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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스포일러) 이 게임은 사실 21세기의 돈키호테 아닐까?

하나도모르겠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5.15 20:50:05
조회 1336 추천 27 댓글 7
														

돈키호테도 과거 기사도 문학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온 소설인데 이게 더 나아가서는 인간과 그를 둘러싼 환경에 대해서 얘기하는 소설이야. 때문에 정말 위대한 소설로 평가받는데 디스코 엘리시움이 이 돈키호테랑 여러면에서 유사점이 보이긴 해.

두 작품다 광인이 주인공이고 그를 따라다니는 파트너가 있고, 사회 풍자에 기타등등 닮은 점이 엄청 많아.


 이 게임은 겉보기엔 어떤 미친 경찰로 롤플레잉을 즐기는 사이코 드라마지만 조금만 속내를 파보면 '너무나 거대하고 복잡해진 사회에 압도되어 실패할 수 밖에 없는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에게 바치는 찬가'야.


몇년전까지만 해도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다들 말했지만 이제는 모두 알다시피 지금 이 사회에서 성공은 선택받은 소수만의 것일뿐.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패할 수 밖에 없는 구조지. 자원은 한정되어있고 사회의 발전 속도는 점점 일반인이 감당 가능한 범주를 벗어나고 있는데 당연한 일이지.


그리고 인터넷에서든, tv에서든 인스타에서든, 항상 매체에서 보면 다들 행복하고 똑똑하고 지 잘났고 그러잖아? 거기에는 항상 실패한 사람이 없음. 끽해봐야 카푸어니 하는 인생의 극단들만 유흥을 겸해서 씹히느라 잠깐 눈에 띄었다가 없어질 뿐이지.


​"우리는 종종 궁금해 하곤 한다. 점심때가 되면 대기업 중견기업 명찰을 달고 거리를 점유하는 쟁쟁한 졸업생들 얼굴 그 사이에 공백을 채우는 선배들은 어디로 갔는가? 고등학교 시절, 쉬는 시간, 종이 울리면 우리 곁을 왁자지껄 뛰어다니던 그 많은 5,6,7,8 그리고 9등급들은 어디로 갔는가? 상위권 수만큼 그 밑을 똑같이 깔아 버티고 있었던 하위권들은 어디에 있는가? 아니, 그 보다 좀 더 되짚어 내려가 우리의 초 중등학교시절 같은 학급을 다니던 장애인 학우들은 어디에 갔는가? 나의 존재를 비장애인이라는 생소한 단어로 규정케 하던 그들의 존재는 어느 새 우리들 시야에서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졌고 이제는 단지 '불운의 리프트사고를 당한 ㅁㅁ군', '입사 지원에서 밀려난 ㅇㅇ양'으로 신문상에 짤막히 찍힌 활자로만 종종 자신의 존재를 알릴 뿐이다.​"


-디시위키 기안84 비평 中


위 글처럼 세상은 의도적으로 실패자들을 사회에서 지워버렸어. 딱히 알아봐야 별도움 안되니까. 이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분명 존재하는데 존재하지 않는 이상한 상황에 마주하게 됬어. 그러다가 가끔 짤막하게 뉴스기사로 잠깐 자신의 존재를 알리다 사라지지.(마치 우리들의 게임 오버처럼)



"우리를 둘러싼 현실세계는 점점 거대하고 어두워지고 있었고, 그걸 따라잡기 위해 현실세계보다 더욱 거대하고 끔찍해져야 하는 엘리시움.
무엇보다, 모든 세계를 끝장낼 우리의 세계는, 현실보다 더 아름다워야 하며, 더 극단적이어야 했다,

곯은 배를 움켜쥔 우리는 아나키스트에서 점점 냉혹한 마르크스-레닌주의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현실세계의 대항마는 현실세계보다 빠르게 성장하면서, 그 악마 같은 복합성을 압도해야 했기에."

-outro 中



바로 이 점이 디스코 엘리시움이 포착한 세상의 모순점이야.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 파괴당하는걸로 모자라 패배할 수 밖에 없는 인간들의 사회. 그게 이 시대의 인간 사회. 그래서 디스코 엘리시움은 이 세상을 아주 작으마한 미니어쳐로 만들어서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어. 이 세상이 얼마나 패배주의적이고 허무적인 세상인지. 정치에 사람은 숨막혀 죽어가고 마음 속의 창백(허무)은 점점 더 커져가고 있으니까. 그야말로 언제 덮칠지 모르는 종말을 앞둔 세상이 세상을 미니어처로 바라보듯 관조해주고 있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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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디스코 엘리시움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어. 블랙 유머로 과장된 이 작은 미니어처 세계는 비록 우리의 너무나 거대하고 복잡할지라도, 비록 파괴되고 패배해버릴 뿐인 불확실한 미래가 있을지라도. 우리가 소중하다고 여기는 것들의 희미한 발자취를 쫓아 계속해서 살아가다보면 언젠가 그것들을 만나게 될거라고. 그것들은 우리의 역사가 시작했을 때부터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으니까. 늘 곁에 있으니까.


그리고 이 엘리시움은 우리에게 해리라는 실패에 파멸해버린 한 슬픈 광인의 모습을 통해 한층 더 몰입할 수 있도록 해주었지. 돈키호테가 그 시대의 기사도 문학을 풍자하기 위해 시작한 광인의 이야기였던 것처럼. 해리는 나이자 너이고, 우리 모두인 존재로 나타나주었어. 웃길 때도 영웅적이며, 실수에는 위엄과 공포가 공존하며, 무엇보다 거대한 존재로 말이야.


그러니까 훗날, 게임 역사서가 생긴다면 디스코 엘리시움은 그 한 페이지에 굵은 족적을 남기지 않을까? 그리고 우린 이 게임이 나온 년도에 플레이해본 축복받은 세대인거고. 난 이게 너무 자랑스러울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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