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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정보] [팬픽] 에어컨이 달고 싶은 단버 형제

ㅇㅇ(112.173) 2022.07.20 11:30:16
조회 625 추천 20 댓글 5
														

진정한 강함이란 인간의 마음이다. 비록 악마의 육신이 보다 힘도 세고, 튼튼하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이것은 단테의 오랜 지론이었으며, 최근에 와서는 버질 또한 깊게 공감하는 바였다.

"더워..."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단테는 진정한 강함이라는 단어는 오직 대자연을 위한 단어라고 생각했다.

높은 온도, 높은 습도, 멈춘 바람.

사실 온도가 높은 것 자체는 그럭저럭 견딜 수 있었다. 마계의 용암도 거뜬히 견뎌내는 반마의 피부가 고작 섭씨 36도에 익어버릴 리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정한 적은 습도였다. 뜨겁고 습한 공기는 마치 온종일 사우나를 하는 것처럼 온몸의 땀구멍에서 땀을 분출시켰다. 덕분에 단테는 데워진 가죽 특유의 뜨뜻미지근함과 피부에 쩍쩍 달라붙는 질감에 진절머리를 치며 애용하는 가죽 코트를 멀리 치워버렸다. 더군다나 가게의 모든 창문을 열어놔도 바람 한 점 없는 날씨로 인해 흘러내린 땀이 그대로 증발하는 일도 없었다. 기록적인 폭염은 밤에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그야말로 끔찍했다.

며칠 동안 제대로 잠도 못 잔 단테는 퀭한 눈빛으로 늘어진 회색 티셔츠의 옷깃을 펄럭이며 기운 없이 중얼거렸다.


"버질... 빨리 그거 넘겨..."

"...조금만 더."

"십 분 넘었거든!?"


사고뭉치 형이 돌아온 이후로 버질에 대해서는 (자신이 일부러 시비를 거는 것을 제외하곤) 웬만해선 웃는 얼굴로 넘어가던 단테의 표정이 진심으로 험악해졌다. 하지만 단테는 버질의 상태를 확인한 뒤 '어휴' 하는 작은 한숨만 쉬고는 다시금 열심히 옷을 펄럭거리기 시작했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아니 자신 이상으로 곧 죽어도 외향에 신경 쓰는 버질이 코트를 벗고 조끼 차림으로 킹 케르베로스를 빙글빙글 돌리고 있었다. 버질의 상징과도 같은 칼 같은 올백 머리도 눅눅한 공기로 인해 왠지 축 처진 것 같았고, 미간을 찌푸린 채 땀을 줄줄 흘리는 모습까지 합하면 조금 안쓰러울 정도였다. 그 와중에도 킹 케르베로스를 돌릴 때마다 나오는 냉기가 만족스러운 지 땀이 잦아든 이후에는 보기 드물게도 입가에 미소까지 띄우고 있었다.

지금의 버질에게 있어서 킹 케르베로스는 클리포드의 열매 이상으로 중요한 것 같았다.

저렇게나 소박하게 기뻐하는 버질에게서 킹 케르베로스, 다시 말해 얼음 선풍기를 빼앗는 건 조금 죄악감이 느껴진 단테는 착한 동생답게 10분만 더 양보하기로 했다. 대신 냉기가 이쪽으로 오게끔 해달라고 말했더니 버질은 순순히 방향을 틀어 단테 쪽으로도 냉기가 가게끔 조절해 주었다. 단테는 희미하게 쏟아지는 냉기를 즐기며 본인의 소망을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에어컨 달고 싶다..."


그 말에 버질의 고개가 살짝 위아래로 흔들렸다. 돈만 있으면 바로 설치할 텐데. 에어컨을 사는 것도 돈이 들고, 설치하는 것도, 사용하는 것도 돈이 든다. 돈, 돈, 돈.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없는 반마 형제는 서럽기만 하다.


"내가... 내가 잭팟만 터뜨리면 에어컨 따위...!"

"헛소리하지 마라, 단테."


이번에는 버질의 고개가 단호하게 가로로 흔들렸다. 그러더니 엄하게 꾸짖듯이 말했다.


"일확천금을 노리느니 차라리 강도를 여럿 털어라. 그게 더 현실성 있다."

"댁은 왜 진지한 얼굴로 헛소리야."

"헛소리라니. 경험담이다."

"경험담!?"

"참고로 먼저 그쪽에서 공격 한 거다."

단테는 버질의 모습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딱 봐도 장신에, 근육질에, 심지어 자신보다 표정도 험악하다.



"도대체 무슨 깡으로 덤빈 거지?"


단테는 버질에게 가장 많이 덤비는 사람이 자신이라는 사실은 잠시 뒤로 미뤄둔 채 고개를 갸웃 했다. 버질도 마찬가지 생각을 했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글쎄. 머리가 희니까 노인인 줄 알고 덤볐을지도 모르지."

"진짜냐..."

"몰라, 관심 없어. 중요한 건 먼저 녀석들이 내게서 갈취하려고 했고 나는... 되갚아줬을 뿐이다."


버질이 왠지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훗, 하고 웃었다. 단테는 뭔가 떨떠름하긴 했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먼저 시비 거는 녀석들은 털어준 것뿐이라는데 어쩌겠는가. 대신 다음에도 그런 일이 있으면 수익은 나누자고 협의했다. 버질은 별로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것 같았지만, '가족의 정', '형제의 의리', '아니면 내 집에서 나가', '나도 흰머리니까 나한테 덤비면 나도 나눠줄게', '네로한테 이른다.' 등의 이유를 늘어놓으며 설득하자 납득 해 준 것 같았다. 합의점을 찾은 단테는 빙긋 웃으며 에어컨 구매를 위해 형과 세운 전략을 정리하기로 했다.


"아무튼, 에어컨을 사기 위해서는 깡패든 악마든 때려잡아야 한다는 거지."

"그래."

"그리고, 깡패든 악마든 때려잡으려면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거고."

"...그렇지."

"밖에... 나가야겠지..."


단테와 버질은 열린 창문 너머로 흔들흔들 일렁거리는 공기를 잠시 바라보았다. 집 안도 덥지만, 분명 저 밖으로 나가는 순간 작열하는 태양에 달궈진 아스팔트에 전신에서 땀이 줄줄 흐를 것이다. 게다가 악마도 없는데 길 한복판에서 킹 케르베로스를 휘두르며 돌아다니는 것도 위험하다. 단테는 잠시 고민하다가 결론을 내렸다.


"그냥 집에 있자."

"동감이다."


버질 역시 킹 케르베로스를 빙글빙글 돌리며 동의했다.


-끝-


집에 에어컨 단 기념으로 써봤다 >▽< 진짜 더워 뒤지는 줄

킹 케르베로스 손풍기 시원할 것 같아

뒤에 세가지 경우를 생각해봤는데

1. 그렇게 반마 형제는 돈을 모아 에어컨을 샀습니다. 메데타시 메데타시

2. 폭염경보 해제될때까지 존버했다가 돈 벌었는데 '이제 안 더우니까 걍 사지말까?' 하고 잭팟 노리다가 탕진 엔딩

3. 에어컨 빵빵한데서 돈도 벌 수 있다고 버질 꼬셔서 카지노 가기 -> 여기서 또 탕진엔딩 or 버질한테 참교육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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