴ 병신 같은 수네. 왜 굳이 아웃포스트를 만들어주나요? 심지어 저긴 나이트가 접근하기 힘들다 이런 것도 아니고 걍 바로 갈 수 있잖아! 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저 폰구조로 인해서 백의 가장 강한 기물인 피앙케토 비숍은 이제 당분간은 게임에 참여할 수 없음.

그러므로 충분히 할만하다고 평가되고, 다른 포지션에서는 아마 이게 정수일거임.

5) level5: 약점 이상으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경우-3: 상대의 약점과 명확한 액티비티의 대가.

여기서부터는 리체스 2200+도 많이 어려울거야.

<사진6>

이 포지션은 나로디츠키가 분석한 경기에서 나온건데, KID에서 나온 포지션임. 카루아나-radoslaw 경기인데, 이 포지션에서 카루아나가 둔 수는 정말 놀라운 수였음. 바로 Bxc3! 만약에 뉴비가 이런 수 두면 우리 체갤러들은 백이면 백 웃으면서 너는 아직 피앙케토를 이해하지 못했구나 ㅋㅋ 하면서 설명해줄거임. 근데 카루아나잖아? 여기서 피앙케토 비숍을 나이트에 박은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겨우 e4폰 조금 약해지는 정도? 그정도 대가밖에 안보여.

그렇지만 정확한 수읽기를 해보면 의외로 흑은 명확하게 1) 나이트의 활동성과 2) 백의 포지션에 심각한 약점을 가져가.

Nc5 이후에 백은 심각한 딜레마에 빠지지. 저 e5폰을 지키고 있는건 비숍인데, 그 비숍을 뺴는 순간 e5폰은 따여. 그렇지만 저 약점 e5폰을 지키기 위해서는 비숍을 빼고 f폰을 미는 수 밖에 없어. 이 둘은 동시에 시행될 수 없지. 따라서 백의 비숍은 영원히 e5폰에 매달려있어야 해.

<사진7>

그럼 어두운 비숍이 사라지면서 생기는 어두운 칸 약점은요? 배울 때 분명 피앙케토 비숍 나이트랑 교환하면 상대 어두운 비숍이 어두운칸 조진댔는데?

이것도 실제로 수읽기를 해보면 어두운칸을 조지려고 Bh6같은 수를 두더라도 Qf6!를 두면 상대는 퀸교환을 할 수가 없는 포지션이여서(엔딩가면 약점폰 때문에 조지니까) 약점을 노리는게 불가능해

<사진8>

이러한 수들은 물론 우리 아마추어가 인터넷 게임에서 두면 열번 중 예닐곱번은 블런더일거야. 우린 마스터들처럼 모든걸 고려하면서 둘 수는 없으니까. 그렇지만 이런 수들을 시도하는 노력이 결국 포지션에 대한 이해를 가져오지 않을까? 매번 하는 똑같은 수만 두면 재미도 없고, 더 높이 도약하긴 힘들다고 생각해. 물론 기본적인걸 먼저 익히고 나서 시도해야겠지만.. 블런더가 뜨더라도 왜 블런더인지 지고나서 배우거나, 심지어 게임 중에 처맞으면서 배울 수 있으니까 시도는 할 수 있다고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