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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르의 사리사욕 가득한 설문조사를 막기 위해 그녀가 갈 길 없는 길에 동행하던 레피야는 기분이 들뜬 시르의 옆모습에 궁금했던 의문을 과감히 털어놓기로 했다.

「시르 씨...당신은 왜 그렇게 그남자를....그..좋아하는건가요!? 분명히 말하는데 악취미라고요!?」

「에? 벨 씨는 엄청 강하고 신사인데다 상냥하고 귀엽고 멋있잖아요? 모르는건가요, 레피야씨?」

「하...? 누구를 얘기하는 거예요...? 저랑 당신이 보고 있는 세상은 다른 건가요?」

「으음~? 레피야 씨도 전부는 아니어도 절반 정도는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놀리듯 소녀는 입가에 손을 얹고 소악마의 미소를 지어 보인다.

그 모습에 순간 화가 나면서도, 그 페이스에 휩쓸리지 않으려고 레피야는 작게 심호흡을 하고, 급속히 열받고 있던 사고를 쿨다운했다.

레피야는 성장한 것이다.

어른이 된 레피야는 이 정도 도발로는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말도 안 돼요.그 휴먼은 애초에 당신에게만 그런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상냥할 뿐입니다. 저 토끼 같은 머리와 눈의 어디가 귀여운지 저는 전혀 모르겠어요. 신사라는 평가도 도대체 어디서 나왔는지 짐작도 안 가네요.」

「에……」

「멋있다, 라고 하는 것은… 아슬아슬하게 그럴수도 있겠지만...강함도, 뭐 인정할 수 밖에 없겠지만. 근데 그것뿐이에요. 멋있고 강한 사람이 좋다면 아이즈 씨가 훨씬 멋져요. 지금부터라도 늦지 않았어요. 그 휴먼에 대해서는 잊어버리고 더 좋은 사람을 찾는 편이 좋아요.예를 들면 아이즈 씨라든지.」

무시무시한 장문에 반박당해 조금 놀란 시르.

그러나 이 정도의 장문영창에는 익숙하다는 듯 미소를 잃지 않고 말했다.

「아, 그렇죠! 모르는 것도 무리가 아니죠, 죄송합니다! 레피야 씨는 벨 씨와 데이트한 적이 없으니까요!」

「…네?」

「벨 씨, 굉장히 에스코트를 잘해주시거든요? 데이트 계획도 잘 세워주시고 정장도 잘 어울렸고, 커플 악세사리를 사주시거나 그날 밤은 같은 침대에서...!」

「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시르의 너무 충격적인 고백에 레피야의 쿨다운 됐을 머리는 순식간에 끓는점을 넘었다.

「꺄악, 말해버렸어♡」 같은 말을 하며 붉어진 뺨을 누르는 시르의 모습은 거짓 같은 것이 아니다.

애초에 왜 갑자기 마운트를 뺏겼는지 모르겠다.「뭐 그에 대해서 당신이 모르는 것도 나는 압니다만」같은 도발을 들은 것도 화가 나고, 실제로 자신은 몰랐던 일이고, 그것이 터무니없는 폭탄이었다면 더욱 그렇다.

「역시, 그 파렴치 발정 여자 낚시꾼 난봉꾼 휴먼......!! 역시 용서할 수 없어...다른 여자와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아이즈 씨에게 데레데레하다니...!!」

「아니에요, 레피야 씨! 그건 제 멋대로 행동한거고 벨 씨는 거기에 어울려줬을 뿐이에요! 벨 씨는 아무 잘못도 없어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사람에게 이렇게까지 변호하게 만들다니…! 이제 용서할 수 없어…! 세상 여자의 적 역시 내가 처리해야만 해…!!!」

살의를 뿜어내는 레피야가 토끼를 찾아내 어떻게든 끝장을 보겠다는 결의를 다지려 하자 이제 막 자신의 행동으로 벨에게 위험이 미칠 것 같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시르는 당황해하며 화내는 요정 엘프의 어깨를 잡고 필사적으로 만류하며 화제를 바꾸었다.

「레, 레피야 씨도 있나요!? 제가 모르는 벨 씨 말이에요!」

「…네?」

「아까도 말했지만, 저는 지금 제가 모르는 벨 씨를 찾아서 설문조사를 하고 있어요! 저는 던전 안에서 벨 씨를 알 기회가 적고요. 뭔가 아시는게 있을까요?」

「음…」

분노를 무산시키고 기억을 더듬기 시작한 자신에게 시르가 한숨을 내쉬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레피야.

「...던전안이라고 하면, 그 휴먼이 아이즈 씨들의 목욕을 엿본 적이 있네요…! 그때의 일은 생각만 해도…!」

「에엣!? 아, 다른 건 없나요!? 그 얘기도 너무 궁금하지만 다른 건!?」

「에, 다른 거요? 음…」

예를 들어 둘이서 밤의 18계층에서 길을 잃고 급기야 이빌스의 덫에 걸려 공투하게 된 이야기 등이 있는데, 그것은 끝난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신종 몬스터와 이빌스가 얽힌 기밀이라 일반인에게는 말할 수 없는 내용이다. 그리고 그 일은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다. 창피해.

「던전 안에서 그 남자와의…아!」

「있었나요?」

레피야는 또 하나 짚이는 것을 발견했다.

정확히는 던전 안이 아닌 지상이었는데 『바벨』의 1층. 지상이었는데 시르가 요구한대로 모르는 이야기일 것이다.

「아, 하지만 이건...별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고 할까...비밀로 해두고 싶다고 할까...」

「궁금해요! 꼭 알려주세요!」

「역시 안 돼요.절대 가르쳐드리지 않겠습니다.」

「너무해요~!? 저는 소중한 에피소드를 알려줬잖아요!」

「당신이 제 의견은 듣지도 않고 마음대로 자랑하면서 얘기한거잖아요!」

「에~? 레피야 씨, 벨 씨랑 데이트한 얘기가 자랑거리로 들렸어요? 전 별로 그럴 생각이 없었는데 말이죠~?」

「무슨...!?」

또 다시 소악마의 미소를 짓는 시르에게 이번에는 레피야가 분노와는 다른 감정으로 얼굴을 붉힌다.

「그렇지 않아요! 내가 그 남자와의 데이트를 부러워하다니… 명예훼손이에요!?」

「그래요. 그럼 제가 적나라하게 데이트 때 얘기를 해드릴 테니까 그걸 들으면서 따라오세요!」

「잠깐만, 잠깐만!」

걸음을 재개하면서 레피야는 마지못해 시르의 자랑을 제대로 귀에 넣으며 홀로 은밀한 기억을 파헤친다.

끝까지 지켜보지 못한 벨과 검은 미노타우로스의 사투.

결말이 어떻게 났는지 그것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승패 자체는, 그때 그의 『억울한 눈물』이 백 마디 말보다 더 분명하게 레피야에게 전해지고 있었다.

────그의 『억울한 눈물』은 호적수 미노타우로스가 흘리게 한 것이지. 내가 흘리게 한 것이 아니었다.

그게 분했다.

그리고 그런 벨의 모습을 본 인물은 분명 극히 미미할 것이다.

그 모습은 부끄러운 것이라고는, 레피야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그걸 퍼뜨리는 것이 벨을 욕되게 한다고 그런 생각을 하고 시르나 다른 누군가에게 말하지 않았던 게 아니다.

그 눈물을 비웃는 자가 있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부끄러운 사람이라고 레피야는 생각한다.

그러나 레피야가 시르한테 그 얘기를 안 한 것은 다른 이유다.

약간의 자신만의, 비밀 같은 것이었다.

소수의 사람만 아는 벨의 모습을 나는 알고 있다는 작은 우월감. 그런 것이었다.

<完>