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을 그리다 넝마가 되어버린 사회주의자들이 보는 세계관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그린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100년전 혁명의 상흔이 아직도 남아있는 마르티네즈는 그야말로 넝마이고, 유일한 호스텔인 넝마 속 소용돌이는 그 넝마에 외부인들이 바람타고 모이는 곳이기에 참으로 의도적인 작명이다. 거기 주인인 가르트도 참 흥미로운 인물이다. 작중 여러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파인즈사의 대표이사인 조이스 메시에와 비교해보면 생각해 볼 거리가 있다. 메시에는 마르티네즈에 사랑을 느낀다면서도 루트에 따라서는 마르티네즈에서 영영 손을 놓아버리는 반면, 가르트는 시종일관 부루퉁한 놈이, 가장 부족한 분점일것이 분명한 넝마 속 소용돌이에서 총격전이 벌어질 때 까지 버티고 서 있었다. 미련하긴 하지만, 과연 마르티네즈라는 넝마의 중심에 소용돌이를 세워놓을 배짱은 있는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두 인간의 차이에서 무언가 더 읽어낼 수 있지 않을까. 얇고 짧은 가방끈이 참으로 애석할 뿐이다.

작가는 마지막 시퀀스에서 이 악물고, 주먹을 쥐고 앞으로 한발짝씩 나아가는 인간을 긍정하는데, 굳이(그 것이 전하는 메세지는 이념 아닌 더 순수한 것인지라.) 연결을 짓자면 이를 중도주의와 연관을 지을수는 있겠다. 그 과정에서 불만스러움을 감추지는 못하지만, 작중에 나오는 중도주의와 연관지을 수 있는 모든 인물들이(메시에, 그 신사, 에그헤드) 사회주의와는 거리감이 있는 인물로 나오는 것은 그 사회주의가 뒤편에 남은 넝마에 불과하다는 사실과 중도주의라는 이상을 따르는 이는 현실이나 이상 둘 중 하나와는 괴리된다는 점을 넌지시 보인다.

중도주의에 대한 불만스러움은 작중 인물들이 해당 선택지에 대하여 보이는 의견으로도 드러난다. 애석하게도 세세한 작중 대사들이 전부 기억나지는 않지만, 거칠게 묶은 총체적인 감상이란 것을 남긴다면, 중도주의는 구체적인 방법론이 부재하는 이념이다. 앞으로 나아간다(진보는 다분히 정치적인 단어이니 어울리지 않다고 본다.)는 말은 누구나 하는 이야기이다. 파시스트마저도 그 방향과 방법은 완전히 개판이긴 하지만 앞으로 나아간다고 말한다. 이리도 허망한 이상론이기에 대중의 삶과는 거리가 멀고 취하는 방법론에 따라 한 없이 잔인해 질 수도 있다. 중도주의 이상의 화신인 돌로레스 데이의 비인간성이나 정치성향 퀘스트의 결말에서 나오는 황당한 엔딩이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다만 마지막 시퀀스에서 중도주의...에 가까운 이상론을 쓰게나마 긍정했듯이 이 중도주의의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장소와 인물들도 있다. 교회의 돌로레스 데이 스테인드 글라스에서 아랫부분, 당시의 군주가 그려진 부분이 깨어져 있다는 것은 의도적인 메세지로 읽힌다. 권력과 야합한 이상론은 결국 제국주의의 식민지 정책으로 이어진 역사가 있고, 생존에 치인 메시에의 이상론은 결국 초자본주의에 길들여진 모습을 작중에서 볼 수 있다. 순수하지 못한 이상은 그 비전에서 사람을 배제한다. 노조장 에브라트의 도시계획에 빈민이 스러지는것 처럼. 그리하여 에브라트와 정반대편에 위치한 교회는 이 게임 내에서 가장 중요한 장소가 된다. 순수함을 되찾은 이상의 눈길 아래 꿈 쫓는 이들이 모여있다는 것은 의도적인 배치이다. 그들이 주는 퀘스트는 또 어떠한가. 그 3일차의 중도주의 정치성향 퀘스트보다, 이 교회에 모인 이들이 이루어 내는 것들이 중도주의의 이상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아마 2회차를 한다면 이만한 감상이 다른 내용으로 나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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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마지막 한 문장 빼곤 뻘소리임.

오탈자 다듬으면서 다시 읽어보니까 고통 많은 삶에 맞서는 인간상을 중도주의하고 연관지으려는게 이상하게 읽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