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펑크 장르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좋은"선택지가 없고 "나쁜"선택지와 "더 나쁜"선택지밖에 없다는 것임.
게임에서 넷의 모든 문제가 바트모스가 RABID바이러스를 풀어서 AI폭주시킨 것에서 기인하는 것처럼 나오는데 바트모스에게도 이유는 있었음.
사이버 기술의 발전 자체가 근본적인 문제임(사펑의 장르적 특징).

1. 인간이 통제하는 AI vs 자율AI의 문제

현실 지구 21세기 초반인 현재 철학자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건 전자고, 대중들은 후자를 두려워함.
사펑은 둘 다 안좋은 예측이 맞아 떨어진 미래.
전자가 뭐가 문제냐?


인간보다 압도적으로 뛰어난 AI를 인간이 통제하면, 그 AI를 통제하는 인간은 위협받을 수 없는 독재자의 위치에 오를 수 있음. 혹은, 통제하는 집단들이 사실상 지구를 지배하거나.
현대적 민주주의라는 것은 사실 역사가 백 년도 안 된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체제임. 왕정 귀족정 독재정이 인간에게는 더 일반적인 체제.
산업혁명은 노동자의 권력을 강화시켜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굉장히 특이한 형태인 민주주의를 가져왔으나(고대 민주주의는 사펑급 자유지상주의라 현대 민주주의랑 많이 다름), AI가 노동자들을 대체-통제한다면 노동자의 권력도 같이 사라질 가능성도 높음.
실제로 20세기 후반부터 제기되던 이 의문은 21세기 초 현재 "매그니피센트"라 불리는 미국 기업들의 가치가 전 세계를 압도하기 시작하며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짐.


바트모스는 AI를 통제하며 국가를 넘어 성장하던 기업을 공격하기 위해 AI의 목줄을 풀어버리고 몇몇은 광기에 차서 기업을 공격하게 했고, 이로서 넷이 붕괴하는 시대가 열림. 얼핏 보면 만악의 근원이지만 다르게 보면 기업들의 완전한 독재를 막아낸 인물로도 볼 수 있음.
겜상에서도 기업들이 완전자율화가 불가능하니 정부의 영향을 일정 수준은 받는 걸로 나옴.
다만, 자율AI가 인간과 접점이나 가이드 없이 발전하게 되었고, 바이러스로 미쳐버린 놈들도 많아서 미래는 밝지 않음.


2. 정해진 운명?

작중 조니 실버핸드는 유나바머의 사상을 가진 것처럼 나옴.
유나바머는 20세기 중후반에 인간이 기계에 종속될 것이라 주장한 테러리스트임.


자동차가 편리하고 빠른 이동을 보장한다고? 미국에서는 자동차 없이 생활 불가능한 지역이 많음. 편리한 게 아니라, 기계에 맞춰서 생활양식 자체가 변해버리는 것임. 그럼으로서 인간은 기계를 사용하지 않으면 생활이 불가능하게 됨.
따라서 인간에게 정해진 미래는 기계에 의존해 기계에 종속되거나, 기계를 통제하는 인간에게 종속되는 것 뿐이라 주장함.
21세기에는 스마트폰 없이 일상생활이 불가능하지. 컴퓨터는 편리한게 아니라 없으면 식충이 취급받음. 새로 개발된 기술은 필수재가 되어버리고, 인간이 기술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에 맞춰 인간사회가 변화함.
교통이 발전하니까 교통수단 의존하지 않고는 통근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도시구조가 변화하듯이.


사펑에서도 인류는 결국 사이버웨어나 최소 바이오웨어에 맞춘 생활양식을 갖추게 된 것 처럼 나옴. 어떤 기업이 사이버웨어가 없는 놈을 고용하겠음?
리퍼닥처럼 스스로가 기업인 경우를 제외하면.....


20세기 후반 유나바머는 인간이 기계에 종속되거나 기계를 통제하는 독재자들에게 종속되는 미래를 피할 방법은 기술발전을 중지하는 것 뿐이라 했고, 현재까지도 별다르게 명확한 대안은 나오지 않았음.


바트모스가 넷을 붕괴시킨 직후처럼, 인간은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넷을 버려야 될 수도 있음. 근데 인간의 탐욕때문에 그건 불가능함.
또, 기후변화로 세상이 작살나며 기술기업 없는 생존도 불가능해짐.


바이오테크니카가 개새끼긴 한데 걔네 덕분에 기후변화도 억제하고(대체연료 개발로 화석연료 사용 중지), 식량 공급이 이뤄지고 있는 중임 (곤충 갈고 합성해서 만든 음식).
좋은 선택지가 없는 세상이라는게 이런 상황 때문.


3. 하드웨어를 부수면 되지 않나?

AI의 중심 하드웨어는 은행 데이터센터처럼 물리적으로 이중 삼중 보안이 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음. 당연... 하겠지?
일거에 말소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


또, AI들중 일부는 블랙월을 넘어갈 수 있는 게 드러남.
광기 없는 AI들도 있지만 그런 AI들이 자기를 부수려고 하면 인간들을 가만 놔둘까? 블랙월도 AI고 델라메인도 AI임.
자율 AI는 1번에서 말한 것처럼 대중의 우려가 현실화된 버전인데, 일단 인간처럼 사고하지도 않고 윤리의식도 외계인에 가까움. 그냥 다른 종족이라 행동패턴이 예측 불가능함.
아예 물리적으로 독립된 뉴 넷을 만들기>> 기존 기업들이 모든 권력을 포기해야 됨. 그리고 그 어떤 세력도 올드넷과 물리적, 네트워크적 접점을 만들지 않아야 가능.
사실상 불가능함


기계가 노동자들을 대체하고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시대에, 대다수 인류의 생존은 기계를 통제하는 자들의 기분에 달려 있을 것이라는 유나바머의 예언과 유사하게, AI가 활보하는 시대에 인간의 운명은 AI들 손에 결정되게 될지도(우호적인 AI들의 능력에 따라 결정되겠지)

4. 결론
사펑 장르가 그렇듯 사펑의 인간은 X됐음. 해결책따위는 없고 암시되는 블랙월 붕괴 후 혼란으로 그나마 쌓아올린 것도 다시 붕괴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음.
스스로를 불태우며 전설이 되고자 하는 솔로들이나 실버핸드를 멍청하다고 하는 사람이 많은데, 인격적 결함은 둘째치고 어찌보면 그것만이 "몸밖에 없는 인간이 자유롭게 살며 업적을 남기고 죽을 수 있는" 방법임.


빅터처럼 살려면 의료 교육까지 받고 최고로 인정받아 기업으로부터 스카웃 제의를 계속 받는 리퍼닥 + 사회성 + 전투능력 등등 모든 걸 갖춰야 됨. 빅터 초엘리트임.


사펑 장르 자체가 인류에 대한 경고라고 하는데 현실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지. 환경오염과 테크기업들의 독주는 현재진행형이니,
2000년대 들어 죽었던 사펑장르도 코로나랑 기술발전으로 슬슬 부활중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