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전쟁이 끝나고, 악의 무구는 모두 파괴되고
필멸의 땅은 서서히 마력이 회복되고,
아르님왕국의 태자 조슈아와 그의 신부 클라리체 아브릴의 결혼식.
막시민, 루시안, 란지에 등을 비롯한 친우들의 축복 속에서 달의 섬 여왕 이솔렛의 축가에 모든 참석객들이 환호한다.
신성 찬트를 마친 이솔렛은 구석에 혼자 앉아 있는 보리스에게 다가간다. 이제 옛 규칙은 끝났다. 가나폴리의 저주는 풀렸으며 낡은 관습은 철폐되었다.
이제 둘 사이를 가로막는 건 없다.
결혼식에 또 다른 프로포즈가 이루어지는 건 결혼 당사자들에게 큰 영광이다. 리체는 부케를 이솔렛에게 던질 준비를 한다. 루시안은 박수 일발 장전, 막시민과 이스핀은 서로 시선이 마주쳤다가 슬쩍 고개를 돌린다.
미소지는 이솔렛.
그러나 사람들의 기대어린 시선 속에서 보리스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윈터러의 검집에 몸을 기댄 채 고개만 숙이고 있을 뿐.
"보리스?"
서서히 모두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져간다. 무서운 침묵이 식장 안을 감돈다.
복수를 마치고, 가문의 명예도 이루고, 윈터러의 운명도 이겨낸 보리스.
겨울은 이제 끝났다.
그걸 자각한 순간 그의 육신을 지탱하고 있던 모든 힘이 풀렸다.
보리스는 그렇게 영원한 안식을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