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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보리스 이솔렛 야설 3화

에안나니무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0.25 00:28:41
조회 2934 추천 25 댓글 14
														

이솔렛이 주변을 모두 살폈다. 역시 별다른 것은 발견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때쯤 눈송이가 하나 둘씩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펑펑 내렸다. 다시 산을 내려오며 보리스가 불쑥 말했다.

"너무 늦었어요."

"서둘러 내려가야겠어."

"그런데 이솔렛. 묵을 곳은 정했어요?"

이솔렛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사실 낮에만 해도 이렇게 늦게까지 마을로 돌아가지 못할 거라고는 생각 못했기에 미리 숙소를 잡아놓지도 못했다. 보리스는 그런 이솔렛을 한참동안 바라보다가 말했다.

"사실 저도 이제 기숙사로 돌아가긴 늦었어요. 문도 안 열어 줄 걸요?"

"뭐? 그러면......"

"어디서 좀 쉬었다 갈래요?"

산 속에는 오래 전 사냥터지기가 살았던 버려진 집이 한 채 있었다. 매일 공부에만 골이 썩는 학생들 대부분이 모르는 장소였지만, 근처의 지형을 이미 입학 당시부터 샅샅이 파악한 보리스는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 집이 아직 쓸만하다는 것도.

끼이익. 오래된 문이 천천히 열렸다. 안은 낡았지만 먼지만 털어내면 그런대로 하루 정도는 보낼 만했다. 보리스가 문을 열고 먼지를 대충 터는 동안 이솔렛은 책상 위의 램프를 찾아 불을 켰다. 그럴듯한 침대까지 있어 생각보다도 나름 괜찮은 곳 같았다.

삐걱. 침대가 신음 소리를 내었다. 보리스는 다리 길이가 맞지 않는 의자를 꺼내 앉은 채로 침대 위에 앉은 이솔렛과 마주보았다. 어쩐지 어색한 상황이 되어 억지로 웃으며 말을 꺼냈다.

"바닷가는 없어도 썩 나쁘진 않은 곳 같아요."

"......응."

다시 묘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이솔렛."

"왜?"

"오늘은 바깥으로 못 나가겠어요."

"뭐?"

이솔렛이 놀라 반문했다.

"눈이 너무 많이 오잖아요."

"아아... 그렇지. 그래. 그거야 뭐......"

"이제 대답해주세요."

"뭘?"

"무슨 일로 대륙에 온 거예요?"

이솔렛은 다시 입을 꾹 다물었다. 물론 섬의 일을 위해서라는 말이 거짓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일을 굳이 이솔렛이 맡아 나온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네가 보고 싶었어."

보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요."

램프의 불꽃이 일렁였다. 벽에 길게 두 사람의 그림자를 드리웠다.

"아까는 미안해요."

"뭐가?"

"아냐하고는 아무 사이도 아니예요. 그냥 도와줄 일이 있어서 거드는 후배일 뿐이거든요. 아무 걱정 안 하셔도 돼요."

"내가 걱정한다니? 뭘?"

"글쎄요......"

보리스는 이제 아까와는 전혀 다른 여유로운 태도로, 다소 능글맞아 보일 정도로 말했다.

"제가 이솔렛이 제 약혼자라도 되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었나 보죠?"

"......"

이솔렛은 당황하여 다시 고개를 떨어뜨렸다. 뺨을 만져 보니 열기가 조금씩 올라오는 것 같았다. 역시 이 학교 이상해. 애를 완전히 망쳐놨네.

하지만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은 그런 생각과 딴판으로 솔직했다.

"그래. 솔직히 난 걱정됐어. 네 얼굴을 보지 못한지 너무 오래됐으니까. 난 섬에 있고, 넌 언제든 나를 잊어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했어. 평범한 학교 생활이라면... 귀여운 여자 후배랑 잘될 수도 있을 테니."

그 말을 들은 보리스는 별안간 의자를 들어 침대 앞으로 한 발짝 더 나섰다. 이솔렛은 흠칫했지만 물러서진 않았다.

"기억 안 나요?"

"...뭐가?"

"당신만을 위해서 살아간다고 했는데."

문득 그 날의 기억이 눈 앞에 펼쳐지듯 선명히 떠올랐다. 멀어져가던 보리스와 두 사람만 알 수 있었던 찬트. 그러자 이솔렛은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어쩌면 다시 못 볼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마주 앉아 있지 않은가.

그 모습을 보던 보리스가 씩 웃었다. 룸메이트들이 본다면 저 녀석이 저렇게 제 나이대에 맞는 표정도 지을 수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맑은 웃음이었다.

"당신도 울 줄 아는군요."

"...그 날도 울었어. 넌 멀어서 못 봤겠지만."

"보였어요."

보리스가 천천히 손을 들어 이솔렛의 뺨을 감쌌다. 이어 눈물을 닦아주었다. 꿈결같다고 생각하는 가운데 귓전에서 목소리가 울렸다.

"아래로도 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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