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루트 슈터든 일반적인 RPG든 해당 장르가 가진 문제점은 동일함.

컨텐츠 소모 속도가 빠르면 종결 무기를 빨리 캔다 >>> 종결 무기를 캐면 컨텐츠 소모를 안한다.

이 문제를 번지는 무통, 새로운 퍽, 속성 쉴드, 높은 난이도 등등으로 해결 하려고 했음.

대부분 공감하겠지만 특정 프레임과 속성의 종결 무기가 있다면 해당 무기와 곂치는 무기는 캘 이유가 사라짐.

번지의 접근법은 당연하고 또, 인기를 유지했으니 나름 잘했다고 볼 수 있음.

그럼 번지의 실책은 뭘까? 해당 프로세스에만 집착해서 정작 가장 중요한 '컨텐츠'를 점점 소홀히 한거임.

우선 데가를 보면 제대로 정립된 랭킹 플레이 요소가 없고 반복에 중점을 둔 스토리 위주의 루트 슈터 게임임.

스토리로 게임을 플레이할 동기를 얻고, 종결 컨텐츠를 통해서 지속적인 플레이를 유도하는 구조라고 볼 수 있음.

종결 무기는 반복 과정의 결과고 그 과정을 쾌적화하는 도구임.

근데 그 과정이 재미없다면? 너무 어려워서 시도를 하기 싫어진다면? 동기조차 줄어든다면?

알파이자 오메가인 파밍이 노잼이라면 그걸 감수할만한 가치가 데가에 있을까?

결과적으로 지금의 데가는 그걸 감수할 가치가 사라졌다고 보면 됨.

일장일단이 있고 설명하면 너무 길겠지만 내적으로 경이의 무채색화, 너프 위주의 운영, 플탐에 대한 집착 등등이 큰 변곡점이라고 생각함.

경이와 능력은 라이트 유저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쳤고

너프 위주의 운영은 파밍과 빌드 본연의 가치를 훼손했고

플탐에 대한 집착은 피통 난이도 조절과 노가다성 증가로 인한 피로도 증가를 불러 일으킴.

경이 무기와 방어구 그리고 능력은 무기 파밍이 덜 된 라이트 유저들이 기댈 가장 큰 기둥임.

그런데 경이가 주는 재미적인 요소는 조금만 난이도가 높아져도 쓸모 없어져버리고

흰탄 위주로의 회귀같은 뇌절 패치 몇번으로 스탯을 못갖춘 능력은 2분짜리 수류탄이 됨.

애정으로 경이를 써봐야 버프는 한세월이고 어렵사리 맞춘 대중적인 빌드는 틈만 나면 너프당함.

심지어 PVE/PVP 구분 안 한 스노우볼로 한쪽을 죽이면 반대쪽도 회생 불가 수준으로 너프 때려버리니 점점 선택지가 적어짐.

그래도 이래저래 플레이 불가능한건 아니였는데 어느 순간 피통이 옆동네 디비전 마냥 올라가더니

결국 네오무나 와서는 일반 필드마저 개판 나기 시작함.

번지가 게임을 수치로만 보는 이런 일들은 너무 노골적이여서 해마다 비슷한 글도 많이 봤을 거임.

그렇다고 해서 이럴 때 마다 게임이 폐기물이 됐다거나 하는건 아니고 분명 재밌고 할 가치가 있는 게임이였고 게임임.

다만 번지의 이런 운영 방향성이 데가의 불안정한 미래를 알기 쉽게 보여준 것도 맞음.

애정으로 매 확팩, 매 시즌마다 기대하며 기다렸을 뿐, 일보전진 이보후퇴를 반복한 결과가 지금임.

시즌 스토리는 점점 홀로그램이나 서서 대화나 하다가 로어딸이나 치면서 개발력이 떨어진게 눈에 띄기 시작하고

쌓아오던 서사는 대충 끝맺음 짓고 세탁기나 돌리며 피날레만 기다리는 바로 지금.

개인적으로 데가의 수익 구조가 게임 규모에 비해 너무 아쉽다고 느낄 때가 많음.

현질에 미쳐서가 아니라, 좋아하는 게임의 운영 자금 규모가 컸으면 했기 때문임.

패스로 얻는 경이, 전설 조각이나 미광체조차 PAY TO WIN 이라 울부짖는 서양권의 정서를 생각하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지만..

시즌제 확팩 게임치고 코스메틱 제외한 현질 요소가 없는 데가 입장에선 플탐이나 유저수등의 통계가 절대적 선이였을 거임.

그런 운영 방향성과 데가1부터 이어온 정체성이 부딪히며 점점 재미를 잃어가는 과정을 보니..그저 씁쓸하네.

호버 보드 좀 맛보다가 데1부터 이어오던 애정이 완전 식은게 느껴져서 삭제 전에, 다들 아는 내용이겠지만 끄적여 봤음..

호버 보드나 초월 그래플이나 그냥 만들면 재밌는 요소가 많았는데 뭐가 그렇게 힘들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