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역사가 반복되서 되풀이 되는 것 중에 재밌는 것 하나가, 대부분 승전국은 경험을 거의 활용하지 못한다는게 있음.

아주 대표적인 예로 1차대전에서 승전국이였던 프랑스는, 독일과의 전투에서 후반부에 독일이 행했던 전술을 싹 다 무시하고, 자국의 승리에 도취된 경향이 너무 크게 나타남.

방어전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고착전선에서 승리를 맛봤던 프랑스는 멍청하게도 2차대전에서도 방어전술이 먹힐거라 생각했고, 마지노 선을 건설하고 방어전술로 2차대전을 날먹하려 함.

그러나 패전을 겪었던 독일은 후티어 전술에서 발전한 종심 돌파 전술을 확대,발전시키고, 이게 그 유명한 전격전으로 발전함.

결과 1차대전에서 4년동안 고착전선을 겪고 끝내는 점령하지 못했던 프랑스를, 2차대전에서 독일은 단 6주만에 완전 점령함.

일본은 개멍청하게도 1차대전 승전국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마찬가지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데,

중일전쟁에서 일본군이 제대로 된 전차전력도, 대전차전력도 없는 중국 국민당군을 상대하면서 전차전에 우세를 갖는 상황이 연출되니, 더이상의 전차전 전력의 발전은 필요없다는 아주 심각한 착각을 함.

(마치 아프리카 전선에서 전차를 굴려먹었던 미국이 서부전선에서 셔먼 이상급의 전차는 필요없을것 같다는 착각을 한것과 마찬가지.)

물론 1939년 할힌골 전투에서 소련과 한번 붙으면서 아주 크게 깨지게 되는데, 이때도 교리발전을 하지 않았음.

당연히 치하같은 병신탱크만 만들다가 답도 없어졌다.

포병교리도 개병신인 이유가 아주 드라마틱한데,

러일전쟁 당시 뤼순 요새 203 고지 전투를 겪은 일본군이 포병에 대한 아주 기가막힌 결론을 내렸는데,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거임.

"반자이 어택 해보니까 고지가 함락되더라. 포병 개 무쓸모 아님?"

그리고나서 중국군과 싸우는데 이게 또 먹힘

그래서 자연스레 포병에 대한 투자가 적었고, 무기개발 또한 자연스레 도태됨.

대부분의 화포는 1차대전 연합군들의 라이센스 생산이거나, 무단 카피였고, 그나마 있는 것도 설계가 한참 모자랐음.

생산한 양도 절대적으로 적었고, 그나마 개발에 대한 열의조차 없었음.

그나마 있는 포도 공업기술 부족으로 설계를 따라가지 못해 약장탄(추진체인 장약을 적게 넣은 저속탄)만을 넣을 수 있거나,

탄 자체가 공급이 안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음.

사실 이런 문제는 하나의 문제로 귀결되는 감도 있는데, 일본 자체가 종합적으로 존나 거품이 껴있었음.

당시 일본은 메이지 유신을 겪으면서 갑자기 성장한 나라였고, 기반산업을 비롯해서 여러 시스템 자체가 아직 틀을 갖추지 못했음.

이중에 공업기술력도 존나 심각한 문제인데... 앞서 다른글에서 설명했던 제철문제를 비롯해서 기술력 격차가 심해도 너무 심했음.

일뽕 쪽바리들이 존나 뽕맞은 전투기인 제로센만 봐도 대충 답이 나오는데, 제로센 후속기가 등장하지 못했던 이유도 이거 하나로 설명이 됨.

제로센

- 설계도 : 영국꺼 베낌

- 공작기계 : 미국꺼 그냥 씀

- 원자재 : 철 = 미국, 보크사이트 = 영국

- 윤활유 : 미국꺼 가져다 씀

- 휘발유 : 미국꺼 가져다 씀

- 프로펠러 : 미국꺼 베낌

- 엔진 : 미국 라이센스 생산

애시당초 얘들 기술력으로 만들수 있는게 아니였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후속기체가 나올만한 기술 자체가 없었음.

일본군이 개막장이였던건 한두가지 문제가 아니라 진짜 수십가지 문제가 종합된거였고, 애시당초 이길수 있는 싸움 자체가 아니였음.

포병 뿐만 아니라 여기저기서 문제가 터졌고, 일본 해군은 그나마 분전하며 버텼던건 초기에 그래도 제대로 된 지휘관 하나가 먹여살린거라 보면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